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
한 커뮤니티 사이트로부터 시작된
작고 작은 이야기입니다
랜선너머 사랑했던 그녀와 저의 이야기,
혹은 그 사이트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지만.
최근 여러 사이트를 돌아보며, 문득 떠올라서 적어봅니다.









그녀를 처음 만난건. 아니, 그녀를 처음 알게된건 3년전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전부터 그녀를 알고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 기억속에 그녀가 들어온건 그날부터입니다.
제가 즐겨가는 사이트는, 중고딩부터 성인들까지 어울려서 자료를 올리고 리플을 달며 놀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초기때부터 여자보단 남자가 많아서, 남성전용 사이트로 불릴만큼 남자만 바글바글 했지요.


전 그 사이트에 중학생때 처음 가입했습니다. 워낙 소극적이고, 몸도 둔해서 축구나 농구보단 조용히 컴퓨터하는걸 좋아했고, 다모임이라는 사이트 리플을 읽다가 우연히 그 사이트를 알게된겁니다.
그 이후 학교가 끝나면 매일매일 집에와서 그 사이트를 접속해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몇년간 활동한 끝에 나름대로 인지도도 쌓고 친한 사람들도 생기고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여성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닉네임을 가진 아이가 여고생의 경험담이라며 자료를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고, 자료가 워낙 재미있기도 하고 여고생이기도 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요.
리플로도 '저와 사귀어주세요'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저역시 그녀의 만화를 보면서 풋, 풋,하고 웃곤 했습니다.


그녀의 자료를 보면서, 워낙 귀여운 말투와 그림체를 사용하기에 쪽지로 '완전 귀엽네요. 자료도 웃기구요.제스타일이실것같아요'하고 보내자, 그녀는 '고마워요, 저도 --님 글 보면서 많이 웃고 있어요'하고 답장이 왔습니다.
그렇게 그녀와 이야기 나누다보니.. 그녀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저와 동갑인 18살이었고, 미용고를 다니고 있으며, 미용고를 다니기 위해 서울에서 원룸잡고 홀로 자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휴대폰은 공부에 방해된다며 사주지 않으셨다고 했구요. 수능 본 뒤 가장 좋은 휴대폰을 사주시겠다 했다고 합니다.
컴퓨터도 사용 불가였는데, 인터넷강의를 듣겠다고 졸라서 겨우 산거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학교가 끝난 뒤부터 새벽까지 그녀와 쪽지를 주고받다 행복하게 잠들곤 했습니다. 
그녀가 자료를 만들어 올릴때마다 다른 회원들이 '저와 사귀어주세요'하는걸 보면서 풋, 난 벌써 친해져서 이렇게 쪽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는데. 하며 괜한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지요.


안타깝게도 그녀와 제가 사는곳은 너무도 멀기에, 수능 끝나면 제가 그녀에게로 바로 가기로 약속했었습니다. 1년보다 훨씬 더 남았었지만.. 그래서 더 애틋했어요.



그렇게 시간은 흘러.. 저와 그녀는 고3이 되었고.제가 인문계인 관계로.. 매일 집에오면 열두시쯤 되었기에 그녀와 쪽지를 주고받지 못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거의 삼일에 한번쯤이나 쪽지 주고받고.. 펜팔친구처럼 되었었지요.

전 그녀에게 '조금만 더 지나면 수능이고, 우린 만날수 있다. 절대 남자친구 사귀면 안돼'하고 재차 확인했고, 그녀는 '알았어, 니가 수능 잘봐서 서울올수 있을것같으면 내가 사겨줄게'하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녀가 여성이다보니 그녀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추천이 엄청났는데, 그것을 질투한 누군가가 그녀가 남자라고 주장하는 자료를 올린겁니다.
그 증거로는 그녀의 아이피를 구글링했는데, 축구관련 사이트에 리플단것들이 들킨겁니다.
그 리플엔 내무반 이야기, 군대 후임 이야기, 군대 축구 이야기, 여자친구 이야기, 축구선수 이야기 등. 거의 남자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의 리플이 써져있었습니다.
분명히 그녀의 아이피로요.


당연히 사이트는 뒤집어졌고, 그녀가 넷카마라는걸 밝히는 자료만 잔뜩 올라왔습니다.
리플과 자료 모두 그녀에게 욕을했고..
저역시 너무 큰 충격에 휩쌓였습니다.



그녀를 믿었고, 곧 만날거라 생각하며 노력했는데. 그런데 남자라니?


그날, 새벽 네시까지 잠못들고 생각했습니다.
뭘까, 진짜 남자일까.
가족중에 누군가가 썻을수도 있지.
그럼 누가 썼을까.
오빠일까.

