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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372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4
    조회수 : 1679
    IP : 46.101.***.182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6/07/18 21:08:49
    http://todayhumor.com/?panic_89372 모바일
    [오컬트학] 사쿠라 연못
    사쿠라 연못

    초등학교 때 일이다.
    등하교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사쿠라 연못이라는 큰 농업용 못이 있었다.
    우리 집 단지는 사쿠라 연못 앞에 있어서
    하교할 때는 등하교길은 빙 둘어서 가기 때문에,
    그 사쿠라 연못가를 지나가는 지름길로 돌아가곤 했다.

    그러다 어른한테 들키면 학교에 전달되고 혼났다.
    낮에도 빛을 가려 약간 어두컴컴한 대숲을 지나서, 붉은 흙이 고스란히 드러난 잘린 언덕을 지나
    포장되지 않은 연못 둑 길은, 인적도 없어서
    여러 의미로 위험하긴 했지만, 그게 또 매력적이었다.

    5학년 때 가을, 우리 학교에 이상한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해가 저물었을 때 그 지름길로 가면 사쿠라 연못 정중앙에서 도깨비불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어느 틈엔가 "그 도깨비불을 봐서는 안 된다"는 말까지 추가되었다.
    그 주의사항은 동네 할아버지인가 할머니인가가 말한 거라고 했다.
    부모님을 따라 이사온 우리 단지 사람들은 딱히 와닿지 않았는데
    토박이 애들은 얼씬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도깨비불을 보지 못 했다.
    하교가 늦어지면 해질녘의 둑에서 어두운 호수를 내려다보면
    중앙에 뭔가 희미한 흰 연기 같은 게 보인 것 같기도 한데, 확실히 보진 못 했다.
    사실 아무리 그래도 똑바로 쳐다보긴 좀 무서웠던 것이다.

    어느 날 아침, 같은 반의 같은 동 5층에 사는 시게루에게 학교 같이 가자고 갔더니
    시게루 엄마가 나오시더니 몸이 안 좋아서 오늘 학교 쉴 거라고 했다.

    수업 시간에 나눠준 숙제 프린트를 가지고 방과 후에 시게루에게 가져다줬더니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기 때문에 시게루가 문을 열고 나왔다.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상태가 너무 안 좋아보여서 바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시게루가 잡았다.
    시게루 침대로 가서 같이 나란히 앉아서 시게루 말을 들어주었다.
    어젯밤부터 잠을 자지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사쿠라 연못에서 도깨비불을 바라봤는데
    희미한 도깨비불이 점차 형태가 또렷해지더니
    배구공 정도 되는 불빛이 되더니, 쇳소리를 울리면서 시게루 쪽으로 날아왔다는 것이다.
    다리가 굳어 도망치지 못 하고 있었는데 1미터 정도 앞에서 멈추더니 흰 빛을 발했고
    그것은 투명하면서 그 안에 소름 끼칠 정도로 마른 난쟁이가 쭈그리고 있었다.

    눈 앞으로 다가오더니, 그 난쟁이가 일어서더니 시게루를 보면서
    찢어진 것 같은 입을 계속 우물거리며 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주변에 울려퍼지는 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는 쇳소리 뿐이어서
    그 난쟁이 말은 알아듣지 못 했고,
    한참 지나 도깨비불은 연못 너머로 날아가더니 이윽고 보이지 않게 되었다.

    시게루는 떨면서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다.
    나도 무서워서 시게루 엄마가 돌아오시길래 재빠르게 시게루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2주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시게루 가족이 사라졌다.
    학교에서는 갑작스런 집안 사장이란 이유로 처리되었다.
    단지 내에서는 야간도주한 거라고 짐작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 야반도주한 날 밤, 시게루 엄마가 단지 베란다 바깥을 향해
    시게루 이름을 끝없이 부르는 걸 들은 사람이 많다.

    나는 그 날 이후 사쿠라 연못은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68824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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