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야츠부사의 저주</b></div> <div><br></div> <div>"이 개는 보통 개가 아닌데요. 그래도 괜찮나요?"</div> <div>이 말은 내가 나중에 야츠부사라고 이름 붙인 개를 인수하겠다 했을 때</div> <div>동물 단체 담당자가 해준 말이다.</div> <div>그게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다.</div> <div>야츠부사는 한 번 비영리 동물 수호 단체에서 입양해 갔는데, 다리가 부러졌다.</div> <div>그것이 우연이었는지, 사고였는지는 차치하고</div> <div>병원에도 데려가지 않고 굽어진 채로 뼈가 붙을 때까지 방치된 게 틀림없다는 것이다.</div> <div>동물 수호 단체가 입양한 개를 왜 이런 꼴로 만든 거냐 물었더니</div> <div>담당자가 울상을 지으며 "동물이 좋아서 만든 단체만 있는 건 아니라서요"라고 했다.</div> <div><br></div> <div>그때까지도 말로는 들은 바 있지만</div> <div>대중의 동정을 받을 것 같은 동물만 입양해서 기부금을 노리는 단체도 적지 않고</div> <div>야츠부사를 입양했던 단체도 실체는 그러했던 것 같다.</div> <div>하지만 야츠부사는 그러한 목적, 그러니까 돈을 모으기엔 맞지 않아서</div> <div>그런 용도로 쓰려고 그 꼴을 만들었던 것이다.</div> <div>항상 우리에게 항의하러 오는 단체 사람이 위축된 모습을 보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div> <div>(참고로 내 직업은 보건소 직원이다)</div> <div><br></div> <div>상대방이 얼마나 통감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천천히 말하도록 배려했다.</div> <div>어째서 그 단체 사람이 오지 않고 다른 단체의 사람이 데려온 건가 물어봤더니</div> <div>해당 단체는 이미 해산되었다고 했다.</div> <div>단체가 사라져도 사람은 있지 않냐고까지는 물어보지 못 했다.</div> <div><br></div> <div>"인근 시설에서 처분해달라고 하려 했지만 이 개가 여기 오고 싶어해서.."</div> <div>그게 무슨 소리인가 다시 물어보니</div> <div>보건소 등에 항의하기 위한 리스트를 철한 파일을 펼치면, 반드시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div> <div>시설에 데려가기로 정했을 때도, 여기 외의 다른 곳에 전화라도 할라치면 크게 짖었다는 것이다.</div> <div>짖지 않고 조용할 때는 전화 소리가 멀리 들리거나, 잡음이 심할 때 뿐이라고 했다.</div> <div>"아마 당신을 원했던 것 같은데요"</div> <div><br></div> <div>걱정스럽다는 듯 날 보는 담당자 앞에서 나는 괴롭다는 듯 코로 숨을 크게 내쉬었다.</div> <div>그때 다시 야츠부사의 얼굴을 보다가 뭔가 문득 깨달은 게 있었다.</div> <div>그 단체에 입양되기 전에 야츠부사를 돌보던 게 나였다.</div> <div>날 따르기도 했고, 귀여워하기도 했다.</div> <div>그런데 상사가</div> <div>"마음에 든다고 한 마리 입양하고, 그게 한도 끝도 없어서 살기 힘들어지는 사람이 많았어"</div> <div>라고 교육했기 때문에, 내가 입양할 수는 없었다.</div> <div>결국 그렇게 끔찍한 곳에 입양되어 가서 고통을 맛본 야츠부사는</div> <div>내가 한 행동을 배신이라고 여기게 되었을 것이다.</div> <div>그녀 손에 이끌려 온 이후, 빤히 날 보며 눈을 돌리는 일 없는 그 곧은 시선에는</div> <div>증오가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div> <div><br></div> <div>"어느 쪽이라고 해도, 저희로서는 다른 입양처를 찾을 수가 없어요.</div> <div> 가엽긴 하지만 처분할 수 밖에 없어요.</div> <div> 그러니 인수해주신다면 정말 좋겠는데요"</div> <div>담당자가 그렇게 말했고, 나는 그녀가 왜 다른 입양처를 찾을 수 없는지 물어보았다.</div> <div>그녀는 우물쭈물하며 봉투를 하나 내밀더니 눈길을 피했다.