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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콜이님의 댓글입니다.
    번호 제목 댓글날짜 추천/비공감 삭제
    719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소원을 빌었다' [새창] 2017-08-19 20:19:29 1 삭제
    어제부로 마지막 사용 일정이 끝난 수영장에 물을 채우며 이제 주인 없는 수영부 강사실에서 한 시간 정도 졸다가
    스트레칭을 하고 가볍게 입수했다.

    새벽 하늘은 파랬다. 물 속에서 올려다 보니 더 새파랬다. 소년은 잠수를 이어갔다. 떠오르고 싶지 않았다.
    이 고요한 물 바깥의 공기를 들이쉬고 싶지도, 시끄러운 소음을 듣고싶지도 않았다.

    새파란 하늘 한가운데를 찬란한 유성 하나가 선을 그으며 지나갔다. 물 속 어딘가, 아주 먼 곳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려왔다.
    수영장이 바다와 연결되 있을리는 없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째선지 그 소리가 바다에서부터 울려왔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수영장에서 나온 소년은 가볍게 몸을 말리고 젖은 머리를 털면서, 자전거를 타고 바다로 향했다.
    바다는 가까웠다. 이곳은 섬마을이었다. 5분도 안걸려 새벽의 아직 조금 어두컴컴한 해변가에 도착했다.

    특이하게 생긴 사람이 떠내려와 있었다. 외국인인가 싶었다.

    [각성 시스템 구동]

    외국인이 서서히 눈을 떴다. 그녀는 소년을 목격했다. 그리고 인사했다.

    "어- 안녕하시냐?"

    이상한 말투다. 역시 외국인인가. 소년은 물어보기로 했다.

    "해외에서 오셨어요?"

    "아니다, 나는 더 먼곳에서 왔다."

    "..? 해외보다 먼 해외도 있어요?"

    "나는 해외인이 아니다."

    "?"

    소년이 의문스런 표정을 짓고있자, 그녀가 말했다.

    "나는 외계인인 거시다."

    @@

    그녀는 자신이 외계인이며, 저쪽 바다 어딘가에 자신의 비행선이 떨어져버렸다고 설명했다. 소년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재밌는 거짓말이네요."

    "뭐, 믿지 않아도 좋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외계인은 티나게 뾰루퉁해졌다. 그리고 새침해진 투로 계속 말했다.

    "여튼 내가 살던 곳에는 바다같은게 없었다. 우주선을 탐색하기에 난항을 겪는다. 적절한 기술의 습득을 필요로 한다. 첨벙첨벙을 가르쳐주길 원한다."

    "첨벙첨벙? 수영요?"

    소년이 그 이상한 말투에 반문하자, 외계인을 잠에서 깨웠던 디바이스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첨벙첨벙 및 수영을 동일 행위를 가르키는 단어로 판단]

    소년은 이쪽의 말이 더 어려웠다. 외계인이 첨언했다.

    "네 말이 맞다는 모양이다."

    그런가보다 했다. 소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일관되게 무뚝뚝한 말투로

    "그럼 내가 가르쳐 줄게요."

    손을 내밀었다.

    "고마운거다!"

    외계인이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갈 순 없었으므로 10분여를 걸어 다시 학교에 도착했다. 해가 뜨고 있었지만 등교하는 학생은 없었다. 여름방학이었다. 소년은 학교 현관을 지나 곧장 수영장 쪽으로 외계인을 안내했다.

    "우리학교 수영부, 이제 폐지되서 아무도 없거든요. 선생도 떠나버렸으니까 내가 가르쳐 줄게요."

    외계인은 이리저리 한눈을 팔다가, 별 생각 없이 물었다.

    "왜 폐지 됐냐?"

    "마지막 대회에서 져서요."

    어느새 상의를 벗은 소년은 짧게 대답하고 바로 입수해버렸다. 놀랍도록 깨끗한 동작이었다.
    잠영으로 순식간에 수영장 반대편까지 헤엄친 그는 반대편에 올라와서 외계인에게 말했다.

    "해봐요."

    "응?"

    "내가 한거 따라 해봐요."

    소년이 워낙 단호했으므로, 마땅히 반문하지 못한 외계인은 희미하게 일렁거리는 수면을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용기를 내서 입수했다.

    -풍덩.

    그리고 떠오르지 않았다. 소년이 잠수하자 수영장 바닥에 두발로 선 외계인의 멀뚱멀뚱한 시선과 눈이 마주쳤다. 소년의 눈을 멀뚱 멀뚱 바라보던 외계인은 팔다리를 조금 허우적거려 보다가, 뒤뚱뒤뚱 걸어서 수영장 반대편 까지 걸어왔다. 그리고 힘차게 점프해서 수영장의 틀을 붙잡았다. 그리고 눈을 반짝였다.

    "나는 첨벙첨벙을 터득한 것이냐!"

    "전혀요."

    "..그렇겠지?"

    소년의 교육방침은 간단했다. 충분히 보고 따라하면 된다. 소년은 자신도 수영을 그렇게 익혔다고 말했다. 긴 관람이 시작되었다.
    말도 안되게 수영을 좋아하는, 도무지 물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헤엄쳐다니는 소년을 멀뚱히 바라보던 외계인이 문뜩 말했다.

    "넌 되게 조용하게 첨벙첨벙을 하는구나."

    물 한가운데서 잠시 멈춘 소년이 대답했다.

    "잠영을 하니까요. 물 속에서 헤엄치는걸 좋아하거든요."

    "예쁜 것 같다."

    외계인은 고요함이나 유려함 따위를, 아주 단순한 단어로 표현했다. 소년은 그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지적했다.

    "외계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남자애 한테는 예쁘다는 말 안써요."

