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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63953
    작성자 : 으앙쥬금ㅜ
    추천 : 13
    조회수 : 1865
    IP : 211.168.***.3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4/02/10 12:54:10
    http://todayhumor.com/?panic_63953 모바일
    [bgm][조금은 슬픈...] 이상한 나라의 황춘씨
    <div><embed style="width: 306px; height: 113px" height="113"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width="306" src="http://player.bgmstore.net/DhxKZ" allowaccess="null" allowfullscreen="null"></embed><br /><a target="_blank" href="http://bgmstore.net/view/DhxKZ" target="_blank">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DhxKZ</a></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이상한 나라의 황춘 씨 ]<br /><br /><br /><br />황춘 씨는 애가 셋이야. <br />나이는 마흔, 복부 비만과 탈모가 진행되기 시작한 머리칼이 그가 가진 전부지. <br /><br />관계가 소원한 그의 아내는 남편이 야근을 하든, 회식을 갖든 신경 쓰지 않았고, <br />어미의 무심한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들딸도 아버지한테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어. <br /><br />자기를 거들떠도 안보는 가족들 때문에 황춘 씨는 가끔 숨이 막혔어. <br />그러면서도 가족들을 아주 사랑해서 술이 알딸딸하게 취했다하면, <br />둥지에 먹이를 물어오는 착실한 바다새처럼 바지런히 초밥이나 간식 따위를 사들고 날랐단 말이야. <br />다음날 허둥지둥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할 때 보면, 간밤에 사온 음식들이 식탁 위에 그대로 올려져있었는데도 말야. <br /><br />황춘 씨는 학습능력이 형편없어서, 술이 들어가면 그짓을 또 반복한단 말이지. <br />자기가 기분 좋게 사들고 온 음식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걸 빤히 알면서도 “애들 갖다 주려고요” 헤벌쭉 웃는 행동을 그만둘 수가 없었어.<br /><br />거리가 단풍으로 곱게 물들 즈음, 황춘 씨의 마음도 점점 쓸쓸해졌어. <br />그의 마음에도 겨울이 찾아오는 듯했지. 가을이 끝나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심장이 멈추든, 길을 가다 교통사고를 당하든, 죽어버릴 것 같단 생각이 들었던 거야. 출근길의 만원 버스 안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있는 순간에도, 문득 무인도에 홀로 갇힌 것 같은 고립감을 느끼곤 했어. <br /><br />황춘 씨는 언젠가는 가족을 떠나기로 다짐을 하지. 아내가 나를 찾아올 때까지, 애들이 아빠를 찾아 엉엉 울 때까지 보란 듯이 밖으로 떠돌고 말리라고. <br /><br />그리고 어느 날 눈을 떴더니, <br />정말로 낯선 세계에 와있는 거야.<br /><br />그 세계는 네가 살고 있는 세계하고 너무 비슷해서 실눈을 뜨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하지 못해. <br /><br />세계를 구성하는 사람들도, 시간도, 냄새도 거의 똑같거든. <br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각도가 아주 조금 다르다거나, <br />빗물이 떨어지는 속도가 조금 느리다거나, <br />애완견이 먹이를 향해 질주하는 반응 속도가 좀 더 빠르다거나 하는 차이일 뿐이니까. <br />웬만큼 감이 좋지 않고서야 다른 세계에 와있단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들거든. <br /><br />그런 면에서 황춘 씨의 경우는 특별하다고 볼 수 있어. 그는 눈을 뜬 순간 뭔가 잘못 됐다는 걸 알았어. <br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완전한 나체로 잠에서 깨어났거든. 것도 사거리의 횡단보도 위에서. <br /><br />황춘 씨는 당황해서 얼른 가랑이 사이를 가렸지만, 사실은 얼굴을 가렸어야 했는지도 몰라.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익어 있었거든. 