그녀는 여동생이 있을 뿐, 오빠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삼촌일까.. 분명 축구사이트에 그 남자는 23살이라 소개했습니다. 삼촌일리가..
그렇다면, 남자친구일까?

가장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남자친구, 절 속이고 남자친구를 사귄겁니다.
그것도 원룸에 단둘이.

너무나 큰 배신감에 컴퓨터를 다시 켜고, 그녀에게 어떻게 된건지 빠짐없이 말하라고 쪽지를 보냈습니다.
당연히 답장은 없었구요.

다음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양말도 안벗고 컴퓨터부터 켰고, 올라온 자료들을 확인했습니다.
그녀가 '난 그런글 쓴적 없고 진짜 여자가 맞다'하고 자료를 올렸으나, 넷카마는 꺼지라는 리플들만 잔뜩 달렸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쪽지가 와있었습니다.
맹세코 남자친구같은건 없고, 남자를 집에 들인적은 한번도 없다고. 믿어달라고. 자기도 어떻게된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해보니, 자취방에 전에 살던사람이 썻을 수도 있단 판단이 들어서, 그녀 아이피를 구글링해서 그 축구사이트를 찾아봤습니다.



작성일 :2008년 7월 12일, 2008년 8월 3일, 2008년 11월 17일, 2009년 3월 7일..

불과 이틀 전에 달린 글도 있었습니다.


백퍼센트. 

그녀가 자취중일때였습니다.


전 끝까지 절 속이려는 그녀에 대해 심한 배신감에 휩쌓였고, 그녀가 그 축구사이트에 남긴 리플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었습니다.
군대 후임이 소개팅해준다 했는데 거절했다는 내용, 내무반에서 축구 잘하는놈은 편히 쉬게해줬다는 내용, 일병때 축구중에 고문관 하나가 상대편 상병 쪼인트까서 대가리박았다는 내용..
그러다 여자친구 이야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녀의 남자친구가 쓴 그녀의 이야기겠지요.
읽어보았습니다.

그녀는 25살이고, 직장인이며 키가 크고..


그녀가 제게 했던말은 전부 거짓말이었던겁니다.



그러다, 문득. 머리속이 싸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 미친듯이 그녀와 나눈 쪽지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찾아냈습니다.




그가 축구게시판에 글을 쓴 날은

모두

그녀가

친구집에서 자고온다, 찜질방에서 자고온다 한 날짜였습니다.








그리고 


또하나 깨달았습니다.


그녀와 참고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몇페이지 몇문제인가 까지 함께 이야기했다는것을.


변태같은 취미가 있지 않은이상, 25살 여성이 고등학교 참고서 최신판을 사서 함께 풀진 않았을거라는 것을..



















결국 3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와 실제로 만나보진 못했습니다.

그날 이후 연락이 끊겼으니까요.

어떻게된거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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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현동 일대 오피스텔에서 상습적으로 홀로사는 A씨（18）방에 상습적으로 드나든 피의자 김 모（22세）씨를 검거하여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김 모씨는 화현동 소재에 있는 중국집에서 일을 하면서 음식을 배달하는 기회를 틈타 피해자가 살고 있는 방의 구조를 사전에 파악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후 A씨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오피스텔에 침입, 속옷을 훔친 후 A씨가 침입사실을 눈치채지 못하자 며칠 후 다시 침입하여 열쇠를 훔쳤다. 이후 훔친 열쇠로 14개월간 A씨가 집을 비울 때마다 침입, 속옷과 생리대 등을 훔치다 A씨 컴퓨터로 인터넷을 즐기는 대범함을 보였다. 

수사결과 피의자는 근처 다른 오피스텔에서 15만원 상당의 금품을 절취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 방에 남아있는 김 모 씨의 지문감식을 통해 김 모씨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으며, 검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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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는 접속하지 않았습니다.

그 일이 있은 뒤로부터 몇달 후, 그녀에게 쪽지가 왔습니다.

피씨방에와서, 제 생각나서 보낸다구요.

그녀는 컴퓨터를 버렸다고합니다. 그 남자의 손길이 남아있는것같아 혐오스럽다면서요.

그 남자는 징역을 살게되었고..

이사가고 싶었으나, 조건에 맞는 집이 없어 할수없이 그냥 산다고 했네요.

그 뒤로부터 그녀에겐 연락이 없었습니다.

저역시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구요.

그렇게 2년이 지난 지금..

어엿한 대학생이 된 그녀는

잘 살고 있을까요?



























출처



웃대  -   마지막사상가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