    "그러냐?"

    "네."

    점심시간이 될때까지 그렇게 수시간을 계속해서 헤엄치던 소년은, 배가 고파온다고 생각해 물밖으로 나와 타올으로 대충 몸을 닦았다.

    "따라와요."

    소년이 외계인을 안내한 장소는 수영부 외부강사의 좁은 사무실이었다. 책상이 있고 짧은 소파가 있었다. 커피포트에 물을 올린 소년은 구석에 있던 박스에서 컵라면 두개를 꺼냈다.

    "이제 여기 수영부 선생 없거든요. 마음대로 써도 괜찮아요."

    소년은 블라인드를 치고, 가습기를 틀고, 소파 가장 가장자리에 앉아 차가운 벽에 머리를 기댔다. 뭔가, 물 속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외계인이 물었다.

    "왜 선생이 없어?"

    외계인은 지난 몇 시간 동안, 어쩌면 더 나은 교육방식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의심에 도달했기 때문에, 그 점을 질문했다.

    "다른 학교로 갔어요. 이제 이 학교엔 더 이상 수영부가 없거든요."

    "수영장이 있는데?"

    "저건 옛날에 만든거라서요."

    외계인의 디바이스가 강사실 벽면에 붙은 이 섬의 수영선수 연혁을 검색하고는 몇 가지 추측을 도출해 냈다.

    딱히 학교라고는 하나 뿐이었던 가난한 섬마을에서, 뜬금없이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가 탄생했던 모양이다. 종목은 당연하게도 수영.
    그 덕에 지난 몇 십년 동안 이 섬은 인구도 늘고 학교도 늘면서, 모든 학교에는 수영장을 만들고 수영부가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벌써 30년 전 일. 게다가 지난 5년 정도는 마땅한 인재 탄생이 없었던 탓에, 계속해서 축소되기 시작한 수영 붐은 이 학교에서도 올해 여름방학 전 하기대회를 마지막으로 3학년들이 모두 은퇴하며 수영부가 폐지, 선생도 이곳을 떠나 커다란 학교로 옮겨간 모양이었다.

    말하자면 소년은 그런 흐름에서 남겨진 잔재 비슷한 것이었다.

    커피포트의 물이 끓자 컵라면을 뜯어 물을 부은 소년은 하나를 외계인에게 건네주었다. 고분고분 받아들고 3분을 기다린 외계인은, 소년이 하는데로 따라 컵라면을 뜯어 젓가락으로 먹었다. 놀랍게도 젓가락질은 한번 보고 따라 할 수 있었다. 어째서 첨벙첨벙은 따라 할 수 없는걸까? 어쩌면 소년이 하는 잠영이란게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기 때문일까?

    "넌 왜 잠영을 하는 거시냐?"

    외계인은 추론에 약했기 때문에, 곧장 질문해버리는 방침을 취했다. 소년이 컵라면이 들이 마신 후에 대답했다.

    "물 속에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물 밖은 시른거냐?"

    "공기가 시끄러우니까.."

    소년은 공기가,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공기가 얼마나 시끄러운 것인지 알고 있었다.

    '공부하기에 늦은 시기란 없단다.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어'
    '미래를 생각해야지'
    '이번에 우승 못하면 너도 이제 수영은 그만해야 하지 않겠니'

    소년은 오늘 새벽, 유성을 보던 순간 생각했었다. 만약에 자신이 사람들에이 별똥별에게 하는 것 처럼, 우승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어서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그럴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소년은 그런걸 바라지도 않았다. 우승하고 싶은게 아니었다. 그냥 열심히 해도, 수영을 계속 열심히 해도 괜찮았으면 좋겠다. 그게 소년의 심정이었다. 그런 소년에게, 외계인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소년, 혹시 그것을 아냐? 외계인들은 딱히 숨 같은 거 평생 안쉴수도 있다."

    "...그거 대단하네요."

    "그렇다! 대단하다! 너도 나를 보고 배우면, 평생 물 밖으로 나올일 없이 숨안쉬고 살 수 있을 거다!"

    "그렇게만 되면 정말 소원이없겠는데요."

    "그래그래, 우리는 서로의 소원을 이루어주는거다!"

    "그 거짓말 되게 맘에 드네요."

    "거짓말 아니다!"

    소년은 깨끗하게 비운 컵라면 용기를 쓰래기통에 넣어버리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소화겸이라며 다시 물속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다양한 방식으로 헤엄쳤다. 평영, 배영, 자유형. 당연하지만, 잠영만큼 능숙하고 부드럽지 않았다. 외계인은 마지막 자유형 정도라면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소년은 자신을 흉내내며 요란하게 첨벙첨벙 거리는 외계인을 잠시 구경하다가, 무뚝뚝하게 물었다.

    "그런데 비행선이란 게 물 속에 가라앉아있는거면, 결국 잠영하는 법을 익혀야 하는 것 아니에요?"

    "그건 문제 없다! 가까이 가서 나도 가라앉으면 되는 일이 아니냐?"

    외계인 다운 해결책이었다. 외계인의 습득속도는 빨랐다. 그녀의 설명으로는, 대충 흉내만 낼 수 있게 되면 디바이스가 자동보정해서 대부분의 일을 쉽게 터득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그날 저녁 쯤에 외계인은 충분할 만큼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두 사람은 석양이 지기 시작할 때 다시 바닷가에 나와있었다.

    "첨벙 첨벙! 헤엄쳐갈까나! 소년도 같이 갈텐가?"

    "됐어요. 저 이제 수영은 다 했거든요."

    "그게 무슨 소린가?"

    "원래 대회때까지만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부족해서. 오늘은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만큼 다 하고 그만하려고요."

