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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2923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53
    IP : 14.58.***.13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2/02/15 14:47:10
    http://todayhumor.com/?lovestory_92923 모바일
    [BGM] 꿈속 나의 마음은 늘 나를 조심한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조용미, 마음




    퍼붓는 빗속에서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헤매 다녔다

    비는 지나치게 굵고

    막 쏟아진 눈물처럼 뜨거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누가 근심스러운 눈길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무언가 말해서는 안 되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따뜻하고 아름답고 다정한데

    나는 그녀가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을 품고 있다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가 깨어났다


    그녀는 누구인가 내가 가지고 있는 비밀은 무엇인가

    그녀는 고요히 내 이마를 짚었다

    왜 빗속을 비명을 삼키듯 울먹이며 걸어 다닌 것인지


    꿈속의 나는 내가 다 알 수 없는 나이다


    내 이마를 짚었던 그 마음을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꿈속의 나라고 여겨지는 사람은 내가 아닌 누구인가

    그 여인이 나인 것만 같다


    꿈속 나의 마음은 늘 나를 조심한다

     

     

     

     

     

     

    2.jpg

     

    이원하, 바다는 아래로 깊고 나는 뒤로 깊다




    뒤로 물러섭니다

    약속 시간은 늦었지만

    나는 믿고 뒤로 물러섭니다


    보이는 것은

    되돌리려는 마음뿐입니다


    뒤에서 해결하려는 버릇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요


    지난 일들은 쉽게 잊혀도

    미래는 안 잊히는 데에서

    왔을까요


    가방도 뒤로 메고

    신발도 옷 입은 뒤에 신고

    발맞추는 것도 뒤에서 맞추고

    약을 삼킬 때도 목을 뒤로 젖히고


    도대체 숨바꼭질도 아니고


    화도 내보았지만

    화도 뒤에서 내고 있더군요


    매번 뒤에 있느라 아마도

    내가 보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바다는 아래로 깊고

    나는 뒤로 깊습니다

     

     

     

     

     

     

    3.jpg

     

    김지윤, 세상 모든 것들의 소음




    인사를 하지 않았다

    꽃이 지는 것처럼, 바람이 잦아든 것처럼

    그렇게 사라지는 것도 있는 법이다

    기우는 햇살 아래의 꽃 그림자

    어느 날 내려 쌓였던 밤눈처럼


    눈은 녹은 후에는 눈이 아니지

    빗방울은 마른 뒤엔 흔적도 없고

    꽃이 졌다는 것을 나무는

    겨울이 오면 잊게 될 테지


    하지만 죽어서도 끝까지 남는 게 청각이듯

    소리는 기억에 오랜 자취를 남기고

    어떤 날의 빗소리처럼 문득 떠올리겠지

    바람이 부는 소리, 꽃이 흔들리는 소리

    귓가에 속삭였던 아득한 그 말들


    세상의 온갖 소음 속에서

    묻힌 채 살아있는 것들

    묵묵히 먼 길 따라오다가

    아직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라며

    문득, 자기 발걸음 소리를 듣게 하는 것


    누군가의 말 끝에 또 울려오는 소리의 기억

    빗소리에, 바람 소리에 조용히 묻으며

    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뭔가를 알고 난 후에도 마치 모르는 것처럼

    살아갈 수는 있다


    세상 모든 것들의 소음 속에서

    소리를 껴안는 연습을 하면

     

     

     

     

     

     

    4.jpg

     

    이혜미, 곁




    어깨가 사라지고 있었어

    대신 공간의 가지들이 자라나왔지

    가장 가벼운 점을 향해

    작고 둥글게 흐르거나 그림자가 될 것


    아주 없어지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손가락 사이가 너무 멀어져

    몸의 짜임새가 헐거워지는 그런 날

    옆에서 걷는 사람의 옷 솔기가 유난히 길어 보여


    이상한 증발의 방식이었지

    바람이 하강하여 왼쪽의 일을 알려는 건

    검은 씨앗을 쥐고 모래 속에 발을 묻어

    스스로의 가느다란 뼈를 돌고 또 도는 일


    온도가 침범이 되는 고백들이 있었다

    성긴 가루들로 빚어져

    잠시의 마찰로도 이내 흩어지는

     

     

     

     

     

     

    5.jpg

     

    김주대, 풍장




    바람이 허공에 새겨놓은 문자를

    읽을 수 있게 되리라

    살이었던 욕심을 남김없이 내려놓고

    신의 발을 무사히 만질 수 있도록

    영혼에서 살이 빠져나가는 시간

    바람의 지문을 영혼에 새기는 일이다

    넘치던 말들과 형상을 보내고

    허공에 섬세하게 깃들게 되리라

    꽃잎처럼 얇은 고막이 되어

    지평선에 누우면

    별들의 말소리가 들리겠지

    살을 버린 이성은 비로소 천상을 흐느낄 것이고

    혀가 된 푸른 바람이 말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에도 우리는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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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2/15 15:40:23  222.117.***.178  볼빵빵고양이  581201
    [2] 2022/02/15 20:03:28  59.2.***.158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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