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공포스러운 생일</b></div> <div><br></div> <div>남동생이 열 살 되던 생일.</div> <div>나는 2개월 전에 12살이 된 참이었다.</div> <div>가족끼리 조그마한 파티를 열었다.</div> <div>아빠 엄마 나 동생 이렇게 넷이서 테이블에 놓인</div> <div>평소보다 훨씬 호화로운 식사를 했다.</div> <div><br></div> <div>테이블 중앙에는 케이크.</div> <div>동생은 단 걸 좋아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그걸 먹고 싶어했다.</div> <div><br></div> <div>10개 꽂은 초에 불이 붙었다.</div> <div>전기불 끌께라며 엄마가 일어서더니, 형광등 끈을 당겼다.</div> <div>도넛 형태의 형광등이 처음엔 두 개 켜져 있었다.</div> <div>한 번 잡아 당기니 그 중 하나가 꺼졌다.</div> <div>다시 한 번 잡아당기니 두 번째 형광등이 꺼졌고,</div> <div>대신 오렌지 빛을 발하는 작은 전구가 켜졌다.</div> <div>촛불에 비춰진 테이블, 그리고 가족들 얼굴이 두둥실 밝혀졌다.</div> <div><br></div> <div>다시 한 번 끈을 당겨서 방이 어두워졌을 때</div> <div>성격 급한 동생이 입김을 가득 담아 불어서 촛불을 다 꺼버렸다.</div> <div>엄마가 마지막 끈을 당긴 건 촛불이 꺼진 것과 동시였다.</div> <div><br></div> <div>딸깍. 하고 소리가 나더니 불이 꺼지고, 동시에 동생이 촛불을 꺼서 방 안이 어두워졌다.</div> <div>커튼 틈 사이로 스며든 희미한 가로등 불이 매우 멀게 느껴졌다.</div> <div>어두워진 후에 촛불을 끄는 게 당연하다 생각한 우리 가족은</div> <div>순간 멍해졌다.</div> <div><br></div> <div>동생은 동생대로 촛불을 끄려고 한 것 뿐인데 온 방이 어두워진 탓에 조용했다.</div> <div>이때 엄마가 바로 끈을 다시 당겨서 불을 켰으면 좋았을 걸.</div> <div>깜짝 놀라는 바람에 엄마가 끈을 놓치고 말았다.</div> <div><br></div> <div>엄마가 손을 더듬거리며 끈을 찾는 기척이 느껴졌다.</div> <div>아무도 말이 없었다.</div> <div>하지만 무언가가 떠들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부드러운 오르막길. 평탄한 길. 급경사. 동그란 벽.</div> <div> 도중에 반이 열린 문, 올라가보면 그 위는 한들한들 들판"</div> <div>"들판을 지나면 동그란 절벽. 중간에 반만 열린 창문.</div> <div> 내려가면 언덕, 평찬한 길, 부드러운 오르막길"</div> <div>손바닥으로 매만지는 느낌이 났다. 두 팔을 올라가 어깨에서 목으로 타고 가더니</div> <div>목에서 내 얼굴 옆을 올라타더니 중간에 귀를 만지더니 머리카락을 매만졌다.</div> <div>이번에는 반대편을 거꾸로 내려갔다.</div> <div><br></div> <div>"내려왔다. 차갑고도 딱딱한 길"</div> <div>테이블 위를 손바닥이 기어가는 소리.</div> <div>"오르막길. 아까보다 더 부드럽구나"</div> <div>옆에 있는 동생 몸이 굳는 게 느껴졌다.</div> <div><br></div> <div>"언덕을 오르면 평탄한 길. 아까보다 짧네. 급경사.</div> <div> 동그란 벽. 중간에는 반쯤 열린 문에, 어머나 열쇠 구멍이 있네"</div> <div>"으아아아아!" 동생이 비명을 질렀다. 의자가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div> <div><br></div> <div>"나오키나오키나오키 뭐하는 거니?" 엄마가 소리쳤다.</div> <div>"왜 그러니, 나오키"하고 아빠가 소리쳤다.</div> <div>엄마가 드디어 끈을 잡았다.</div> <div>하지만 당황했는지 끈을 계속 잡아당겼다.</div> <div>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 해서.</div> <div>불, 약한 불, 어스름한 어둠, 암흑. 딸깍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눈 앞의 풍경의 색이 바뀌었다.</div> <div><br></div> <div>쭉 보고 있던 시선이지만, 드문 드문 끊겨 보였다.</div> <div>그렇게 뜨문 뜨문 끊겨 보이는 시선 속에,</div> <div>딸각딸깍하고 동생이 테이블에서 점점 멀어졌다.</div> <div>딸깍 5cm    딸깍 10cm    딸깍 15cm    딸깍 어둠</div> <div><br></div> <div>동생 귀에서 피를 흘리며 옆으로 쓰러져 웅크리고 있었다.</div> <div>딸깍 20cm   딸깍 25cm    딸깍 30cm    딸깍 어둠</div> <div>딸깍 딸깍 딸깍딸깍딸깍딸깍</div> <div>동생은 방문 옆까지 도달했다.</div> <div>엄마가 다시 끈을 당겼다.</div> <div>딸깍 어둠</div> <div><br></div> <div>마지막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뿌직하는 소리가 났다.</div> <div>어둠만을 남긴 채 형광등 끈이 끊어졌다.</div> <div>엄마가 손을 거뒀다. 그리고 그 몸이 어둠 속에서 휘청이더니 테이블 위로 쓰러졌다.</div> <div>그릇들이 깨지는 소리 속에서</div> <div>"무서워 무서워어"하는 동생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div> <div><br></div> <div>나는 오랫동안 가만히 있었다.</div> <div>엄마는 기절한 것 같았다.</div> <div>혼자 자리를 벗어난 아빠가, 손을 더듬에 손전등을 찾아 방을 비췄다.</div> <div>문을 비추더니 열었다. 복도는 어두컴컴했다.</div> <div>"복도 불은 항상 켜두는데.."라고 말하더니 방 밖으로 나갔다.</div> <div><br></div> <div>어둠 속에 움직이는 기척이 들리더니 손전등 빛이 이리저리 움직였다.</div> <div>"아, 스위치 찾았다"</div> <div>딸깍하고 소리가 나더니 복도 불이 켜졌다.</div> <div>벽에 가려져서 반 밖에 보이지 않던 아빠가 내 쪽을 쳐다봤다.</div> <div>나도 그쪽을 봤다.</div> <div>손목까지만 있는 손바닥이 손가락을 날 가리키며 아빠 오른쪽 귀를 덮고 있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