    "그건 네가 바라는 일인가?"

    "뭐 우승도 못했고요. 이젠 아무것도, 어쩔수도 없으니까."

    "그렇군. 소년 오늘 내가 한 일들을 잘 기억하고 있나?"

    "물속에서 숨 안쉬는 거요?"

    "그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것 외에 하나 더, 자기 행성의 상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을 땐, 타행성의 사람에게 낯가리지 않고 부탁하는 것이다!"

    꼬박 하루를 함께 했는데도 여전히 외계인의 말투는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소년은 대충 눈코입귀 달린 사람처럼 생긴 유성이, 소원이라도 빌어 보라고 보채는 것 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뭐 앞으로도 계속, 수영해도 괜찮았으면 좋긴 하겠네요."

    지구의 상식으로는 성취 불가능한 소원이었다. 외계인은 만족스러워 하며, 소년을 칭찬했다. 그렇게 여름방학의 첫날이자, 수영소년의 마지막 날은 저물었다.

    다음날부터는 특이할 것 없는 하루하루였다. 수영을 하지 않는 것은, 숨을 참는 요령과 비슷했다. 내쉬고, 또 들이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얌전히 고요 속에 자신을 잘 가라앉혀 두는 것. 외계인은 평생도 숨을 참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년이 잘 보고 배웠다면, 소년에게도 가능할 것이었다.

    그리고 여름방학 동안의 긴 연습기간이 끝나고, 개학 첫날. 소년은 교실에 앉아 생각했다. 정말이지, 공기는 시끄럽다. 어린 시절 같이 수영했던 친구녀석들이, 수영부가 여름방학이 시작되며 사라져 버렸다는 이야기를 오늘에야 전해듣고 와서 소년을 챙긴다며 하는 말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시끄러웠다.

    결국 견디지 못한 소년은 2교시를 빼먹고 수영부 강사 사무실로 와버리고 말았다. 블라인드를 치고, 가습기를 틀고, 고요함 속에서 습관처럼 또 숨을 참았다. 한시간을 그렇게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된 모양인지, 복도에 발자국이 돌아다니는 소리가 났다. 소년과는 상관 없는 소리들이었다. 그중에 하나가 문 앞에 멈췄다. 문 손잡이가 돌아갔다. 누구지? 소년이 의아한 눈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마주봤다.

    "안녕 학생? 새로온 수영 강사 선생님이야."

    몰라보도록 말끔해진 말투였다. 안경을 쓰고, 외국인 같은 외모였다. 하지만 소년은, 어째서 수영 강사 선생으로, 외계인이 올 수 있는 것인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오늘부로 수영부 다시 살아났는데, 첨벙첨벙 일년만 더 할래?"

    지구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718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문이 열렸다.(/닫혔다).' [새창] 2017-08-19 03:54:50 1 삭제
    규칙성을 자연스럽게 추측하게 하는 전개가 엄청 좋아요!
    계단을 올라가는 부분에서 아랫 사람이 힘껏 버텨주는 동안, 그리고 힘이 부쳐감에 따라 전개 되었던 계단이 조금씩 협소해지는 이미지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진짜 재밌었어요.
    5층 정도의 높이도 위험한 높이를 통과해 나온 사람이, 저 아래의 자그맣게 보이는 희생해준 사람을 잊어버리기에 잘 어울리는 거리감인것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다 읽고 난 이후에 다시 도입부로 가서 '본능적으로 불쾌감을 주는 그런 종류의 사람'같은 이유를 알기 힘들었던 표현들의 느낌이 변해있는 것도 너무 좋아요. 표현에 되게 철학적인 맛이 있는 것 같은데, 의미를 짐작할 수 없는 초반부에 배치되어 있어서 두번째 읽을 때가 아니면 알아차릴 수 없다는 점은 좀 아쉬워요! 주인공 외에 다른 자신들의 초반 신경도 차례대로 묘사돼서, 다른 가치관을 획득한 어쩌면 같은 사람, 아니면 굉장히 닮은 처지의 사람 일지도 모른다고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717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문이 열렸다.(/닫혔다).' [새창] 2017-08-18 20:17:46 2 삭제
    띡- 띠딕딕.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문이 열렸다. 내 자취방의 문열리는 소리는 띡- 띠딕딕이었다.
    사부작 사부작 기어들어온 누군가가 내 단칸방의 잘 정돈해 놓은 이부자리 속으로 쏙 들어갔다.
    솜이불이 폭신거리는 소리가 났다.

    내 첫번째 장점은, 내 자취방에 누가 들어오건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 외에도 장점이 많았다.

    멀티 테스킹을 잘 하고, 게임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언제나 평정심을 잘 유지하며, 그 이야기에 깊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상담역으로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중학교 시절 때 부터 그랬고, 대학생이 되어 자취를 시작한 후로는
    아예 내 자취방으로 찾아와버리는 사람도 간혹 있는 편이었다.

    물론 중학교 시절에도 내 방으로 찾아오는 이상한 애들이 있었다.

    "야 내 말 좀 들어봐."

    이 목소리는 그 중학교 시절의 이상한 애들 중 하나의 목소리였다.

    "내 룸메가 있지. 문을 쾅 닫고 나갔다구!"

    참 대단한 고민거리였다.

    "내가 저번에도 그 얘기 했었지? 우리 아빠도 그랬어. 문을 쾅 닫았다구."

