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열리지 않는 방</b></div> <div><br></div> <div>우리 회사에는 열리지 않는 방이 있다.</div> <div>거짓말 같은 진실인데, 정말로 있다.</div> <div>회사는 3층 건물이다. 3층 끝에 자재 창고가 있고, 그 창고 안에 문이 달려 있다.</div> <div>신입 때 자재 가지러 창고에 갔다가, 그 문을 보고 선임에게 물어봤지만</div> <div>"아, 신경 쓰지 마"라고 하더니 설명도 없었다.</div> <div>회사 밖에서 보고 구조를 셍각해보니, 그 문 너머에 방이 있는지 창문도 있었다.</div> <div>커튼이 쳐진 상태라 내부는 안 보이지만.</div> <div>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창고로 쓰는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넘겼다.</div> <div><br></div> <div>한 달 정도 전에, 우리 부서에 신입 K가 입사했다.</div> <div>4월부터 연수를 한 뒤, 정식으로 부서로 발령된 파릇파릇한 사회 초년생이다.</div> <div>내가 신입일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잡다한 일을 맡았다.</div> <div><br></div> <div>어느 날 우리 신입 K가 물었다.</div> <div>"○○씨(내 이름) 일전에 자재 창고에 갔을 떄요..."</div> <div>느낌이 딱 왔다.</div> <div>"아아, 문?"</div> <div>"네! 맞아요! 그거 뭐에요? 안에 있는 방도 창고로 쓰는 건가요?"</div> <div>예전의 날 보는 것 같아서 왠지 미소가 지어졌다.</div> <div><br></div> <div>"저건 나도 몰라. 예전에 물어본 적 있는데 신경 쓰지 말란 말만 들었어"</div> <div>"그래요.. 저 문 잠긴 것 같은데 창고 열쇠로 열 수 있을까요?"</div> <div>"글쎄, 난 해본 적이 없어서. 창고로 쓰고 있으면 열리지 않을까?"</div> <div>"음.. 다음에 한 번 열어봐야지"</div> <div>호기심이 많은 녀석인 것 같다.</div> <div>나도 궁금하긴 해서 "열어보면 뭐 있는지 나도 알려줘"라고 말했다.</div> <div>그리고 다음 날, 또 K가 내 옆에 오더니</div> <div>"○○ 씨, 안 열리더라고요. 창고 열쇠는 소용 없었어요"</div> <div>아무래도 대화를 나누고 바로 가본 것 같았다.</div> <div>"안 열려? 그럼 다른 열쇠가 있나보지"</div> <div>"아니에요. 저 문은 이쪽에선 못 여는 구조 같아요"</div> <div>"뭐..?"</div> <div>"잠기긴 한 것 같은데 바깥 쪽엔 열쇠 구멍이 없어요"</div> <div>"뭐어?? 그럼 안에서 잠겼단 말이야?"</div> <div>"그런 거 아닐까요.."</div> <div><br></div> <div>괜히 한기가 들었다.</div> <div>안에서 잠기다니 무슨 소리지?</div> <div>안에서 잠근 누군가가 저 방에 있다는 소리인가?</div> <div>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켕기는 게 있다.</div> <div>"뭘까요 대체. 누가 전용으로 쓰는 개별실인가"</div> <div>"뭐, 갇힌 것도 아니니까 맘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으니 됐지"</div> <div>라고 말한 후, 스스로 깨달은 바가 있었다.</div> <div>"그것도 그렇네요. 자폐증 걸린 사람이나, 은둔성 성격인 사람이 사나봐요"</div> <div>"잠깐만. 이상한데?"</div> <div>"뭐가요?"</div> <div>"그 문을 안에 있는 사람이 연다 한들.. 저 창고 문은 안에서 못 여는데?"</div> <div><br></div> <div>이상한 일이다.</div> <div>그 문은 안에서 연다손 치더라도, 창고 자체 문은 열 수 없다.</div> <div>창고 문은 자재를 꺼내러 갈 때만 열고, 항상 잠근다.</div> <div>그러니까 그 문 안에 있는 사람은 창고에 갇힌 셈이 된다.</div> <div>"아.. 그것도 그렇네요. 게다가.. 밤에 밖에서 봐도 항상 불 꺼져 있었으니까"</div> <div>그랬다. 