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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콜이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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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콜이님의 댓글입니다.
    번호 제목 댓글날짜 추천/비공감 삭제
    748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열쇠' [새창] 2017-09-16 08:26:52 2 삭제
    실비는 편애를 사랑한다. 실비는 언제나 편애의 수혜자였으니까. 그 남자, 아니, 실비의 아버지는 부유한 노인이었다.
    그는 7살이던 실비를 입양했다. 조금 빨리 입양된, 4살은 더 어린 갓난아기도 있었다. 이름은 벨이라고 했다.

    벨은 너무 어렸던 탓에 아버지의 모든 관심은 항상 실비에게 쏠려있었다. 교육도 예절도 모두 실비에게만 가르쳤고
    결정적으로 그 열쇠를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던 것이다.

    "네가 이곳을 지키는 거란다."

    실비는 그 편애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아이는 신뢰에서 책임감의 존재를 깨닫는다. 책임감은 아이를 어른으로 만든다.
    그녀는 12살 무렵에 이미 스스로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네 아이들을 저택에 초대해서 놀게 되었을 때,
    벨을 필두로 저택 탐험을 하던 아이들이 '그 문'을 열어버렸을 때 실비는 그것이 전적으로 자신의 실수라고 생각했다.

    '내가 실수를 하다니!'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실비는 벨을 비롯한 도저히 철이 들줄 모르는 아이들을 다그쳐 문 밖으로 쫒아내고는, 열려버린 문을 어떡할까 안절부절하다가
    문득 생각이 닿아 문을 닫고 아버지가 목에 걸어주었던 열쇠를 넣고 돌려보았다.

    -달칵.

    잠기는 소리가 났다. 문고리를 몇번 담겨보니 틀림없다. 문이 잠겼다. 이 열쇠는 이 저택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인, '그 문'의 열쇠였던 것이다.
    실비는 그 놀라운 사실을 어딘가에 자랑하고 싶었지만, 신중하게 감췄다. 이정도로 자신이 편애를 받는다는 것이 알려지면, 벨이 상처받을지도 몰랐으니까.

    그녀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정말로 티나지 않게 그 편애를 감췄지만 15살에 저택이 그녀의 명의로 변경이 되고, 그녀는 귀족들의 학교로, 벨은 평범한 마법사들의 학교로 가는 것을 보고서는 벨을 측은히 여기지 않을 수 가 없었다. 아버지는 항상 그녀에게만 신중을 기했다. 벨이 그 변경의 마법사 학교로 진학해버린 것은, '그 아이가 가고싶어 했으니까'라는 적당한 이유였다. 실비가 보기에 그것은 무관심에 가까운 이유였다.

    벨은 결국 저택을 떠났고, 노쇠한 아버지의 임종은 결국 22살이 된 실비가 혼자서 치르게 되었다. 하지만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이 지방의 누구보다 성대하게 치뤄졌다 말할 수 있었다. 실비의 일 처리능력은 그녀의 아버지가 신경을 쏟았던 만큼 누구보다 뛰어났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3일이나 지나서야 급하게 나타난 벨이 관에 기대어 서럽게 우는 것을 보며, 실비는 속으로 네가 왜 그렇게 서럽게 우니? 하고 생각했다. 아버지도 별로 벨의 슬픔을 바라지 않을텐데 라고 생각했다. 너는 그런 사랑을 받은 적 없잖아 하고 생각했다. 나올 것 같은 웃음을 신중하게 숨겼다.

    그 후의 어떤 날이었다. 실비는 이제 서른 살이었고, 그 마을에서 썩 존경받는 귀족이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남긴 모든 유산을 제대로 된 형태로 다 정리하고, 주변에 덕망까지 쌓은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저택의 '그 문'이었다. 그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 것일까? 제대로 여쭤본적은 없었지만, 아버지가 흘린 말들 만으로도 그녀는 그곳에 이 가문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순간이었다.

    -턱.

    "...?"

    열쇠가 들어가지 않았다. 그럴리가 없었다. 12살이었을 때 틀림없이 이 문을 그녀의 열쇠로 잠구었을 것이었다. 한번도 문의 잠금장치를 바꾼적은 없었다. 세월이 너무 지나서 장치가 조금 뒤틀린 걸까? 실비는 열쇠공을 불렀다. 신중하게 문의 잠금장치를 살펴보던 열쇠공이 조심스레 말했다.

    "굉장히 복잡한 장치네요. 설계를 설명하자면 굉장히 복잡해 지겠습니다만, 간단하게 말하면 여는 장치와 잠그는 장치가 따로 분리되어있는 문입니다."

    "그게 무슨..?"

