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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앙쥬금ㅜ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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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64057
    작성자 : 으앙쥬금ㅜ
    추천 : 10
    조회수 : 982
    IP : 211.168.***.3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4/02/12 13:02:34
    http://todayhumor.com/?panic_64057 모바일
    [펌/재탕/bgm] 제 말 좀 들어보십시오 - [3]
    <div><embed height="180"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width="422" src="http://player.bgmstore.net/eFdQg" allowaccess="null" allowfullscreen="null"></embed><br /><a target="_blank" href="http://bgmstore.net/view/eFdQg" target="_blank">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eFdQg</a></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기원은 청력이 완전 차단된 채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br /><br />그녀가 들뜬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br /><br />기원이 재빨리 시선을 돌려 사람들의 상태를 관찰했다.<br /><br />몇 명이 마구 흥분하여 삿대질을 해대고 있었다.<br /><br />그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제법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는데,<br /><br /><br />사람들이 다시 조용해지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br /><br />그녀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했으며... 때로는 무척 격한 몸짓을 보였다.<br /><br />'독순술이라도 배워 둘걸...'<br /><br />기원은 그녀의 입모양을 뚫어져라 노려봤지만... 헛수고였다.<br /><br />그 때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섰다.<br /><br />기원이 바라보니 유명 비평가인 윤성호씨였다.<br /><br />윤성호는 싸늘한 표정으로 여자와 단독 대화를 시작했다.<br /><br />윤성호가 따지면 여자가 바로 받아쳤다.<br /><br />둘의 대화가 3분이 넘어서자 장내의 모두가 들썩 거리기 시작했다.<br /><br />'무슨 일이지, 그리고 왜 딴 사람들은 가만 있는 걸까?'<br /><br />기원이 초조한 낯빛으로 발을 굴렀다.<br /><br />5분이 더 지나자 윤성호가 후련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br /><br />그 때부터 붉은 사쿠라의 눈빛이 달라졌는데,<br /><br />말을 하면서 손을 떠는가 하면, 미친듯이 경련을 일으키기도 했다.<br /><br />그녀의 입모양은 쉴새 없이 움직였고, 짐작컨대 속사포 처럼 말을 쏟아 내는 것 같았다.<br /><br />'잠깐만 들어볼까...'<br /><br />기원이 망설이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br /><br />아까전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눈빛은 몽롱해졌고 다리는 천박하게 떨리고 있었다.<br /><br />"스윽"<br /><br />기원이 방음기를 떼어 냈다.<br /><br /><br />- ....고 있는 것이죠 -<br /><br /><br />- 진짜 존재의 내기에 백만번이 지속 되는 것입니다. -<br /><br /><br />- 자 요약하겠습니다. 