야근하느라 늦게 가는 날도 그 방에 불 켜진 걸 본 적 없다.</div> <div>커튼도 틈이 있어서 켜져 있으면 빛이 새어나올 텐데.</div> <div>"궁금해 죽겠네요. 알아봐야겠다"</div> <div>"적당히 해"</div> <div><br></div> <div>다음 날부터 나는 출장 가야 했다.</div> <div>고객사에 머리를 조아리고, 접대하며 맛대가리 없는 술을 마신 후</div> <div>본사로 사흘 뒤에나 복귀했다.</div> <div>내가 복귀하고 처음 들은 뉴스는 "K가 출근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div> <div>그리고 그 다음 날 들은 뉴스는 "K가 자취하는 곳에도 없다"는 것이었다.</div> <div>본가에도 돌아가지 않았고..</div> <div>결국 K는 행방불명으로 신고했다.</div> <div><br></div> <div>당연히 나로서는 그 창고 문이 수상했다.</div> <div>하지만 출장 갔다가 막 돌아온 참이라 서류 정리할 게 산더미 같아 바빴다.</div> <div>그래서 늦게서야 알게 되었다.</div> <div>출장 간 다음 날, K가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div> <div>문자를 본 건 복귀하고도 사흘이 더 지났을 때였다.</div> <div>출장간 곳에서는 모르는 사람 연락을 다 차단해놓는데,</div> <div>K는 신입이라 실수로 같이 차단된 것이다. 결국 변명이지만..</div> <div>문자는 단 한 문장이었다.</div> <div>"열렸어요"</div> <div><br></div> <div>그리고 몇 주가 지났지만 K는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div> <div>나는 그 후 창고 곁엔 얼씬도 하지 않는다.</div> <div>그 문이 원인인 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뭔가 관계 있다고 확신한다.</div> <div><br></div> <div>내가 신입 시절 저 문에 대해 물어봤던 선임과 얼마 전에 만났다.</div> <div>지금은 지사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몇 년 만에 만났다.</div> <div>나는 K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선배가 문의 비밀을 알려주었다.</div> <div>・10년 쯤 전에도 저 문에 흥미를 보인 사원(선임의 동기)이 행방불명되었다.</div> <div>・회사 터가 나빠서, 귀신이 잘 모이는 곳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div> <div>・회사 설립 시에 따로 방을 만들어서 "무언가"를 두어, 아무도 못 들어가게 만들었다.</div> <div>・무엇을 두었는지는 사장님만 아는 걸 지도 모르겠다.</div> <div> 신이라던가, 뭔가 요상한 항아리라던가 모르겠지만</div> <div> 그 안에 제물을 바친 거라는 소문도 돌았다.</div> <div><br></div> <div>이런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의문스럽던 점을 하나 물어보았다.</div> <div>"문은 왜 단 건가요?"</div> <div>"방이니까 안 열리면 이상하잖아"</div> <div>맞는 말이다. "방"이라면 문도 필요할 수도 있겠다.</div> <div>"그럼, 창문은 없어도 되지 않나요?"</div> <div>"..."</div> <div>선배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렇게 답했다.</div> <div>"뭔가 끌어들이려면 필요하겠지.</div> <div> 너 앞으로는 그 방 창문 보지마.</div> <div> 뭔가 보이더라도 못 본 척 해. 알겠지?"</div> <div>내 머리 속에 그 창 너머에서 K가 날 부르는 풍경이 그려졌다.</div> <div><br></div> <div>창쪽 길을 지나갈 때마다 시선이 느껴진다.</div> <div>언젠가는 나도 모르게 올려다볼 것만 같다.</div> <div>도무지 견딜 수가 없어서, 그 선배처럼 전근 희망서를 제출하기로 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