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수상한 아르바이트</b></span></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봄방학 중에 있었던 일인데, 친구가 수상한 알바를 의뢰 받았다.</span></div> <div>미심쩍은 알바였는데,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관서 지방의 어느 정부 지정 도시의 빈집 정리를 해달라는 것이었고</span></div> <div>2박 3일 동안 하는 것이고, 교통비 외에도 1인당 3만엔씩 준다는 것이다.</div> <div><br></div> <div>정리할 집은 전기와 수도, 가스가 다 아직 연결되어 있었고,</div> <div>두 사람 분량의 침구도 있으니 숙박하는데도 무리가 없다고 했다.</div> <div><br></div> <div>이런 내용만 봐도 수상쩍기 그지 없는데, 친구가 알바를 의뢰 받은 경로가</div> <div>"빠칭코하러 갔더니 연속으로 대박친 아저씨가 해달라더라"지 뭔가.</div> <div>친구는 좋은 알바라고 들떠서 같이 가자고 하던데 나는 암만 해도 미심쩍었다.</div> <div>처음엔 거절하려고 했지만 사실 2박 3일 알바에 3만엔은 워낙 조건도 좋고</div> <div>마침 컴퓨터 부품을 몇 개 바꾸고 싶던 차라 같이 하기로 했다.</div> <div><br></div> <div>당일 그 아저씨가 신칸센 표와 정리 순서, 그곳까지 가는 약도를 주었고</div> <div>우리는 어느 정부 지정 도시로 향했다.</div> <div>도착해보니 집은 꽤나 널찍했고, 부지만해도 300평 정도 될 것 같았다.</div> <div>그런데 뜰에 낙엽이 가득 쌓였고, 연못은 탁한 게.. 아무 것도 살지 않는 것 같았다.</div> <div>척 봐도 10년 이상 아무도 살지 않은 모습이 폐허 분위기를 자아냈다.</div> <div><br></div> <div>그날 우선 2층을 정리하기로 하고 저녁 8시까지 쓰레기 분리 및 가구를 1층으로 옮겼고</div> <div>힘쓰는 일이 많다보니 힘들긴 했지만 별 다른 일 없이 무사히 마쳤다.</div> <div>근처에 있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 먹고 집에 돌아와보니 뭔가 이상했다.</div> <div>잘 설명하긴 힘들지만 현관에 들어선 순간 온 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달까</div> <div>뭐라 형언할 수 없는 한기가 온 몸에 서렸다.</div> <div>원인은 알 수 없었다. 친구도 매한가지였는지 파랗게 질린 게 보였다.</div> <div>그렇다고 뭐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서로 입에 담지는 않았고, 목욕하고 자기로 했다.</div> <div><br></div> <div>잠들고 두 시간 정도 지났을 까.. 친구가 내 몸을 흔들어서 깼다.</div> <div>"..왜"하고 짜증섞인 말을 뱉았는데, 왜 깨웠는지 알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1층 현관 옆에 있는 거실에서 자고 있었는데</div> <div>대각선상에 있는 제일 안쪽 방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우리는 여기 누가 올거란 이야기는 듣지 못 했다.</div> <div><br></div> <div>사건 같은 데 휘말리는 건 아닌가 겁이 나긴 했지만</div> <div>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도 없어서 일단 확인차 가기로 했다.</div> <div><br></div> <div>그때 복도에 불을 켰으면 좋았을 걸, 나나 친구나 정신이 없어서 깨닫지 못 했다.</div> <div><br></div> <div>어둠 속에서 방 근처까지 가서 내가 몇 번이나 "누구세요~?"하고 말했지만</div> <div>여전히 제대로 들리지 않는 여러 명이 소근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대답하지 않았다.</div> <div><br></div> <div>그래서 좀 더 큰 소리로 부르려던 그때,</div> <div>친구가 내 입을 틀어막더니 현관쪽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다.</div> <div>내가 "왜~"하고 말하려고 했지만 친구 표정이 보통이 아니어서 잠자코 현관으로 따라갔다.</div> <div><br></div> <div>현관에서 다시 친구에게 "왜 그러는데?"하고 물었더니 친구가 부들부들 떨면서</div> <div>"저 방.. 문 밖에 판자로 못 박아뒀어.. 사람이 어떻게 들어가냐.."</div> <div>나는 근시에다 어두워서 못 봤는데,</div> <div>친구 말에 따르면 아무리 생각해도 여닫을 수 없도록 판자가 박혀 있었다는 것이다.</div> <div>친구가 하도 떨길래 나도 무서웠지만 괜히 센척 하며 친구에게</div> <div>"밖에 출입구 같은 게 있겠지. 확인해보자"라고 했다.</div> <div><br></div> <div>현관을 나가 집 뒷편으로 돌아가려고 풀을 헤치며 그 방 위치로 보이는 곳까지 가면서</div> <div>"다른 출입구가 있어"라는 희망적인 견해는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div> <div><br></div> <div>방에 문이 있긴 했지만 그 창문도 밖에서 판자로 덧대어져 있었고</div> <div>그 외엔 딱히 출입구로 쓸만한 곳이 없어서</div> <div>아무리 생각해봐도 사람이 들락날락할 수 없던 것이다.