들어 보십시오. -<br /><br /><br />"스윽"<br /><br />기원이 재빨리 방음기를 착용했다.<br /><br />가슴이 두근 거렸고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br /><br />'무슨 말일까.... 진짜 존재? 백만번?'<br /><br />기원이 골똘히 생각에 빠진 사이 오분의 시간이 더 지나갔다.<br /><br />'응?'<br /><br />서늘한 기척에 기원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br /><br />붉은 사쿠라는 보이지 않았고,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br /><br />"이봐요!! 다들 잠깐 멈추세요!!"<br /><br />기원이 방음 장치를 집어 던지고 소리를 질렀다.<br /><br />사람들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하나 둘 강당을 빠져 나갔다.<br /><br />"여봐요, 윤성호씨!! 윤성호씨 저 좀 봐 주세요!!"<br /><br />기원이 재빨리 윤성호의 팔을 움켜 쥐었다.<br /><br />"왜 그러시죠?"<br /><br />윤성호가 묘한 표정을 거두지 않은 채 물었다.<br /><br />"무슨 말을 들었나요? 대체 그녀가 무슨 말을 했길래...."<br /><br />"같이 안 들으셨나보군요,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br /><br />윤성호가 슬며시 손을 뿌리치고는 결국 나가버렸다.<br /><br />"하........."<br /><br />기원이 멍한 표정으로 출구쪽을 바라보았다.<br /><br />잠시 후 영민과 두명이 부리나케 달려왔다.<br /><br />"괜찮아? 어떻게 됐어? 여자가 뭐라는지 들었어?"<br /><br />"당장......"<br /><br />"응? 뭐라구..?"<br /><br />"당장 저들에게 경찰을 붙이라구!!"<br /><br />기원이 소리를 빽 질렀다.<br /><br /><br /><br /><br /><br /><br /><br />한 시간 뒤 동시에 백명이 목숨을 끊었다.<br /><br />경찰이 붙은 사람은 혀를 깨물었고, 나머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을 선택했다.<br /><br />영민이 윤성호를 맡았었는데, 완전 포박에 혀에 물린 헝겊도 소용이 없었다.<br /><br />윤성호는 숨을 들이 마시지 않는 방법으로 질식사를 택했다.<br /><br />이 엄청난 사건에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가 취재를 해갔다.<br /><br />하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뉴스와 신문은 조용했다. 완전 묻혀 버린 것이다.<br /><br /><br /><br />쇼크 상태에 빠진 기원이 어디론가 나가버리자, 영민이 수사팀의 해산을 고려하기 시작했다.<br /><br /><br />'말하기 좋아하는 그들이 어째서 반박을 못했을까...'<br /><br />기원은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는 명동거리에 있었다.<br /><br />'진짜 존재...? 신을 말하는 걸까.? '<br /><br />여자의 말이 귓속에서 계속 되풀이 되고 있었다.<br /><br />'백만번이 뭘 뜻할까..... 백만번...백만번...'<br /><br />주위엔 젊은 연인들이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br /><br />문든 자괴감이 밀려들었다.<br /><br />'나로 인해 100명이 죽었어... 불 지옥에 떨어지겠구나...'<br /><br />기원이 씁쓸하게 웃었다.<br /><br />"부스럭"<br /><br />그 때 뒤에서 누군가 옷자락을 만졌다.<br /><br />"응?"<br /><br />기원이 돌아보자 창백한 얼굴의 한 꼬마가 서 있었다.<br /><br />꼬마의 손에는 비디오 테잎 하나가 케이스 채로 들려 있었다.<br /><br />"찰칵"<br /><br />꼬마가 케이스를 열자 테잎과 쪽지 하나가 드러났다.<br /><br />"스윽"<br /><br />꼬마는 쪽지만 꺼낸 뒤 기원에게 내밀었다.