그는 횡단보도를 얼른 건너려고 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어. 어느 쪽으로 건너야 할까? 양쪽 다 사람이 많기는 마찬가지인데. 사람들은 그를 무심히 지나치거나 힐긋 쳐다보거나 할 뿐이었어. <br /><br />“변태같은 새끼!!” 하고 누군가 따귀를 올려쳐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는데 말이야.<br /><br />심지어는 어느 노부인은 “일광욕하기 좋은 날이네요.” 웃으며 인사를 건낼 정도였어.<br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어. 아무도 그를 힐난하지도, 비웃지도 않았지. <br />홀딱 벗고 도심 한복판을 누비는 중년 남자를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다니, 상상이 되니?<br /><br />횡단보도를 건넌 황춘 씨는 곧장 회사로 갔어.<br />덜렁덜렁 가랑이 사이에서 흔들리는 느낌이 신경쓰였지만, 정작 그걸 신경 쓰는 사람은 황춘 씨 밖에 없었어. <br />회사로 가는 길에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쳤지만 아무도 그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거든. <br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회사 사람들도 그랬어. <br /><br />황춘 씨는 난생 처음으로 팬티 한 장도 입지 않은 차림으로 사무실에 들어섰어. <br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지 뭐야. 사무실 한복판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어. <br />최 부장이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고 있었지. 그런데 아무도 그를 말리지도, 구경하지도 않았어. <br />다들 자기 할 일만 할 뿐이었지. 보다 못한 황춘 씨가 다가가서 물었어.<br /><br />“저, 부장님. 뭐하시는 겁니까?”<br />“보다시피 몇 대 때리고 있는 중이네.” <br /><br />최 부장이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놓자, 피투성이가 된 남자가 풀썩 주저앉았어. <br /><br />“사장이면 사장이지, 왜 자꾸 이상한 일을 시키고 지랄이야.” <br /><br />맞고 있던 사람은 바로 사장이었던 거야. 내 말이 믿어져? 황춘 씨는 직접 목격했는데도 믿을 수가 없었어. <br />멍하니 서있는 그를 향해 최 부장이 물었어.<br /><br />“왜. 할 말이라도 있나?”<br /><br />황춘 씨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눈을 딱 감고 말했어.<br /><br />“그게, 저……집에 가서 옷을 좀 입고 와야겠습니다.”<br />“그래, 마음대로 하게.”<br />“네?”<br />“가는 길에 사장님 좀 사장실로 모시고 가겠나?”<br /><br />사장은 화를 내지도 않았어. 황춘 씨의 도움을 받아서 절뚝거리면서 걸을 뿐이었지. <br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었지. 그러다가 내리려는데, 사장이 말했대. <br /><br />“자네도 날 때리고 싶은 때가 있었나?”<br />“예?? 아, 아뇨. 제가 감히…….”<br />“아닌 척 할 거 없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구지. 이번 달에만 두 번째라네.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가 사원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이젠 은퇴하고 싶을 지경이야.”<br /><br />사장은 그 말만 남겨둔 채 비서실을 통과해 사장실로 들어가버렸어. <br />황춘 씨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지. 기분이 이상했어. <br />아니, 이상할 정도가 아니었지. 자기가 미친 줄 알았다고 하니까. <br /><br />꿈인가? <br /><br />볼을 꼬집으면 아팠고, <br /><br />미친건가? <br /><br />하지만 황춘 씨가 미친 거면 이 세상 모두가 미친 건데, 그건 또 불가능하잖아. <br /><br />황춘 씨는 밖으로 나와서 택시를 잡아탔어. 타고 나서야 생각났지. 자기가 지갑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br />그는 체면불구하고 말했어.<br /><br />“돈이 하나도 없는데, 집까지 좀 태워주시겠습니까?”<br /><br />택시기사가 뒤를 휙 돌아보더니, “마침 잘 됐네요. 좀 쉬고 싶었는데” 하고 운전석에서 내렸어. <br />그리곤 당황한 황춘 씨를 운전석으로 밀어 넣었지. 