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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771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3
    조회수 : 1661
    IP : 188.166.***.195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6/08/03 21:19:51
    http://todayhumor.com/?panic_89771 모바일
    [오컬트학] 방공호 흔적
    방공호 흔적

    어느 날 친구 몇몇과 우리 집 근처에서 놀다가
    숨바꼭질을 하게 되었는데 N이 술래가 되었습니다.
    사실 전 저만의 비밀 장소가 있었기 때문에 거기 숨기로 했습니다.

    비밀 장소란 건 다름 아닌,
    논두렁에 있는 낡은 방공호였습니다.
    그 방공호는 땅을 파서, 나무를 엮어 단단히 해둔 것 뿐이었는데
    부모님은 항상 거기 들어가지 말라고 했었지만
    사실 전 그 안에 양초도 갖다 놓고, 만화책도 몇 권 갖다 놔서
    완전 저만의 비밀 기지였거든요.

    낡아서인지 입구 쪽은 좀 무너져서
    저 같은 어린 애도 쭈그려서 들어가지 않으면 못 들어갈 정도였습니다.
    입구에서 2미터 정도 안으로 가면 1평 조금 넘는 공간이 있는데
    거기 제가 양초라 만화책을 넣어뒀지요.

    겨우 겨우 안으로 들어가서 양초에 불을 켜서 만화책을 봤습니다.
    방공호 안은 흙을 잘 밟아서 단단하게 만들어둔 지라
    여름에도 시원하고, 서늘한 땅의 기운이 스며나와 상쾌할 정도였습니다.
    한참 지나자 저 멀리서 N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내가 졌어! 못 찾겠다 꾀꼬리!"
    저는 승리에 도취되어 양초의 불을 끄고 방공호에서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바삭바삭바삭소리가 나더니
    등에 갑자기 묵직한 게 누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갑작스런 일에 당황했습니다.
    입구가 약 1미터 앞이었는데, 저는 흙 속에 파묻혀 꼼짝도 못 할 상태가 되었습니다.
    앗, 큰일이다.
    저는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서 큰 소리 쳤습니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나 여깄어!!!"
    무서워서 거의 비명 같은 목소리로 미친 듯이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쳐도 제 목소리만 들릴 뿐, 방공호 안은 고요할 뿐이었습니다.
    아무리 소리쳐봤자 밖에서 제 목소리가 안 들리는 것 같아서,
    친구가 제발 어른들을 데리러 갔기만을 빌면서 가만히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어둠과 흙 무게로 인한 공포심은 의외로 없었습니다.
    그보다 숨이 좀 막혀서, 어린 마음에 '이러다 죽나..' 싶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문득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그때까진 제 희미한 숨소리와
    몸을 움직이다보니 흙더미가 조금 무너지는 소리 밖에 안 들렸는데
    분명 다른 소리가 섞여 들려온 겁니다.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아이 목소리 같았습니다.

    "다 숨었니?"
    분명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것도 아이 한 둘이 아니라, 수 많은 아이가 일제히 말하는 느낌이었어요.
    "이제 다 숨었니? 다 숨었니?"
    한참 더 그 소리가 들렸는데, 어느 순간 딱 멈췄습니다.
    바로 제가 마음 속으로 "다 숨었다~"라고 생각했을 때였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누가 제 발을 만졌습니다.
    발만 만진 게 아닙니다. 몸, 팔, 얼굴..
    온 몸을 차가운 손 같은 게 더듬 더듬 만지는 겁니다.
    그 손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이건 정말 무서워서 비명을 꽥 질렀습니다.
    제가 비명을 지르는 사이에도 손이 점점 늘어나더니
    방공호 안으로 절 잡아당기려는 겁니다.
    그 손은 절 흙더미에서 쑥 잡아 빼내더니 제 몸에서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 귓가에 속삭였습니다.

    "찾 았 다"

    저는 기절했던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 집 거실에 있었습니다.
    제 곁에는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가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제가 안 보이니까, 친구가 집에 가서 말했나 봅니다.
    혼구멍이 낫는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입구가 무너져서 못 나왔다고 했더니, 부모님이 입구가 멀쩡하다는 겁니다.
    분명 입구가 무너져서 전 흙더미에 파묻혔는데 말이에요.

    이튿 날, 확인하러 가보니 정말 입구는 멀쩡한 게 아니겠어요.
    마치 입을 쩍 벌리고 절 부르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후 다신 그 방공호 근처에 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전쟁 중에 식량을 모두 군대에 빼앗긴 적이 있었는데
    입을 줄이기 위해 그 구멍에 아이들을 가둬서 아사시켰다고 합니다.
    아이 몇 명을 그 구멍에 가뒀다가 한 달 정도 방치한 후 시체를 꺼내고
    다시 다른 아이들을 가두고..
    계속 그랬다고 합니다..
    제 사고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 구멍은 완전히 막아버렸습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267609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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