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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461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0
    조회수 : 1479
    IP : 178.62.***.7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6/07/21 21:31:12
    http://todayhumor.com/?panic_89461 모바일
    [오컬트학] 초이렛날 밤에 생긴 일
    초이렛날 밤에 생긴 일

    지금으로부터 2년 정도 전 Y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Y는 할아버지가 바람 불면 날아갈까 금이야 옥이야 아껴주시던 애라
    장례식 때 나이도 잊고서 눈물콧물 흘리며 엉엉 울었다.
    이 일은 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초이렛날이 되던 때 일이다.

    그날은 Y 네 지역에 광풍 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었는데도
    학교에서 집에 갈 버스비가 없어서, Y는 어쩔 수 없이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도중에 몇 번이나 날아갈 뻔 하는 바람에 생사를 넘나들며
    겨우 저녁 7시 반 쯤 집에 도착해서,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들고 현관 문을 열었다.

    그러자 마치 Y가 돌아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현관 앞에 있는 Y의 방문이 열렸다.
    방 안에 불도 켜져 있고, 텔레비전도 켜져 있는데다가 히터까지 켜져 있었다.
    엄마가 바람 많이 분다고 내 방을 미리 데워주셨구나
    하고 Y는 기쁜 마음에 밝은 목소리로 다녀왔습니다- 인사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다녀왔니'하고 인사에 답해주는데,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조금 전에 벗은 구두를 돌아보니
    현관에는 지금 자기가 벗은 구두만 어지럽혀져 있고,
    엄마와 아빠, 누나 구두도 없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자기 빼고 가족들이 모두 할아버지 제 때문에 늦게 돌아오시는 날이었다.
    문득 Y의 머리 속에 영화 같은 데서 봤던
    어두운 방에 서 있는 긴 머리카락 여자 귀신이 있는 광경이 떠올랐다.

    설마 아니겠지 생각했지만, 귀신이 아니면 도둑일 가능성도 있었다.
    Y는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며 방문까지 가서 안을 살짝 들여다봤다.
    방 안에 며칠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등지고 앉아 계셨다.

    할아버지라는 걸 알게 된 순간, 무서움이 싹 달아났다.
    예전부터 공포 영화도 누가 옆에 없으면 보지도 않을 정도로 겁이 많았지만
    진짜 귀신이라고 할지라도 그게 할아버지 귀신이라면 괜찮았다.
    Y는 그리운 마음과, 돌아가셨는데도 자기를 만나러 와주셨다는 기쁜 마음이 동시에 들어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할아버지는 생전의 버릇이시던 기침을 두 세 번 하시고,
    어색하게 머리털이 없는 머리를 쓸었다.

    "할아버지"

    Y가 부르자 할아버지는 일어서더니 뒤돌아보셨다.
    기분탓인지 돌아보시는 할아버지의 실루벳이 어딘가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뒤돌아보신 할아버지 얼굴은 잉크를 뒤집어쓴 듯 새빨갰다.

    "어... Y, 우리 Y냐"

    할아버지가 자기 이름을 불렀다.
    익숙하고도 그리운 할아버지 목소리.
    그런데 어딘가 억양이 이상했다.

    너무 평탄했다.
    생전에 할아버지는 사투리가 심하셨는데
    지금 말하는 소리는 마치 컴퓨터가 만들어낸 목소리 같았다.
    할아버지가 불쑥 이쪽으로 한 걸음씩 다가오셨다.

    "할아버지, 왜 그래요?"

    너무 이상하니 할아버지에게 말을 걸자, 할아버지는 아까와 똑같이 기침하고 머리를 긁었다.
    "할아버지, 우리 집에 돌아오신 거에요?"

    Y가 그렇게 여쭤보자, 할아버지는 잠시 생각하듯 눈알이 위로 향하더니
    "어... Y, 우리 Y냐"

    아까와 똑같은 말을 아까와 똑같은 발음과 억양으로 반복했다.
    그때 Y는 조금 무섭다고 느꼈다.
    이건 할아버지가 아니지 않을까.
    할아버지는 다시 천장 쪽을 바라봤다.
    손가락 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검붉은 액체가 방에 깔린 카페트 위에서 고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상한 곳에서 팔꿈치가 굽어 있었다. 아니, 팔뚝이 무지 길었다.
    할아버지는 이렇지 않았다.
    할아버지 흉내를 내는 이상한 존재인 걸까.
    Y는 조금씩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걸 깨달았는지 할아버지 흉내를 내던 그것은 목을 길게 빼고 Y를 쳐다봤다.

    앗, 들켰다.
    그런 생각을 한 순간, 눈 앞에 그것의 얼굴이 있었다.
    어깨에서 윗부분이 쭈욱 늘어나 있었다. 마치 고무 같았다.
    눈 앞에서 입으로 검붉은 거품을 내뿜더니

    "어... Y, 우리 Y냐"

    Y는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Y는 근처에 있는 서점으로 달려갔다.
    집에 혼자 있기 무서웠다.

    9시가 지나서 가족들이 돌아올 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Y는 가족에게 말해봤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결국 그 날 밤, 그 빨간 할아버지가 나온 방에서 자게 되었다.

    Y는 도무지 진정되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으면, 눈을 뜬 순간 그 빨간 얼굴이 눈 앞에 있는 것만 같아서 좀체 잠이 오지 않았다.
    조금 지나자, 공포와 긴장도 잠에 졌는지 결국 잠들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뭔가 얼굴이 간지러웠다.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니 얼굴에 검붉은 물 같은 게 잔뜩 묻어 있었다.
    그날부터 Y는 자기 방에서 자지 못 했다.
    다음에 만나면 도무지 도망치지 못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24846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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