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산속 마을</b></div> <div><br></div> <div>전남친은 아랫 지방의 어느 산속 마을에 살고 있었다.</div> <div>여덟 마을 정도가 있었는데,</div> <div>수도가 깔려 있어서 물이 나오는데도 다들 우물물을 마시며 지내는 물과 공기가 맑은 동네였다.</div> <div><br></div> <div>가을 연휴에 전남친을 따라 전남친 고향에 한 번 가봤다.</div> <div><br></div> <div>내가 갔더니 마을에서 사람들이 웅성웅성 나오더니</div> <div>"네가 누구누구 여자친구냐~"라며 인사를 건넸다.</div> <div>뭔가 사람 냄새 나는 곳이구나 생각도 했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div> <div><br></div> <div>산에서 가장 가까운 집은 논두렁길 가에 있는 농기구를 넣어두는 작은 오두막 같은 집이었는데</div> <div>거기서 어느 여자가 나왔다. 그것도 눈 돌아갈 정도로 예쁜 미인이.</div> <div>진홍색의 나들이옷도 잘 어울렸다.</div> <div>넋이 나가서 보고 있는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 여자더러 썩 돌아가라며 윽박을 질렀다.</div> <div>여자는 깔깔 웃더니 산 속으로 들어갔다.</div> <div>왜 저런 화려한 나들이옷을 입고서 산에 들어간 건지 알 수 없었다.</div> <div>남친에게 물어봤지만 답해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남친은 집에서 산에서 놀던 때 이야기와 산 어디에 뭐가 있나 다 안다며 자랑을 하길래</div> <div>다음 날 산에 안내해 달라고해서 같이 가보았다.</div> <div>버섯이 난 곳과 늪에 간 것도 재밌었지만</div> <div>산 깊은 곳에 확 트인 곳이 있었는데, 조금 높은 흙산이 보여서</div> <div>"저기는 뭐야?"라고 물었더니</div> <div>"저건 아무 것도 아니야"라며 다른 방향으로 틀어서 걸어가려고 했다.</div> <div>그러자 나들이옷을 입은 여자가 깔깔 웃는 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랐다.</div> <div>도망치려고 했는데 저 여자 정체도 궁금해서 미처 도망치지 못 했다.</div> <div>여자는 흙산 위에 서서 깔깔 웃으며 날 쳐다봤다.</div> <div>자세히 보니 흙산 위에 돌로 만든 우물 같은 게 보였다. 아마 우물이 맞았을 거다.</div> <div>깔깔 웃으며 그 우물 안에 침을 탁 뱉았다.</div> <div>우물에 침을 뱉는 건 너무 비도덕적이란 생각이 들어서</div> <div>그 자리를 그냥 벗어나려고 봤더니.. 남친이 안 보였다...</div> <div><br></div> <div>그 여자는 깔깔 웃으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div> <div>무서워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div> <div>그런데 의외로 냉정한 판단으로 도망쳐봤자 조난 당할 게 뻔하다.</div> <div>(산이 겹겹이 있었는데, 꽤나 깊은 곳까지 들어갔었다)</div> <div>썩 내키진 않지만 저 여자에게 말해서 마을까지 데려다 달라고 해야지 생각했다.</div> <div>무척이나 무서웠지만, 나 스스로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div> <div>내가 다가가는 게 의외였는지 순간 멈칫하는 게 보였다.</div> <div>그 멈칫하는 모습이 너무나 평범해 보여서, 되려 마음이 침착해졌다.</div> <div>"죄송한데요, 남자친구가 어딘가 가버린 것 같아요. 길을 모르는데 같이 마을까지 좀 가주세요"</div> <div>라고 부탁 했다.</div> <div>여자는 다시 깔깔 웃더니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왔다.</div> <div>찌르기라도 하면 어쩌지 생각했지만</div> <div>"나랑 같이 있으면 안 돼. 납치당하거든. 여기서 늪까진 갈 수 있어?"라고 속삭였다.</div> <div>"늪까진 갈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더니</div> <div>"지금 이 시각이면 늪을 따라 내려가면 마을 사람이 석탄을 굽고 있을 거야.</div> <div> 그러니까 늪을 따라 산 아래로 내려가"</div> <div>라고 했다.</div> <div>말투가 호탕하니 시원시원하길래 나도 모르게</div> <div>"같이 좀 가주세요. 저 무서워요"라고 부탁했다.</div> <div>그랬더니</div> <div>"안 돼. 난 할 일이 있으니까.</div> <div> 나랑 이야기했다는 건 비밀로 하는 게 좋을 거야.</div> <div> 뒤돌아보지 말고 쭉 가"</div> <div>라는 게 아닌가.</div> <div><br></div> <div>어쩔 수 없이 그대로 늪까지 갔다가, 늪 길을 따라 산을 내려가니 정말 연기가 보였고</div> <div>연기를 따라가보니 석탄 만드는 오두막도 있었고 할아버지가 거기 계셨다.</div> <div>무뚝뚝한 게, 할아버지가 훨씬 더 무서운 느낌이 들었지만</div> <div>어쨌든 감사하게도 마을까지 같이 내려가주셨다.</div> <div><br></div> <div>길을 가며 그 여자에 대해 물어봤지만 거의 대답해주지 않으셨다.</div> <div>"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서 '코게'를 섬기고 있네.</div> <div> 네가 대신 당하지 않아서 다행이구만. 잘도 무사히 돌아왔네 그랴"</div> <div>라고 하셨다.</div> <div>남자 앞에 '코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같이 가면 안심된다며 마을까지 같이 가주었다.</div> <div>마지막으로 네 남친은 어디 갔냐고 물으시길래</div> <div>절 두고 도망쳤어요라고 답하며 웃었더니</div> <div>"쯧쯧 노랭이가 아니면 못 쓰겠구만"라고 중얼거리셨다.</div> <div>남친 집에 도착하니 무릎 꿇고 사과했지만,</div> <div>노랭이와 코게가 뭐냐고 물어봤지만 모른다고 딱 잡아떼며 말해주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그 후 그 여자는 보지 못 했고, 저는 우리 집으로 돌아왔고..</div> <div>걔랑은 헤어져서 그 후 이야기는 모르겠습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