<br /><br />"꼬마야, 이거 나한테 주는 거니?"<br /><br />기원이 몸을 숙여 쪽지를 건네 받았다.<br /><br />"02- 642-00XX......? 이게 뭐지?"<br /><br />쪽지에는 전화번호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다.<br /><br />"휘익"<br /><br />꼬마가 말없이 왔던 곳으로 걸어 가기 시작했다.<br /><br />"흠...."<br /><br />기원이 슬쩍 비디오를 봤지만, 첫글자인 ' 노' 자만 확인 할 수 있었다.<br /><br />묵묵히 쪽지를 보던 기원이 한순간 화들짝 놀랐다.<br /><br />"아!! 사쿠라....."<br /><br />붉은 사쿠라가 강당에 들어 올때가 떠올랐다. 그 때 뒤따르던 꼬마의 얼굴도 기억이 났다.<br /><br />"저 꼬마였구나..."<br /><br />기원이 황급히 꼬마가 간 방향으로 뛰어갔다.<br /><br />한참을 뛰던 기원이 일순 멈추었다.<br /><br />'아니지... 내가 가서 뭘 어쩌겠다고... 가봐야 죽을 뿐이지...'<br /><br />기원이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br /><br />'그럼 이건 사쿠라의 직통 번호겠구나....'<br /><br />묘한 흥분이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br /><br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움츠릴 때다...'<br /><br />기원이 번호를 외우곤 쪽지를 불태웠다.<br /><br />'많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최소 성인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 필요해...'<br /><br />기원이 곰곰히 생각했다.<br /><br />'예수나 석가....? 아니면 공자나 노자...? 그들이라면 상대 할 수 있을까?'<br /><br />'성철스님이 계셨더라면 어땠을까.... '<br /><br />기원은 이미 입적하신 성철스님을 떠올렸다.<br /><br />'성철스님의 경지라면 그녀를 알고 있지 않았을까?'<br /><br />'아........ 혼란스럽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지...'<br /><br />기원이 한숨을 내쉬었다.<br /><br />'산으로 가서 수련이나 할까...'<br /><br /><br /><br /><br /><br /><br />다음 날 영민이 있는 수사팀으로 전화가 걸려왔다.<br /><br />"네... 강남경찰서 입니다.."<br /><br />영민의 목소리는 축 쳐저 있었다.<br /><br />"나다, 영민아.... 나 당분간 산에 가 있기로 했어..."<br /><br />기원의 목소리가 들리자 영민이 다급히 말했다.<br /><br />"뭐? 산에 간다고? 그럼 우리는 어떡하고.... "<br /><br />"백명이나 죽었으니 위에서도 인력지원이 있을거야... 그들과 합류하도록 해..."<br /><br />"너라도 되니까 버텼지... 나머지 것들이 뭘 알겠냐.."<br /><br />"큭.... 참 김중호씨는 당분간 거기서 지내도록 해줘.."<br /><br />영민이 쓰게 웃었다.<br /><br />"히든카드라더니... 완전 속았다 속았어..."<br /><br />"그럼 나중에 보자, 내가 연락할께"<br /><br />"찰칵"<br /><br />통화가 끊기자 영민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내려 주십시오.."<br /><br />그 날 폭포암에서는 때 아닌 설전이 벌어졌다.<br /><br />"중놈도 아닌기 화두는 무신 화두..."<br /><br />"제가 말씀 드렸잖습니까... 사정이 있다고..."<br /><br />노기 가득한 주지스님의 입에서 불호령이 터졌다.<br /><br />"네 이놈!! 출가도 안한 놈이 화두공부가 가당키나 하더냐!!"<br /><br />"아니 그런 법도는 누가 만들었습니까? 부처님 생전엔 듣도 보도 못한 말입니다.."<br /><br />"이런 미친놈이 있나... 한 때 좋게 보았더니... 완전 더러운 놈이구나!!"<br /><br />"스님게서 저를 박대하시면 이 길로 보왕사로 갈 것입니다."