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불경</b></div> <div><br></div> <div>대학 시절에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div> <div><br></div> <div>우리 대학 근처에 자살 명소가 있었다.</div> <div>숲을 조금 들어가면 있는 폭포가 바로 그것이다.</div> <div>자살 명소라고 핮만 경치도 좋고, 시가지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div> <div>여름에는 가족들이 놀러오기도 하고, 나도 피서 겸 놀러가곤 했다. (당근 낮에)</div> <div><br></div> <div>무덥던 어느 여름 밤.</div> <div>나는 동아리 사람들 몇 명과 우리 집에서 술을 마시며</div> <div>여름하면 빠질 수 없는 무서운 이야기를 했다.</div> <div>내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중에 영감이 있는 사람이 있는데.. 라거나</div> <div>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div> <div>나와 다른 동기(K타-남자)는 둘다 오컬트 쪽 이야기에 꽤 빠삭한 편이라</div> <div>솔직히 좀 지루했다.</div> <div><br></div> <div>갑자기 K타가 "폭포에 담력 테스트하러 가보자"고 말을 꺼냈다.</div> <div>나와 다른 여자애가 (I코-여자) "그거 좋다!"하고 갈 마음이 가득차 있었는데</div> <div>다른 동기들은 그닥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div> <div>겁을 먹은 게 아니라, 취한 상태에서 밖에 나가기가 귀찮은 것 같았다.</div> <div>어쩔 수 없이 담력 테스트할 사람과, 계속 퍼 마실 사람들로 나뉘었고</div> <div>담력 테스트할 사람은 나와 K타, 그리고 I코 셋이었다.</div> <div>손전등 하나를 손에 들고 "갔다와서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마"고 한 후 집을 나섰다.</div> <div><br></div> <div>폭포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데, 귀찮으니 택시를 탔다.</div> <div>숲 입구에서 택시를 내려 걸어가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우와 암흑이야..." I코가 중얼거렸다.</div> <div>조명 하나 없이, 하늘은 어둑어둑하고 구름에 가리어 달빛도 비치지 않았다.</div> <div>"이거 진짜 무서운데 ㅋㅋ" 셋이서 들떠서 이런 소릴 하며 숲으로 들어갔다.</div> <div><br></div> <div>손전등은 하나 밖에 없어서 K타와 I코는 휴대전화의 손전등 기능으로 길을 비추며 걸었다.</div> <div>밤에 와 본 건 처음이었지만 길이 잘 다져져 있기 떄문에 생각보단 무섭지 않았다.</div> <div>너무 시시한데라는 생각이 들 때, 폭포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푹푹 찌는 공기 중에 서늘한 바람이 섞여 흘러왔다.</div> <div><br></div> <div>그때 I코가 "히익"하고 작게 비명을 질렀다.</div> <div><br></div> <div>우리들 오른쪽에 수많은 지장보살이 나란히 서 있었다.</div> <div><br></div> <div>코케시 인형 정도 되는 사이즈의 지장보살이 백 여개 미소 띠고 있었다.</div> <div>(※코케시 인형도 사이즈 종류가 다양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 40cm 정도로 추정)</div> <div>I코는 길을 비추려고 아래만 보다가 갑자기 눈 앞에 보여서 놀랐던 것 같다.</div> <div>"그러고보니 이런 게 있었지..."</div> <div>낮에 볼 땐 별 것 아니어도,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으로 갑자기 보이는</div> <div>다수의 지장보살을 보니 역시 좀 으스스했다.</div> <div>"이제 담력 테스트 답네"</div> <div><br></div> <div>내가 더 앞으로 나가려던 그 때, K타가 내 옷자락을 잡았다.</div> <div>뭔가 불안해보이는 표정으로 내 쪽을 보고 있었다.</div> <div>"왜? 쫄았냐?" 내가 놀리듯 물었지만</div> <div>K타가 "쉿"하고 입에 검지 손가락을 갖다 대더니</div> <div><br></div> <div>"뭐 안 들려?"라고 했다.</div> <div><br></div> <div>뭐? 뭐가 뭔데?</div> <div><br></div> <div>K타는 워낙 장난을 좋아하니 우리를 겁먹게 하려고 하는 소리라 생각했다.</div> <div>그런데 K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다.</div> <div>나와 I코는 갸웃하며 조용히 주변 소리를 들어보려고 집중했다.</div> <div><br></div> <div>폭포 소리 밖에 안 들리는데... 아니... 폭포 소리에 섞여서 뭔가.. 낮은 소리가.. 들린다.</div> <div><br></div> <div>"이거.. 경 외는 소리?" I코가 내가 긍정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div> <div><br></div> <div>분명, 불경 외는 소리였다. 한 두 명이아니라 여러 명 목소리가 섞인 것 같았다.</div> <div>등부터 시작해 온 몸이 어는 것 같았다.</div> <div>K타는 모기 소리 같이 작은 목소리로</div> <div>"그러고보니 나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하고 말했다.</div> <div><br></div> <div>"폭포 근처에 이상한 종교 단체가 자주 온다고.. 그게 진짜였구나"</div> <div><br></div> <div>그거 귀신보다 더 무서운데..</div> <div>그러자 I코가 "나... 속이 안 좋아졌어.. 그만 가자, 응?"하고</div> <div>역시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div> <div>잘 보니 얼굴이 파랗게 질린데다 살짝 떠는 것 같았다.</div> <div>K타와 서로 마주보고, 서로 고개를 끄덕인 후 돌아가기로 정했다.</div> <div><br></div> <div>돌아가는 길에 I코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div> <div>이상하게 잰 걸음으로 걷는 것이다.</div> <div>속이 안 좋다더니 거의 경보하듯 척척 걸어가는 것이다.</div> <div>사뭇 우리를 두고 혼자 갈 기세다.</div> <div>"야, I코" 내가 말을 건 것과 동시에 I코가 엄청난 속도로 뛰어갔다!</div> <div>나와 K타는 영문도 모른 채 I코 뒤를 쫓았다.</div> <div>I코는 엄청나게 빨랐다. 남자인 우리가 따라가기도 힘들 정도였다.</div> <div><br></div> <div>숲 출구에서 겨우 따라잡았을 때</div> <div>I코는 흐느적 거리며 주저 앉더니,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div> <div>우리는 여전히 영문도 모르는 채, I코 옆에서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div> <div>한참을 울더니 진정이 되었는지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아까 지장보살 있는 곳에서 불경 소리가 들릴 때</div> <div> 나도 모르게 숲 안쪽을 봤는데...</div> <div> 흰 옷을 입은 사람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거야...</div> <div> 한 두 명이 아니었어, 스무 명은 넘었을 거야.."</div> <div>"진짜...?"</div> <div><br></div> <div>나와 K타는 할 말을 일었다.</div> <div>이건 담력 테스트고 자시고 빨리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우리가 일어나려고 하던 그 때...</div> <div><br></div> <div>우리가 조금 전까지 걸어다니던 길에서</div> <div>분명 수십 명이 불경을 외우는 소리와 함께,</div> <div>바스락 바스락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div> <div><br></div> <div>우리는 각자 비명을 지르고는 죽을동 살동 뛰었다.</div> <div>내가 경험한 것 중 가장 무서운 일이었다.</div> <div>그게 이상한 종교 집단이었는지,</div> <div>자살한 사람들 귀신들이 모인 거였는진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고.</div> <div>이젠 대낮이라도 그 곳 근처에는 얼씬도 하기 싫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