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이 울음 소리</b></div> <div><br></div> <div>몇 년 전이었는지는 지금은 기억나지 않습니다.</div> <div>하지만 당시에 매우 더워서 선풍기를 켜둔 채로 자던 때였으니</div> <div>여름인 건 분명합니다.</div> <div>열대야라는 거죠. 더우면 정말 잠이 안 와서..</div> <div>창문도 열어두고, 이불 위에 뒹굴뒹굴하며 눈만 감고 있었습니다.</div> <div>문득 그 날 봤던 공포 관련 tv 영상이 머리 속에 지나가면서</div> <div>왜 이런 걸 떠올리는 거야라며 자책하고 있었습니다.</div> <div>한여름 밤하면 뭔가 묘한 분위기가 있잖아요.</div> <div>그래서 그랬는지, 평소보다 더 무서운 겁니다.</div> <div>어쨌건 눈을 감고 자려고 노력했습니다.</div> <div>당연히 의식해서 자려면 더 또렷해지기 마련이지요.</div> <div>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있으려고 노력하면서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자 갑자기, 창 밖에서 아이 울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div> <div>보채면서 우는 건가 생각하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div> <div>그런데 창 밖에 보이는 집 중에 불이 켜져 있는 집이 없었습니다.</div> <div>이상하다 싶어서 생각하다가 깨닫고 말았습니다.</div> <div>아이 소리가 창 밖에서 들리는 게 아니란 걸요.</div> <div>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귓가.. 아니,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란 거 아실까요.</div> <div>아무튼 창 밖이 아니라, 일단 안이었습니다.</div> <div>더 자세히 말하지면 저에게만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div> <div>심령 현상 같은 건 겪은 적 없었는데, 순간적 판단에 이건 위험한 것 같았습니다.</div> <div>왜냐하면 아이 울음 소리가 창 밖에서 들리는 게 아니란 걸 깨닫고부터</div> <div>제 발치에 뭔가 묵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div> <div>어린 아이 정도 되는 무게감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선풍기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div> <div>아아, 이거 정말 위험한데..</div> <div>마치 가위 눌린 것처럼 몸이 꼼짝도 않았고, 천만다행인 건 눈을 꼭 감은 상태였다는 것 뿐입니다.</div> <div>이런 때 사과하면 안 된다고들 하잖아요.</div> <div>그래서 일단 저는 "나무아미타물"하는 말만 반복하며 외었습니다. 마음 속으로요.</div> <div>그러자 아기 무게 정도 되던 것이 점점 제 얼굴 쪽으로 올라오는 겁니다.</div> <div>그때 저는 위를 보며 누워 있었기 때문에 정말 일직선으로 올라왔습니다.</div> <div>얼굴까지 올라오면 어쩌지.. 언제 사라지는 걸까..</div> <div>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정말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거든요.</div> <div>그런 와중에도 줄곧 "나무아미타물"하고 반복해서 외었습니다.</div> <div>그러자 아기 무게가 배 부근에서 딱 멈췄습니다.</div> <div>이제 사라지는 건가 하고 약간 냉정해졌을 때였습니다.</div> <div>쾅쾅! 쾅쾅! 그런 소리가 들릴 정도로 세게 배를 치기 시작했습니다.</div> <div>당연히 이건 아기 힘이 아니었습니다.</div> <div>정말 봐주는 거 하나 없이 수 차례 복부를 가격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div> <div>실제로 때리는 건 아닌데 아프기는 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div> <div>조금 냉정해졌다고 생각한 건 정말 찰나에 지나지 않았고,</div> <div>배를 얻어맏기 시작한 후부터 공포에 질려서 머릿속이 엉망이어서</div> <div>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배는 계속 가격 당하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한참 지나자 아기 울음 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div> <div>배를 때리는 강도에 비례해서 울음 소리도 커졌습니다.</div> <div>정말 어쩌라는 걸까요.</div> <div>난 아무 것도 못 해! 얼른 사라져!</div> <div>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할 뿐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 일이 얼마나 이어졌을까요..</div> <div>필사적으로 이 일이 지나가기만을 기도할 뿐이었습니다.</div> <div>그러자, 제 기도가 닿은 걸까요.</div> <div>아이의 무게와 울음 소리, 복부 가격.. 모든 것이 순간 사라졌습니다.</div> <div><br></div> <div>멍하니 있자니 익숙한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와 창밖에서 벌레 소리가 들려왔습니다.</div> <div>꿈이 아닌가 뺨을 꼬집어 보기도 했습니다.</div> <div><br></div> <div>며칠 후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div> <div>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거든요.</div> <div>그러자 친구가 진지한 표정으로</div> <div>"너희 가족 중에 누군가 유산하거나 낙태한 사람 없어?"라고 하는 겁니다.</div> <div>솔직히 깜짝 놀랐습니다.</div> <div>우리 엄마가 유산했고, 언니가 낙태한 적이 있었거든요.</div> <div>당연히 엄마와 언니 둘 다 많이 슬퍼했습니다.</div> <div>"그걸 어떻게 알았어?"</div> <div>"알고 있던 게 아니라.. 아마 그 태아였을 거야"</div> <div>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 무섭다고 생각한 게 후회되었습니다.</div> <div>아마 이기심으로 인해 태어나지 못 한 아기가 놀러? 온 게 아닐까요.</div> <div>그걸 저는 무섭다고 생각한 거니까요.</div> <div>"아마 태어나지 못 해서 쓸쓸했을 거야"</div> <div>"응.. 그러게"</div> <div>친구의 말에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div> <div>그런데 친구는 말을 이었습니다.</div> <div>"그래서 너한테 자길 낳아달라고 안에 들어가려고 했던 거 아닐까?"</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