그러더니 뒷자리에 털썩 앉아선, 이렇게 말했어.<br /><br />“길은 아시죠? 도착하면 깨워주세요.” <br /><br />참 이상한 곳이었어.<br />죄책감도, 책임감도, 양심도, 상식도 사라진 곳이었지. <br />다들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뿐이었어. 그런데도 세상이 평화롭게 유지되고 있다니, 신기하지 않아?<br />여기선 ‘이상하다’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지.<br /><br />정말로, 정말로 이상하고 이상한 곳이었어.<br /><br />그런데 황춘 씨는 마음이 편했어. 넓은 들판에 서서 바람을 맞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뻥 뚫렸어. <br />갑갑했던 게 사라지고, 곧 죽을 것 같았던 불안도 사라졌어.<br /><br />홀딱 벗은 채로 남의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이 상황이 유쾌하게 느껴졌던 거야. <br /><br />택시에 내린 그는 나이도 잊고 폴짝폴짝 뛰었어. 주변에서 놀던 아이들이 그를 따라 폴짝, 개구리처럼 뛰어다녔지. <br />신나게 집으로 가던 황춘 씨는 과일가게 앞에서 멈춰섰어. 탐스럽게 익은 사과가 눈에 들어온 거야. <br />문득, 아내가 첫애를 가졌을 때 사과가 먹고 싶다고 해서 늦은 시간에 문 연 가게를 찾아서 온 동네를 돌아다녔던 게 생각났어. <br /><br />“맛있어 보이는 사과네요.”<br />“한 바구니 드릴까요?”<br />“저, 돈이 하나도 없는데…다음에 가져다 드리면….”<br />“가져가요. 어차피 안 팔려서 파리나 들끓을 테니까.” <br />“그래도……너무 죄송한데요.”<br />“대신 나하고 약속을 해요.”<br /><br />과일 가게 사장이 황춘 씨에게 속닥속닥 거렸어.<br /><br />“요 앞에 생긴 마트에 가지 않겠다고. 사실, 여기 상인들이 합심해서 불매 운동 중이거든요.”<br /><br />황춘 씨가 막 과일 봉지를 들고 돌아 서는데, 저기 멀리서 마트 직원이 뛰어 나왔어. 곧 과일 가게 사장과 마트 직원 둘이서 치고받기 시작했지. <br />이번에도, 아무도 그들을 말리거나 신고하지 않았어. 그저 둘이서 욕하고 때리며 싸울 뿐이었지. <br /><br />두 세계는 얼마나 비슷했던지, 현관문 비밀번호조차 똑같았어. <br />황춘 씨가 안으로 들어갔더니 청소기를 돌리고 있던 아내가 그를 쳐다봤어. <br /><br />“옷 입으러 왔어.”<br />“그래요?”<br /><br />평소의 그 무심한 눈으로 황춘 씨를 쳐다볼 뿐이었지. <br />그가 옷을 벗고 있든, 갑자기 집으로 돌아왔든,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게 뭐든,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br />황춘 씨는 식탁에 내려놓았던 사과 봉지에서 사과를 하나 꺼내 와서 내밀었어.<br /><br />“그건 뭐예요?”<br />“우리 첫애 가졌을 때 생각나? 당신, 사과를 그렇게 좋아했었잖아.”<br />“그랬나, 내가? 좀 비켜봐요. 거기 머리카락이 잔뜩 떨어져있어.”<br /><br />황춘 씨는 청소기한테 밀려났어. <br />아내는 청소기만 돌릴 뿐, 그가 내민 사과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어. <br />황춘 씨는 그가 그동안 사다 나른 야식들처럼 사과 역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리란 걸 예상했어. <br />그 순간, 사장을 쥐어패던 부장의 모습과 주먹다짐을 하던 과일 가게 사장과 마트 직원이 생각날게 뭐람. <br /><br />황춘 씨는 아내의 팔을 꽉 잡고 그 빌어먹을 놈의 청소기를 냅다 걷어 차버렸지.<br /><br />“먹어.”<br />“뭐라구요?”<br />“먹으라고. 내가 사왔으니까, 먹는 시늉이라도 좀 하란 말이야. 당신이 사람이라면, 나랑 결혼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그 정도는 해줘야 되는 거 아니야?”<br />“알았어요. 먹으면 되잖아요.”<br /><br />아내는 툴툴 거리면서도 싱크대로 가서 사과를 씻고 과도를 챙겨서 가지고 왔어. 그동안 황춘 씨는 들어가서 옷을 입었지. <br />그리곤 아내와 나란히 앉아서 사과를 깎아 먹었어. 퍼석퍼석하고 맛도 없는 사과였지만, 이상하게 그렇게 달더래. <br /><br />황춘 씨는 거기서 3년을 살았어. <br /><br />회사에 가고 싶은 날에는 가고, 가기 싫은 날에는 가지 않았지. <br />그러다가 열받은 부장한테 얻어맞기도 하고 말이야. 어떤 때는 황춘 씨가 주먹을 휘두르기도 하고 말이야.<br /><br />그렇게 3년을 보냈는데, 어쩌면 평생을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는데.