<br /><br />"뭐라꼬? 보왕사? 그기는 안된다... 광허 그 돌중이 뭘 안다꼬 그까지 가노?"<br /><br />"광허스님께서는 좋다구나 하고 화두를 내려 줄 겁니다"<br /><br />기원이 슬쩍 몸을 일으키는 척 했다.<br /><br />"앉아있그라, 니 맴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기지...끙"<br /><br />주지스님이 일어나서 종이와 먹을 챙겼다.<br /><br />"화두는 아무렇게나 받으면 천벌 받는기라....."<br /><br />기원이 공손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br /><br />"스윽"<br /><br />스님이 화선지에 글자를 써 내려갔다.<br /><br />" 無 "<br /><br />"무........"<br /><br />기원의 몸이 저절로 들썩이기 시작했다.<br /><br />" '무' 자 화두다... 똑똑한 놈이니까 설명은 안할란다.."<br /><br />기원이 화선지를 품에 넣고 법당을 빠져 나왔다.<br /><br />그 길로 곧장 두 시간 동안 산을 탔다.<br /><br />수풀을 헤집고 도착한 곳은 동굴 앞이었다.<br /><br />잠시 숨을 고른 기원이 동굴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br /><br />동굴안에는 타고남은 초와 향들이 굴러 다녔고.. 벽에는 탱화가 걸려 있었다.<br /><br />'성철스님은 7년간의 용맹정진 끝에 대오각성을 이루셨다... 최소 7년은 잡아야 돼...'<br /><br />기원이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았다.<br /><br />'무'자 화두가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br /><br /><br /><br />-옛날에 한 제자가 큰스님에게 물었다.<br /><br />"큰스님, '개' 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br /><br />"없다."<br /><br /><br />며칠이 지나고 제자가 다시 물었다.<br /><br />"큰스님, 부처님께서는 벌레처럼 한낱 미물도 불성이 있다고 하셨습니다,<br /><br />헌데 어찌 스님께서는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 하십니까?"<br /><br />"없다."<br /><br /><br /><br />이것이 그 유명한 '무' 자 화두의 일화였다.<br /><br />어째서 스님이 '없다' 라고 했는지 그것을 생각해야 한다.<br /><br />밥 먹을때나 용변 볼때도 생각하고, 자기전에도 생각하며 경지에 오르면<br /><br />꿈속에서도 붙들고 늘어 질 수 있어야 한다.<br /><br />'없다 없다 없다 없다 없다 없다...'<br /><br />그 날 부터 기원의 머릿속은 오직 이 단어로만 채워졌다.<br /><br />끼니 때가 되면 동굴 근처의 솔잎을 뜯어 먹었다.<br /><br />잠은 하루에 세시간 이상을 자지 않았고, 오로지 화두공부에만 전력을 쏟았다.<br /><br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가을이 찾아왔다.<br /><br />'없다, 개한테는 불성이 없다... 하지만 미물에게는 있다.'<br /><br />'불성이 없다가 아니라 답이 없다는 것인가... 그럼 두번째 물음엔 왜 없다라고 했을까?'<br /><br />'두번째도 답이 없는가? 그럼 앞의 없다와 뒤의 없다는 같은 것인가...'<br /><br />'아니지.. 스님한테 직접 물었으니 대답의 대상이 달라...'<br /><br />'그럼 결론은 둘의 없다가 다른 의미라는 말인데.....'<br /><br />'내가 완전 헛짚는 건 아닐까?'<br /><br />'스님은 우연히 없다 라고 내뱉었는데, 때마침 제자가 질문한 시기와 겹친건 아닐까?'<br /><br />'아니야, 말도 안돼... 다시 생각 해 보자'<br /><br />'없다 없다 없다 없다...'<br /><br />기원의 머릿속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지만... 겉으로는 조용히 호흡할 뿐이었다.<br /><br />점심때가 되자 기원이 가부좌를 풀었다.<br /><br />'없다 없다 없다 배고프다'<br /><br />"흐흐..."