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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3388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19
    IP : 14.58.***.13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2/07/05 17:04:28
    http://todayhumor.com/?lovestory_93388 모바일
    [BGM] 너는 잠에서 나오지 않는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안희연, 선고




    너는 잠에서 나오지 않는다


    나는 너의 감긴 눈꺼풀을 열고

    눈보라 치는 설원을 바라본다


    모든 악몽 위에 세워진

    고요의 땅


    그곳으로

    너를 찾으러 간다


    한 방울 그리고 한 방울

    핏방울을 떨어뜨리며


    펄럭이는 심장을 들고

    너를 찾아 한참을 헤맨다


    이토록 추운 잠 속에서

    너는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


    간혹 바람만이 얼굴을 헤집고 돌아갈 뿐

    어디에도 너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점점 희박해지는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끌어안으려다

    목을 조르며 죽어간 두 그루

    나무를 떠올리고


    먼지로 뒤덮인 피아노 덮개를 열듯

    하나하나 용서를 빈다

     

     

     

     

     

     

    2.jpg

     

    최보비, 꿈꾸는 방




    고요는

    호흡하는 법을 잊었어

    검은 공장들도 문을 닫았어

    동력을 잃은 녹슨 기계처럼

    밤새 굳어버린 너의 팔을 베고 누웠어

    여기가

    마법에 걸린 성이었으면 좋겠어

    첨탑 끝에 매달린 달을

    내 반달 손톱에 새기고

    창밖으로 고장 난 시계를 던질 테지

    아무 것도 쥐지 않고

    직각으로 추락하는 것은 경이로워

    겨울에도 꽃 피는 일들을 봉인하고

    되돌아오기 위해 느리게 걷는 사람들과

    내가 있는 사진을 태웠어

    데칼코마니처럼 우리는

    두 개의 얼굴로 하나의 시간을 펼치고 있어

    너는 내가 궁금하지 않으니 다행이다

    바람은 이따금 휘파람 소리를 내고

    매듭은 오래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아

    스케치북에 작은 침대를 그리고

    죽은 듯 잠드는 날에도

    견고하게 빛나는 척 일기를 썼어

    뿌리부터 썩어버린 선인장

    어린 화분에 물을 주면

    가시 돋은 붉은 꽃이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어

     

     

     

     

     

     

    3.jpg

     

    강현욱, 고백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해

    그러니까

    평생 나를 만나 행복해

     

     

     

     

     

     

    4.jpg

     

    박성철, 투명한 사랑




    곁에 있다는 것

    따스함이 되어 주는 것

    말없는 눈빛이 되어 주는 것

    마음의 햇살이 되어 주는 것

    함께 한다는 것

    그 사람이 슬픈 만큼

    내가 슬퍼지는 것


    그 사람이 기쁜 만큼

    내가 기뻐지는 것


    아니

    때로 어쩌면 그 보다 더

     

     

     

     

     

     

    5.jpg

     

    김혜순, 병(病)



    그대가 답장을 보내왔다

    아니다 그대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는데

    나는 답장을 읽는다

    병은 답장이다

    (그대가 이 몸속에 떨어져 한 번 더 살겠다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살아보겠다고

    뜨거운 실핏줄 줄기를 확

    뻗치는구나 견딘다는 게 병드는 거구나)

    내 피부에 이끼가 돋는가 보다

    가려움증이 또 도진다

    내 사지에서 줄기가 뻗치는지

    스멀스멀한다

    온몸 위로 뜨거운 개미들이

    쏘다닌다

    그대가 또 시도 때도 없이

    가지를 확 뻗친다

    내 손가락이, 네게 닿고 싶은 내 손가락이

    한정 없이 한정 없이 늘어난다

    이 손가락 언제 다 접어서 옷소매 속에 감출까?

    몸 속에는

    너무 익어 이제는 터져버리는 일밖에 없을

    홍시들

    울 듯 말 듯

    오늘밤 벌써

    내 얼굴 밖으로 뿌리가 내리기 시작하고

    나는 또 젖은 흙처럼

    이부자리에 확 쏟아져버린다

    보내지도 않은 그대의 답장을 읽는 밤

    나는 또 하룻밤 안에

    사계절을 다 살아버린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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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22/07/07 14:31:30  121.165.***.216  93%충전중  79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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