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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182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4
    조회수 : 1452
    IP : 178.62.***.166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6/07/12 21:20:33
    http://todayhumor.com/?panic_89182 모바일
    [오컬트학] 터널의 소녀
    터널의 소녀

    나는 정말 무서웠다. 정말로 무서웠다.

    20년 넘게 살아오며 심령 현상이란 걸 본 적이 없어.
    무서운 이야기는 좋아하는데, 실제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
    지금은 긍정할 마음까지는 안 들지만, 부정도 할 수 없어. 나도 모르겠다.
    친척 집에 갈 때 지나가는 산길에 터널이 하나 있거든.
    갈 때마다 차를 타고 가는데다, 그 날도 그랬어.
    그런데 그 터널엔 소문이 여러가지 있거든.
    여러가지라고 해봤자, 목 없는 오토바이 탄 사람 같은 도시 전설 같은 거지만.
    마스크 쓴 여자가 유행할 때 누군가 흘린 소문이겠지.
    그런 시시껄렁한 소문이라도 일단 들은 후엔 새벽에 화장실에 가긴 무섭잖아.

    그래도 그 날은 밤이 아니었으니까 무섭단 느낌 없이 그냥 터널을 지나갔거든.
    그랬는데 터널 입구에 고양이가 있는 거야. 그낭 길고양이.
    나 말이야, 고양이 엄청 좋아하거든. 당연히 사진 찍어야지!
    그래서 끄트머리에 차를 세우고 내렸어.
    안 그랬으면 좋았을 걸...

    휴대전화로 사진 찍으려고 고양이를 향했는데, 다가가니까 도망치는 거야.
    어디겠어, 당연히 터널 안이지.
    슈웅-하고 도망치는 게 아니라, 탁탁탁하고 걸어가듯 도망치더니
    다시 날 뒤돌아보더니 멈춰 서.
    묘한 거리감 두는 건 고양이들 습성이니까.
    그게 또 귀여워서 나도 뒤를 쫓아갔거든. 타박타박.

    탁탁탁

    타박타박타박

    탁탁탁

    타박타박타박
    타박타박타박

    음? 발소리가 하나 더 많은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휴대전화 액정에 이상한 게 찍혔어.
    찍힌 건 내 눈 앞이 아니라, 터널은 어두우니까 액정에 반사해서 내 뒷 광경이 찍히는 거야.
    여자애 같은 게 있는 거야.
    심박수가 미친 듯이 날뛰었지만 나는 모르는 척
    "고양아 고양아 기다려봐 고양아"하며 고양이를 쫓아갔어.
    여자애 같은 그것도 계속 나와 고양이를 쫓아왔을 거야.
    그때만큼 터널이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을 거야.

    그리고 출구까지 나갔지. 살았다, 무사해서 살았어.
    그런데 차는 터널 너머에 있거든...
    이제 터널을 다시 지나가긴 싫은데...
    여기서 친척 집이 걸어서 못 갈 거리도 아니니까 일단 걸어가자.
    그리고 친척 차를 타고 다시 내 차 가지러 오면 되겠지 라며 안심했어.
    왜 터널을 나온 것만으로 나는 안심을 했을까.

    걸어가던 중 나는 수십 미터 앞을 보다가 또 심박수가 올라갔어.
    있는 거야... 길 끝에... 이동 범위는 터널 안ㅇ 한정되는 게 아니었나 봐..
    이번에는 모습까지 다 보였어.
    약간 흐릿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생으로 보이는 여자애였어.

    주저했지만 가도 지옥, 돌아가도 지옥이면 차라리 가는 게 낫잖아?
    마음을 다지면서 다시 걸어갔어.
    사실 넓은 길에서 보는 것보다 터널 안에서 보는 게 더 무서우니까
    되도록 내 심장을 위한 길을 택한 거지.
    그런데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봐도 저거 나 따라오는 거잖아.

    반대 차선 쪽을 걸었지만 조금씩 거리가 좁혀지면서 딱 지나치려던 그 때.
    호기심에 못 이겨서 살짝 봤거든.
    그랬더니 그 여자애가 머리에 상처가 있는 거야. 얼굴의 절반이랑 관자놀이 부분.
    적어도 언뜻 보기에 심한 상처는 아니라서, 내 심장을 지켜낼 순 있었지.

    교통 사고를 당했나.. 안 됐다..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 애가 너무 가여워지니까 눈물이 나려던... 내가 바보였지.
    갑자기 부성애 같은 게 솟아 올라서 걔한테 다가간 거야.
    그리고 그 애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불쌍하게도"하면서 울었어.
    무슨 성자라도 된 기분 마냥.. 진짜 바보였지.

    그 아이는 잘 알아볼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가까이 대더니 "으..아아아..아아아"하는 거야.
    그때 직감적으로 느꼈어.
    아, 말이 안 통하는 구나. 위험하네.
    감정 같은 걸 읽지 못 하는 거야. 아니, 아마 감정이 없는 걸 꺼야.
    애당초 가까이 가서는 안 되는 거였어.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필사적으로 뛰었어.

    터널은 무서워서 근처에 얼씬도 하기 싫으니까 돌아갈 때는 빙 둘러서 다른 길로 바래다 달라고 했어.
    차는 아빠한테 부탁해서 가지고 왔고.
    그런데 지금도 터널에 방치했던 그 차는 왠지 타기 싫어.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47390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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