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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앙쥬금ㅜ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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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63794
    작성자 : 으앙쥬금ㅜ
    추천 : 8
    조회수 : 1091
    IP : 211.168.***.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02/06 18:29:45
    http://todayhumor.com/?panic_63794 모바일
    [펌/bgm] 두 남녀의 비밀 -3화-
     
     
     
    3화.

















    그새끼가 잠에서 혹여라도 깰까봐 움직임이 조심스러웠다. 대충 헝클어진 머리를 가다듬고 까치발을 들며 대문앞까지 가는데만 해도 10분이나 걸렸으니 말이다.
    다 떨어진 누더기같은 삼선슬리퍼를 아무렇게나 찍찍 끌며 대문을 나선다. 창문을 열었을때보다 한껏 더 차가운 밤공기가 내 온몸을 연신 두드렸다.




    '얼마만에 나와보는건지..'



    슬리퍼가 땅에 끌리는 썩 좋지않은 소음을 만들어내며 발걸음을 옮기던 난 저만치 전봇대아래에서 웅크리고 있는 그 남자를 볼수있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남자도 웅크리고 있던 몸을 일으키며 날 바라본다.
    그렇게 그와 눈이 마주쳤을땐 일전에 느꼈던 왠지모를 슬픔과 그리고 내 마음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그리움이란 감정이 증폭되어 가고 있었다.



    "나와줘서 고마워 수정아"


    "내이름은 어떻게.. 날.. 알아?"


    ".. 내이름은 윤재라고한다. 김윤재."


    "네 이름을 물어본게 아니잖아, 대체 너 누구야..? 누구길래 내이름을 아는건데?"



    자신을 김윤재라 소개한 그 남자는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는듯, 점차 흐트러지던 시선은 깊은 내면속으로 가라앉고 있는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동안의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의 입이 작게 열렸다.



    "장영희씨, 아는 이름이지..?"



    그의 입에서 나온 엄마의 이름에 내 눈은 몰아치는 파도처럼 거세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그날밤 이후로 난 아주머니를 똑바로 쳐다볼수 없었다. 매일같이 나를보며 환하게 미소짓던 아주머니의 얼굴에서 차가운 그늘을 발견할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기적인 난 죄책감보다 이렇게라도 아주머니와 함께 있을수 있다는것에 안심했고 나름 평범한 하루하루가 흐르고 있었다.
    매일 아침 식사 자리에서 냉랭한 공기가 감도는 어색한 풍경만 빼면 말이다.

    여느때와 다를것 없이 밥을 마시듯 넘겨버린 난 책가방을 들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먹었습니다."



    도망치듯 주방을 빠져나오는 내 귓가에 부드러운 아주머니의 음성이 들려왔다.



    "윤재군"



    몸이 뻣뻣하게 경직된것같은 뻐근한 감각에 사로잡힌 난 발걸음을 멈췄다. 마치 방황하던 내가 처음 아주머니와 만났을때와 같은 상황이었지만 느낌만은 확연히 다르다는걸 알수있었다.



    "네..?"


    "오늘은 일찍 들어올꺼니..? 요새 맨날 늦게 들어와서 아침식사때 잠깐 보는것 외엔 얼굴보기가 힘들더라.."


    "저도 수험생이다보니 좀 바빠서요.."



    내가 말해놓고 너무 뻔한 거짓말에 죄책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주머니의 얼굴을 제대로 볼 자신이 없던 내게 이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분간 만이라도 마음의 정리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조금더 이기적인 놈이 되게 위해서 그래서 그날밤 일을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예전처럼 아주머니와 다정하게 지낼수 있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도 오늘은 아줌마를 위해서 시간좀 내줄수 있지..? 할 이야기도 있고.."


    "네..?"


    "윤재군이 좋아하는 팬케이크 구워놓을께."


    "...네.."



    난 대충 얼버무리고는 부랴부랴 도망치듯 대문을 나섰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아주머니의 안쓰러운 눈빛을 뒤로한채.










    학교 수업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이 뒤엉킨 실타래마냥 복잡하기만 하다. 아주머니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는걸까?
    몇마디 주고받았을 뿐이지만 오늘 아침 아주머니는 뭔가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일년 넘게 아주머니를 보아왔던 내게있어, 지금까지완 다른, 처음 느껴보는 그렇지만 뭐라 형용 할수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설마 작별인사라도 하시려는건 아니겠지..?'






    "어이 김윤재"



    담임선생님의 부름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던 난 화들짝 놀라며 현실로 돌아왔다.



    "네?"


    "네가 왠일이냐? 종례 끝나자마자 총알같이 튀어나가는 녀석이, 요즘엔 꼬박꼬박 야간자율학습까지 하고"


    "......"


    "이유가 뭐가됐든 선생님은 참 기분이 좋구나 큭큭, 그럼 다들 수고해라."


