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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959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8
    조회수 : 1728
    IP : 128.199.***.1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6/08/10 21:24:29
    http://todayhumor.com/?panic_89959 모바일
    [오컬트학] 공허한 얼굴
    공허한 얼굴

    책에 실린 이야기를 써도 되나?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린 귀신 체험담 모음집 같은 책이었는데.

    화자 A의 체험담이다. 내가 맘대로 각색도 좀 했다.

    고등학교 학창 시절에 반 친구 B라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두 사람은 사이가 좋은 편이었고, 집에 가는 방향도 같아서 함께 하교하곤 했다.
    둘 다 오컬트 쪽을 좋아하는지라 무서운 이야기도 많이 알고 있었고
    덕분에 하교 길에는 무서운 이야기를 누가 더 잘하나 내기하듯 서로 말하곤 했다.
    그 날도 함께 하교하던 중, B가 급했는지 가는 길에 있는 공원 화장실로 뛰어들어갔고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A는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안색이 바뀐 B가 나왔다.
    "그 놈 어디갔어?"
    그 놈이라니 대체 누구 말이냐고 물었더니,
    중학생 정도 되는 남자 애가 나왔을 거라고 했다.
    A는 계속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런 사람은 보지도 못 했다.
    B의 설명은 아래와 같았다.
    소변기에 볼일을 보고 있는데 누가 "똑똑"하고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봤더니 변기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아, 휴지가 없어서 안에서 누가 노크한 건가' 싶어서
    B는 볼일을 다 본 후, 닫혀 있던 문을 노크해보았다.
    그런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
    혹시나하고 문을 열어봤더니, 문이 열렸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상하다 싶어서 화장실을 나오려던 그때
    입구 끝에 왼쪽 몸만 보이게 내민,
    학생 모자를 쓴 중학생 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B를 빤히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깜짝 놀라하던 순간 그 얼굴이 그대로 오른쪽으로 미끄러지듯 사라졌다.
    그래서 B가 A에게 그 놈이 언제 나갔냐고 물은 것이다.
    하지만 A는 정말 아무도 보지 못 했다.
    계속 화장실 앞에 서 있었으니, 누가 지나갔다면 못 봤을 리가 없다.
    A는 B가 잘못 본 게 아니냐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B는 분명 똑똑히 봤다며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그 후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에 B가 화장실이나 어디 가려고 교실에서 나가기만 하면
    반드시 입구 문 끝에 얼굴을 왼쪽 반만 내밀고 무표정하게 A를 빤히 보고나서 사라졌다.
    A는 놀라긴 했지만, B 말을 무시했던 자기에게 화가나서 저러며 장난치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아닌, 며칠이나 계속 그런 행동이 이어졌다.
    무표정하게 계속 쳐다보니 불쾌했다.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이건 아니지 않나 생각했다.
    그래서 A가 B에게 따졌다.
    입구에서 얼굴 내밀고 장난치는 거 이제 그만하라고.
    그러자 B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라고 했다.
    장난 치지 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이상한 점도 있었다.
    B는 얼굴을 반만 내밀고 있는데, 그런 자세에서 어깨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깨도 내밀지 않고, 얼굴을 평행하게 반만 내미는 건 불가능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날은 교실 이동 수업이 있었다.
    A는 자기도 모르게 조금 앞서 걸어가는 B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입구에서 얼굴을 내미는 게 B가 아니면 대체 누구지?
    앞서 가는 B가 꺾어진 복도를 꺾어간 순간, 복도 벽에 B 얼굴이 반만 스윽하고 나왔다.
    그리고 공허한 표정으로 A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다.
    그런데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B의 얼굴이, 도무지 키가 닿을 수 없는 천장 쪽에서 보였던 것이다.
    A는 경악했지만, B를 뒤쫓아 복도를 꺾어갔다.
    눈 앞에는 평범하게 걸어가는 B가 보였다. A는 소름이 끼쳤다.
    그날 후 A는 B가 교실에서 나설 때는 절대 문을 보지 않게 되었다.

    딱히 B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일 없이 세월이 흘렀고
    둘 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같은 시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
    학교 자체가 가까워서 둘이 같이 하숙할 집을 찾아 다녔는데
    꽤나 괜찮은 집을 찾게 되었다.
    A, B 그리고 부동산 사람 이렇게 셋이서 직접 집을 보기 위해 아파트에 가보았다.
    지은지 얼마 안 된데다, 가장 윗층의 깔끔한 방이었다. 집세도 쌌다.
    A와 B는 감동했고, 부동산 측 사람도 싱글벙글 웃었다.
    계약할까 말까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B가 보이지 않았다.
    원룸인데 대체 어디로 간 거지? 하고 A와 부동산 사람이 당황하며 찾았다.
    둘이서 베란다 쪽을 보니, 베란다 왼쪽 끝에 B의 왼쪽 얼굴만 스윽 나왔다.
    뭐하냐고 A가 말을 걸려다가
    "발 디딜 곳도 없는데 어떻게 저기에.."하는 부동산 업자가 말하는 순간
    B의 얼굴이 재빠르게 아래로 내려갔다.

    B는 자살로 처리되었다.
    지금도 그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00345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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