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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515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2
    조회수 : 1478
    IP : 46.101.***.227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6/07/23 21:12:59
    http://todayhumor.com/?panic_89515 모바일
    [오컬트학] 방에 있다
    방에 있다

    일주일 전부터 내 방에 있다.
    어디 쓰기라도 해야지, 안 그러면 미칠 것 같다.
    길이는 170cm보다 조금 길다. 나와 비슷하려나.
    몸무게는 나보다 훨 가벼운 것 같다. 말랐다.
    머리카락은 긴 편이다. 엉망진창으로 기른 것 같은 느낌이다.
    나이는.. 23정도인가? 잘 모르겠다.
    광어 같은 얼굴에 눈이 작고, 사이가 넓다. 그리고 입술이 얇다.
    긴팔 폴로셔츠 안에 티셔츠, 청바지, 양말차림이다.
    나도 패션 센스는 꽝이지만, 내 눈에도 썩 잘 입은 것 같진 않다.
    옷 색은 잘 모르겠다.
    얼굴, 몸, 옷 모두 뭔가 파란 느낌이라 농도만 알 수 있는 정도다.
    흑백 같은 느낌이랄까.
    아마 티셔츠는 검은 색 아니면 빨간 색에, 폴로셔츠는 옅은 갈색인 것 같다.
    청바지는 파란 색일테고, 양말은 검은 색으로 추측된다.
    빛이 비치면 거의 안 보이지만, 커튼을 닫고 불을 켜면 또렷하게 보인다.
    어두컴컴해지면 아예 안 보인다.
    손전등을 비추면 그 부분만 옅어지는 느낌이다.

    빛 차단 커튼이라서 내 방은 낮에도 커튼을 닫으면 꽤 어두운데
    밤에 농도가 더 선명히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투명하게 살짝 비쳐보인다. 약간의 가림막이 되긴 해도 몸 너머가 보인다.
    성별은 남자다. 확인할 순 없지만 외견 상 일반적인 남성으로 보인다.
    아마도 일본인이다. 재일 한국인일 수도 있지만, 딱히 그런 특징 같은 건 안 보인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봤지만 찍히지 않았다.
    아니, 거울에도 안 비치고 꺼져 있는 TV 브라운관에 반사되어 보이지도 않는다.
    캠코더로 찍어봐도 안 찍힌다.
    스승 시리즈 만화에서 봤는데, 안경을 벗고 봐도 똑같다.
    말은 못 한다.
    기본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항상 앉아 있는 의자와 코타츠를 사이에 두고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만 나타난다.
    가부좌를 하고 있거나, 구부정하게 서 있거나 둘 중 하나다.
    그리고 만질 수 없다.
    직접 만져보려고 한 건 아니고, 코타츠로 밀어보려고 했더니 그냥 슥 지나쳤다.
    물건을 집어 던져봐도 청소기로 밀어봐도 별로 부딪힌다는 느낌이 없었다.
    지금도 있다. 뭔가 굉장히 우울해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모처럼 쉬는 날이라 게임 센터에 가기로 했다.

    게임 센터를 갔다 왔지만 여전히 있다. 앉아 있다.
    내일 이사를 통보하려고 한다.
    딱히 해를 입히는 건 아니지만 기분 나쁘다.
    친구한테라도 보여주고 싶은데, 지금 사는 곳 근처에 사는 친구가 없다.
    게다가 나쁜 존재면 친구한테 해악을 끼치는 거니까 좋지 않기도 하고.
    지난 주 목요일에 내가 질색팔색하는 상사를 데리고 와서
    상사한테 들러붙길 바랐지만, 효과가 없었다.
    심지어 상사한테는 안 보인다고 했다.
    그 놈이 있는 곳에 상사를 앉게 했는데, 겹쳐 보이는 게 토나올 것 같았다.
    따분한 이야기를 끝없이 늘어놓는 상사.
    얼굴과 몸이 그 놈이랑 계속 겹쳐 보였다.
    마치 그 놈이랑 이야기 나누는 것 같아서 더 싫었다.
    심지어 상사를 따라가지도 않았고.
    귀신이라기보다 환각이라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난 저 놈이 누군지 모른다. 대체 누구지.

    그 놈이 있으면 기분은 나쁘지만 딱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일단 신체 건강하고, 피곤하면 잠도 잘 잔다.
    하지만 내내 저 놈 생각이 떠올라서 피곤하다.
    누구에게 상담도 할 수 없다.
    남에게 말했다가 정신 나간 놈 취급 받기도 싫다.
    나 말고는 못 보는 셈이니 환각이라고 여겨질 게 뻔하다.
    환각을 보는 건 정신이 나가서 그런 거라고 생각할 테지.
    나이도 먹었는데 그런 취급 받는 건 질색이다.
    내일도 쉬는 날이지만 모레부터는 일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바쁘다.
    이런 비현실적인 현상에 기운을 소모할 여력이 없는데.

    어찌되건 상관없지만 만약 이 놈이 귀신이라면,
    심령 현상이란 건 거의 자기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
    그걸 정신이 이상한 것과 어떻게 구분지어야 할까.

    아까 게임 센터에서 삼국지 대전을 하다가 7천엔이나 썼다.
    이걸 저주라고 하긴 뭣 하다고 생각하니 난 정상인 것 같긴 한데.
    혹시 이거 해결 방법 아는 사람 없어?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411374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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