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흘러가는 인형</b></div> <div><br></div> <div>2008년 8월이 끝나던 어느 날,</div> <div>일주일 정도 여름 휴가를 받아서 효코현에 있는 고향에 돌아갔습니다.</div> <div><br></div> <div>어느 날 작은 아버지(아빠의 동생)가 부탁하신 간단한 일을 도와드리고</div> <div>둘이서 차를 타고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div> <div>해질녘쯤 되었던 때였고, 활짝 열어둔 창으로 불어들어오는 바람이</div> <div>아직은 약간 열기를 머금고 있었지만</div> <div>그럼에도 여름이 끝자락에 왔다는 걸 알려주는 듯 했고</div> <div>왠지 쓸쓸하기도 한 그런 마음이었던 기억이 납니다.</div> <div>고향 집 근처에 있는 강변 쯤에 오자, 갑자기 작은 아버지가 "한 번 들러볼래?"라고 하셨습니다.</div> <div>집에서 차를 타고 한 10분 정도 걸리는 강변이었는데</div> <div>마지막으로 왔던 건 초등학생 때였습니다.</div> <div>땀과 먼지를 씻어내리고 싶기도 했고, 그립디고 해서 두말않고 찬성했습니다.</div> <div>그 강은 물도 좀 적은 편이고,</div> <div>물 좋은 곳 100선에 뽑힐 정도로 투명함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div> <div>잠시 휴식하기에 정말 딱 좋은 강변이었습니다.</div> <div>초등학교 시절에는 자율 학습 과제로 강 수위를 재려고 표준으로 표시해둔 바위도 그대로 있었고</div> <div>꽤나 감개무량함을 느꼈습니다.</div> <div><br></div> <div>물로 세안하고, 돌을 주으며 있는데, 작은 아버지가 말하셨습니다.</div> <div>"누가 오는데?"</div> <div>작은 아버지가 말하던 쪽을 바라보니 정말 맞은 편에 손을 흔드는 사람이 보였습니다.</div> <div>그리 멀지는 않지만 안개 같은 게 끼어서 실루엣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div> <div>손을 흔들던 그 실루엣이 조각배를 타고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실루엣은 두 사람이었는지, 그 중 한 사람이 손을 흔들었습니다.</div> <div>작은 아버지가 그 사람들을 볼 때부터 손을 흔들고 있었으니</div> <div>아는 사람 아니면 무슨 용건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div> <div>누군가 하고 저와 작은 아버지는 서로를 마주보았습니다.</div> <div>작은 아버지도 짐작 가는 바가 없는지 이상한 표정으로 답으로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div> <div>이제 슬슬 저 안개를 지나오겠다 싶을 때,</div> <div>아직도 손을 흔들고 있는 걸 보면서 대체 누군가 생각하며</div> <div>저는 쭈그리고 앉아 이쪽으로 오길 기다렸습니다.</div> <div>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와서</div> <div>그 두 사람의 정체를 확인한 우리는 전율을 느꼈습니다.</div> <div>조금 전까지 손을 흔들며 조각배를 타고 이쪽으로 오던 실루엣은</div> <div>두 개의 인형이었던 겁니다.</div> <div>작은 아버지와 저는 여자애들처럼 비명을 지르면서도 눈을 떼지 못 했습니다.</div> <div><br></div> <div>먼저 손을 흔들던 인형은 하늘색의 전통복 차림이었고, 소년 인형인 것 같았습니다.</div> <div>얼굴은 원래는 흰 색이었겠지만, 오랫동안 비바람을 맞았는지 약간 지저분했고</div> <div>입술에는 벗겨진 붉은 색이 칠해져 있었습니다.</div> <div>그리고 허리에는 흰 칼을 차고 있었습니다.</div> <div>또 다른 인형은 소녀 인형이었는데, 긴 머리와 핑크빛 기모노를 입은 것 외에는 소년 인형과 똑같아서</div> <div>한 눈에 둘이 한 쌍이란 걸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div> <div>공인지 도구함인지 모를 무언가를 안고 있었던 것 같은데, 분명치는 않습니다.</div> <div>그리고 조각배라고 생각했던 건 직사각형 형태의 편평한 쟁반 같은 것이었습니다.</div> <div>제가 덜덜 떨면서도 그 인형에게서 눈을 떼지 못 하고 있었는데</div> <div>작은 아버지가 이 이상한 인형들에게서 더욱 이상한 점을 하나 깨달았습니다.</div> <div>"거꾸로 흘러가고 있잖아 이거!"</div> <div>강은 우리쪽에서 봤을 때 오른쪽 위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div> <div>그러니까 그 인형은</div> <div>강의 흐름을 역류해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div> <div>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한걸음에 차까지 뛰어가서 강변을 뒤로 하고 떠났습니다.</div> <div>제가 살짝 백미러를 통해 봤더니</div> <div>두 인형은 본디 흘러가야 하는 방향으로 강물의 흐름을 타고 천천히 멀어져 갔습니다.</div> <div>차 안에서 작은 아버지와 둘이서 서로</div> <div>손 흔들던 인형을 잘못 본 게 아닌가 하고 확인하면서 서둘러 집으로 갔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인형에 대한 꿈 같은 건 꾸지 않았습니다.</div> <div>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는 강이란 강은 가까이도 가지 않습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