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플룻 소리</b></div> <div><br></div> <div>내가 고1이던 작년, 대학생인 누나 친구 M에 대한 이야기이다.</div> <div>M은 관악기 연주를 하는 사람인데, 플룻을 그렇게 잘 분다고 했다.</div> <div>도쿄에 있는 같은 대학에 다니는 누나와 M은</div> <div>틈만 나면 둘이서 내가 사는 토치기의 집까지 와서 놀다 가곤 했다.</div> <div>M은 꽤나 낯을 가리는 사람인지, 처음 만났을 때(내가 누나 집에 놀러갔었을 때)는</div> <div>거의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div> <div>나도 내가 연하라서 당시엔 존댓말을 쓰며 인사만 했는데</div> <div>그 후 누가가 집에 올 때마다 M을 데리고 오는 바람에 자연히 둘 다 친해져서</div> <div>존댓말도 어느 샌가 안 쓰게 되었다.</div> <div>뭐라고 해야 하지.. 그냥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div> <div>그런데 딱 하나 이상한 점이 있었다.</div> <div>M을 만나기 전부터 누나가 플룻을 잘 분다는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에</div> <div>친해졌을 때 "한 번만 불어줘~"라고 몇 번이나 부탁했다.</div> <div>그런데 M은 거절했다.</div> <div>자기는 잘 못 부니까 부끄럽다나.</div> <div>그치만 M은 콩쿨 같은 데도 나갔고, 누나 말이 "M은 플룻 천재 같아~"라고 했으니</div> <div>분명 잘 못 분다는 건 거짓말이거나, 자신감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다.</div> <div>그래서 집에 놀러올 때마다 연주해줬으면 좋겠다며 M에게 말했다.</div> <div>그러던 어느 날, M이 결국에는 "다음에 올 때 플룻 가져 올게"라며 웃으며 답해줬다.</div> <div>그때 그 장면은 잊혀지질 않는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이틀 뒤,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div> <div>M이 교통사고를 당했고, 병원에서 의식불명의 중태라고 했다.</div> <div>나는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불안해서 그 날 밤은 자지 못 했다.</div> <div>그리고 아침에.. 그날은 일요일이었는데 불안과 수면부족 때문에 피곤해서</div> <div>2층에 있는 내 방에서 멍하게 있었다.</div> <div>새벽 5시 반 정도 된 시간이었는데, 갑자기 1층 현관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div> <div>부모님은 아직 주무실 시각이고, 무엇보다 현관은 잠겨 있었다.</div> <div>그런데 문을 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div> <div>귀찮았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가보았다.</div> <div>그리고 현관 앞에 가서 놀랐다. 여전히 잠겨 있었다.</div> <div>집 안 문과 현관 문은 소리로 구분이 가능했다.</div> <div>분명 2층 방에서 들은 소리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였다.</div> <div>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게도 전혀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div> <div>그리고 의문을 품은 채로 현관에서 멀어지던 그때였다.</div> <div><br></div> <div>엄청난 이명이 들려왔다.</div> <div>원래 미미하지만 영력이 있는지,</div> <div>아무도 없는데도 인기척을 느끼면서 끼잉거리는 소리가 계속..</div> <div>아니, 소리가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 하는 그런 느낌으로 이명이 들릴 때가 있었다.</div> <div>이따금은 그 소리를 내는 존재를 볼 때도 있었다.</div> <div>그날도 이명과 동시에 현기증이 나서 비틀거리며 내 방에 돌아가려고 계단을 올라갔다.</div> <div>그때도 공포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div> <div><br></div> <div>계단을 오르는데 이명이 멎었다.</div> <div>동시에 피리 같지만 피리보다 높고 가느다란 새가 지저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잘 들어보니 뭔가를 연주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div> <div>곡명까지는 모르겠지만, 기분 좋은 마음이 씻겨내려가는 듯한 음색이라</div> <div>나는 발을 멈추고 그 소리를 감상했다.</div> <div>감동으로 눈물이 흘렀다.</div> <div>연주가 끝났을 때, 현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div> <div>인기척이 느껴지는데 이명은 전혀 울리지 않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신기했다.</div> <div><br></div> <div>현관에서 소리가 들렸다. M의 목소리였다.</div> <div>"걱정하게 해서 미안"</div> <div>모든 사실을 깨닫고 나도 마음으로 답했다.</div> <div>"뭘 그런 소릴 해. 그보다, 고마워"</div> <div>그러자 현관이 열리면서 후후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몸조심하라고 말하면서 눈물이 멎질 않았다.</div> <div>열린 현관에서 상쾌한 봄바람이 흘러들어오는 4월의 어느 아침이었다.</div> <div><br></div> <div>현관이 닫힌 직후, 집 전화가 울렸다.</div> <div>받아보니 누나였는데, 5시 조금 지나 M이 죽었다고 했다.</div> <div>나는 알고 있었으면서 내 방에서 울었다.</div> <div>창피할 정도로 오열했다.</div> <div>낮 무렵에서야 겨우 진정되었다.</div> <div><br></div> <div>일주일 후</div> <div>누나가 M에 대해 자세히 말해줬다.</div> <div>콩쿨을 앞둔 M이 대학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중 치였다는 것</div> <div>100% 운전자 과실이었다는 것 등등</div> <div><br></div> <div>마지막으로 누나는</div> <div>"사실은 M은 널 좋아했어.</div> <div> 그래서 쉬는 날마다 집에 데려간 건데 왜 몰라준 거야"</div> <div>라고 울면서 화를 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M이 죽은 날 아침, 부모님은 방에서 주무셨는데</div> <div>현관문 소리나 플룻 소리도 듣지 못 했다고 하셨다.</div> <div><br></div> <div>오늘 학교도 쉬는 날이라 M 무덤에 가볼까 한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