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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577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7
    조회수 : 1872
    IP : 178.62.***.160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6/07/26 21:18:46
    http://todayhumor.com/?panic_89577 모바일
    [오컬트학] 가출했을 때
    가출했을 때

    나조차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던 어느 여름 날,
    남동생이랑 싸웠는데, 부모님이 이유도 물어보지 않고
    "네가 형인데 참았어야지"라고 나만 혼내셨다.
    무릎 꿇고 앉아 있는데, 부모님 뒤에 숨어서 메롱하는 남동생이 보였다.

    그날 밤 나는 너무 분해서 한밤중에 몰래 가출했다.
    갈 곳도 없으면서 한밤중의 주택가를 어슬렁 거리다보니
    사람이 없어서 겁도 나서, 우리 집 창고에 숨었다.
    그리고 창고에 있던 너덜너덜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쓰고 분해서 울었다.
    "우리 부모님은 친부모가 아닌가 봐. 나만 미워해"
    숨죽이며 울다가 문득 할아버지, 할머니가 떠올랐다.
    약간 북쪽 방향에, 우리 집에서 차를 타고 편도 2시간 정도 걸리는 산 속에 사셨다.
    놀러가면 그렇게 예뻐해주셨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는 날 미워하지 않으실 거야"
    부모님이 남이라면, 당연히 할아버지 할머니도 타인이겠지만
    어린 나는 거기까지 머리가 돌아가진 않았다.

    그날 밤엔 시골에 사시는 할아버지 댁 강과 산에서 놀던 작년 여름 추억을 떠올리며 잠들었다.

    문득 눈을 뜨고, 먼지투성이 이불을 걷어찼다.
    ?? 처음 보는 곳에 와 있었다.
    날은 밝은 것 같았다. 하늘에 햇살이 비치며 틈사이로 닭 울음소리가 들렸다.
    난 창고에서 자다가 부모님한테 들키는 바람에
    그대로 어딘가에 내다버렸다고 직감적으로 생각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슬픈 마음에 소리를 내며 엉엉 울었다.

    그러자 갑자기 창고 문이 삐걱하더니 열렸다.
    반사적으로 열리는 문을 보니, 시골의 할아버지가 거기 계셨다.
    "이잉?"
    깜짝 놀라 이상한 소리를 내시며 다가오시는 할아버지.
    "할아버지!!"
    나는 할아버지에게 매달리며 또 울었다. 그 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차려보니 할아버지 댁의 툇마루에 이어진 방에 누워있었다.
    툇마루에서 상쾌한 바람이 살랑살랑거려서 멍하게 있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화내시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보니 부모님이 와 있었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손을 싹싹 빌면서 사과하고 있었다.
    날 발견한 부모님이 "미안하다!"하며 울며 날 안길래, 나도 모르게 또 울었다.

    어른들은 억울하게 혼난 내가 혼자서 시골까지 찾아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매달린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우리가 자는 바람에 너 온 것도 모르고 미안하다.
     그런 곳에서 자고 있을 줄이야"
    라며 나한테 사과하셨다.

    그후 "어떻게 여기까지 왔니?"하고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까지 물어보셨지만
    나도 모르는 일이라 "몰라"라고 했더니 그 뒤로는 딱히 묻지 않았다.
    한밤중이라 지하철도 끊겼고, 돈도 없었을 텐데
    하룻밤새 공간이동을 했던 셈.
    지금도 왜 그런지 알 수 없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490110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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