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도덕 교과서</b></div> <div><br></div> <div>초등학교 도덕 수업 시간이 있었다.</div> <div>당시 우리 학교에서 쓰던 도덕 교과서에는 이상하게 생긴 여자애 표지가 있었다.</div> <div>그냥 이상하게 생긴 정도가 아니었다.</div> <div>그 표지의 소녀는 "살아 있었다"</div> <div>모델이 된 애가 살아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사진 속 여자애가 살아있었다.</div> <div><br></div> <div>우리 반에 요코라는 여자애가 있었다.</div> <div>미인이라고는 딱 잘라 말하긴 힘들지만, 귀여운 애였다.</div> <div>그런데 어느 날부터 도덕 수업을 무서워했다.</div> <div>왜 그러냐고 물어봤었다.</div> <div><br></div> <div>"교과서 표지의 애가 자꾸 다가와"라고 했다.</div> <div><br></div> <div>그런 이상한 소릴 하니 아무도 대꾸해주지 않았다.</div> <div>그런데 요코가 걱정되어,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했다.</div> <div>요코는</div> <div>"표지 애가 점점 다가 와. 이제 표지에서 손이 나오려고 해"라고 했다.</div> <div>나는 교과서 좀 보여달라고 했다.</div> <div>하지만 요코가 너무 싫어해서, 일단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div> <div><br></div> <div>다음 날 요코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div> <div>안 좋은 예감이 들었지만, 결국 아예 학교에 안 오는 바람에 만날 수 없었다.</div> <div>한참 지나서 요코가 졸업 직전에 전학했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div> <div>나는 요코를 잊지 못 하고 졸업 하게 되었다.</div> <div>그닥 눈에 띄는 애는 아니었지만, 내 인상엔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div> <div>졸업식을 마치고 전에 요코가 쓰던 책상이 신경쓰여서 다가가보았다.</div> <div>책상 서랍을 들여다볼 때, 교과서 한 권만 달랑 남아 있었다.</div> <div>나는 갑자기 한기가 서리며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게 느껴졌다. 왠지 무서웠다…</div> <div>마치 내가 발견하길 기다렸다는 듯 그 교과서만 거기 남아 있었다.</div> <div><br></div> <div>요코가 그때 해준 이야기.</div> <div><br></div> <div>아마 그 이야기는 나만 알고 있을 것이다.</div> <div>교과서를 집어 들고 보니, 표지에 여자애가 있을 자리에 새카맣게 칠이 되어 있었다.</div> <div>아니, 자세히 보니 그 부분만 구멍이 난 것처럼 새카맸다.</div> <div>그녀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걸까?</div> <div><br></div> <div>그리고</div> <div><br></div> <div>교과서 여자애는 지금 누구 교과서에 있는 걸까.</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