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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602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5
    조회수 : 1844
    IP : 46.101.***.25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6/07/27 21:27:01
    http://todayhumor.com/?panic_89602 모바일
    [오컬트학] 공포스러운 생일
    공포스러운 생일

    남동생이 열 살 되던 생일.
    나는 2개월 전에 12살이 된 참이었다.
    가족끼리 조그마한 파티를 열었다.
    아빠 엄마 나 동생 이렇게 넷이서 테이블에 놓인
    평소보다 훨씬 호화로운 식사를 했다.

    테이블 중앙에는 케이크.
    동생은 단 걸 좋아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그걸 먹고 싶어했다.

    10개 꽂은 초에 불이 붙었다.
    전기불 끌께라며 엄마가 일어서더니, 형광등 끈을 당겼다.
    도넛 형태의 형광등이 처음엔 두 개 켜져 있었다.
    한 번 잡아 당기니 그 중 하나가 꺼졌다.
    다시 한 번 잡아당기니 두 번째 형광등이 꺼졌고,
    대신 오렌지 빛을 발하는 작은 전구가 켜졌다.
    촛불에 비춰진 테이블, 그리고 가족들 얼굴이 두둥실 밝혀졌다.

    다시 한 번 끈을 당겨서 방이 어두워졌을 때
    성격 급한 동생이 입김을 가득 담아 불어서 촛불을 다 꺼버렸다.
    엄마가 마지막 끈을 당긴 건 촛불이 꺼진 것과 동시였다.

    딸깍. 하고 소리가 나더니 불이 꺼지고, 동시에 동생이 촛불을 꺼서 방 안이 어두워졌다.
    커튼 틈 사이로 스며든 희미한 가로등 불이 매우 멀게 느껴졌다.
    어두워진 후에 촛불을 끄는 게 당연하다 생각한 우리 가족은
    순간 멍해졌다.

    동생은 동생대로 촛불을 끄려고 한 것 뿐인데 온 방이 어두워진 탓에 조용했다.
    이때 엄마가 바로 끈을 다시 당겨서 불을 켰으면 좋았을 걸.
    깜짝 놀라는 바람에 엄마가 끈을 놓치고 말았다.

    엄마가 손을 더듬거리며 끈을 찾는 기척이 느껴졌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떠들고 있었다.

    "부드러운 오르막길. 평탄한 길. 급경사. 동그란 벽.
     도중에 반이 열린 문, 올라가보면 그 위는 한들한들 들판"
    "들판을 지나면 동그란 절벽. 중간에 반만 열린 창문.
     내려가면 언덕, 평찬한 길, 부드러운 오르막길"
    손바닥으로 매만지는 느낌이 났다. 두 팔을 올라가 어깨에서 목으로 타고 가더니
    목에서 내 얼굴 옆을 올라타더니 중간에 귀를 만지더니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이번에는 반대편을 거꾸로 내려갔다.

    "내려왔다. 차갑고도 딱딱한 길"
    테이블 위를 손바닥이 기어가는 소리.
    "오르막길. 아까보다 더 부드럽구나"
    옆에 있는 동생 몸이 굳는 게 느껴졌다.

    "언덕을 오르면 평탄한 길. 아까보다 짧네. 급경사.
     동그란 벽. 중간에는 반쯤 열린 문에, 어머나 열쇠 구멍이 있네"
    "으아아아아!" 동생이 비명을 질렀다. 의자가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나오키나오키나오키 뭐하는 거니?" 엄마가 소리쳤다.
    "왜 그러니, 나오키"하고 아빠가 소리쳤다.
    엄마가 드디어 끈을 잡았다.
    하지만 당황했는지 끈을 계속 잡아당겼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 해서.
    불, 약한 불, 어스름한 어둠, 암흑. 딸깍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눈 앞의 풍경의 색이 바뀌었다.

    쭉 보고 있던 시선이지만, 드문 드문 끊겨 보였다.
    그렇게 뜨문 뜨문 끊겨 보이는 시선 속에,
    딸각딸깍하고 동생이 테이블에서 점점 멀어졌다.
    딸깍 5cm    딸깍 10cm    딸깍 15cm    딸깍 어둠

    동생 귀에서 피를 흘리며 옆으로 쓰러져 웅크리고 있었다.
    딸깍 20cm   딸깍 25cm    딸깍 30cm    딸깍 어둠
    딸깍 딸깍 딸깍딸깍딸깍딸깍
    동생은 방문 옆까지 도달했다.
    엄마가 다시 끈을 당겼다.
    딸깍 어둠

    마지막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뿌직하는 소리가 났다.
    어둠만을 남긴 채 형광등 끈이 끊어졌다.
    엄마가 손을 거뒀다. 그리고 그 몸이 어둠 속에서 휘청이더니 테이블 위로 쓰러졌다.
    그릇들이 깨지는 소리 속에서
    "무서워 무서워어"하는 동생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나는 오랫동안 가만히 있었다.
    엄마는 기절한 것 같았다.
    혼자 자리를 벗어난 아빠가, 손을 더듬에 손전등을 찾아 방을 비췄다.
    문을 비추더니 열었다. 복도는 어두컴컴했다.
    "복도 불은 항상 켜두는데.."라고 말하더니 방 밖으로 나갔다.

    어둠 속에 움직이는 기척이 들리더니 손전등 빛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아, 스위치 찾았다"
    딸깍하고 소리가 나더니 복도 불이 켜졌다.
    벽에 가려져서 반 밖에 보이지 않던 아빠가 내 쪽을 쳐다봤다.
    나도 그쪽을 봤다.
    손목까지만 있는 손바닥이 손가락을 날 가리키며 아빠 오른쪽 귀를 덮고 있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53479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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