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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514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2
    조회수 : 1791
    IP : 46.101.***.227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6/07/23 21:12:00
    http://todayhumor.com/?panic_89514 모바일
    [오컬트학] 옥상 공포증
    옥상 공포증

    고소공포증이 아니라, 옥상 공포증이라는 게 있을까?
    내가 약 10년 이상 그런 공포증이 좀체 낫질 않는다.
    딱 고등학생 때 어떤 일을 하나 겪었는데, 그 트라우마를 가진 어른이 된 셈인데.
    이런 곳에 내 체험을 써보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써본다.

    아 괜히 쓸데 없는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제가 체험한 이야기를 읽으시고
    정말 무서운 곳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때,
    자연스럽게 부활동도 안 하고 학원도 안 다니던 친구들 넷이 모이게 되었는데
    매일 매일 하는 일 없이 빈둥거렸습니다.
    다들 돈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는 놈들이라 가진 거라곤 젊음 뿐이었고
    그렇다고 헌팅이나 음주, 흡연 이런 걸 할 체질은 아니었습니다.
    뭐, 짝사랑하던 여자애가 있는 애도 있었는데,
    그렇다고 고백할 용기도 없어서 그냥 뜬소문이나 망상을 하곤 했습니다.
    "우리들 끈기라곤 요만큼도 없는 듯"
    다들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타나카(가명)가 담력 시험하지 않겠냐고 갑자기 말했습니다.
    장소는 ○○맨션이었는데, 매년 투신 자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교외에 있는 신흥 주택지 변두리의 11층 짜리 건물이었습니다.
    산의 언덕을 조성한 곳에 있었고, 지은지 15년 이상 지난 건물인데다
    주변에는 밭이나 잡목림이 가득했고
    편의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것도 없는 고즈넉한 곳이었습니다.

    저녁 8시 쯤 도착해서 넷이서 건물을 올려다봤더니
    반 정도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일단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윗층으로 갔더니
    좌우로 다섯 가구 정도 살 수 있게 되어 있었고,
    개방형 복도에 줄지어 집이 있는지라, 한 층이 전부 보이는 구조였습니다.
    조명도 있어서 무섭다는 느낌은 전혀 안 들었습니다.
    "옥상"
    우리 셋이 약간 실망하자, 타나카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자살한 사람이 있으니까 당연히 잠겨있겠지"
    문 손잡이를 돌리며 이토(가명)가 투덜거렸습니다.
    이제 그만 가자며 다들 문을 등지던 순간, 계단 불이 팍 꺼졌습니다.

    이건 다들 쫄았지요.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내려와서 흥분하며 꺼들어댔습니다.
    타나카만 쉿하며 입술에 손가락을 대면서 우리를 진정시켰습니다.

    결국 그 날 밤은 그럭저럭 재밌었다며 다들 각자 집으로 갔는데
    그러고 이틀 뒤가 문제였습니다.
    평소대로 모여서 놀다가 야마다(가명)가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겁니다.
    "이번에 또 가보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그러니까 그 조명이 갑자기 꺼진 건 뭔가 사인이라는 겁니다.
    그건 찾아온 우리 넷에게 인사한 거였다며 말하는데
    저는 저도 모르게 반박했습니다.
    그건 인사가 아니라 경고였다고요.

    이토는 우연이라고 했고, 타나카는 확인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다음 날 다시 그 맨션에 가기로 했습니다.

    계단은 어두컴컴했는데 각자 손전등을 가지고 가서 괜찮았습니다.
    지난 번처럼 이토가 문에 손을 댔습니다.
    "열려 있는데?"
    다들 아무 말 없이 계단을 뛰어내려갔습니다.
    "위험하니까 관두자"
    제가 그렇게 말했는데 야마다가 절 도발했습니다.
    "쫄았냐? 그게 무슨 담력 시험이야?"

    "그치만 저 문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이토가 그렇게 말하자 타나카도 동의했습니다.
    일단 가위바위보로 문 열 사람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옥상 펜스 같은 것도 괜찮으니까 제일 먼저 말한 사람이 잠그는 거야"
    타나카는 저에게 작은 자물쇠를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가는 사람이 자물쇠를 풀고 가지고 오고.
     그 다음은 또 풀고, 마지막 사람이 가지고 오기"

    밖으로 열리는 문을 천천히 여는데
    순간적으로 문 너머에서 누군가가 손잡이를 당기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습니다.
    이토가 문을 손으로 눌러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문 너머에는 달빛 때문인지 생각보다 밝았고, 훤히 둘러보이는 겁니다.
    수조 탱크와 공동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었고, 주변에는 펜스로 울책을 쳐놓았습니다.
    "어디에 걸어서 잠궈야 해?"
    타나카에게 물었더니 아무데나 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제일 가까운 곳을 선택해서 걸어갔습니다.
    입구에서 10미터 정도 떨어진 펜스에 자물쇠를 잠그고
    날 보고 있는 친구들에게 손전등 불빛을 비췄습니다.
    약간 무섭긴 했지만 다음에 할 야마다를 견제해야하나 갈등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자살한 사람이 뛰어내린 장소에 오래 있는 건 꺼름칙했지만요.

    그리고 재빨리 벗어나려던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목과 양쪽 어깨가 무거워진 것 같았습니다.
    앗 하고 생각한 순간 발을 잡혀서 쓰러지듯 힘이 빠졌습니다.

    타나카와 이토가 소리치며 제 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이는 순간
    제 등이 펜스 쪽에 붙어버렸습니다.

    목과 양쪽 어깨, 그리고 두 팔을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고
    마치 끌려가듯 내 몸이 하늘에 떠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제 양쪽 다리에 타나카와 이토가 들러붙는 모습은 마치 꿈에서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야, 장난 치지 마"
    이토가 계속 소리치며 나타카는 불경을 외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달려온 야마다가 저에게 들러붙으며 넷이 싸움하듯 굴렀습니다.

    제 몸이 움직인 순간 저는 제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 같이 넘어지면서 도망쳤습니다.

    모두 약간 진정하며 냉정해진 건 날이 밝을 때쯤이었습니다.
    심야 영업을 하는 식당에서 이토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네 어깨에서 위쪽에 검은 연기 같은 게 덮기 시작하는 거야"
    타나카는 다른 걸 봤다고 합니다.
    흰 연기 같은 게 바람에 나부끼듯 날아오더니 제 주변을 빙글빙글 소용돌이 쳤다고 합니다.

    "나는 정확하진 않은데 사람이 보였어. 두 남자랑 한 여자"
    야마다가 꺼질 듯한 소리로 말했습니다.
    "여자가 날 노려봤어"

    저는 아무 것도 못 봤습니다.
    그저 옥상으로 올라가는 문은 다신 보고 싶지 않습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409512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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