    "예전에 그 열쇠로 문을 잠구었다고 말씀하셨죠? 그렇다면 그 열쇠는 잠금용 열쇠이고, 어딘가에 문을 열때 사용하는 열쇠가 따로 있을 것입니다."

    "그럴리가 없어요. 아버지는 나에게 이 열쇠밖에 남겨주시지 않으셨다구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이건 열쇠가 없으면 해제할 수 없는 종류의 장치라서요."

    "그럴리가.."

    그때였다.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그 문'앞에 서있어 봐야 별다른 방도는 없었기에, 실비는 방문객을 맞이하러 나갔다. 놀랍게도 문 앞에 서있는 것은 벨이었다.

    "오랜만이야 누나. 필요한게 있어서 말이야."

    이 저택에는 더이상 벨을 위해서 남아있는 게 없었다. 이 아이는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걸까하며 실비는 언제나의 의미없는 미소로 벨을 환영했다. 벨은 실비의 환영을 고마워하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열쇠공이 여전히 아무일도 못하고 그 문 앞에 서있었다. 벨이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하며 물었다.

    "어.. 혹시 이 문 고장났나요?"

    실비가 대신 대답했다.

    "문을 열려고 하는데, 열쇠가 안들어가서."

    "어 그래? 내 열쇠도 안들어가면 어쩌지."

    "..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벨이 그 문을 향해 다가가며 자신의 품에서 열쇠를 꺼냈다. 열쇠를 넣고 돌리자, 달칵 하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실비는 도저히 그 광경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열린 문의 잠금 장치를 열쇠공이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 정교함에 대한 감탄이 묻어나는 눈빛이었다. 그 잠금장치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공은, 그렇기 때문에 열쇠가 없으면 해제할 수 없다고 단언했을 것이었다. 그러니 그것은 저 잠금장치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기도 했을 것이다.

    실비는 눈앞에 일어난 광경이 의미하는 바를 무엇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단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저 열쇠공의 눈빛이 훌륭하게 자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아버지의 눈빛과 너무 닮았다. 훌륭한 장금장치를 바라보는 그 눈빛이.
    747 심심한데 모두 한 줄 시를 써봅시다. [새창] 2017-09-15 06:23:05 2 삭제
    5분의 계절,

    덥지도 춥지도 않은 좋은 계절을 핑계삼아 5분만 더 자야지 딱 5분만 늦고 느긋해야지
    746 만렙 연예인 - 공돼 [새창] 2017-09-15 06:19:58 2 삭제
    사실 어떤 부조리함을 발견하거나 그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을 갖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폭넓은 현상들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갖거나, 아니면 수많은 안건들을 관통하는 예리한 시각을 갖는 것은 글을 쓰는데 있어서 굉장히 가치있고 경쟁력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저번 글도 마찬가지지만 어떠한 주장이나 의견보다는 그 시각이 느껴지는 글이에요. 정리해서 어떤 하나의 의견, 의미있는 결론을 추구해보셔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오늘은 계속 스케일을 넓혀나가셔서 어떤 사회현상들을 바라보는, 혹은 관통하는 시각이 완성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어요.

    좋은 글이에요!
    745 STAR HUNTER : 별 사냥꾼 -4- 추종자 [새창] 2017-09-11 16:11:39 0 삭제
    설명을 그냥 완전히 따로 떼어내버리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풀어보려는 연출이 되게 좋은 것 같아요! 다만 이왕 이렇게 하실거면, 순서를 좀 더 고민해보시는 편이 어떨까요!

    이 글의 시작이 "이제! 21번째인가?" 하는 대사로 시작하는데, 보통 영화같은데서라면 앞부분을 도치시켜서라도 "네 놈도 네놈의 욕심때문에 모든걸 망칠것이야!"로 먼저 시작했을 것 같아요. 보다 눈길을 끌만한 부분을 앞쪽으로 땡겨온다는 느낌으로요! 그래서 "앞으로 20번의 사냥도 못마칠것이야 그게 끝이야..그때까지는 날 기억하게 될거야" 까지 읽고 회상을 끝낸 후에,
    "이제! 21번째인가?" "20번째입니다."하고 대화를 시작한다면 읽는 입장에서 보기에 '아 뭔가 정해진 숫자에 지금 막 도달하고 있구나, 뭔가 시작될 것 같네' 하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대로 말하면 이번편의 20, 21번째라는 숫자, 아니면 다른 편에 나오는 몇억이나 3천만 같은 규모, 아니면 헬륨 베릴륨 탄소 네온 마그네슘 같은 명사들이 단순히 겉설정 느낌으로만 읽혀지고 넘어가버려서 뭔가 의미있는 연상을 떠올리기가 어려워요. 오히려 나중에 본격적으로 스토리에 들어갈때 쯤 잊어버리는게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어요. 이왕에 이야기까지 붙였는데 그렇게 되면 보람이 없자나욤? 그때에 가서 다시 설명해야 한다면, 지루해지는 도입부는 과감히 들어내는 편이 맞겠죠!

