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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3105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00
    IP : 14.58.***.13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2/04/06 21:27:47
    http://todayhumor.com/?lovestory_93105 모바일
    [BGM] 그는 나를 달콤하게 그려놓았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신해욱, 따로 또 같이




    앞으로는 이름을 나눠 갖기로 하자

    아주 공평하게

    지금까지의 시간은

    너무 이기적이고 외로웠어

    우리는 두 개의 눈과

    두 개의 귀와

    수많은 머리칼이 있지만

    나의 몫은

    그런 식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손금은 제멋대로 흐르다가

    제멋대로 사라지고

    꿈속에 사는 사람은

    꿈밖으로 팔을 뻗어 전화를 받고

    나는 뺄셈에 약하다

    남는 것들

    사라지는 것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이름을 나눈다면

    뒤를 밟히는 일도

    두 개의 소리를 듣는 일도 없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2.jpg

     

    이장욱, 뒤늦게 이해되는 것들




    하고 나는 다른 세계를 깨달았다

    방금 지나온 세계를

    그 세계에도 너라든가

    너에게서 먼 곳 같은 것이 있을 텐데

    깃털도 있고

    깃털이 있으니 새도 있고

    저녁 하늘 끝으로 쓰윽

    사라져버린 것이 있을 텐데

    그러니까 그건 잃어버린 우산인가

    신용카드인가

    죽은 사람인가

    나는 만취한 채 택시를 타지도 않았다

    분실물 보관소가 어디 있는지 알게 뭐야, 후회라니

    그런 건 개에게나 줘 버려

    그 순간 불현듯

    나는 어둠이 매일 온다는 걸 처음 깨달은 사람이 되었다

    다른 하늘의 새 떼를 깨달은 사람이

    내가 없는 너의 세계를

    하고 이해한 사람이

    차갑고 뒤늦은 곳에서 무엇인가 나를 불렀다

    목소리가 오래 전의 것이었다

     

     

     

     

     

     

    3.jpg

     

    최명란, 낙화할 때




    떨어지는 꽃도 피는 꽃 같구나

    나무에서 떨어져 풀 위에 살짝 내려앉는 꽃

    풀이 피운 풀꽃 같구나

    꽃이 피기 전에 사랑이 가기를

    이슬에 젖은 뺨은 너무 무거워

    쓰러지는 풀잎이 끝까지 꽃을 붙드는구나

    그곳 당신은 나 몰래 무슨 짓을 하고 계시나

    적절한 변명으로 속죄의 기도를 늘어놓고 계시나

    하얀 풀꽃을 보니 마음이 환해지네

    사월의 바람 아래 나는

    당신을 향해 헛손질을 하네

    저기 저

    피는 꽃도 떨어지는 꽃 같구나

     

     

     

     

     

     

    4.jpg

     

    진은영, 멜랑콜리아




    그는 나를 달콤하게 그려놓았다

    뜨거운 아스팔트에 떨어진 아이스크림

    나는 녹기 시작하지만 아직

    누구의 부드러운 혀끝에도 닿지 못했다

    그는 늘 나 때문에 슬퍼한다

    모래사막에 나를 그려놓고 나

    자신이 그린 것이 물고기였음을 기억한다

    사막을 지나는 바람을 불러다

    그는 나를 지워준다

    그는 정말로 낙관주의자다

    내가 바다로 갔다고 믿는다

     

     

     

     

     

     

    5.jpg

     

    이근화, 소울 메이트




    우리는 이 세계가 좋아서

    골목에 서서 비를 맞는다

    젖을 줄 알면서

    옷을 다 챙겨 입고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잃어버렸던

    비의 기억을 되돌려주기 위해

    흠뻑 젖을 때까지

    흰 장르가 될 때까지

    비의 감정을 배운다

    단지 이 세계가 좋아

    비의 기억으로 골목이 넘치고

    비의 나쁜 기억으로

    발이 퉁퉁 붓는다

    외투를 입고 구두끈을 고쳐맨다

    우리는 우리가 좋을 세계에서

    흠뻑 젖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골목에 서서 비의 냄새를 훔친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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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4/07 00:34:54  222.117.***.178  볼빵빵고양이  581201
    [2] 2022/04/07 10:55:41  59.2.***.158  사과나무길  563040
    [3] 2022/04/10 22:25:33  183.103.***.68  갓작남  259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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