</div> <div>그런데 밖에서도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br></div> <div>나는 혼란스러워서 머리 속에서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보려고 했지만</div> <div>아무래도 다 이치에 들어맞질 않았고,</div> <div>어찌할 방도도 모르는 채 둘이서 한참을 얼굴을 마주보다가</div> <div>이대로는 끝이 안 나겠다 싶어서,</div> <div>그때 그냥 나왔어야 했는데 판자 사이로 손전등을 비추며 안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div> <div><br></div> <div>둘이서 손전등을 비추며 안을 보니 흔한 일본식 다다미 방이었고,</div> <div>틈새로 보는 걸로는 확실히 알 순 없었지만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div> <div><br></div> <div>뭘까 대체...</div> <div>언제부터인가 소근거리는 소리는 안 들렸지만, 좀 전까진 분명 몇 명 목소리가 들렸었다.</div> <div>우리는 다시 손전등을 비추며 안을 들여다보다가 어떤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div> <div>탁자 위에 20cm 정도 되는 상자가 있었다.</div> <div><br></div> <div>그 상자를 잘 비춰보고 소름이 돋았다.</div> <div>그 상자에 자전거 도난 방지용으로 묶는 사슬 같은 게 칭칭 감겨져 있었고</div> <div>자물쇠가 여러 개 달려 있었다.</div> <div>우리는 "저게 뭐지.. 재수 없어.."라며 창에서 떨어져서 얘기하는데 갑자기</div> <div><br></div> <div>쾅!</div> <div><br></div> <div>하고 안에서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div> <div>깜짝 놀라 다시 창문을 보다가 우리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div> <div>판자가 덧대진 창문 틈에서 4~5명 눈이 우리를 보고 있었다.</div> <div>성별이나 나이는 모르겠지만, 일단 "눈"이 수 개 우리를 보고 있었다.</div> <div>그것 밖에 알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집에서 2, 300m 정도 떨어진 가로등 비추는 곳까지 뛰어가서 숨이 차 올라 헉헉대는데</div> <div>비명 소리를 들었는지 이웃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숨이 찬데다, 무서워서 동요한 상태라</div> <div>"창문에 눈이.." "목소리가.." "아르바이트로 청소하러 왔는데.."</div> <div>뭐 이런 식으로 얼토당토 않은 식으로 대답했는데, 할아버지는 알아들으셨는지</div> <div>부드러운 말투로 "일단 우리 집으로 가세. 천천히 이야기해보시게"라며</div> <div>난생 처음 보는 우리를 집에 데리고 가주셨다.</div> <div><br></div> <div>할아버지 집에 가보니 할머니도 깨어 계셨고, 차를 내어주셨다.</div> <div>우리도 조금 진정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경위와</div> <div>숙식 조건으로 집을 정리하러 온 것,</div> <div>밤 중에 이상한 소리가 나길래 알아보려고 간 것,</div> <div>여기저기 다 막힌 방을 들여다봤더니 무수한 눈이 쳐다본 것 등을 말씀드리자</div> <div>할아버지는 "그 집은 수십 년 전에 토지 권리로 일이 좀 많았지..</div> <div>돈은 됐다고 거절하고 아르바이트를 관두시게.</div> <div>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도 되니, 내일 집으로 돌아가도록 해"라고 하셨다.</div> <div><br></div> <div>할아버지가 그 집에 대해 뭔가 아시는 것 같았지만 그 이상 이야기해주지 않으셨다.</div> <div>우리는 죄송하다고 생각했지만, 할아버지 댁에서 잤다.</div> <div><br></div> <div>이튿 날, 아침까지 차려주셔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거듭 감사 인사드리고 집에 가기로 했다.</div> <div><br></div> <div>가장 가까운 역까지 가는 길에</div> <div>내가 알바를 권유해준 아저씨에게 전화해서</div> <div>돈은 됐고, 교통비도 돌려줄 테니 알바 건은 없었던 걸로 하자고 했더니</div> <div>아저씨가 계속 왜 그러냐고 물었다.</div> <div>딱히 숨길 필요도 없고 해서 어젯밤 일을 말했더니</div> <div>아저씨가 혼잣말처럼 "아직 나오나..."라고 했다.</div> <div>"교통비는 안 줘도 돼. 알바비는 하루 치 쳐줄게"</div> <div> 집 열쇄는 현관 매트 아래에 두고 와줘"라며 전화를 끊었다.</div> <div>왠지 그 아저씨는 겁을 먹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div> <div><br></div> <div>돌아가며 우리는 "그 집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게 너무 궁금했다.</div> <div>그래서 휴대전화로 도서관이 어딨는지 알아보고</div> <div>신문 기사를 뒤져봤지만 그럴싸한 사건이 실린 게 없었다.</div> <div>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법무국에 가봤다.</div> <div><br></div> <div>법무국에서 그 집 등기부를 찾아보니,</div> <div>"1966년 점유 취득 시효"라고 적혀 있었다.</div> <div>그래서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div> <div>※점유 취득 시효 : 물건이나 권리를 일정한 기간 계속하여서 사실상 점유하는 사람에게</div> <div>그 물건이나 권리에 대한 소유권을 주는 제도.</div> <div>타인의 소유지라도 그 소유지에 주택을 짓고, 거주하면 그 사람에게 그 땅에 대한 소유권이 주어짐</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