    중학교 때 했다. 햇수로 5년 쯤 됐으려나. 이럴수가, 나는 기억력도 좋았다. 장점이 넘치는 존재였다.
    나는 온라인 카드 게임을 하면서, 커뮤니티 사이트를 깨작거리면서, 동시에 귓등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빠는 화만 나면 죽어라고 문을 쾅 닫구, 다음날 술마셔서 그랬다며 반성을 안했다구! 그래서 나는 대학생이 되자 마자 집에서 나왔딴 말이야. 그런데 내 룸메가 문을 쾅쾅 닫는다구ㅠㅠ!!"

    나는 술냄새에 뒤를 휙 돌아봤다.

    "술마셨어?"

    볼이 발갛게 물든 여자애가 내 솜이불을 두르고 얼굴만 쏙 내놓고 있었다.

    "룸메가 문을 쾅쾅 닫았으니까 내가 술을 먹지!!"

    그녀는 괴상한 논리를 내세우며 헤실헤실 웃었다. 술먹은 자의 특권이었다.

    "야! 너! 이불에서 좋은 냄새 나네!"

    그 좋은 냄새가 술냄새로 뒤바뀌고 있었다. 참혹한 광경이었다. 나는 습관적인 무관심을 답습하며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전통적으로 감정상태가 정상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당황해봐야 의미가 없었다. 취객은 바로 그런 상태였다.

    어두운 방 안의 LED모니터 화면들이 번쩍번쩍 거렸다. 취객은 그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네 개나 되네. 옛날엔 한 개였는데."

    중학생때는 컴퓨터가 한 대였다.

    "그땐 너네 집 문여는 소리는 그거였는데 말이야. 뭐더라.."

    그녀는 진심으로 어려운 전공 문제를 고민할때처럼 미간을 찌푸리다가 외쳤다.

    "맞아! 웃는 거실 소리! 우리 집은 문열어도 아무 소리도 안났지.."

    그녀는 진심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는 듯이 말하다가, 만족스럽게 덧붙였다.

    "지금은 비슷하네. 내 자취방에도 내 소리 밖에 안나는데, 네 방에서도 내 소리 밖에 안나자나."

    그녀는 마지막 말에서 표정이 바뀌더니, 갑자기 나를 훈계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말이야! 그렇게 쉽게 열리고 그러믄 안대! 꼬박꼬박 노크도 받고! 응? 내가 노크 했을 때 뭐라고 그랬어? 필요없다 그랬지? 너 반성해야대 임마!"

    중학생때의 일이다. 기억력이 좋은건 나만의 장점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녀는 이불을 두른 채로 침대 위를 기어 오더니, 내 의자 등받이 위에 고개를 푹하고 기댔다.

    "똑 똑."

    나는 그녀의 술 주정에 맞춰주기로 했다. 우리집 문 여는 소리 정도는, 나도 알고 있지.

    "띡-띠딕딕."

    "아하하하 그게 뭐야."

    그녀는 신랄하게 날 비웃었다.

    "그거 마음의 문이라도 열리는 소리야?"

    "아니거든."

    "뭐 어때, 우리도 어른인데 문이나 열었다 닫았다 할까?"

    "뭐?"

    나의 장점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나는 이 순간, 그 장점을 잃어버렸다. 당황하는 나를 그녀의 웃는 낯이 내려다 봤다.
    의문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굉장한 소리였다. 메챠쿠챠 메챠쿠챠였다.
    716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너를 담았다.' [새창] 2017-08-18 10:40:17 0 삭제
    ㅠㅠ
    715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너를 담았다.' [새창] 2017-08-17 18:43:18 1 삭제
    세상에 진짜 속마음을 표현하는 것 만큼 불쾌한 일은 없었다.
    어떤 웃긴 실수담이라도, 그것에 묻어있는 고뇌와 어리석음이 아무리 우스꽝스럽더라도,
    그게 누군가의 실화였다는 사족이 붙으면 나는 어김없이 그 이야기가 불편했다.

    애초에 사람의 속마음을 표현한다는 일 자체가 유쾌할수가 없다고 생각해왔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의외성 때문에 놀라버렸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고등학교의 여름 축제에서 강당에 전시되어있는 네 자기표현의 끝장판 같은 그 괴상한 그림을 보고
    풋, 하고 웃으며 '뭐야 웃기잖아 이 그림.'하고 생각한 건. 굉장히, 대부분, 전적으로, 의외여서 그랬다는 말이다.

    [전은수/1학년/미술부]

    동급생이었다.

    그 사실은 1학년을 귀가부로 끝마친 나를 2학년 미술부 신규부원으로 만드는
    아주 사소한 변화를 일으켰다.

    방과 후 텅 빈 미술실에서 너는 혼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신입 부원에게는 좀 민망하게 됐네."

    전은수, 2학년, 미술부 부장.

    얽히고 설킨 친구관계로 가득하던 미술부에서, 서로 쓸때없는 일로 싸우더니
    자신을 빼고는 작년 여름방학 끝나고 다 부를 탈퇴해버렸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네가 남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동급생이었지만 단 둘 뿐인 선배와 후배였으므로 우리의 부활동은 네가 그림 그리는 걸 내가 구경하거나
    내가 캔버스에다 저지르는 행위예술에 가까운 붓질의 결과를 그나마 그림 비슷한 것이라도 되게끔 네가 조언해주는 일 정도였다.

    시간은 금새 흘러서 여름방학이 되었다.

    "축제에 전시할 그림을 준비해야해."

    텅빈 방학의 학교에, 둘이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며, 멍한 눈으로 둘러본 미술실에는 준비할 것도 없이 그림이 가득했다.
    웃는 그림, 우는 그림, 어딘가 망설이는 그림, 정신머리 없이 유쾌한 그림까지.

    전부 다 자기표현의 화신 화백 전은수 선생님의 작품이었다.

    그에 비하면 그래도 일취월장했다 말할 수 있는 내 그림은, 그 사이에 끼어있으니 그냥 파워포인트의 백그라운드 이미지 같았다.