    프롤로그부터 이어져오는 차분한 분위기의 일관성에도 매력이 있지만, 그게 설정의 이미지들을 너무 밋밋하게 만든다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후반부의 반전이나 결정적인 씬을 미리 초반부에 조금 배치해서, 이어지는 설정이 그 장면에 어떻게 영향을 줄까, 어떻게 그 상황이 성립되어나갈까를 생각하게하는 것도 이런 설정류 파트에는 매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744 브릿G 제1회 어반 판타지 문학 공모전을 소개합니다. [새창] 2017-09-08 12:08:00 1 삭제
    저도 완성하면 응모할 생각이에욥!
    743 브릿G 제1회 어반 판타지 문학 공모전을 소개합니다. [새창] 2017-09-08 09:58:09 2 삭제
    완전 꽂히신거 같은게 저까지 연말까지 두근두근 거릴거 같네욤 ㅋㅎㅎㅋ 개인적으로 보기에 미국쪽 어반판타지는 트와일라잇, 일본쪽 어반판타지는 타입문 세계관 등이 있지만 한국쪽은 딱 생각나는게 있다기 보단 뭐가 대박나면 그게 어반 판타지! 인 느낌이드라구요
    저번에 쓰신 글이 너무 전문적이지 않은 심리범죄물(일상에 밀접해있고 미국계 드라마와 차별점이!)에 실제행동이 일어나는 곳은 인물들이 사는 도시라, 여기에 판타지를 섞으면 이것도 어반 판타지가 되겠구나 싶었어요

    사실 예전부터 댓글의 글들 읽으면서, 정말 괜찮은 소재는 이걸로 끝낼게 아니라 세계관을 좀 더 만들어서 연재사이트에 연재해보시면 어떨까 계속 생각했었는데 오유분들 글스타일들이 여기가 제일 좋을 것 같기두 했어요
    꼭 공모전에 당선되지 않더라도 계속 연재해나가면서 수익구조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도 이런류 사이트 공모전의 장점이겠네요!
    742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비밀이야.' [새창] 2017-09-06 18:41:03 0 삭제
    이거 너무 재밌는데요ㄷㄷ 장르 자체는 범죄인데도 장난스럽고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고, 딥웹같은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의 성립 이유도 논리적으로 잘 풀려져 있는 거 같아요. 이게 장르적으로 완전히 적합한가는 잘 모르겠지만, 올해 10월부터 연말까지 브릿지인가 거기서 어반 판타지 공모전 하드라구요. 굉장히 현대 도시적 어두움을 포함하고 있고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 류의 장르로 세계관을 만들어보시면 공모전 같은데 내보셔도 좋을 작품의 프롤로그같아요. 악마의 부화장이 아니라 그냥 부화장인 것도 깨어난 '무언가'가 악마라고 단정짓지 않는 것 같아서 되게 좋은 느낌이에요!
    741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비밀이야.' [새창] 2017-09-05 21:21:47 0 삭제
    비밀이에요..!
    740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비밀이야.' [새창] 2017-09-05 20:35:25 3 삭제
    센즈는 탐험가였다. 때때로 트레져 헌터라고도 불리웠지만, 어쨌건 정식 명칭은 탐험가- 그중에서도 오지 탐험가였다.
    현실에서라면 겪는 고생에 비해 성과가 처참한 직종이었겠지만, 이곳은 게임 속 세상인 만큼 어느정도 메리트가 있었다.

    가장 큰 메리트 중에 하나는 [미탐사 지역 색인]. 탐험지에 아직 세상에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미리 알 수 있는 스킬로써,
    한마디로 탐험을 완수해낼 수완만 있으면 헛탕을 칠 일이 없으므로 그의 탐험심도 꽤나 짭짤하게 보상을 받는 중이었다.

    2천년 전의 유적지 지하에서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마법을 발견하고, 그 발견물을 왕궁에 보고하러가는 중에 들른 마을에서 센즈는 어떤 버려진 성채를 발견했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살지않고, 그래서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성채.

    색인 스킬이 그 성채에 별 2개짜리 미발견물이 숨겨져있다는 알람메시지를 띄웠다. 전대미문의 대 발견을 왕궁에 보고하러가는 중대임무도 뒤로하고, 겨우 별 두개짜리 미발견물을 향해 뛰어대는 모험심은 그가 오지 탐험가가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때문에 그는 그날 해질녘 쯔음에 홀로 성채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성채는 바위산과 맞물리듯이 지어져있어서, 엉망진창으로 무너져있는 성채 입구를 피해 들어가려면 중간까진 암벽등반을 해야했다. 센즈에게는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었다. 그가 곤란하게 생각한 부분은 상상도 못한 선객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어? 아저씨 안녕?"

