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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3399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49
    IP : 14.58.***.13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2/07/08 14:30:57
    http://todayhumor.com/?lovestory_93399 모바일
    [BGM] 수많은 무심이 나를 밟고 간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경미, 맨드라미와 나




    하루 종일 날씨가 흐리다 흐린 날씨는 내가

    좋아하는 날씨

    좋아하면 두통이 생기지 않아야 하는데


    화단의 맨드라미는 더 심하다

    온통 붉다 못해 검다


    곧 서리 내리고 실내엔 생선 굽는 냄새

    길에는 양말 장수 가득할 텐데

    달력을 태우고 달걀을 깨고 커튼에 커튼을 덧대고

    혀의 온도를 올리고

    모든 화단들이 조용히 동굴을 닫을 텐데


    어머니에게 전화한다

    대개는 체한 탓이니 손톱 밑을 바늘로 따거나

    그냥 울거라

    성급한 체기나 화기에는 눈물이 약이다


    바늘을 들고 맨드라미 곁에 간다

    가을은 떠나고

    오늘 밤 우리는 함께 울 것이다

     

     

     

     

     

     

    2.jpg

     

    안정희, 모르는 일




    눈부신 불빛이 나를 친다, 환하게

    너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뜨거운 숨이 겨울 아스팔트 위에 쏟아진다

    밤을 데우지도 못할 숨이


    타이어가 헐떡이는 숨을 밟고 지나간다, 순식간에

    나도 모르게 너도 모르게


    수많은 불빛이 나를 비켜 간다

    수많은 무심이 나를 밟고 간다


    누가 섬뜩하고 위험한 나의 육체를 좀 치워 줘요

    나는 당신들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있죠


    모르는 일 때문에

    아는 일도 몰라야 할지도 몰라요


    달리는 차와 맑은 눈빛은

    갑자기 멈출 수 없어요


    몰랐던 일로

    우리는 서로에게 나빴을 뿐

     

     

     

     

     

     

    3.jpg

     

    서동균, 환청




    맞은편 숙소 테라스에

    플라스틱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다

    바람 한 점 없는데

    바람이 되려는 의자가 움직인다

    등을 떠미는 반대편 관성

    타일 바닥에 놓인 무게를 밀어낸다

    자는 시간과 깨어 있는 시간의 구분이

    모호해진 한 평의 공간

    퍼붓는 장맛비에 흔적이 끌려간다

    딱딱한 상실을 경험한 자들이

    마주하고 섞인다

    하얗게 혹은 캄캄하게 들리는 비명이

    짙푸르게 깔리고

    이름 잃은 별이 더 높아진다

     

     

     

     

     

     

    4.jpg

     

    손택수, 발레리나




    무대 위에 서 있는 발레리나가 몸을 들어올릴 때

    내가 보는 건 한껏 부풀어오른 엉덩이와 가슴이 아니라

    발끝이다

    점에 가까워진

    지상과의 최소한의 접촉면만을 허락하는 그녀의 발끝은

    역삼각형처럼 콕콕

    가슴을 찌른다

    뚝 멎은 채로 가늘게 떨고 있는 한 점 속에 온몸을 집어넣고

    가뿐히 벌어지는 꽃, 그 한 점을

    내가 찾아가야 할 통점이라고 할까

    극점이라고 할까

    온 세계를 다 집어넣고 폭발하는

    발끝

    무대바닥을 건반처럼

    눌렀다

    뗀다

     

     

     

     

     

     

    5.jpg

     

    이성미, 잠깐 들리는 음악




    방랑자가 꽃씨를 떨어뜨린 날 너는 태어났다고 해

    그는 노래를 찾아 바다로 갔다고 해


    검은 곳에서 더 검은 곳으로

    별이 노란 선분을 그으며 지나갈 때


    네가 별이 떨어진 자리로 달려갔을 때

    칠흑 같은 머리칼을 찰랑거렸을 때


    너는 음악이 되는 몸이 궁금해졌어

    별똥의 별의 마지막 휘파람

    쓸모 있는 별을 줍지 못했지만


    우리는 다정하게 무관심했고

    그래서 더 자랐어


    그도 마지막에 휘파람을 분 것일까

    네가 생각하고 생각하다가

    내부가 도토리묵처럼 되었을 때


    너는 몸통을 두드리면서 말했지

    내 몸에서도 소리가 났으면 좋겠어


    그는 바다로 갔지만

    바다로 갔다가 돌아왔지만. 잠깐 머물렀다가

    노란 선분을 그으며 별똥처럼


    사라져가는 것들로

    너는 음악을 만들고 있어


    아주 잠깐 들리는 음악


    우리가 들을 수 없을지도 몰라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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