    "많이 늘었네."

    화백님의 평가. 그정도면 들을 수 있는 모든 칭찬을 다 들었다 할 수 있겠다. 라고 나는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너무 말을 아끼는 것 같아."

    전은수는 쓸때없이 한마디가 많은 놈이었다.

    '그게 대체 뭔소리야, 넌 그림을 말로 그려?' 하고 따져 물으려다가 말았다.
    같이 있다보면 이녀석은 은근히 다른 세계의 예술가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혹시 작년에 탈퇴해버렸다는 애들은, 얘의 이런 이해못할 예술성에 질려서 도망간게 아닐까?
    그럴듯한 추측이었다.

    "좋아 여름 방학의 숙제야. 네가 가장 좋아하는 이미지를, 그림에 담아볼 것!"

    유치원생 같은 숙제였다. 나는 그다지 남의 말을 잘 듣는 성격은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방학숙제 만큼은, 제때 하지 못해 혼나는 것이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어져온 나만의 전통이었다.

    다만 그 전은수의 미술실은 뭔가 마술같은 공간이어서, 나는 그 쯔음에
    말로 하면 불쾌할 말들은 결국 그림으로 그릴 수 밖에 없다는 무언가 말도 안되는 논리에 사로잡혀 있었다.

    여름방학은 쏜쌀같았다. 나는 이 감정이 밖으로 드러내기에 너무 부끄러운 것이 아닌가 하는 망설임을
    끝까지 할 새도 없이 그림을 완성시켜버렸다.

    그리고 그 그림이 축제에 떡하니 전시되어있었다. 죽고싶었다. 전은수가 마치 작년의 나와 똑같은 표정으로 옆에서 웃었다.

    "이 그림 재밌네, 무슨 이미지를 담았어?"

    "너."

    속마음을 말하는 건, 정말로 불쾌한 일이었다. 잘 안들렸는지 살짝 다가오는 전은수의 귀에다가, 개미도 못들을 만큼 작게 속삭였다.

    "... ......."

    내 생에 가장 불편한 대사였다.
    714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오해였다는 걸 한참 후에야 알게 됐다.' [새창] 2017-08-13 08:46:42 7 삭제
    그건 그런 시절이었다.

    고속도로의 차들은 항상 시끄럽고
    거리의 사람들은 어딘가 화가 나있었다.

    도로 밑의 지하통로는 항상 집없는 들개가 웅크리고 있고
    라디오가 지직거리는 사거리의 카페는 커피 맛이 형편없었다.

    여행객인지 방랑객인지 모를 사람들이 많은 도시였으므로
    아직 카페의 커피맛을 모르는 사람들이 주로 방문해서는

    겨우 두 모금 정도를 마시고 이야기만 잔뜩 하다가 떠나버리거나
    이미 무언가에 찌들어 맛이라고는 느낄 수 없게 되버린듯한 혀에 때려붓고는
    오늘도 인생이 쓰다며 자신의 삶을 비관하는, 그리고 여전히 피곤해보이는 사람들만 가득한 카페였다.

    골동품 라디오가 지직거리고, 옆의 수조에 사는 물고기는 고장난 재즈음악에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이런 풍경은, 이런 시대는 누구에게도 추억이 될 수 없다고 나는 항상 생각했다.

    누가 10년 후에, 또는 더 먼 미래에
    인기없는 카페의 더러운 가죽 소파와 밟을 때 마다 삐걱거리는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과
    향기에 끌려 입술에 대었다가 인상만 찌푸릴 쓴 맛 나는 검은 액체를
    추억거리로 떠올릴까.

    그런 감상에 젖은 나에게는, 맞은 편에 앉은 너도 틀림없이, 또 나와 다름없이,
    아무런 미래도 꿈꾸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길거리에서 얼어죽지 않기 위해 바라는 것이
    내일도 품에 있을 커피값 동전 몇개와
    이 카페의 덜덜거리는 온풍기가 고장나질 않기를 바라는 소박한 바램 뿐일 거라고 확신했다.

    그정도가 나의 사상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었으므로, 그것은 자뭇 대단한 사람들이 가졌다 말하는
    신념과도 같았다.

    나의 인생은 나의 생각과 같았다
    그러니 너의 인생도 나의 생각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는 걸, 형편없는 오해였다는 걸, 나는 한참 후에야 알게 됐다.

    수첩에 몇 단어를 적어넣고 맛없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뭐가 좋은 미소짓는 너를
    아 정신이 나가버렸구나, 가없게도. 라고 솔찍히, 나는 생각했었는데

    내가 의미 없다 여겼던 이 도시의 수많은 감상들이
    시인, 너의 이름으로, 시집이 되어서 엮여있는 책이
    오늘에 와서는 이 카페의 인테리어용 책장에도 꽂혀있다.

    이 카페는 이제 형편없는 커피를 파는 카페로 여행객들에게 유명했다.
    그들은 한모금 마시고는 '역시 맛없어!'하며 웃고 떠들어댔다.

    먼 훗날이 된 지금, 사람들은 네 시집을 보고는, 이 도시와는 도무지 연관성이라곤 없으면서도
    이 도시의 그 시절을 추억한다.

    너의 인생도 나의 생각과 같으리라 확신했는데
    너의 인생은 너의 생각과 같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도,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의 생각과도 다르게,
    형편없는 커피같던 도시를 추억하고 있다.

    홀짝.
    713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모두가 부러워 하지만 난 싫다.' [새창] 2017-08-11 04:50:29 2 삭제
    "난 싫어."

    "모두가 당신을 부러워 하는 데도요?"

    "그런거 나는 알 바 없어."