    암벽등반 끝에 진입한 성채의 중간부분에서 불을 피우고 야영을 하고 있던 여자 탐험가가 그를 발견하더니 살갑게 인사했다. 초면이었다. 초면에 아저씨라니. 센즈는 미간을 찌푸렸다.

    "..."

    여자의 직업은 그냥 [탐험가]였다. 센즈는 객관적으로 평가했을때 아직 아저씨라고 불릴만한 외모가 아니었다. 탐험가는 모험가 계열 직업의 가장 하위직종. 역시 관찰력이 떨어지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이 성채의 미발견물은 색인 스킬이 없다면 전혀 알아차릴 수 없는, 단서가 존재하지 않는 종류의 발견물이었다. 그야말로 이 성채의 '비밀'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저씨도 여기 탐험하러 온거야?"

    그러므로 이 관찰력이 떨어지는 열등 탐험가 여자가 그와 같은 발견물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었다. 명백하게 같은 발견물을 노리는 경우에, 선객에게 양보하거나 정식으로 경쟁선언을 하는 것이 모험가들의 룰이었다. 센즈는 여자가 같은 발견물을 노리고 있지는 않다고 판단하고 무시하기로 했다.

    "어..어? 잠깐만!"

    센즈가 휙하고 지나가버리자 육포를 뜯고 있던 여자가 당황하며 일어나서는 피워뒀던 야영용 불을 발로 마구 밟아 끄고 그를 쫒아오기 시작했다. 센즈는 베테랑 탐험가였고, 초보자와 발을 맞춰 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스킬들을 활용해 벽을 타고 난간을 밟고 넘으며, 엄청난 속도로 성채 위쪽을 향해 나아갔다. 센즈의 특화분야는 색인을 제외하면 위기관리와 고속돌파였다. 그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탐험가는 탑클래스 중에도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으아아 아저씨 나 잡아줘!"

    때문에 그의 위에서 나타나 그를 향해 떨어져 내린 여자를 피해버리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 낸 것은, 일종의 존경심도 섞인 반응이었다. 나보다 빠르다니, 그럴리가 없어. 이내 그의 판단은 그를 앞질렀다는 것이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이 여자가 명백하게 지름길을 알고 있었다는 합리적인 추론에 이르렀다. 센즈가 여자에게 물었다.

    "성채답사를 이미 한건가?"

    "물론이지!"

    이미 성채를 둘러봤다면, 확실히 지름길을 알고 있었던 것이 맞았다.

    "진척도는?"

    "그게 봐. 나 이 성채를 전부 둘러봤는데, 98퍼에서 마지막 2퍼가 안차더라구. 내가 생각하기에, 이 성채에는 나머지 2퍼짜리 비밀의 방이 있는 것 같아!"

    센즈는 여자의 무식함에 놀라고 말았다. 게임 속 세상에서는 먼저 보상이 있는 걸 확인하고 미로에 뛰어들면 된다. 그걸 미로에 먼저 뛰어들어서 전부 뒤졌더니 발견할 수 없는 곳이 있어서, '비밀의 방'이 있는 것 같아! 하고 거슬러 올라 미발견물의 단서에 도달하다니. 정말이지 맨땅의 헤딩이라는 말의 본보기 같은 행위였다. 센즈는 결국 이 여자 탐험가가 자신과 같은 발견물을 찾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선객에게 양보하거나 경쟁선언을 하는 것도 영 내키지 않았으므로, 그는 세번째 선택지를 고르기로 했다.

    "내 이름은 센즈, 오지 탐험가다. 색인으로 이곳에 2성 미발견물이 있는 걸 확인했어. 네가 먼저 찾고 있었던 것 같지만 실례가 안된다면 동행하고 싶군."

    동료 신청. 여자는 활짝 웃으면서 반갑게 그 신청을 수락했다.

    "난 리르프! 헤에 동료가 생겨서 기쁜데? 게다가 나보다 상위 클래스! 오랫동안 이 성채에 혼자 돌아다녔더니 슬슬 외로운 참이었는데, 정말 다행이야!"

    두 사람은 악수를 했다. 리르프가 왠지 기뻐하는 투로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센즈가 결국 한마디 했다.

    "손 좀 놓지."

    "아하하 손이 왠지 믿음직스럽길래."

