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스가타 씨</b></div> <div><br></div> <div>친구 이야기.</div> <div>친구 몇 명이 모여서 산장에 놀러갔을 때 일이라고 한다.</div> <div><br></div> <div>밤중에 카드 게임하며 노는데 갑자기 누군가 소리쳤다.</div> <div>"스가타 씨"</div> <div>다들 깜짝 놀라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div> <div>현관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div> <div>그곳에는 스가타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둘 있었다.</div> <div>"너 부르는 거 아냐...? 근데 누구지?"</div> <div>"어느 스가타 말하는 거지?"</div> <div>그때는 이런 어두운 산을 누군가가 올라올 만한 시각이 아니었다.</div> <div>무엇보다 왜 저 사람은 산장 안에 들어오진 않는 걸까.</div> <div>다들 조용히 침묵하던 중에도 그 사람은 계속해서 불러댔다.</div> <div>이대로는 끝이 없겠다 싶어서 친구 한 명이 현관에 확인하러 갔다.</div> <div>다들 숨죽이고 바라보는 동안 문이 천천히 열렸다.</div> <div>그런데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div> <div>불빛으로 여기저기 비춰봤지만, 뭔가가 움직이는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div> <div>"뭐야 이거"</div> <div>친구는 안심하는 동시에 괜히 께름칙해하며 문을 닫았다.</div> <div><br></div> <div>다시 분위기를 바꿔서 게임을 시작했는데, 조금 지나자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div> <div>"스가타 씨"</div> <div>아까보다 목소리가 더욱 컸다.</div> <div>다들 한 마디도 없이 현관 문을 노려봤다.</div> <div>이번에는 바깥을 확인하려고 일어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div> <div>목소리는 똑같은 상태로 계속해서 스가타 이름을 불러댔다.</div> <div><br></div> <div>몇 번 쯤 불렀을까.</div> <div>"스가타 씨... 커헉!"</div> <div>갑자기 목소리가 끊어지더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div> <div>혼자서 확인하러 갈 용기가 없어서, 다 같이 문을 열기로 했다.</div> <div>아까와 마찬가지로 문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div> <div>하지만 괜시리 으스스해서 교대로 지키면서 밤이 새길 기다렸다.</div> <div><br></div> <div>무사히 날이 밝아서 다들 한숨 돌릴 수 있었다.</div> <div>"어제 그건 대체 뭐지"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데</div> <div>밖으로 나갔던 사람이 갑자기 소리를 쳤다.</div> <div>비명 같은 소리였다.</div> <div><br></div> <div>서둘러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보니 현관 바로 앞에 큰 원숭이 시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div> <div>원숭이는 머리를 내려쳐서 엎드린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div> <div>누가 뒤에서 친 것 같았다.</div> <div>모두 당황했다.</div> <div>밤중에 나가서 봤을 땐 원숭이 시체 같은 건 없었다.</div> <div>이 원숭이는 대체 언제 죽은 걸까?</div> <div>원숭이와 어제 그 목소리는 관계가 있는 걸까?</div> <div>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알리 만무해서 어쩔 수 없이 원숭이를 묻어주고 내려가기로 했다.</div> <div>원숭이는 산장에서 떨어진 곳에 묻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그때 친구는 이상한 걸 하나 깨달았다.</div> <div>"원숭이 머리는 완전 으깨져 있었는데,</div> <div> 그 부근에 검은 머리카락 같은 게 몇 가닥 섞여 있었어.</div> <div> 살에 얽혀서 좀체 눈치 채기 어려웠지만 원숭이 털이랑은 완전 다른 거야.</div> <div> 뭐랄까.. 그걸 보는 순간 안 좋은 상상이 떠오르는 바람에</div> <div> ...그 원숭이는 실은 머리가 사람 머리였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div> <div><br></div> <div>그들은 아직도 등산을 즐기고 있지만,</div> <div>그때 그 산장에는 다신 가지 않는다고 한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