    여자아이는 투정을 부렸고, 나이 든 사내는 그녀를 달랬다. 사내의 주름이 또 하나 늘었다. 왜 신께서는 이 아이를 사랑하셨는지, 오직 이 아이에게만 신총을 내렸는지. 그것은 결국 그의 일생일대의 의문거리이자 고민거리가 되었다.

    세상엔 신을 우러러보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있던가. 그런데 하필이면 이 사리분별 애매한 떼쟁이 어린 아이에게만 신총이 내렸는가. 그는 그것을 수많은 신을 믿는 아이들에게 설명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고, 그것은 눈앞의 당사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난 학교에 가서 마법을 배우고 싶따고!"

    결국 그는 방침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그의 걱정은 언제나 어느 누가 바깥에서 이 성당으로 성녀님을 해치러오지는 않을까였지만, 이제는 성녀님이 어떡하면 얌전히 성당 내에서 생활하실까 하는 것이었다. 그는 늙은 사제를 불러 성녀님에게 마법을 가르쳐줄 가정교사를 알아봐주기를 부탁했다. 그러자 늙은 사제가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사정은 알겠습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어떠실런지요?"

    "그게 뭡니까?"

    "그녀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알려드리는 것이지요."

    사내도 언제까지고 미방책으로 돌려막을 생각은 없었다. 그는 사제의 의견에 동의했다. 다음날 사제는 가장 존경받는 여마법사를 불러왔다.

    여마법사가 나타나자 어린 성녀는 기쁨에 벅차올라 자리에 앉아있기를 힘들어했다. 하지만 여마법사는 성녀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녀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멈춰서서,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뒤따라온 사람은 자신을 그 여마법사의 은사라고 설명했다. 인자해 보이고, 나이지긋한 노인. 지혜롭고 현명해보였다. 그 노인이 어린 성녀의 손을 잡았다.

    "크라티스교의 유일무이한 성녀님을 뵙게되어 영광입니다."

    그 인사에, 어린 성녀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동경하는 여마법사와, 그녀가 존경하는 은사와, 그 은사가 자신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아부섞인 예를 표하는 데 대한 연결성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모든 대단한 사람들, 그녀가 동경해봤을 법한 인물, 그녀가 한번쯤 만나고 싶었다고 생각한 모든 유명인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아부섞인 인사를 올리고,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눈빛으로 올려다보고, 그녀를 부러워했다.

    단 것을 너무 많이 먹었을 때 처럼 속이 메스꺼웠다.

    그 모든 행렬이 끝난 밤 저녁식사자리에, 늙은 사제가 성녀를 찾아왔다. 어린 성녀는 속에 가득 찬 만족감인지 피로인지 알 수 없는 메스꺼움 때문에 저조한 식욕을 보였다. 그런 그녀에게 사제가 말을 건넸다.

    "성녀님. 혹시 부러움을 산다는 말을 아십니까."

    성녀는 포크로 그릇을 휘적거리다가 대답했다.

    "알아..요.."

    늙은 사제가 말을 이었다.

    "요컨데, 부러움은 살 수 있는 것인 모양입니다."

    성녀는 무언가를 지불한 기억이 없었다. 사제가 말을 계속했다.

    "다른 사람의 부러움을 사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아침에 만나신 여마법사님은 그 자리에 올라 같은 마법사들의 선망을 사기까지 수많은 노력과 수많은 시간을 쏟았을 겁니다."

    성녀는 어렸다. 그녀의 사리분별은 애매했다. 그녀는 그런 삶이 옳을 것이라고, 아주 애매하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에 비해 당신은 아주 싼 값에 더 많은 부러움을 살 수 있습니다."

    늙은 사제는 성녀가 그녀 자신의 입장만큼이나 특별한 가치관을 가져주기를 바랬다. 어린 아이는 쉽게 배우고 쉽게 받아들인다. 그 다음날 부터, 늙은 사제는 어린 성녀가 그가 바라던 가치관을 배워 나가는 과정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성녀는 여전히 자신의 입장을 싫어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부러워했다. 그녀는 그녀만의 쉬운 거래를 그만둘 수 없었다.
    711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천재를 보았다.' [새창] 2017-08-10 06:57:11 3 삭제
    그녀는 오늘도 또 신문에서 천재를 보았다. 지능 강화시술이 상용화 된 이래로, 이따금씩 그 시술을 받고 천재가 된 사람들을 소개해주던 신문지 한켠의 코너가 드디어 '오늘의 운세'를 제치고 [데일리 지니어스]라는 코너가 되었다.

    지능 강화 시술은 많은 돈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단지 복권 당첨 정도의 운을 필요로 했다. 이유는 말 그대로 당첨제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매일 한명씩 있는 그 지능 복권의 당첨자였고, 때문에 오늘따라 데일리 지니어스의 내용은 오늘따라 더 재밌었다.

    아 천재가 바라보는 세상은 얼마나 독특할까. 하루하루는 또 얼마나 새롭고, 얼마를 알고 또 얼마를 궁금해 하게 될까. 학교에서 부터 지식욕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그녀에게 있어서 이 시술의 당첨은 마치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달콤해서 날개 없이도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 천재가 되면 정말로 하늘도 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녀는 시시한 농담도 즐거웠다.

    그녀는 고속 열차를 타고 단숨에 내달려 지능 강화 시술이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센터에 도착했다. 깔끔하고 쾌적한 환경이었다. 지능과 지식의 부족함에서 오는 부조리가 전혀 없는 곳이었다.

