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잠꼬대에 답해선 안 된다</b></div> <div><br></div> <div>흔히들 잠꼬대에 답해선 안 된다고 하잖아요.</div> <div>제가 기숙사에서 지낼 때 모두들 그 이야기를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div> <div>정보 출처가 제각각이라서인지, 하는 소리도 제각각이었는데</div> <div>잠꼬대를 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면, 그 사람이 미친다, 죽는다, 몽유병이 된다,</div> <div>반대로 말을 건 사람에게 불행이 닥친다던가, 말싸움하다가 지면 죽는다 뭐 그런 식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다들 그건 다 미신이라고 말했습니다.</div> <div>몇 몇은 실제로 해본 사람도 있었지만 딱히 별다른 일이 없었거든요.</div> <div>그런데 그런 소문도 아무개가 누구랑 사귄다, 반했다, 홀딱 빠졌다 뭐 그런 소문에 묻힌 거죠.</div> <div><br></div> <div>그리고 여름 방학 직전에 있었던 일입니다.</div> <div>여름 방학이라고 해도 부모님 사정도 있고, 재시험 치는 애도 있고 해서</div> <div>다들 한 번에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서 기숙사에 10명 정도 남아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밤에는 TV가 있는 곳에 베개들고 모여서 자곤 했습니다.</div> <div>그날 밤에는 영화 같은 걸 하고 있어서 늦게까지 일어나 TV를 보고 있었습니다.</div> <div>몇 명은 이기지 못 하고 잠들었지만요.</div> <div><br></div> <div>몇 명 중에 T라는 학교에서 괴짜로 유명한 애가 있었는데요,</div> <div>T가 잠꼬대를 하기 시작하는 겁니다.</div> <div>가위 눌리고 있다기보다는 뭔가 말싸움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T : 안 돼. 지금은 같이 못 놀아. 안 된다니까, 내 말 좀 들어.</div> <div>뭐 그런 소리를 계속 하는 거에요.</div> <div>주변에 있던 우리가 그러고보니 그런 소문이 있었지 라는 이야기가 나와서</div> <div>그럼 한 번 말 걸어보자는 애가 있었습니다.</div> <div>마침 곁에 있던 애가 "왜 못 놀아~ 같이 놀자~"하고 T에게 말 걸었습니다.</div> <div><br></div> <div>T는 더욱 더 "못 논다니까!!"하고 인상까지 썼습니다.</div> <div>반응이 재밌어서 다들 웃음을 꾹 참고 있었지요.</div> <div>"누구야?"하고 누군가가 물었더니, T가 "요정"이라는 겁니다.</div> <div>연이어서 애들이 T에게 계속 말을 걸다가 이제 그만 편히 자게 냅둘까?라는 이야기가 나오던</div> <div><br></div> <div>바로 그때 였습니다.</div> <div><br></div> <div>T의 표정이 뭔가 굳어지더니</div> <div>"싫어. 안 갈 거야. 살려줘!"라고 큰 소리 치는 겁니다.</div> <div>자던 애들이 다 깰 정도로 큰 소리로요.</div> <div><br></div> <div>우리도 T를 보고 "어?!"하는 생각이 들었고</div> <div>일단 제가 "일어나 봐!"하고 T 어깨를 잡고 흔들었지만 깰 기색도 없었고</div> <div>오히려 T의 신음이 더 심해지는 겁니다.</div> <div><br></div> <div>싫어어! 싫어싫어싫어! 누가 나 좀 도와줘!</div> <div>하고 사력을 다해 소리치는 T가 눈을 뜨려고 하지 않았습니다.</div> <div>얼굴도 때려보고, 몸도 마구 흔들어보고, 귓가에서 소리도 쳐봤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div> <div>저와 주변 친구들 모두 새파랗게 질려하며 어쩔 줄 몰랐습니다.</div> <div>머리카락은 엉망이 되고, 땀을 흘리며 신음하는 T를 보면서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던 중 T가 서서히 팔을 몸에 밀착시키더니 몸을 움직이다 눕고, 움직이다 눕고</div> <div>마치 기계처럼 그 동작을 반복해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div> <div>그러다가 멈췄습니다.</div> <div><br></div> <div>기계처럼 딱 멈췄습니다.</div> <div>굳어 있던 친구가 T에게 다가가보니 그냥 잠만 자는 것 같아서</div> <div>"아 뭐야~ 누가 괴짜 아니랄까봐~"</div> <div>하고 말해서 우리 모두 안심하여 숨을 내쉬었습니다.</div> <div>그후에 저도 "괜히 사람 놀래키고"하며 얼굴을 들여다보았습니다.</div> <div>그랬더니 눈을 번쩍 뜨더니 히히히하며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고 있었습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