<br /><br />기원이 씨익 웃으며 동굴 밖을 나섰다.<br /><br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br /><br />여름옷을 걸친 기원이 몸을 떨며 솔잎을 땄다.<br /><br />기원의 행색은 매우 지저분했다. 수염이 제멋대로 얼굴을 덮었고 볼살이 빠져 광대가 돌출되었다.<br /><br />하지만 얼굴은 야위었어도 눈빛은 터질 듯 했다.<br /><br />솔잎을 씹으며 물끄러미 나무쪽을 바라보던 기원이 깜짝 놀랐다.<br /><br />'어라? 초록잎이 다 사라졌어...'<br /><br />단풍이 들면서 초록잎들이 죄다 울긋불긋하게 변해 있었다.<br /><br />'초록잎은 없고, 왜 다른 것들이 있지?'<br /><br />충격을 받은 기원이 동굴안으로 들어 가 버렸다.<br /><br />'없다... 초록잎이 없어... 없다, 없다'<br /><br />기원은 가부좌를 틀고 하염없이 생각에 빠졌다.<br /><br />한참을 생각하던 기원이 눈을 떴다.<br /><br />'아 맞다... 없어진게 아니라 색이 변한 거였어..'<br /><br />'하하... 이런걸 다 까먹고 말야 ...'<br /><br /><br /><br />시간은 흘러 흘러 겨울이 다가왔다.<br /><br />그 날도 '무'자 화두에 매달리던 기원이 벌떡 일어섰다.<br /><br />"우아아아아!!!"<br /><br />그리곤 갑자기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뛰쳐 나갔다.<br /><br />밖은 꽁꽁 얼어 있었고, 차가운 한기가 온 몸으로 침투했다.<br /><br />'어째서... 어째서 진전이 없는걸까.....'<br /><br />기원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뇌까렸다.<br /><br />쭉쭉 뻗어가던 기원이 정체 된 것은 두달 전 부터였다.<br /><br />하나의 벽이 앞을 가로 막았는데, 도저히 넘을 수가 없었다.<br /><br />기원의 눈이 멍하니 나무를 향했다.<br /><br /><br />얼마나 있었을까... 주위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br /><br />"........."<br /><br />기원의 멍한 동공이 변화를 보였다.<br /><br />처음에 약한 파문을 그리는가 싶더니 점점 크게 떨렸다.<br /><br />떨림은 눈에서 얼굴로, 얼굴에서 온 몸으로 확산되었다.<br /><br />"없다..."<br /><br />나무에 잎에 없었다.<br /><br />초록잎은 변했지만, 사라지진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완전히 없어진 것이다.<br /><br />있는게 당연했던 잎이... 응당 그자리에 매달려 있어야 할 잎이 없어져 버렸다.<br /><br />머리속에서 무언가 폭발했고, 곧 어마어마한 희열이 밀려왔다.<br /><br />예전에 읽은 성철스님의 오도송이 떠올랐다.<br /><br /><br /><br /><br />황하수 곤룐산 정상으로 거꾸로 흐르니<br /><br />해와 들은 빛을 잃고 땅은 꺼지는 도다<br /><br />문득 한 번 웃고 머리를 돌려서니<br /><br />청산은 예대로 흰구름 속에 섰네.<br /><br /><br /><br /><br /><br />다시 2년의 세월이 지났다.<br /><br />기원이 머물던 산신각을 향해 중 하나가 오르고 있었다.<br /><br />동굴앞에 도착한 중이 고래고래 소리치기 시작했다.<br /><br />"네 이놈!! 죽었는지 살았는지 당장 나와 보그라!!"<br /><br />우렁찬 목소리의 주인은 폭포암 주지스님이었다.<br /><br />스님의 호통에 기원이 밖으로 나왔다.<br /><br />"스님의 울화가 이리도 크니, 열반이 머지 않았군요.."<br /><br />동굴에서 봉두난발의 거지 하나가 나왔다.<br /><br />코를 찌르는 악취에 스님이 인상을 찌푸렸다.<br /><br />"니 놈 뱃속 같이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구나.... 그래 공부는 어찌 됐노?"<br /><br />"이제 겨우 산에 올랐습니다"<br /><br />기원의 눈빛은 맑았고, 목소리는 청아했다.<br /><br />"혼자서 제법 길을 찾았구만.... 역시 광허한테 안 보내길 잘했지.."<br /><br />스님이 기원을 유심히 살폈다.