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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558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4
    조회수 : 1692
    IP : 46.101.***.25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6/07/25 21:38:34
    http://todayhumor.com/?panic_89558 모바일
    [오컬트학] 악수
    악수

    아주 친한 친구 몇 명에게만 한 이야기인데, 한 번 써본다.
    친구들은 웃어 넘기더라마는.

    벌써 8년 전 일이다.
    당시에 나는 낮엔 일하고, 밤엔 야간 대학을 다니며 내 나름대로 고학생이었다.
    학교 수업까지 마치 보면 한밤중이었다.
    평소엔 다음 날 일해야 하니 바로 돌아가서 그대로 자는데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내일은 쉬는 날이니 여기저기 자전거 타고 쏘다녔다.
    집에 가는 길에, 엄청 시골이라서 논두렁 같은 길이었는데 이 길이 꽤나 을씨년하다.
    상상해보면 알겠지만, 나무들조차 잠잘 것 같은 새벽 두 시경에 시골 허허벌판에 나 혼자.
    심지어 주변에는 마네킹 머리 부분을 써서 만든 묘하게 리얼한 허수아비가 내 쪽을 보고 있다.
    사실 이때 쯤엔 어느 정도 익숙한 광경이긴 했지만.

    집에 가는 길에 평소엔 보지도 않던 자동판매기가 내 눈에 들어온 건
    왠일로 약간 돈이 있어서였을까.
    딱히 목도 안 말랐으면서..
    시골에 사는 사람은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보는 회사 자동판매기가 아니라
    얇고 긴 사이즈의 음료만 파는 자판기다.
    꽤 아날로그 사이즈에다, 당첨에 걸리면 한 병 더 주는 뽑기권까지 딸려 있다.
    나갈 듯 말듯 깜빡거리는 전등이 내는 지지지직하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시골에선 밤이 되면 지나가는 차도 없어서 매우 조용하다.
    그런 고요함 속에 동전 들어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돈을 넣고, 버튼을 누르니 뽑기 램프가 삐비빅 소리를 냈다.
    조용하던 주변에 그런 싸구려 전자음이 참 안 어울렸다.
    당첨된다해도 두 캔이나 마실 생각은 안 드는데.. 라며 쓴 웃음을 지으며 꺼내려 했지만
    꺼져가는 자판기 불빛 외엔 보이는 게 없어서, 꺼내는 곳은 너무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주스가 어딨지?하며 손으로 더듬더듬 찾아보았는데,
    잡혔다. 손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는데, 꺼내는 곳 안에서 누가 내 손을 잡았어. 악수하듯이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었다. 분명 사람 손이었다.
    게다가 점점 힘이 들어가는 거야. 아플 정도로.
    엄청 세게 잡혀 있었는데 손은 쑥 빠졌고,
    거의 혼이 나간 상태로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정신이 나가서 제대로 기억나는 건 아닌데
    그 손 감촉과 등 뒤로 들려온 삐삐삐비빅하는 소리는 선명히 기억난다.
    그러고보니 보통 뽑기권 버튼은 5초 정도만 울리고 멈추는데
    그때는 왠지 삐삐삐삐빅하고 계속 울렸었다..

    혼자 사는 집에 가는 것도 무서워서 친구 집에 쳐들어갔다.
    그리고 정말 그러기 잘했다.
    혼자 있었으면 아마 미쳤을 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손이 원래대로 돌아오질 않는 거다.
    악수하는 형태 그대로 굳어 있었다.
    친구도 예삿일이 아니라 생각했는지 동 틀 때까지 둘이서 염불을 외웠더니
    해가 뜰 무렵 갑자기 해방된 듯 손이 풀렸다.

    그리고 나는 그 무엇이라 하더라도 어딘가 꺼내는 곳에 손을 넣지 않는다.
    자판기는 당연하고 우편함 같은 것도.
    또 악수 당할 것만 같잖아...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59961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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