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마츄어의 등산</b></div> <div><br></div> <div>지금부터 4, 5년 전쯤 나는 시즈오카에 있는 타카독쿄라는 산을 등산하려고 했다.</div> <div>당시에 등산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라</div> <div>고도 1000m 이하인 산에만 등산하던 때였다.</div> <div>슬슬 레벨을 올리려는 속셈이었는데</div> <div>타카독쿄라는 산은 그때까지 등산한 산보다 한단계 험준하다기에 골랐다.</div> <div>눈동냥으로 등산을 배워서 하던 지라,</div> <div>장비로는 식료품에 복장도 초심자용의 털 달린 옷 밖에 없었지만</div> <div>길만 제대로 잘 보고 가면 길 잃을 일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div> <div>이때 아마 후쿠오카의 키요미즈였나.. 그 산 안에서 올라가는 코스를 골랐다.</div> <div>인근에 아오자사야마라는 산이 있었는데,</div> <div>그 산은 등산해본 적이 있으니 거기로 향하는 코스를 갈까도 생각했지만</div> <div>체력적인 면과 오전 11시부터 등산한다는 시간적인 면을 따졌을 때 타이트할 것 같아서 생각을 접었다.</div> <div>기본적으로 당일치기를 하는 사람은 아침 일찍부터 등산을 시작하고</div> <div>밥을 먹은 후 정오 쯤에는 내려오는 사람이 많다.</div> <div>내가 산을 내려올 때는 보통 오후 3시가 지난 시각이라, 그때쯤엔 산에 사람이 없다.</div> <div><br></div> <div>이날은 오전 10시 조금 지나서 출발했다.</div> <div>한참 강을 따라 정비된 길을 걷다보니,</div> <div>표지판도 점차 없어지는 바람에 알아보긴 힘들었지만</div> <div>흔적을 찾으며 겨우 겨우 등산을 계속 했다.</div> <div>이윽고 이름 없는 훤히 펼쳐진 고갯길에 접어들었다.</div> <div>여기에서 2시간 정도 더 걸어가야 하는 것 같았다.</div> <div>이 시점에 이미 오전 11시였다.</div> <div>잠시 쉰 후 밥 먹는 중인 두 사람을 곁눈으로 보며 출발했다.</div> <div>별 일 없이(힘들긴 했지만) 오후 1시 반 정도에 도착했다.</div> <div>이때 밥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div> <div>이제 내려가야지 하고 시각을 확인해보니 오후 2시 15분이었다.</div> <div>지금부터 내려가면 3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았다.</div> <div>저녁까지 산에 있었던 경험은 없었던 지라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div> <div>최근 해가 길어지기도 했으니 해가 떨어지기 전에 하산할 수 있을 거라 믿고 내려갔다.</div> <div><br></div> <div>아무래도 내려가는 건 페이스가 빨라서 오후 3시 반에는 고갯길에 도착했다.</div> <div>좀 지치고 왜인지 허벅지 뼈가 아프기 시작했다.</div> <div>발을 들어올리기도 힘들었지만 걷지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div> <div>이때 아팠던 부분이 지금도 괜찮다가 아프다가 반복되기 때문에</div> <div>나로서는 여러가지 의미로 안 좋은 기억이 많이 있는 산이다.</div> <div>아직 오후 3시 반이다. 이대로 가면 4시 조금 지나면 도착할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한참 내려가는데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div> <div>이렇게 급경사가 있었던가?</div> <div>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div> <div>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걸었는데 길을 잃었다.</div> <div>큰일났다.. 하지만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 그 순간 맞은 편에서 누군가가 왔다.</div> <div>길이 있는지도 모르던 곳이었다. 괜히 안심되었다.</div> <div>그 사람이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갑자기 나한테 말을 걸었다.</div> <div>"오늘은 어느 쪽에서 오셨나요?"</div> <div>나는 일단 대답하고 "이 길로 올라오신 건가요?"하고 여쭤봤더니</div> <div>"그렇죠"라고 답했다.</div> <div>척보기에 그 사람은 나보다 더 가벼운 복장인 것 같았다.</div> <div>아니, 아무 것도 안 들고 있었던 것 같다.</div> <div>게다가 날 보는 듯 다른 곳을 보는 듯 했다.</div> <div>궁금하던 걸 하나 여쭤봤다.</div> <div>"지금 올라가시는 건가요?"</div> <div>"그렇죠"라고 할 뿐이었다.