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한 사람 더</b></div> <div><br></div> <div>터줏대감이라는 말을 요즘 거의 안 쓰는 것 같은데, 내 어린 시절엔 흔히 쓰였습니다.</div> <div>그 땅의 옛말이라던가, 젊은 분들은 거의 듣지 못 했을 "러일 전쟁 종군"이야기도 들려주곤 했습니다.</div> <div>당시 90살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div> <div>치매에 걸리시는 일도 없이, 정정하셔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div> <div>지금 쓸 이야기도 그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div> <div>일단 계속 터줏대감이라고 쓰긴 그러니까 S씨라고 쓰겠습니다.</div> <div><br></div> <div>타이쇼 시절 이야기입니다.</div> <div>어느 날, S 씨 집 옆에 흐르는 갯가에서 익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div> <div>젊은 남자였는데 인근 지역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div> <div>아마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div> <div>자살인지 사고인지, 아니면 타살인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div> <div>신원을 밝힐 만한 것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단 ○○ 절로 옮겨서</div> <div>불경이라도 외워주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div> <div>S 씨가 그 절까지 옮기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평차라고, 두세 사람이 끌어야 하는 큰 짐차가 있는데,</div> <div>그 비슷한 것에 시체를 싣고 절까지 옮겼습니다.</div> <div>짚 같은 걸로 시체를 덮고, 끈으로 고정시켜서 절로 갔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던 중에 데굴데굴하는 바퀴 소리 외에도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겁니다.</div> <div>S 씨는 옷을 문지르며 "이런 느낌의 소리가 계속 따라오듯 나는 겨"라고 하셨습니다.</div> <div>그래서 뭔가하고 뒤돌아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div> <div>시체가 움직이면서 나는 소리인가 싶어서 확인해봤지만,</div> <div>고정한 끈은 단단해서, 풀리지도 않았습니다.</div> <div>고개를 갸웃하며 계속 짐차를 끄는데 또 그 소리가 따라오며 났습니다.</div> <div>슥슥슥슥.. S 씨가 멈춰서면 소리도 그치고, 다시 움직이면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점점 기분이 나빴지만, 어쨌든 ○○절에 도착했고,</div> <div>주지 스님에게 말씀드린 후 시체를 옮기려고 짚을 거뒀더니 주지 스님이 말씀하셨습니다.</div> <div>"다른 한 사람은 어쨌소?"</div> <div><br></div> <div>다른 한 사람?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 해서 재차 질문했더니</div> <div>주지 스님이 "이거 동반자살인데. 여자는 어딨어?"라고 하시는 겁니다.</div> <div>S 씨가 "아니요, 이 사람 뿐이었는데요"라고 했더니 주지 스님 말씀이</div> <div>"S 씨, 자네 짐차 뒤에서 여자가 따라오는 걸 몰랐는가?"</div> <div>주지 스님에게 보였던 겁니다.</div> <div>여자가 한 명 줄곧 따라오던 게요.</div> <div>"지금도 저기 서 있어. 이 남자 옆에 말이야.</div> <div> 여자 쪽도 찾아오게. 둘 다 모여야 성불할 게야"</div> <div>이 말을 듣고 S 씨는 서둘러 강쪽으로 달려갔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강의 약간 상류 쪽에서 여자 익사체를 발견했습니다.</div> <div>같이 강에 뛰어들고 나서 서로 묶은 끈이 끊어졌는지</div> <div>시체가 떨어지게 된 것 같았습니다.</div> <div><br></div> <div>S 씨가 이렇게 말했습니다.</div> <div>"그 슥슥하던 소리는 여자 기모노가 걸을 때 나오는 소리였나봐"</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