<br /><br />그날, 황춘 씨는 아주 오랜만에 술을 마셨어. <br />그날따라 걸음이 비틀거릴 정도로 술을 퍼부었지. <br /><br />황춘 씨가 그랬어, <br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술 따위 절대 마시지 않았을 텐데…, 그 술 때문에 모든 게 허사가 됐다고. <br /><br />다음날 눈을 떴을 때, 황춘 씨는 횡단보도 한복판에 누워 있었어. <br /><br />셔츠의 단추를 반은 풀어헤친 채로, 넥타이는 사라진 채로, 바지에는 오물이 묻은 채로 눈을 뜬 거야. <br />황춘 씨는 평소대로 일어나 앉았어. 머리엔 누가 뱉었는지 모를 껌이 진득하니 늘러 붙어 있었지. <br />그는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면서 횡단보도를 건넜어. 아무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어. 당연했지, 이 세계는 원래 그러니까. <br />황춘 씨는 귀소본능처럼 회사로 걸어갔어. <br />막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경비원 둘이 나타나서 황춘 씨를 막아세웠어.<br /><br />“무슨 일로 방문하셨습니까?”<br />“출근하는 길인데요?”<br />“사원증 있으십니까?”<br /><br />주머니를 더듬더듬 했지. 누가 가져갔는지, 길에다 흘렸는지 아무것도 만져지질 않더래. <br />황춘 씨는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서 확인하겠다고 말했어. 그런데 전화를 받은 최 부장이 그러더래. <br /><br />“자네는 벌써 퇴사처리 됐네. 그렇게 뛰쳐나갈 땐 언제고, 이제와 그러는 이유가 뭔가?” <br /><br />경비원들은 경찰을 호출했어. <br />경찰은 아내를 호출했지. <br /><br />황춘 씨의 아내는 벌써 황춘 씨를 실종신고한 상태였어. <br />바로 어제 아침에만 해도 잘 다녀오라고 포옹을 했었는데, 아내는 황춘 씨보고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욕했어. <br /><br />“세달 만에 나타나선……. 그 꼴로 뭘하고 다닌 거예요?” <br /><br />그렇게 황춘 씨의 행복했던 3년은 사라졌어.<br />황춘 씨는 3개월이나 행방불명 됐던 거래.<br /><br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게 아니라, 3개월간 거리를 헤매면서 꿈을 꾼 거래.<br /><br />과대망상, 정신분열, 현실도피. <br /><br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새로운 세상을 하나 만들고, 그 상상 속에 비겁하게 숨어 들어간 거래. <br /><br />황춘 씨는 믿을 수 없었어. <br />집으로 돌아와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잠을 자면서도, 그게 다 환상이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어. <br /><br />그리고 어느 날 새벽에, 옷을 훨훨 벗고 거리로 뛰어들었어. <br />등교하는 여고생 앞을 지나가다 여고생을 기절시키고, <br />차도에 뛰어들어서 사고를 날뻔하게 만들고, <br />택시 기사를 끌어내고 자기가 운전을 하겠다고 주장을 했단 말이야. <br /><br />황춘 씨의 아내는 더 이상 견디지 못했어. <br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갔어. 황춘 씨만 내버려두고.<br />그렇게 거리를 헤매던 황춘 씨는 경찰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랐지.<br /><br />자, 여기까지야.<br /><br />여기까지가 황춘 씨가 햇살 정신병원에 들어오게 된 이유야.<br /><br />사계절 내내 햇빛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주제에 이름만은 햇살인, 이 병원에 말이야. <br /><br />황춘 씨는 이곳에 와서도 포기하지 않았어. <br />언젠가는, 그때처럼 눈을 뜨면 다른 세계에 가있으리라고 생각했지.<br /><br />이 세상에 그런 마을이 있다는 사실을 의사들은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지. <br />여기와 아주 아주 비슷하게 설계된 세계가 있다는 사실도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아.<br /><br />오직 황춘 씨만 쇠창살 안에 갇혀선 외치는 거야. <br /><br />‘돌아가고 싶어, 나를 돌려보내줘!’