</div> <div>약간 오지랖이지만 "지금 올라가시면 날이 저물텐 데요"하고 물었더니</div> <div>"그렇겠네요. 괜찮습니다"라고 했다.</div> <div>과묵한 사람이구나. 피곤하신가.</div> <div>일단 내가 신경 쓸 일도 아니고, 길을 알았으니 나도 늦기 전에 돌아가기로 했다.</div> <div>그래서 인사를 하고 그 사람이 걸어오던 길을 따라 내려가봤다.</div> <div>그런데 약간 걸어가보니 길 같은 게 사라졌다..</div> <div>부러진 나무들.. 큰 바위에 급경사..</div> <div>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여긴 막다른 길이었다.</div> <div><br></div> <div>아까 그 사람은 아직 있을까? 날 놀린 걸까?</div> <div>뒤쫓아서 다시 길을 물으려고 아까 온 길까지 돌아왔다.</div> <div>이미 그 길엔 없었다. 큰 소리로 한 번 불러봤지만 답이 없었다.</div> <div>어쩌지.. 아까 그 사람을 따라서 올라가볼까..? 하지만...</div> <div>나는 그 사람이 왔던 길을 다시 한 번 가보았다.</div> <div>길? 아니, 사람이 걸어다닌 흔적이 없었다. 조금 걷기 쉬운 곳일 뿐이었다.</div> <div>그리고 그 앞은 막다른 길이었다.</div> <div>다시 온 길을 되돌아갔다. 솔직히 어안이 벙벙했다.</div> <div>아까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div> <div>그러자 무서웠다. 왜 거기에 있는 걸까.</div> <div>"신경 쓰여서 내려와봤어요. 길을 알아보기 힘들 것 같아서"라고 했다.</div> <div>내가 부른 소리를 듣고 내려온 건 아닌 것 같았다.</div> <div>그 사람이 말했다. "제가 안내해드릴까요?"</div> <div>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그 사람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div> <div><br></div> <div>아까 그 길로 가긴 했지만, 미처 몰랐다.</div> <div>좁은 바위와 경사면 사이에 길이 이어져 있었다.</div> <div>등산로라고 부를 수 있는 길은 아니었다.</div> <div>이 사람은 터벅터벅 걸었는데 나는 깜짝 놀라며 따라갔다.</div> <div>조금 떨어져 있었는데, 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가끔 뒤돌아보며</div> <div>내가 따라오는 걸 확인한 후에 계속 걸어갔다.</div> <div>정말 이 사람을 따라가도 되는 걸까.</div> <div>그런데 이 사람은 이런 시간대에 짐도 하나 없이 왜 이런 길에 있는 걸까. 이 지역 사람인가?</div> <div>귀신 치고는 너무 생생했다.</div> <div>점점 내려가고 있기도 하고, 방향도 틀리진 않았다. 그러니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div> <div>당시 난 이런 심정이었다.</div> <div><br></div> <div>위험한데다 길이라 부르기 뭣한 경사면을 내려갔더니 괜찮은 길이 나왔다. 살았다.</div> <div>나도 모르게 "정말 감사합니다!"하고 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div> <div>"여기부터는 가실 수 있겠죠? 길도 단단하니 괜찮을 겁니다"라더니 다시 올라갔다.</div> <div>"지금 어디 가세요?"하고 나도 모르게 물었다.</div> <div>"헤이지 단이요"라더니 목례하고 길을 올라갔다.</div> <div><br></div> <div>헤이지 단이란 건 고갯길에서 갈라지는 길을 말하는데, 타카독쿄 반대편에 있는 산이다.</div> <div>나보다 길에 훨 익숙해보이니 괜찮겠지 싶어서 나는 그냥 내려갔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입구에 있는 차밭이 보였고, 농가 사람이 몇 명 있었다.</div> <div>일단 인사하고, 왠지 신경 쓰여서 아까 그 사람 일을 여쭤보았다.</div> <div>"나 계속 여기 있었는데, 아무도 못 봤는데..</div> <div> 뭣보다 지금 올라가면 어두워질 텐데?</div> <div> 짐도 없이 올라가는 사람은 살면서 본 적도 없고,</div> <div>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기억할 텐데"</div> <div>라고 했다.</div> <div>하지만 그 사람은 분명 거기 있었고, 길을 헤매던 나에게 길도 알려줬는데..</div> <div><br></div> <div>그 일 후 벌써 5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상하다.</div> <div>그 사람은 대체 누구였을까. 도와주었으니 분명 사람일 텐데.</div> <div>동그란 얼굴에 말수는 적었지만 착한 사람이었다. 50대 정도로 보이는.</div> <div>다시 한 번 등산하러 가고 싶다.</div> <div>다음에 갈 땐 헤이지 단이라는 곳에 가보려고 한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