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미안해.. 미안...</b></div> <div><br></div> <div>열두 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div> <div>나는 세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었는데, 각자 따로 친척 집에서 살게 되었다.</div> <div>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친척들이 날 대하는 태도가 차가워져서</div> <div>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걸 포기하고 공장에 취직해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내가 열일곱이 되었을 때, 동생을 불러서 둘이서 함께 살았다.</div> <div>동생은 평범하게 살았으면 해서, 낮에는 공장에서 밤에는 술집에서 일하며</div> <div>동생을 고등학교에 보낼 수 있었다.</div> <div>그리고 3년..</div> <div>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더니 도쿄에서 일하겠다며 상경했다.</div> <div>나는 밤에 하던 일을 관두고 근처의 수퍼마켓에서 일하기로 했다.</div> <div><br></div> <div>수퍼마켓 사람들은 다들 좋은 사람들이라, 일하는 것도 보람찼다.</div> <div>알바하는 사람들과도 친해져서 매일 매일 즐거웠다.</div> <div>그리고 직장에서 남자친구도 생겼다.</div> <div>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연애나 노는 건 겪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매일 매일 새로운 하루였다.</div> <div>어느 날 서두르며 출근하다가 내 부주의로 차에 치였다.</div> <div>한 20미터 정도 튕겨간 것 같다.</div> <div>그 순간 듣던대로 지금까지의 내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div> <div><br></div> <div>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div> <div><br></div> <div>병원 침대에서 생각했다.</div> <div>사람에겐 행복과 불행의 양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하고.</div> <div>남자 친구도 생기고, 직장 사람들과 재밌게 놀다보니 벌받은 게 아닌가 싶었다.</div> <div><br></div> <div>다행히 오른팔만 부러지고 그쳤는데</div> <div>이것저것 검사를 하다가 간장에 뭔가 있다며, 정밀 검사를 위해 입원하게 되었다.</div> <div>입원해서 지내던 어느 날 밤, 불을 꺼도 좀처럼 잠들지 못 하고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다.</div> <div>나는 대체 왜 태어난 걸까..</div> <div>이렇게 인생일 괴로울 바에는 안 태어났으면 좋았을 걸.</div> <div><br></div> <div>그런 생각을 하며 옆으로 누워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div> <div>간호사인가 싶어서 서둘러 눈물을 닦고 뒤돌아보니</div> <div>부모님이 계셨다.</div> <div>나는 깜짝 놀라서 말도 못 하고 꿈을 꾸나 했다.</div> <div>그러자 엄마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안하다.. 미안해.."하고 말했다.</div> <div>아버지도 슬픈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그리움과 지금까지 참고 견뎌온 여러 고통이 폭발해서</div> <div>엉엉 울며 엄마 허리에 매달렸다.</div> <div><br></div> <div>정신이 들고보니 아무도 없었지만,</div> <div>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어준 감촉과 엄마의 향기가 선명히 남아 있었다.</div> <div><br></div> <div>지금 나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div> <div>만약 우리 아이가 그날 내가 생각했던 것 같은 소릴 하면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플 것 같다.</div> <div>아마 우리 부모님도 내가 그렇게 끙끙 앓는 걸 보고 너무 슬퍼서 달래주러 오셨던 것 같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