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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669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6
    조회수 : 2032
    IP : 178.62.***.169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6/07/30 21:14:18
    http://todayhumor.com/?panic_89669 모바일
    [오컬트학] 바다 할아범
    바다 할아범

    대학교 1학년 때 일이다.

    아무 것도 없는 시골에 있는 대학에 다니던 나와 동기는 밤 낚시에 취미 들려 있었다.
    학교는 커다란 항구가 있는 바다 인근 지방에 있어서, 낚시할 곳은 천지에 널려 있었다.

    그날 밤은 볼락을 낚고 싶어서, 친구 K와 항구 쪽으로 갔다.
    그리고 항구 입구 부근의 방파제 사이를 노려서 낚시를 했다.
    밤의 항구는 고요하다.
    아침에 일찌감치 나오는 어부들은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항구에서 나가버린다.
    파도가 방파제에 부딪혔다가 바스라지는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낚시에 집중하며 루어가 움직이는 걸 지켜보던 나는
    옆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들여다보는 바람에 심장이 떨어질 뻔 했다.
    마르고 작은 체구의 할아버지가 내 옆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한참 전부터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내가 눈치 채지 못 했을 뿐.
    암만 그래도 이 할아버지 태도는 좀 무례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며 좀 부어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시종일관 미소 지으며 있었다.
    항구에 놓여진 가로등 불빛이 그림자를 더욱 깊게 만들며 노인의 얼굴을 비췄다.
    침묵과 긴장을 도무지 견딜 수 없어서 "산책하시는 건가요?"하고 여쭤봤다.
    노인은 답이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
    나는 살짝 기분이 으스스해졌다.
    어쩌면 이 할아버지는 정신이 살짝 나간 게 아닌가? 치매아닌가? 무시해야겠다
    이번엔 내가 노인을 무시하며 발치에 루어를 드리우고 낚시를 계속 했다.

    한참 지나자 노인은 어디론가 가버린 것 같았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다른 곳에서 농어를 낚던 K와 합류했다.
    K에게 아까 일을 말했더니
    "그건 바다에서 전해지는 옛날 이야기로 치자면,
     대화를 나눠서는 안 되는 사람이야.
     이야기를 나누다가 혼을 빼앗기고, 바닷속으로 끌려들어간다고 하는 거 있잖아.
     우리 동네에선 "바다 할아범"이라고 불리는 요괴가 있었어"
    라고 했다.
    조금 무서웠지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는 걸 아는 나이라
    그대로 K 옆에서 낚시를 했다.

    한참 지나자 이번에는 검게 칠한 승용차가 우리 곁으로 왔다.
    그 차는 아까 그 할아범보다 훨씬 이상했다.
    우선, 이 시간대에 항구에 승용차가 올 리가 없다.
    굳이 온다면 날라리나 폭주족 같은 애들 아닐까 싶다만,
    우리에게 다가오던 차는 아무리 봐도 그런 사람들이 타는 차는 아닌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 차는 노골적으로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야, 좀 위험하지 않냐?"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은데.."
    K는 나와 같은 불안을 느꼈는지, 둘 다 서둘러 낚시대의 릴을 감고
    바닥에 둔 낚시 도구를 챙겨서 차가 오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차 속도가 조금 올라간 것 같았다.
    내 착각이 아니었다.
    차가 속도를 올리더니 나와 K를 노리고 돌진해왔다.
    15m 정도 되던 거리가 단숨에 줄어들었다.
    차에 치이겠다 싶던 그 순간, K는 차를 피해 오른쪽으로 날았다.
    나는 배를 정박하려고 묶어둔 로프에 발이 걸리는 바람에 차보다 빠르게 바다에 빠졌다.

    바다에 헤딩하는 형태로 처박힌 나는 정신이 없어서
    내 옆에 차가 떨어진 것도 몰랐다.
    벼랑에서 K가 "야!! 괜찮냐??"하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리자 조금 제정신이 들어서
    내 옆에서 트렁크 부분만 보이는 차가 떠오르는 걸 본 기억이 난다.

    그 후 나는 K가 던져준 로프를 잡고 올라왔고, 바로 경찰을 불렀다.
    우리를 향해 돌진한 차는 다음 날 인양되었고, 차 안에는 시체 두 구가 발견됐다.
    한 사람은 낚시할 때 들여다보던 할아버지였다.
    또 다른 한 사람은 할아버지 부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부인 분의 사망 원인은 익사가 아니었다.
    시체가 꽤 부패한 것으로 보아, 경찰 쪽에서는 사망 2개월은 경과했을 거라고 했다.
    그러니까 그 노인이, 조수석에 부패한 아내 시체를 싣고 바다로 돌진한 것이다.
    나와 K를 길동무로 삼으려고.

    그 노인은 어째서 우리를 길동무 삼으려고 한 걸까?
    죽으려고 바다에 왔던 걸까?
    아니, 다른 무엇보다 그 노인은 왜 그런 행동을 하기 전에 웃은 걸까?
    지금도 무섭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96698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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