    리르프가 손을 놓으며 너털스레 웃어보였다. 센즈는 우선 성채 꼭대기까지 올라가 위에서 전체를 내려다 볼 계획이었지만, 먼저 답사를 한 동료가 생긴 이상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리르프에게 98퍼센트짜리 맵 데이터를 넘겨받은 센즈는 색인 스킬로 밝혀진 맵 위를 훑었다. 과연, 성채 깊숙한 곳에 숨겨진 방이 있었다. 센즈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따라와라."

    "옛썰!"

    리르프가 경쾌하게 경례하는 시늉을 해 보였다. 센즈는 그 모습을 봐주지도 않고 갈고리에 줄을 걸고 건너편 창문으로 뛰어들며 성채건물의 안쪽으로 들어가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리르프가 휘파람을 불었다.

    "터프하시네."

    그리고 그녀도 똑같이 성채로 진입했다. 센즈의 고속돌파는 여전히 엄청난 속도였지만, 실내로 들어온 만큼 달리기 속도만 빠르면 못따라잡을 정도는 아니었다. 리르프는 탐험가로써의 스킬은 초보자나 다름 없었지만, 피지컬 하나만큼은 끝내줬다. 달리기 속도, 제자리 높이뛰기의 높이, 떨어질때의 고양이 같은 착지능력, 그리고 함정이고 뭐고 뛰어들고 보는 용감함까지. 센즈는 따라오는 그녀를 보며 지나치게 튼튼한 탓에 위기관리능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비밀의 방 앞에 도착했다. 어느 중복도의 3/4지점이었다. 센즈가 자물쇠따기의 응용스킬로 벽의 비밀장치를 열자 비밀의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서적이 가득한 서재였다. 센즈는 나름 별 2개짜리 미발견물인 만큼 돈이 되는 책이나 스크롤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하나같이 그저 오래됐을 뿐인 고서적이었다. 아마도 몇 세기 전 귀족의 공부방이었던 모양이었다.

    어딘가에 보고할만한 발견물도 못되고, 의외의 선객 덕에 모험 자체도 시시하게 끝나버렸다. 그때 센즈의 눈에 무언가가 밟혔다. 맵 데이터는 100퍼센트 완전 답파를 표시하고 있었다. 그의 색인 스킬이 띄워놓은 2성 미발견물의 발견 상태도 '발견'으로 갱신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각은 두 시간도 더 전이었다. 이상했다. 그가 이 방을 발견한 것은 방금 전인데? 그 미묘한 위화감에 주변을 훑어보던 그의 시선이, 리르프의 옷에 가 닿았다. 분명히 방금 전 함정에 닿았을텐데 옷에 아무런 자국도 남아있지 않았다.

    센즈의 관찰력은 그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리르프의 형편없는 수준과는 달리 탑클래스의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추론능력도 마찬가지였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센즈가 직전에 들렀던 마을에는 그 외에는 등록된 모험가가 없었다. 그런데 리르프는 이 성채에 '외로워질 만큼 오랬동안' 혼자 있었다고 했다. 이 거대한 성채의 답사율이 98퍼센트가 되도록. 게다가 함정을 무작정 돌파하는 능력이, 정말로 단순히 몸이 튼튼한 정도로 넘어는게 자연스러운 일인걸까?

    그리고 그 어떤 단서도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이 성채의 '비밀'이라고 할 수 있는 2성 발견물이, 정말로 단순이 이런 고서적 서재인걸까?

    센즈는 결국 처음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물어봐야 할 것을 묻기로 했다.

    "리르프, 넌 뭐지?"

    이상한 질문이었다. 사람에게 넌 뭐냐고 묻는 건 너무하지 않냐는 타박을 들어도 어쩔 수 없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그에 리르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제야 그걸 묻는 거야?"

    그녀는 센즈의 얼굴이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있었다.

    "그야 당연히,"
    739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그럼 잘 읽었습니다.' [새창] 2017-09-03 21:53:51 3 삭제
    그 옛날, 세상의 모든 책을 모아서 탑을 세웠다고 하는 청도서관. 그 동화의 이야기를 본따서 만들어진 동명의 '청도서관'이 오늘 전 세계 동시 개관을 진행했다.

    청도서관은 가상과 현실의 중간쯔음에 존재했다. 각국 도시마다 설치된 센터에 방문해 VR기기를 통해 접속하면, 실제 청도서관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책을 열람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기술력이 발전하다보면 '세상의 모든 책을 한군데 모아본다.'라는 꿈같은 이야기도 실현이 되곤 하는 법이었다.

    중년의 필프씨는 애초에 청도서관이란 것이 청사진과 관련된 말장난이어서 책의 초판본 따위를 모아두는 박물관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정식 개관 전 베타테스트에 동원되었던 인원 중에는 출판된 책이 아니라 완전히 소실되어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가문의 족보 따위도 그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며 감개무량해 했다.