    곧바로 1층의 대기실로 안내받은 그녀에게 몇가지 장난감이 제시되었다. 큐브나 스도쿠, 아니면 악기나 태블릿도 있었다.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능에는 종류가 있어서, 그녀가 흥미를 가지는 '놀이'가 그 방향성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 있었다. 말하자면 돌잡이인 셈이었다.

    그녀는 큐브를 집었다. 정20면체 큐브였다. 큐브 풀이 규칙은 그녀가 재밌게 외운 공식들 중에 하나였다. 그녀는 공식을 외우면서 천재들은 이런 것 없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큐브가 휙휙 돌아가 마춰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많았다. 생각만 해도 유쾌한 상상이었다. 어려운 문제를 순식간에 술술 풀어 내는 것은, 귀찮은 사람의 얼굴에 펀치를 먹여주는 것 만큼이나 호쾌함이 있었다.

    그런 상상을 하며 즐겁게 큐브를 돌리고 있는데, 한쪽 문이 열리며 안내역이 걸어왔다.

    "제플리 양. 준비는 되셨나요?"

    "아! 카락스!"

    얼마전에 본 데일리 지니어스에서 얼굴을 본 기억때문에, 그녀는 무례하게 반가워하고 말았다. 이내 얼굴을 붉히며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고, 안내원 카락스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깔끔한 걸음걸이로 다가와 그녀가 들고 있던 큐브를 휙휙 돌려 맞추고, 그녀를 에스코트 했다. 굉장했다. 역시 천재였다.

    "데일리 지니어스에서 봤어요. 근래에서도 정말 높은 수준의 지능수치가 나오셨다고 들었어요."

    "하하, 수치가 조금 더 높은건 사실이지만 그게 그렇게 대단한건 아니에요. 모두가 굉장히 똑똑하니까요."

    깔끔한 대답이었다. 제플리는 대화가 멈추는 것이 싫어서, 경외와 살짝의 의아함을 담아 물었다.

    "그런데 왜 이곳의 안내원을 하고 계신건가요? 이미 연구를 위해 해외에 계실줄 알았어요."

    "바깥은 좀 불편해서요."

    그는 겸연쩍게 웃었다. 천재가 된다고 해도, 취향의 문제는 있는 모양이었다. 제플리는 그렇게 이해했다. 그녀는 몇 번의 질문을 더 했지만, 카락스의 답변은 워낙 명료한 단답이었기 때문에 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연구센터 내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를 길게 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도 말수를 줄이고, 시술대에 올랐다. 시술 담당관이 말했다.

    "마취가 시작되고 나면, 금방일겁니다. 미리 천재가 되신 것을 축하드리죠."

    그의 말대로, 금방이었다.

    @@

    일주일 뒤 그녀는 저번주에 신문을 읽던 카페의 바로 그 자리에 다시 앉아있었다. 그녀를 발견한 기자가 그녀의 취재를 위해 다가왔다. 기자가 인사를 하자 그녀는 가볍게 눈인사를 해주었다. 기자는 물었다.

    "천재가 되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그녀는 카락스가 했던, 바깥이 조금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이제서야 이해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항상 멍청한 질문만을 하고, 데일리 지니어스에는 이제 평범한 사람만 나오고, 그 밖에는 모자란 사람들 밖에 살고있지 않았다. 유일하게 대화가 가능한 공간은 연구센터 안 뿐이었다. 제프리 양은 이제 궁금한 것이 없었다. 그녀의 지식욕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녀는 이후로 한번도, 천재를 보지 못했다.
    710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아챘다.' [새창] 2017-08-09 22:10:03 1 삭제
    이웃나라와 우리나라의 가장 힘있고 똑똑한 사람들이 도저히 서로 친하게 지내지 못했을때,
    우리 마을에는 고아가 많았다.

    옆 마을도, 옆옆 마을도 마찬가지였으니 우리 마을이라고 딱히 특별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우리 가게에서 품삯을 받고 일하던 12살 짜리 여자아이 하나는 어머니가 살아계셨으므로, 자신을 행복한 아이라고 말했다.

    나는 흔히들 있는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남자아이 중에 하나였고, 19살이 되어 동네 신문공장의 공장장이 되었을 무렵엔 어머니 품 하면 기계를 돌렸을 때 나는 잉크냄새 밖에 생각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당연히 나보다 사정이 나은 그 여자아이를 동정할 수 없었고, 동네 사람들이 '신문 청년'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나는 이제 고아가 아닌게 분명하므로 그 아이를 부러워 할 일도 없었다.

    단 하나 신경쓰이는 점이 있다면 명색이 공장장인데 공장의 직원이 나 하나뿐이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아무리 무신경한 나라도 조금 부끄러운 일이었으므로, 나는 배달명목으로 품삯을 받을 직원 하나를 들였다. 그게 이 여자아이였다.

    "엄마에게 보탬이 될 수 있어서 기뻐요!"

    아무쪼록 기특한 소리를 하는 여자애였다.

    품삯은 배달량 당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어린 여자아이가 처음 시작한 배달일이 효율 좋을 일 만무했으므로, 내가 줄 수 있는 품삯은 꽤나 푼돈이었다.

    다음 날 종아리가 빨개져서 가게에 나온 여자아이는 의아해 하는 내 시선에 넘어졌다며 계면쩍게 웃었다. 여자아이들은 넘어지면 종아리를 다치는 모양이었다.

    그날부터 무리를 하기 시작한 그 아이는 금새 배달량을 세배 네배로 늘렸다. 힘들지 않냐 물을 때마다 엄마에게 좀 더 보탬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 말할 뿐이었다. 정말이지 활짝 웃으면서.

    어느날은 자신의 어린 남동생이 동네 큰 마을의 새로생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레 늘어놨다. 나는 눈치 없게 부럽지 않느냐고 물었다.