</div> <div>나는 봉투 안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div> <div>카메라가 자기를 향하는 걸 너무 싫어해서</div> <div>위협과 분노로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는데, 오히려 그건 귀여운 편이다.</div> <div>아무리봐도 개나 고양이, 동물 얼굴로 보이는 것이 야츠부사 주변에 몇 개나 둥둥 떠 있었다.</div> <div><br></div> <div>"카메라를 싫어하는 거면 괜찮은데요..</div> <div> 사진을 찍을 때마다 이래서는 후원자들에게 보여줄 수가 없어요"</div> <div>그런 말을 할 때 나는 야츠부사를 바라보았다.</div> <div>여전히 야츠부사는 날 노려보고 있었다.</div> <div>케이지 안에서 찌르는 듯한 시선,</div> <div>케이지에서 꺼내기라도 하면 목을 물어뜯을 것만 같았다.</div> <div><br></div> <div>한참 아무 말 없이 있었더니, 담당자는 내가 인수할 마음이 없다고 생각했는지</div> <div>봉투에 든 돈을 내밀며</div> <div>"공양은 극진히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작은 소리를 냈다.</div> <div><br></div> <div>"먹이 값으로 쓸 게요. 앞으로 필요한 게 많을 것 같으니까요..</div> <div> 그렇게 써도 되나요?"</div> <div>내가 그렇게 말하며 봉투를 챙기자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얼굴을 들었다.</div> <div>서로 노려보는 사이 나는 그의 이름을 떠올렸다.</div> <div>"좋건 싫건 이렇게 영험한 개는 달리 없을 거에요. 그치, 야츠부사?"</div> <div>떠올린 이름으로 부르자, 처음으로 소리를 내며 뜻을 내비쳤다.</div> <div>크르릉하는 낮은 신음소리였다.</div> <div>답을 한다는 걸로 봐서, 영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었나보다.</div> <div><br></div> <div>"그렇지만.. 위험할 텐데요. 해산한 단체에서도 이상한 일이 연달아서.."</div> <div>마음을 달리 먹으라고 재촉하는 듯한 담당자를 손으로 막고</div> <div>"이게 제일 좋은 방법일 거에요"</div> <div>라며 어떻게 담당자를 설득할까 생각하다가</div> <div>문득 생각난 대로 육포를 꺼내 들고 케이지에 나 있는 구멍에 다가가보았다.</div> <div>손가락을 물어뜯으려는 듯 기세좋게 먹었다.</div> <div>"보세요. 일반 개들은 이러지 않아요.</div> <div> 경계하면서 안 먹거든요.</div> <div> 저와 같이 있으면 괜찮을 겁니다"</div> <div>이미 나는 야츠부사와 함께 할 마음을 굳혔다.</div> <div>자신감을 보이자, 담당자는 야츠부사와 나를 번갈아보더니 잠시 얘기하다 떠났다.</div> <div>이렇게 야츠부사와 함께 하게 되었다.</div> <div><br></div> <div>같이 사는 동안, 야츠부사는 나에게 많은 곤경과 불행을 끌고 왔다.</div> <div>보건소에 끌려오는 개 중에 내가 마음을 써주는 개가 있으면</div> <div>그걸 깨닫고 입양하라고 명령하듯 입양할 때까지 계속 짖었다.</div> <div>나는 기본적으로 야츠부사의 그런 명령을 잘 이행해주었다.</div> <div>하지만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입양을 포기한 경우에는</div> <div>수의사도 알 수 없다고 하는 원인불명의 고열로 일주일이 채 안 되어 죽곤 했다.</div> <div>그렇다고 나도 굶어죽을 순 없으니 모든 개를 데려올 순 없었다.</div> <div>야츠부사도 나중에는 내 생존 커트 라인에서 입양할 수 있게 이해해주었던 것 같다.</div> <div><br></div> <div>그는 3년 간 내 곁에서 살다 죽었다.</div> <div>야츠부사가 살아 있을 때 관계를 개선하고 싶었다.</div> <div>나는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개들을 인질로 삼아 야츠부사의 저주를 피하고 있는 것 같다.</div> <div>야츠부사를 위해 세운 공양탑을 찍었다가 확신하게 되었다.</div> <div>입양하기 전에 본 사진보다 개들의 얼굴이 훨씬 많이 늘어 있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