    요 근래에 자서전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된 필프씨는 유행에 휩쓸리는 모양새로 개관날의 청도서관 지방 센터를 찾았다. 과연, 인터넷의 유명세에 비해 역시 직접 찾아와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마도 자기 동네의 작은 센터를 찾기 보다는, 번화가의 큰 센터를 찾아가 이벤트 사진을 찍어 커뮤니티에 올리기 바쁘겠지.

    필프씨는 센터 입구에서 VR기기를 건네받고 착용한 후 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센터는 실제로 존재하는 물리적인 공간이면서, 그 위에 청도서관의 VR을 입혀놓은 형태였다. 그래서 '가상과 현실의 중간쯔음에 존재'한다고들 설명했던 모양이었다. 실제 물리적 공간에는 어떻게 형성되어있는지 자세히 둘러보지 않았지만, VR기기 너머로 본 청도서관은 굉장히 고풍스러웠다. 들어서자 중앙 안네데스크에서 젊은 사서 영상이 상냥하게 인사했다.

    [어서오세요. 찾으시는 책이 있으신가요?]

    정말 사람같은 영상이었다. 마침 필프씨보다 먼저 온 어떤 노인이, 빌렸던 책을 반납하며 그 사서 영상에게 인사를 건넸다.

    "잘 읽었습니다."

    [원하시던 내용을 찾으셨다면 저에게도 기쁜 일이에요.]

    휘파람이 나올 만큼 고상한 주고받음이었다. 필프씨는 요즘 프로그램은 사람보다 예의를 아는 모양이네 하면서 감탄을 했다. 사서가 마지막까지 상냥한 인사치레로 노인을 배웅하고, 시선이 필프씨에게로 돌아왔다. 필프씨는 자서전에 대해서 알아보려면 어떤 책을 찾아달라고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냥 잘 쓰여진 자서전을 보여달라고 하면 되는 걸까?

    [찾으시는 책이 여러 종류이시라면, 데스크 옆 간이책상에 앉으셔서 차례대로 색인 해 보실 수 있으세요.]

    사서는 간이책상이라고 가볍게 얘기했지만, 과연 재료비 절감이 필요 없는 가상의 영상에서는 굉장히 고급스러운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칸막이가 쳐져있고 사서가 있는 안내데스크에 부르면 목소리가 닿을 정도로 가깝다. 앉아서 천천히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럼 일단 앉아서 생각해 봐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이에요.]

    우선 자리에 앉은 필프씨는 역시 자서전이라면 자신에 대한 것이니, 남의 책을 읽기보다는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록이 보고싶었다. 누군가는 족보도 찾았다고 했었는데, 그렇다면 어떤 것 까지 찾을 수 있는 걸까? 필프씨는 인터넷 검색창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보는 정도의 기분으로 물었다.

    "혹시 나에 대한 책도 있습니까?"

    스스로가 낸 적이 없으니, 우선 보통의 출판물로는 있을리가 없었다.

    [네, 필프씨에 대한 단권 정보 서적이 청도서관 본관에 보관되어있으세요. 보안등급은 퍼스널으로, 대상자 본인만 열람하실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필프씨는 대상자 본인에 해당하므로 열람 가능하십니다. 열람하시겠어요?]

    놀라운 이야기였다. 누가 그런 걸 만들었지? 평생껏 자신에게 관심있는 사람이라곤 자기자신 뿐이라고 생각해온 필프씨에게 그 대답은, 마치 인터넷 검색창에 이름을 검색했더니 떡하니 대표인물 정보로 자신의 사진이 걸려나온 기분이었다. 내용이 궁금했다.

    "그럼 좀 부탁드립니다."

    [네.]

    사서는 앞서 말한 '본관에 보관되어있다.'에서 느껴지는 먼 거리감과는 달리, 마치 바로 뒷쪽 캐비넷에서 꺼내는 듯한 모습으로 단권 서적[필프]를 건넸다.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 가상 속 도서관의 강점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책을 받아들자 정말로 책의 질감이 났다. 아마 VR기기를 벗으면 아무 내용도 없는 규격서적일 터였다.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만들어 놓으니, 정말이지 청도서관이라는 동화가 실제로 존재하는구나 하는 실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 책의 내용도, 사실일거란 기대감이 일었다.