<br /><br />"헌데 이까지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제 공부는 아직 멀었습니다"<br /><br />"아 참... 니 지금 내 따라 내려가자!!! 갈 데가 있다."<br /><br />"싫습니다.."<br /><br />기원의 거절에 스님이 슬며시 웃었다.<br /><br />"내 니 맘 다 안데이, 하지만 지금부터는 혼자 공부하면 위험한기라."<br /><br />"위에서 끌어 댕기는 스승이 있어야 길을 안 헤매제?"<br /><br />"하지만... 전...."<br /><br />"잔말 말고 따라오너라...... 으구 냄새야!!"<br /><br />스님이 기원의 손을 끌고 억지로 내려가기 시작했다.<br /><br /><br /><br /><br />오랜만에 목욕을 한 기원이 스님앞에 앉았다.<br /><br />"보현사로 가라구요?"<br /><br />"그래... 거기 큰스님이신 법진 스님께서 보살펴 줄끼다."<br /><br />"굳이 그렇게 멀리 갈 필요가 있나요? 성철스님도 혼자서 수행하셨잖아요?"<br /><br />"주둥아리 몬 다무나.. 니 까짓게 성철스님하고 비교할끼가.."<br /><br />"잔말말고 내 시키는대로 하그래이, 니 한테는 지금부터가 중요한기라.."<br /><br />"으...."<br /><br /><br /><br /><br /><br />다음 날 기원은 보현사로 떠났다.<br /><br />보현사는 충주 근방에서 가장 큰 절답게 스님의 수도 상당했다.<br /><br />기원이 보현사 문을 들어서자 한 스님이 물었다.<br /><br />"보살님, 어찌 오셨습니까?"<br /><br />"큰 스님을 뵈러 왔습니다."<br /><br />"큰 스님을요?"<br /><br />스님은 놀라며 말을 이었다.<br /><br />"큰 스님은 사람을 안 만나신지 꽤 되셨습니다.."<br /><br />"이걸 전해 주십시오.."<br /><br />기원이 품속에서 서찰을 꺼냈다.<br /><br />스님은 합장을 한 뒤 종종 걸음으로 어디론가 걸어갔다.<br /><br /><br />한참을 기다리자 중년의 스님 한 분이 다가왔다.<br /><br />"그대가 폭포암에서 왔소?"<br /><br />"네, 그렇습니다."<br /><br />"따라오시오"<br /><br />중년스님은 기원을 반기지 않는 눈치였으나, 기원은 신경쓰지 않았다.<br /><br />둘은 절 깊숙히 위치한 어느 방 앞에 멈추었다.<br /><br />"큰스님.... 손님 모셔 왔습니다.."<br /><br />"들어 오시게"<br /><br />안에서 커렁커렁한 목소리가 들렸다.<br /><br />"그럼.."<br /><br />기원이 중년스님께 합장을 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br /><br />방 안에는 작은 체구의 노승 한명이 앉아 있었다.<br /><br />자세히 보자 노승의 모습은 가죽만 남은 고목나무 같았다.<br /><br />"앉으시게, 그래 진각스님이 보냈다고?"<br /><br />"예.. 진각스님이 이리로 보내셨습니다."<br /><br />기원이 공손히 대답했다.<br /><br />"내 제자 중에 쓸만한 건 진각과 진수 뿐일세... <br /><br />그런 진각이 추천한 사람을 내 어찌 홀대 하겠는가..."<br /><br />"홀대라뇨... 송구스럽습니다, 큰스님.."<br /><br />가만히 기원을 보던 노승이 물었다.<br /><br />"자네 공부는 많이 했는가?"<br /><br />"아닙니다, 이제 겨우 산 입구에 올랐는걸요.."<br /><br />"그래? 어디 한 번 보지.."<br /><br />노승이 기원의 눈을 똑바로 직시했다.<br /><br />기원도 노승을 바라보았는데, 둘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br /><br />"자네.... 지금 무엇이 보이는가?"<br /><br />"지금 소 머리가 보입니다."<br /><br />"아직 멀었네, 가서 더 하고 오게나.."<br /><br />노승이 몸을 돌려 버렸다.<br /><br />기원이 합장한 뒤 나오자 밖에 여러스님이 서 있었다.<br /><br />"큰스님이 시주님을 하안거에 합류 시키라고 하셨습니다"<br /><br />"하안거를요? 전 출가도 아직......"<br /><br />"원칙상 안되지만 큰스님의 명이라서요..."<br /><br />기원을 보는 주위의 시선이 따가웠다.