    "네.."



    선생님은 기분좋게 웃으며 교실을 빠져나갔고 교실안엔 몇몇 남은 아이들의 책넘기는 소리만이 흘러나온다.



    아주머니와의 약속을 뒤로한채 난 결국 쌓아뒀던 가방에서 다시 책을 꺼낸다. 아주머니를 떠나보내긴 싫었으니까.


    '그래 딱 오늘까지만이야'


    펜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내일부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들떠 이기적인 내 얼굴엔 옅은 미소가 번져갔다.


    그시간 그렇게 내가 좋아하던 아주머니의 팬케이크가 식어가고 있다는것도 모른채 말이다. -



























    "어떻게 당신이 우리 엄마 이름을..."



    윤재란 남자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엄마의 이름이 나오자 두근거리는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대체 이남자가 엄마를 어떻게 아는거지? 그렇다면 지금 엄마가 어디있는지도 안다는거야? 난 떨리는 몸을 추스리며 그에게 따지듯 소리쳤다.



    "도데체 너 정체가 뭐야! 지금 우리 엄마는 어디있는거냐고!!"


    "너희 어머니는.."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이렇게 컸었나? 마치 마른하늘에 천둥이라도 치는것 같은 요란한 소리를 뒤로한채 난 그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낮은 목소리에 내 머릿속은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안타깝지만.. 돌아가셨다.."




    세상이 정지한것만 같았다.

































    -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는 종소리에 무거운 눈꺼플이 가늘에 떠졌다. 입에묻은 침을 닦으며 고개를 두리번 거린다. 교실 뒷편에 걸려있는 커다란 벽시계의 바늘이 열시를 가르키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난 침에 젖은 책들을 가방에 아무렇게나 쓸어담고는 삐걱거리는 책상을 뒤로하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나름 운치있는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본다.


    '문자메시지 1개가 있습니다.'


    한시간전에 도착한 문자한통이 배경화면에 나타났다. 정신없이 자느라 진동소리를 못느꼈었나보다. 확인키를 가볍게 누르자 문자메시지의 내용이 배경을 가득 채운다. 아주머니가 보낸 메시지였다.


    '윤재군 오면 얼굴보고 인사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내 욕심인것 같아서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게 됐어. 저기 있잖아, 아줌마 사실 다 알고있었어. 불미스러웠던 그날일 윤재군도 다 알고있다는거.
    많이 힘들었지? 후후. 그래도 아버지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윤재군은 내딸 수정이처럼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으니까 말야. 아줌마는 윤재군을 믿어^^.. 잠시동안이지만 윤재군이랑 보냈던 시간
    잊지 못할거야. 아들처럼 때로는 남편처럼 아줌마 옆에 있어줘서 정말 너무 고마웠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한다, 윤재군'



    '탁'



    부르르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손에의해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진다.
    볼에서 뜨거운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난 그냥 젖먹던 힘을다해 미친듯이 달릴 뿐이었다.


    '안돼요, 떠나지마요!! 내가 미안해요 아주머니..'





    달려나가는 그를 마중하듯
    차디찬 교문앞엔 주인의 손을 떠난 휴대폰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미약한 달빛을 받으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집앞까지 달려온 나를 반겨주는건, 여러대의 순찰차들과 경찰들이었다.
    아주머니의 문자로부터 이어진 불안감이 지금 내눈앞에 펼처져있는 상황과 맞물려 눈덩이만큼 불어나고 있음에 내 이성의 끈은 끊어지려 하고 있었다.



    '아냐.. 아닐꺼야..설마.. 내가 무슨 말도안되는 생각을.. 하하..'



    넋이 나간듯 비틀거리며 대문을 향해 걸어가는 날 제복을 입은 낮선 남자가 막아섰다.



    "학생. 여기 들어오면 안돼"



    "....아냐...아닐꺼야.."



    "학생, 듣고있는거야!? 안된다고! 얼른 돌아가!"



    "아니야....아니라고!! 아줌마.. 아줌마.. 이새끼들 뭐야 대체.. 아줌마 어디있어.. 아줌마!!"



    "아 진짜 안된다니까....끄응.. 완전히 정신이 나갔구만...."



    "아줌마!!! 나왔어.. 안에 있잖아! 아줌마!!!!!!! 아줌마!!! 나와 보라고 좀!! 제발.."



    막무가내로 울부짖으며 소리치던 난 사내들을 밀쳐내며 간신히 입구 코앞까지 다가갈수 있었고, 반쯤 열려있는 대문 틈사이로 노란색 폴리스라인을 정확하게 볼수 있었다.




    "...아줌....마..?"




    그리고 거기엔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그 사람이,


    휴대폰을 꼬옥 쥔채 차갑게 식어 있었다.



    안간힘으로 부정하며 버티던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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