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일그러지는 여관</b></div> <div><br></div> <div>무섭다기보다는 좀 신비한 이야기입니다.</div> <div>회사의 K라는 여직원이 해준 이야기인데, K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라고 합니다.</div> <div><br></div> <div>K는 지난 달 말 여동생과 둘이서 하코네에 있는 온천 여관에 갔다.</div> <div>그 여관은 오래된 유서 있는 여관이었다.</div> <div>마치 저명한 문학가가 일정기간 머물고 있을 것 같은 여관이라고 하면 대충 느낌이 올까.</div> <div>온천도 좋았고, 식사도 맛있게 먹은 후 방에서 쉬고 있었다.</div> <div>한참 지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div> <div>내려가서 선물 좀 살 거 있나 둘러보거나 산책이라도 하자고 해서 함께 로비로 내려갔다.</div> <div>내려가던 중 종업원과 스쳐 지나갔다.</div> <div>맥주 곽에 슬리퍼가 한가득 있는 거실이 있었고,</div> <div>닫힌 문 너머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파티하나 봐"</div> <div>"그러게"</div> <div>별 것 아닌 대화를 나누며 로비에 갔다.</div> <div>로비라고 해봤자, 호텔처럼 항상 누가 지키는 것도 아니고 썰렁했다.</div> <div>거기서 선물도 고르고, 여관의 역사가 쓰인 팸플릿을 보다가</div> <div>정원을 잠깐 산책하면서 시간을 보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한 수십 분 정도 지났을 때, 약간 싸늘해졌으니 방으로 가기로 했다.</div> <div>둘이 윗층의 방에 가려고 했다.</div> <div>그런데 방이 보이지 않았다.</div> <div>그렇게 큰 여관도 아닌데다 복잡한 구조도 아닌데 방이 보이지 않았다.</div> <div>"이 나이에 길을 잃고 못 쓰겠어"</div> <div>종업원에게 물어보려고 둘러보았다. 그때 동생이 말했다.</div> <div>"언니, 이상하지 않아?"</div> <div>K도 그 소리를 듣고보니 이상했다. 주변이 너무 조용했다.</div> <div>분명 파티를 벌이고 있었는데, 복도에 종업원이 보이지 않았다.</div> <div>거실 앞에 슬리퍼와 맥주 곽은 있었지만 파티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div> <div>주변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div> <div>이상히 생각했지만 둘이서 복도를 오가며 자기들 방을 찾아보았다.</div> <div>"이런 곳에 복도가 있었나?"</div> <div>"문이 우리 방이 있던 층이랑 좀 다른데?"</div> <div>"여기 아까도 지나간 곳 아냐?"</div> <div>그러고보니 난간에서 본 장식된 꽃과 그림도 어딘가 자기들 방이 있던 층이랑 달랐다.</div> <div>다른 여관에서 본 그림을 여기서 봤다고 내가 착각하고 있나?</div> <div><br></div> <div>처음엔 방을 못 찾고 헤맨다며 단순히 웃었지만, 점점 무섭게 느껴졌다.</div> <div>내려간 계단이 아닌 다른 계단으로 올라가보기도 하고, 반대로도 해봤는데</div> <div>예상과는 다른 복도에 나오기도 했다.</div> <div>"가면 갈 수록 어딘지 모르겠어.."</div> <div>"난간이 아까도 이렇게 좁았나?"</div> <div><br></div> <div>이제 패닉에 빠지기 일보 직전일 때, 그 사람이 홀연히 나타났다.</div> <div>"무슨 일 있으신가요?"</div> <div>뒤돌아보니 감색 솜옷을 입은 초로의 할머니가 계셨다.</div> <div>이상하다는 듯 물어보는 그 할머니 모습에, 안도하는 마음으로 말했다.</div> <div>"우리 방에 가려는데 길을 못 찾겠어요"</div> <div>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그 할머니는 사뭇 웃기다는 듯 깔깔 웃더니 그냥 가버렸다.</div> <div><br></div> <div>도와줄 줄 알았는데 실망한 두 사람이</div> <div>다시 자기들 방을 찾아보자 마음 먹은 직후, 자기들 방을 발견했다.</div> <div>방에 돌아와보니 안심이 되어서 깊은 숨을 내쉰 후,</div> <div>아까 그 불친절한 할머니를 흉보는 K에게 동생이 말했다.</div> <div>"언니, 그 사람이 되돌려준 거야"</div> <div>"응?"</div> <div>"그 사람이 사라지고 공기가 바뀐 것 같았어. 뭔가 공간이 일그러지는 느낌..?"</div> <div>"뭐?!"</div> <div>"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은데"</div> <div>K의 동생은 귀신을 보는 건 아닌데, 뭔가 예리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div> <div><br></div> <div>이런 무서운 경험을 하고 보니 하루 더 잘 생각이 들지 않아서</div> <div>다음 날 숙박 예약을 취소하기로 했다.</div> <div>"혹시 무슨 실수라도 저희가 했나요?"하고 종업원이 묻길래</div> <div>"좀 무서워서요"라고만 답했더니</div> <div>종업원은 짐작 가는 바가 있는지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택시 운전수 말에 따르면</div> <div>그 여관 일대는 예전부터 그런 일이 잦았다고 한다.</div> <div>잡목림 안이나 여관 뒷편에 있는 산책로 같이 밖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고,</div> <div>그런 일이 생기면 반드시 인기척이 사라진다고 했다.</div> <div>그리고 그렇게 길을 잃은 사람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직전에는</div> <div>반드시 초로의 여성과 만난다는 것이다.</div> <div>"무섭진 않아요. 그냥 잠시 길을 잃는 게 다지요.</div> <div> 자기장이라고 하던가요, 뭐 그런 게 엇갈리는 것과 관계하는 게 아닌가 하더라고요.</div> <div> 그런데 그런 것과 초로의 여자가 무슨 관계가 있는진 모르겠지만요"</div> <div><br></div> <div>K 씨가 해준 이야기는 이게 전부입니다.</div> <div>하코네 근처에서 이런 경험하신 분 안 계신가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