    책의 내용은 크게 놀라움은 없었다. 자신의 주민등록상 인적기록, 건강검진 내역이나 자동차 면허같은 라이센스들의 기록들로 시작했다. 전산상으로 모을 수 있는 정보들을 한권의 책으로 모아뒀다는 인상이었다. 그 부분을 넘어가니, 간략한 일대기도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도 '가상'의 이점이 묻어나있었다. 읽다가 출처나 의미가 의아한 부분이 있어 건드리면, 바로 옆 페이지에 자세한 주석이 나타났다. 아예 실제 책처럼 만들어 둔 이미지에 이런 고성능 브라우저같은 기능을 달아놓으니, 마치 책이 살아있는 것 같았다.

    - 필프 7세, 놀이공원에서 환호.

    환호를 눌러보니 '기대감과 즐거움에 의함'이라는 단편 주석이 따라왔다. 평소에 살면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크게 고민한 적 없는 필프씨는 그 주석이 참 재밌었다. 그러고보면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궁금한 일도 간혹 있었다. 몇 해 전 수년만에 무심코 아버지를 다시 찾아 뵜을 때가 그랬다. 필프씨는 초등학생 무렵부터 부모와의 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는 성인이 되어서도 미지근한 효심 정도로만 부모를 대했고, 특히 진작에 이혼해서 따로 살고 있는 아버지쪽과의 관계는 굳이 온도로 말하자면 차갑고 서늘한 편이었다.

    그런 그는, 아버지를 대할 때의 감정에 한번도 이름 붙여 본 적이 없었다. 이 책에는 적혀있지 않을까? 필프씨는 자신의 청춘에 관한 기록들을 대충 넘기고 거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라 원하던 내용을 찾았다. 대단한 내용이 적혀있지는 않았다. 짤막했다.

    - 필프 58세, 아버지를 찾아 뵙다.

    문장을 가볍게 눌러 주석을 띄워보았다.

    '부모의 사랑을 바람.'

    "...?"

    굉장히 의아한 내용이었다. 마치 엉터리 심리상담사의 여차하면 가족애에 맡겨버리는 답변을 들은 기분이었다. 필프씨는 몇 페이지를 되돌아가보았다. 아버지와 그가 함께한 일화는 손에 꼽을 정도여서 찾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곳마다 어김없이 같은 내용이 써있었다. '부모의 사랑을 바람.'. 다 되돌아와서 보니, 필프라는 사내는 7살때 놀이공원에서 한번 환호한 후로는 주구장창 부모의 사랑만 바랬다. 필프씨 본인이 읽기에 이 책은 조금 엉터리가 아닌가 싶었다.

    바라기 이전에, 애초에 그는 부모의 사랑이란게 뭔지도 모르고 자란 사람이었다.

    [원하시던 내용은 찾으셨나요?]

    필프씨는 사서의 물음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재빠르게 책을 덮었다. 자신이 이렇게 책에 몰입하고 있었나 싶기도 하고, 무언가 들켜선 안될 치부가 드러난 느낌도 들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사춘기라도 찾아온 기분이었다. 필프씨는 다음에 다시 읽어야 되겠다 생각하며 책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안내 데스크로 다가갔다. 그리고 조금 주저하다가, 질문했다.

    "혹시 말입니다. '필프'말고 '페럴드'도 있습니까?"

    페럴드는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네 물론이에요. 하지만 마찬가지로 퍼스널 보안등급이라서, 페럴드님 본인밖에 열람하실 수 없으세요.]

    "아 그렇습니까.."

    필프씨는 무언가 억지부릴 수 있는 논리가 없을까하고 입술을 몇번 들썩이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그럼 잘 읽었습니다."

    [원하시던 내용을 찾으셨다면 저에게도 기쁜 일이에요.]

    책을 건내며 인사하자 사서가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마주 인사해주었다. 필프씨는 앞서 보았던 노인처럼 고상한 느낌으로 대화를 맺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평생을 이해하지 못한 대상이 활자로 정리되어 있다는 이야기에 더 욕심이 동했다. 아쉬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활자로 적힌 페럴드라니, 글자로 설명된 아버지라니.
    738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새창] 2017-08-29 05:31:41 0 삭제
    이 왕따에 관한 이야기를 오유에서 본적이 있어서 불안해 하면서 읽어 내려가는데, 상상도 못했던 죽창엔딩이라니요...!! 아름다운 반전에 화가 나네욥!! 으악 해피엔딩 너무 좋아요!!ㅋㅋ
    737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새창] 2017-08-29 05:29:24 1 삭제
    프람프씨는 그 동네의, 돈은 많지만 괴팍한 노인이었다. 어딘가의 용병 출신으로 그 거친 성미는 그때부터 이어져 왔다고 했다.
    그런 그가 어딘가의 돈많은 아가씨와 결혼하여 자리를 잡은 것이 이 마을이었다.

