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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2909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45
    IP : 14.58.***.13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2/02/11 14:57:37
    http://todayhumor.com/?lovestory_92909 모바일
    [BGM] 당신들 모두와 나는 바빴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윤성학, 소금 시




    로마 병사들은 소금 월급을 받았다

    소금을 얻기 위해 한 달을 싸웠고

    소금으로 한 달을 살았다


    나는 소금 병정

    한 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

    월급을 받는다

    소금 방패를 들고

    거친 소금밭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버틴다

    소금기를 더 잘 씻어내기 위해

    한 달을 절어 있었다


    울지 마라

    눈물이 너의 몸을 녹일 것이니

     

     

     

     

     

     

    2.jpg

     

    전윤호, 입맛




    신장개업한

    자리 몇 없는

    동네 평양냉면집

    행여 문 닫을까

    가끔 들른다

    자주 가기도 어색해

    걱정만 한다

    내 입에 맞는 심심한 맛

    당신도 그렇지만

    내가 사랑하는 우주는

    언제나 간신히 열려 있다

     

     

     

     

     

     

    3.jpg

     

    하보경, 파편




    누군가 여름이 지나가는 빛을 보고 있었다

    여름 내내 줄기차게 무궁화가 피었다


    가끔가다 마주치는 이름 모르는 나무에 노란꽃이 가득 피었다

    노란 것이 꽃인지, 잎사귀인지 구분이 안됐다

    나무가 품어준 노란 새와도 같았다

    이 나무를 존중하는 것처럼 소나기도 스콜도 아닌 것이 내렸다


    가능한 범위와 불가능한 범위에서 그를 찾아 읽었다

    여름의 일이었다

    무궁화가 많이 피었다

    무궁화를 더 많이 사랑하기로 했다


    순간을 영원으로 기록하듯 새는 울었다

    어느 새일까

    아는 새 같았다

    아는 새의 이름을 많이 불러 보았다


    어려운 일을 가장 쉬운 일처럼 하기 위해

    나는 새를 그린다, 쉽게 그린다

    그리고 쉽게 날린다

    아무 일 없는 것 같다


    먼 곳을 눈앞에 데려다 놓는 일

    울음 없이 난처하고 참 난감한 일이다

     

     

     

     

     

     

    4.jpg

     

    최문자, 오렌지에게




    사랑할 때는 서로 오렌지이고 싶지

    먼 곳에서 익고 있는

    어금니가 새파란


    이미 사랑이 끝난 자들은

    저것이 사랑인가 묻는다

    슬픈 모양으로 생긴 위험하게 생긴

    느린 비가 부족해서 파랗게 죽을지도 모르는 저것

    사랑하기에 좋도록 둥근

    바람에 대해 쓰러지기 좋은 죽기에도 좋은 저것


    우리는 쓰러지기도 전에 겁이 나서


    오렌지는 너무나 굳게 오렌지를 쥐고

    나는 어디에도 없는 나를 쥐고


    짐승처럼 나빠지고 싶은 오 두려운 여름

    거짓으로 빚어지는 둥그런 항아리 같은 저것

    저것의 안을 깨뜨리며

    죽었던 여름이 우리를 지나갔다

     

     

     

     

     

     

    5.jpg

     

    이원, 당신들 모두가 나오는 꿈




    당신들 모두가 나와

    나는 바빴다


    당신들 모두와 나는 바빴다


    나와 당신들 모두는 눈을 맞추느라 바빴다

    발을 옮기느라 멈추느라

    사이사이를 만드느라 바빴다 엇갈리는 순간은 반짝였다


    없는 단추가 떨어져 굴러가는 소리를 들었다

    바스락거리던 나와 당신들 모두의 다리는

    무릎까지 파묻혔다


    당신들 모두가 나와

    내가 바쁜 꿈은 나쁘지 않았다


    당신 부르고 싶었으나

    당신들 모두가 나와

    나는 빈 접시를 나눠주고 있었다


    접시를 든 당신들 모두는 좋았다

    나와 당신들 모두는

    흰 셔츠를 입고 흰 접시를 든 모양이 되었다


    빛은 잘리지 않았는데

    셔츠에 대각선이 그어졌다


    당신들 모두와 내가 등장하는 꿈이 계속되어

    정원은 점점 더 넓어졌다 어느새

    당신들 모두와 나는 언덕에 다다랐다


    아래에는 뻥 뚫린 가슴같은 창이 드리운

    고층건물이 가득했다


    흰 접시는 당신들 모두를 그쪽으로 데리고 갔다

    당신들 모두는 흰 접시를 들고 그쪽으로 몰려갔다


    당신들 모두가 꿈에 나와

    나는 바빴다 나쁘지 않았다


    당신들 모두가 나왔는데 흰 접시는 아직 쌓여 있었다

    당신들 모두의 그림자는 그보다 훨씬 많았다

    직선의 세계로 따라가지 않은 당신들 모두의

    그림자를 나는 이해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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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2/11 19:32:28  59.2.***.158  사과나무길  563040
    [2] 2022/02/12 01:20:39  222.117.***.178  볼빵빵고양이  5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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