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파</b></div> <div><br></div> <div>사촌 집에 놀러 갔을 때 일이다.</div> <div><br></div> <div>사촌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놀이 동산이 하나 있어서</div> <div>작은 아빠한테 데려가 달라고 졸랐더니</div> <div>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니까 괜찮지 않을까라며</div> <div>돈을 쥐어주며 애들 둘이서만 놀이공원가라며 보내줬다.</div> <div><br></div> <div>제트 코스터나 우주선 같은 게 빙글빙글 도는 걸 타면서 놀던 중</div> <div>사촌동생이 "귀신의 집 들어가고 싶어"라고 했다.</div> <div>어릴 때부터 나는 무서운 게 싫어서 솔직히 내키진 않았지만</div> <div>동생 앞에서 또 겁먹은 꼴을 보이기 싫어서 의연한 척 들어갔다.</div> <div><br></div> <div>일반적으로 귀신의 집에선 알바하는 사람이 귀신 분장을 하고 손님을 놀래키는 거잖아?</div> <div>그 놀이공원도 매한가지였긴 한데, 우물에서 바위가 나오거나</div> <div>흰 시트 같은 걸 뒤집어쓴 것 밖에 없어서</div> <div>별 거 아니라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려던 그때</div> <div>"아파 아파"하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아파"라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아까까지는 우르르 나오던 귀신 분장한 사람들이 전혀 안 나오니까</div> <div>동생이랑 둘이서 "이상하다"라는 말을 하던 그때 갑자기 한 사람이 튀어 나왔다.</div> <div>지금까지 나온 귀신들이랑 분위기가 다른 게,</div> <div>병원 환자 복을 입고, 백발에 손에는 피가 묻은 식칼을 들고 있으면서</div> <div>뭐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았는데 잘 안 들렸다.</div> <div>잘 들어보려고 귀를 기울여보니</div> <div>"죽여... 죽일 거야..."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div> <div>나는 안 좋은 예감이 들어서 사촌 동생 손을 잡고 되도록 멀찍이 떨어지려고 출구쪽으로 달려갔다.</div> <div>출구까지는 꽤 멀었는데, 가는 길까지 귀신은 하나도 안 나왔다.</div> <div>귀신의 집에 들어갈 때는 꽤 사람이 많았는데 밖으로 나와보니 완전 달랐다.</div> <div>건물을 둘러싸듯 사람들이 쭈욱 서서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게다가 경찰도 있었고,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떨어지라고 지시하고 있었다.</div> <div>무슨 일이냐고 경찰 아저씨에게 여쭤보니</div> <div>인근의 정신 병원에서 탈주한 환자가 이 귀신의 집 안으로 도망쳐서</div> <div>안에 있던 아르바이트 생과 직원들이 찔렸다는 것이다.</div> <div>도망친 환자라는 게 아까 만난 사람이었고,</div> <div>"아파"라는 소리는 찔린 직원이 낸 소리였다..</div> <div>결국 범인은 체포되었는데, 찔린 사람은 출혈과다로 죽었다고 했다.</div> <div><br></div> <div>그때 들은 "아파"하는 신음 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