<br /><br />"허...."<br /><br /><br />그렇게 기원의 하안거가 시작되었다.<br /><br />하안거란 여러명의 스님이 한방에서 같이 참선하는 것을 말하는데, 여름엔 하안거 겨울엔 <br /><br />동안거라고 불렀다.<br /><br />널찍한 방에 십 수명의 스님들이 가부좌를 튼 채 수련중이었는데, 제일 구석에 기원이 자리를 잡았다.<br /><br />참선하는 스님들은 기원을 불편한 눈으로 바라 보았는데, 그도 그럴것이<br /><br />기원은 머리도 밀지 않은 속세인이었기 때문이다.<br /><br />그렇게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이었다.<br /><br />이젠 제법 친해져서 전과 같은 껄끄러움은 대부분 사라져 있었다.<br /><br />기원이 비슷한 나이의 청하 스님과 절 내를 걷고 있던 중 이었다.<br /><br />앞 쪽에서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비명이 터졌다.<br /><br />"악.. 왜 그러십니까? 으.. 제발 말로 하십시오.."<br /><br />둘이 가보자 그 곳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br /><br />한 50대의 스님이 빗자루로 청년승을 마구 때리고 있는 중이었다.<br /><br />청년승은 이리저리 피했지만 50대의 스님이 잘도 쫓아갔다.<br /><br />"청하스님, 무슨 일입니까?"<br /><br />기원이 옆에 있던 청하스님께 조용히 물었다.<br /><br />"저기 때리시는 분이 진수스님인데 무척 고약하신 분입니다"<br /><br />말하는 청하스님이 약간 움츠러 들었다.<br /><br />"진수스님이라면 큰스님의 제자라던...."<br /><br />"맞아요, 하도 성격이 고약하고 폭력적이어서 한번씩 사단이 일어나곤 하죠"<br /><br />잠시 후 진수스님이 빗자루를 던져 버리고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br /><br />"아이고, 스님 저를 죽일 작정 이십니까?"<br /><br />"닥쳐라, 이 놈... 중놈이 밥 값을 못하면 두드려 맞아야지.."<br /><br />진수스님이 정말로 죽일 듯 때리자 주위에서 뜯어 말리기 시작했다.<br /><br />"그만하십시오, 스님... 저러다 죽겠습니다.."<br /><br />"이거 안놔? 니들도 두드려 맞고 싶나 보구나.."<br /><br />"헉.. 아닙니다."<br /><br />기원이 그 광경을 보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br /><br />새파란 하늘에서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었다.<br /><br />"철썩"<br /><br />순간 기원의 눈에서 불똥이 터졌다.<br /><br />달려온 진수스님이 기원의 뺨을 후려친 것이다.<br /><br />"어딜 보고 있느냐... 제대로 봐도 모자랄 판에.. 너도 두드려 주랴?"<br /><br />"........."<br /><br />기원이 뺨에 손을 댄 채로 멍하니 서 있었다.<br /><br />"천치같은 놈!! 눈깔이 삐었구나!!"<br /><br />진수스님이 한 대 더 치려하자 청하스님이 뜯어 말렸다.<br /><br />"아이고 스님.. 이 분은 저희 손님입니다... 때리시면 안된다구요...<br /><br />그 뒤로 진수스님이 뭐라고 소리쳤으나 귀원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br /><br /><br />다시 2년이 지났다.<br /><br />기원은 수련에 매진한 끝에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br /><br />기원의 기도가 날로 범상치 않게 되자 큰스님이 다시 호출했다.<br /><br />"듣자하니 자네의 공부가 깊어졌다더군"<br /><br />"약간 얻은 것이 있습니다."<br /><br />"그래? 그럼 다시 물어보겠네."<br /><br />큰스님과 기원이 서로를 직시했다.<br /><br />"이번엔 무엇이 보이는가?"<br /><br />"소 꼬리가 보입니다."<br /><br />"틀렸네, 더 하고 오게나.."<br /><br />큰스님이 혀를 차며 돌아서자 기원이 망설임없이 일어났다.<br /><br /><br />다시 3년의 세월이 더 흘렀다.