<br /><br />하지만 돌아갈 길도, 방법도 모르는 황춘 씨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애원하는 것뿐이야. <br /><br />황춘 씨는 점점 더 기괴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어. <br />점점 미치광이같은 짓을 했지. <br /><br />언젠가, <br />사람들이 미치광이처럼 구는 자기를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 순간이 온다면, <br />그때야말로 그가 원하는 세계에 도착했다는 증거일 테니까.<br /><br />식판을 머리에 뒤집어쓰는가 하면,<br />천둥이 치는 날 몰래 빠져나가서 지붕 위에 젓가락을 들고 서있기도 했어.<br />의사 사무실에 뛰어 들어가서 그를 두드려 패는 일은 너무 흔해서, 기행에 포함되지도 않을 정도였어. <br /><br />황춘 씨는 금방 유명인사가 됐지만 그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았어. 자기를 거들떠도 보지 말기를 바랐으니까 그럴 만도 하지. <br />하지만 의사들은 그를 애정결핍에 걸린 관심병 환자라고 진단 내렸어. 덕분에 아주 많은 약을 처방 받아야했지.<br /><br />그리고 어떻게 됐냐고? <br /><br />황춘 씨는 거기서 죽었어. <br /><br />2002년도, 모두 경기를 관람하러 나간 사이에 쓸쓸하게 죽었지. <br /><br />혼자 식사를 하던 도중 기도가 막혀서 질식사 했는데, <br />다다음날이 되어서야 시체가 된 그를 발견했어. <br /><br />그의 담담의사도, 그를 관리했어야 할 간호사도, 관리 부실로 인한 환자의 죽음 때문에 징계 받는 걸 두려워했어. <br />그리고 그들은 황춘 씨의 가족이 단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 <br />어느밤, 황춘 씨의 시체는 몰래 빼돌려져서 화장되어 뿌려졌어. <br />그의 죽음을 알고 있는 건 젓가락을 들고 지붕 위를 기어오르던 황춘 씨를 기억하는, 아주 오래된 환자들 뿐이야.<br /><br />그는 아직도 서류상으로 C병동 106호에 격리되어 있어. <br />그래, 바로 어제 네가 배정받은 그 병실 말이야.<br /><br />뭐? 너무하다고? <br /><br />하지만 또 그렇지도 않아.<br />그 덕분에 황춘 씨는 아직까지도 살아있는 거야. <br /><br />그 의사놈들이 사망처리하지 않은 덕분에, 그는 드디어 행복하게 된 거야. <br />죽어서도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영원히 갇혀버렸지만, <br />진짜 바라던 걸 이뤄낸 거야.<br /><br />그가 그렇게 바라던 대로, <br />이제는 아무리 괴상한 행동을 해도,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은 없거든. <br /><br />더 이상은 그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br />그리고 본다고 해도 못 본 척 외면해버리니까.<br /><br />그가 죽은 지 10년도 더 지난 지금에도, 종종 황춘 씨의 귀신을 보는 사람들이 있어. <br /><br />어떤 날은 조리대 위에 누워있기도 하고, <br />어떤 날은 홀딱 벗고 복도를 뛰어다닌다나 뭐라나. <br />목격한 시간과 장소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어. <br /><br />황춘 씨가 행복해 보인다는 거. <br /><br />이 이상한 귀신 때문에 병원에선 아주 골머리를 썩고 있어. <br />황춘 씨를 본 사람은 점점 늘어가는데, 알잖아, 그 사람들이 “귀신이 보여요”라고 말했을 때 어떤 반응을 취하는지. <br /><br />그래도, 이 병원에 행복한 사람 하나쯤 있는 셈이니 나쁠 건 없지 않겠어?<br />그러니까 너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뜻이야. <br />네가 황춘 씨가 쓰던 방을 배정 받아서 그렇단 건 아니고, <br /><br />너도 언젠가는 다른 세상에서 눈을 뜰 수도 있으니까. <br />정말정말 이상하지만, 또 그만큼 유쾌한 세상에서</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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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10 12:59:44  112.156.***.27  조윤진  108368
    [2] 2014/02/10 13:02:17  175.223.***.65  냉동멸치  168093
    [3] 2014/02/10 13:59:11  58.72.***.250  마녀벨리♡  203284
    [4] 2014/02/10 14:03:05  58.124.***.195  거뿐이  271511
    [5] 2014/02/10 15:30:22  175.124.***.57  민트냥  455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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