    "제가 번 돈으로 동생이 학교에 다닐 수 있다니, 기쁜 일이잖아요?"

    나는 가족이 있었던 기억이 전무했으므로, 그냥 기쁜 일인가보다 했다.

    어느 날은 공습이 있었다. 비가 이렇게 억수로 퍼붙는데 무슨 공습이냐 하며 투덜거리는 막걸리 8통째에 정신이 나가버린 이웃 노인과 함께 대피소로 뛰어가는데, 불타는 판자집 앞에 망연자실 해 서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노인을 옆에 뛰어가던 다른 남정네에게 맡겨버리고, 아무쪼록 정신없이 여자아이를 챙겨 대피소로 뛰어갔다.

    여자아이는 서럽게 엄마 엄마하며 울었다. 나는 그때 처음 깨달았다. 이 아이는 무언가가 진심일때는 정말로 서럽게 운다는 걸.

    공습이 끝나고, 공장을 열고 기계가 살아있음에 안도하는 데 여느 때처럼 배달 시간이 되자 여자아이가 찾아왔다.

    "괜찮아요, 오늘도 일할 수 있어요."

    웃으면서 말했다. 진심을 말할때는 운다는 것을 목격했던 덕분에, 처음으로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나는 눈치 없게 살아온 여파로, 그 알아채버린 거짓말을 그냥 믿기로 했다.

    그녀는 5년간 철저하게 자신의 거짓말을 지켰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괜찮았고, 문제 없이 일했다. 차근차근 번 돈으로 가족들의 장례도 작게나마 치르고, 여전히 신문공장에서 배달부로 일했다.

    중간에 어떤 서양 사람들이 우리 나라 아이들을 입양해가는 관례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을 쯔음, 나도 당연한 흐름에 편승하여 그녀를 입양해줄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는 그녀보다 어린 고아들이 정말이지 징그러울 정도로 많았다. 나는 그 일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요즈음에 들어서의 일이었다. 나는 그녀가 이제 조금만 나이를 더 먹으면 어른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가 어른이 되면 누군가에게 입양을 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너를 입양해줄만한 사람을 못 찾아서 말이야.."

    내가 부, 그녀가 녀로 적힌 입양 서적을 내밀었다. 사실은, 사실에 사실을 덧붙이면은, 나도 가족을 갖고싶었다. 그녀 외의 가족을 상상하기에 내 창의력은 돌멩이 정도 수준에서 성장이 그쳐있었다. 마치 나를 위한 거짓 핑계를 댄 것 같아 귓볼이 후끈거렸다.

    그녀가 내 모습을 보고 웃었다. 나는 그 웃음에서 이제 그녀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가족이 된다면, 차라리 저는 부부가 좋은데요!"

    나는 그 거짓말도, 그냥 믿기로 했다.
    709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동전을 던져 결정하기로 했다.' [새창] 2017-08-09 06:17:57 2 삭제
    우리는 3학년 1반의 가장 솔직하지 못한 남자아이와, 가장 솔직하지 못한 여자아이였다.
    우리는 이웃에 살았고, 동네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으며, 매일 같은 버스를 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만나서 한눈에 알아봤다. 아, 이웃에 사는 애다.

    그리고 3년,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3년,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2년을 거치다가 3학년에 가서는 남여합반의 같은반.

    그런 친해지지 않을레야 친해지지 않을 수 없는 사이에 우리는 데면데면했다.

    여름방학이 다 되도록 아는 체 한번 하지 않았다. 아침에 문을 열고 나오다가 마주치면,

    아니면 엘리베이터에서, 아니면 버스에서, 우연이 가장된 자리에서만 우리는 서로에게 눈인사를 했고,

    "안녕."

    "어, 안녕."

    무미건조한 인삿말을 주고 받았다.

    그러니 우연에 우연으로 여름방학에 등록한 학원 수험생반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도 우리는 인사를 했다.
    우연이었으니까.

    그래도 동네 수험생 학원에 멀디 먼 우리 학교까지 통학 하는 애들이라곤 너와 나 둘 뿐이었고,
    여기선 그래도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으므로 우리는 매일 점심을 같은 분식에서 먹었다.

    그래도 우리는 솔찍하지 못했기 때문에, 매일 매일 '같이 밥먹자'라는 말을 하는 게 고역이었다.
    내가 사줄께라는 말은 더더욱. 그런 부끄러운 말을 했다간, 둘 다 얼굴이 빨개져서 폭팔해버렸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솔찍하지 못함에 내놓은 옆자리 친구의 일생일대의 솔루션. 이름하여 100원짜리 동전, 이순신님!

    "이거 던져서 숫자 나오면 선아가 사는거고, 이순신님 나오면 태형이가 사는거야!"

    우리의 지겨운 머뭇거림을 기다려주지도 않고 친구는 동전을 던졌고, 귀신같이 절반은 숫자 절반은 이순신님이 나와대는 통에
    하루는 네가 내 밥을 사주고 또 하루는 내가 네 밥을 사주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런 번거로운 공정이 우리는 너무 좋았고, 이 솔직하지 못함과 우연에 대한 의존성은 평생 치료될 일이 없어보였다.
    그런 답답한 우리였기에 결국은 이런 국면까지 와버린 걸까.

    여름 방학의 마지막날, 우리는 우리의 관계를 동전을 던져 결정하기로 했다.

    '숫자가 나오면 네가 나랑 사귀는거고, 그림이 나오면 내가 너랑 사귀는거야."

    끄덕.

    동전은 던져졌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너무나도 예상밖의 우연이었다.
    708 별수호자떡밥 [새창] 2017-08-09 05:28:03 0 삭제
    신드라 아리 미포 이즈 소라카 같네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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