<br /><br />물을 마시던 기원이 바가지를 떨어뜨렸다.<br /><br />그리곤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br /><br />마침내 대오각성을 이룬 것이다.<br /><br />기원이 춤을 추자 스님들이 모여 들었다.<br /><br />"시주님, 무슨 일입니까?"<br /><br />기원이 동작을 멈추고 청하스님을 바라보았다.<br /><br />청하스님의 뒤로 수천 번의 전생이 나타났다.<br /><br />기원이 시선을 다른 사람에게 향했다.<br /><br />그들에게서 윤회의 고리가 보였다. 그들은 수많은 생을 그 고리속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br /><br />문든 몇 년전에 뺨을 맞은 기억이 났다.<br /><br />'왜 맞았는지 알겠군'<br /><br />기원이 걸음을 옮겼다. 다른 스님들이 멍하니 기원을 뒤따랐다.<br /><br />얼마쯤 가자 앞에서 진수스님이 오고 있었다.<br /><br />기원이 가까이 가자 진수스님이 합장했다.<br /><br />"퉷"<br /><br />기원이 합장하는 진수스님에게 침을 뱉었다.<br /><br />"헉"<br /><br />주위에서 헛바람이 터지고 순식간에 소란스러워 졌다.<br /><br />"퉷"<br /><br />기원이 한번 더 침을 뱉고 진수스님에게 합장했다.<br /><br />"나무아미타불.."<br /><br />진수스님의 얼굴에서 묘한 웃음이 피어 올랐다.<br /><br />기원은 다시 걸음을 재촉해 큰스님 방으로 향했다.<br /><br />문을 열고 들어서자 큰스님이 일어나 있었다.<br /><br />"무엇이 보이는가?"<br /><br />"늙은 땡중 하나가 보입니다"<br /><br />"축하하네"<br /><br />기원이 큰스님에게 절을 올렸다.<br /><br /><br /><br />삼일 후 기원은 보현사를 나와서 서울로 향했다.<br /><br />서울역에 도착한 기원이 전화를 걸었다.<br /><br />"네.. 강남 경찰섭니다."<br /><br />"김영민씨 부탁합니다."<br /><br />"네? 김영민씨가 누굽니까?, 그런 사람 없..... 아 혹시 김경감님 말하시는 건가요?"<br /><br />"네, 김경감 맞습니다."<br /><br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br /><br />30초가 지나자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br /><br />"전화바꿨습니다"<br /><br />"김경감님 김중호씨 어디 있나요?"<br /><br />"네? 아니 김중호씨를 어떻게..... 아 혹시.."<br /><br />"그래, 나야"<br /><br />"헉, 기원이구나... 너 대체 어디있었던거야...."<br /><br />"김중호씨 잘 있지?"<br /><br />"그..그래 , 근데 넌 친구보다 그 사람을 더 찾냐?"<br /><br />"일곱시까지 서울역 앞으로 보내줘"<br /><br />"찰칵"<br /><br />기원이 전화를 끊은 뒤 재발신을 눌렀다.<br /><br />"02-642-00XX......"<br /><br />신호가 가기 시작했다.<br /><br />얼마나 기다렸을까, 누군가 수화기를 들었다.<br /><br /><br /><br /><br /><br /><br />- 반갑습니다 -<br /><br /><br /><br /><br /><br />기원이 활짝 웃었다.<br /><br /><br /><br /><br /><br /><br /><br />"사쿠라양..... 당장 이리로 와 주시겠습니까?"</div> <div> </div> <div> </div> <div>출처 : <a target="_blank" href="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st=name&sk=k12kb&searchday=all&pg=1&number=30660" target="_blank">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st=name&sk=k12kb&searchday=all&pg=1&number=30660</a><br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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