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바다 할아범</b></div> <div><br></div> <div>대학교 1학년 때 일이다.</div> <div><br></div> <div>아무 것도 없는 시골에 있는 대학에 다니던 나와 동기는 밤 낚시에 취미 들려 있었다.</div> <div>학교는 커다란 항구가 있는 바다 인근 지방에 있어서, 낚시할 곳은 천지에 널려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날 밤은 볼락을 낚고 싶어서, 친구 K와 항구 쪽으로 갔다.</div> <div>그리고 항구 입구 부근의 방파제 사이를 노려서 낚시를 했다.</div> <div>밤의 항구는 고요하다.</div> <div>아침에 일찌감치 나오는 어부들은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항구에서 나가버린다.</div> <div>파도가 방파제에 부딪혔다가 바스라지는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들려왔다.</div> <div><br></div> <div>낚시에 집중하며 루어가 움직이는 걸 지켜보던 나는</div> <div>옆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들여다보는 바람에 심장이 떨어질 뻔 했다.</div> <div>마르고 작은 체구의 할아버지가 내 옆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었다.</div> <div>아니, 어쩌면 한참 전부터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내가 눈치 채지 못 했을 뿐.</div> <div>암만 그래도 이 할아버지 태도는 좀 무례하지 않은가.</div> <div>그런 생각을 하며 좀 부어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시종일관 미소 지으며 있었다.</div> <div>항구에 놓여진 가로등 불빛이 그림자를 더욱 깊게 만들며 노인의 얼굴을 비췄다.</div> <div>침묵과 긴장을 도무지 견딜 수 없어서 "산책하시는 건가요?"하고 여쭤봤다.</div> <div>노인은 답이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div> <div>나는 살짝 기분이 으스스해졌다.</div> <div>어쩌면 이 할아버지는 정신이 살짝 나간 게 아닌가? 치매아닌가? 무시해야겠다</div> <div>이번엔 내가 노인을 무시하며 발치에 루어를 드리우고 낚시를 계속 했다.</div> <div><br></div> <div>한참 지나자 노인은 어디론가 가버린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다른 곳에서 농어를 낚던 K와 합류했다.</div> <div>K에게 아까 일을 말했더니</div> <div>"그건 바다에서 전해지는 옛날 이야기로 치자면,</div> <div> 대화를 나눠서는 안 되는 사람이야.</div> <div> 이야기를 나누다가 혼을 빼앗기고, 바닷속으로 끌려들어간다고 하는 거 있잖아.</div> <div> 우리 동네에선 "바다 할아범"이라고 불리는 요괴가 있었어"</div> <div>라고 했다.</div> <div>조금 무서웠지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는 걸 아는 나이라</div> <div>그대로 K 옆에서 낚시를 했다.</div> <div><br></div> <div>한참 지나자 이번에는 검게 칠한 승용차가 우리 곁으로 왔다.</div> <div>그 차는 아까 그 할아범보다 훨씬 이상했다.</div> <div>우선, 이 시간대에 항구에 승용차가 올 리가 없다.</div> <div>굳이 온다면 날라리나 폭주족 같은 애들 아닐까 싶다만,</div> <div>우리에게 다가오던 차는 아무리 봐도 그런 사람들이 타는 차는 아닌 것 같았다.</div> <div>무엇보다 그 차는 노골적으로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div> <div>"야, 좀 위험하지 않냐?"</div> <div>"상황이 안 좋은 것 같은데.."</div> <div>K는 나와 같은 불안을 느꼈는지, 둘 다 서둘러 낚시대의 릴을 감고</div> <div>바닥에 둔 낚시 도구를 챙겨서 차가 오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걷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차 속도가 조금 올라간 것 같았다.</div> <div>내 착각이 아니었다.</div> <div>차가 속도를 올리더니 나와 K를 노리고 돌진해왔다.</div> <div>15m 정도 되던 거리가 단숨에 줄어들었다.</div> <div>차에 치이겠다 싶던 그 순간, K는 차를 피해 오른쪽으로 날았다.</div> <div>나는 배를 정박하려고 묶어둔 로프에 발이 걸리는 바람에 차보다 빠르게 바다에 빠졌다.</div> <div><br></div> <div>바다에 헤딩하는 형태로 처박힌 나는 정신이 없어서</div> <div>내 옆에 차가 떨어진 것도 몰랐다.</div> <div>벼랑에서 K가 "야!! 괜찮냐??"하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리자 조금 제정신이 들어서</div> <div>내 옆에서 트렁크 부분만 보이는 차가 떠오르는 걸 본 기억이 난다.</div> <div><br></div> <div>그 후 나는 K가 던져준 로프를 잡고 올라왔고, 바로 경찰을 불렀다.</div> <div>우리를 향해 돌진한 차는 다음 날 인양되었고, 차 안에는 시체 두 구가 발견됐다.</div> <div>한 사람은 낚시할 때 들여다보던 할아버지였다.</div> <div>또 다른 한 사람은 할아버지 부인이라고 했다.</div> <div>그런데 이 부인 분의 사망 원인은 익사가 아니었다.</div> <div>시체가 꽤 부패한 것으로 보아, 경찰 쪽에서는 사망 2개월은 경과했을 거라고 했다.</div> <div>그러니까 그 노인이, 조수석에 부패한 아내 시체를 싣고 바다로 돌진한 것이다.</div> <div>나와 K를 길동무로 삼으려고.</div> <div><br></div> <div>그 노인은 어째서 우리를 길동무 삼으려고 한 걸까?</div> <div>죽으려고 바다에 왔던 걸까?</div> <div>아니, 다른 무엇보다 그 노인은 왜 그런 행동을 하기 전에 웃은 걸까?</div> <div>지금도 무섭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