    그의 아내는 동화책에서 나온 것 같은 어진 성품으로, 그녀가 즉위했다면 나라가 몇배는 더 잘 살았을 거라는 말을 재상부터 동네 거지까지 똑같이 해댔다. 그럴때마다 그의 아내는 상냥하게 웃었고, 프람프씨는 또 똑같은 소리라며 지겹다 투덜댔다.

    그랬던 그의 아내가 죽은 것도 벌써 10년은 된 일이었다. 프람프씨는 더 괴팍해졌다. 하지만 아내의 유령이라도 씌인건지,
    아니면 그의 아내가 죽기 전에 일과표라도 작성해 준 건지, 그는 매일매일 똑같은 시간에 동네를 돌아다니며 거지와 부랑아들을 챙겼다.

    산적들이 그 마을에 눈독이라도 들일라 치면, 호랑이보다 몇 배는 험상궂게 생긴 프람프씨의 후배 용병들이 몰려와
    산적에게 꿀밤을 먹여 내쫒았다.

    그럴때마다 프람프씨는 자기 아내의 동네에서 싸우지 말라고 역정을 내며 술판을 벌여 후하게 대접했다.
    그런 날은 또 동네 부랑아들까지 몰려와서 술을 얻어먹고 휘청거리기 일수였다.

    그러던 어느날, 멸망이 닥쳐왔다.
    그게 뭔지 아무도 몰랐다. 그냥 전부다 입을 모아 밤이라고 불렀다.

    은밀하게 마을에 들른 재상이 이웃나라 하베캄이 대성벽을 열어 피난민들을 받아준다는 이야기를 했다.

    프람프씨는 창고를 열어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마차와 말이나 짐수레를 전부 나눠줬다.
    그리고 얼른 하베캄인지 뭔지 이웃나라로 꺼지라고 욕지거리를 해댔다.

    동네가 텅텅 비었다. 참 보람도 없었다. 그의 아내가 그렇게 잘 돌봐달라고 신신당부 했는데
    멸망인지 뭔지 온다 하니까 이 모양이었다. 그의 노력은 참 보잘것도 없었다.

    그래도 남은 것들은 있었다. 부랑아들이었다.

    "니들은 여기서 뭐하고 있어? 썩 안꺼져!"

    아이들은 겨우 불안한 분위기 정도만 알고있는 건지, 마을에서 가장 안전한 프람프씨네 저택에 몰려왔을 뿐이었다. 프람프씨는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났다.

    "니들은 챙겨줄 어른도 읎어?!"

    있을리가 없었다.

    프람프씨는 홧병에 못이겨 저택으로 뛰쳐들어가서는, 식량과 술과, 아내의 유품과 술, 그리고 술을 잔뜩 챙겼다.
    그리고 지긋지긋한 부랑아들에게 남은 식재료같은걸 다 보따리에 싸서 던져주고는 얼른 안들쳐매냐고 소리를 빽빽 질렀다.
    그리고 아내의 초상화를 한번 괴팍한 눈초리로 쳐다보고는, 저택을 나섰다.

    아내의 초상화 옆에서 죽으려던 마지막 인생설계 마저도 이 꼬질꼬질한 부랑아들이 망쳐놓았다는 것에 너무 화가났다.
    아흔이 다 된 노인의 몸으로 부랑아 열댓명을 데리고 가는 피난길보다 그 홧병을 참는게 더 힘들었다.

    그리고 역정을 빽빽 내며 애들을 데리고 도착한 대성벽의 성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이른바 선착순이라 했다. 순번은 노인과 부랑아들의 느린 발이 닿기도 전에 끝나있었다.

    화도 안났다. 난생 처음 아닌가 싶었다. 난민들과 뒤섞여 눈썹을 잔뜩 찡그리고 술을 꼴꼴거리고 있는데, 망또를 뒤집어 쓴 재상이 노인을 찾아왔다.

    "아무래도 원래 예상보다 피난민이 너무 많이 와서 일찍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북쪽의 어떤 현자가 도착하면 딱 한번 더 문을 열겁니다. 이번엔 더 적은 숫자의 사람들만 받고 문을 닫아버릴거에요. 마차를 준비해뒀습니다. 프람프씨만 오십시오."

    노인이 술병을 탁하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넌 말이야. 한번도 마음에 든 적이 없었어. 내 아내만 널 마음에 들어했지. 짜증나는 것. 웃기는 소리하지 말고 말이야."

    노인은 부랑아들을 발로 차서 깨웠다.

    "이 자식들 좀 니 그 쓰래기같은 마차에 태워."

    그리곤 품을 뒤져 챙겨온 아내의 유품을 꺼내었다. 아내가 아직 공주이던 시절부터 애지중지 하던 보석 장신구였다.

    "자, 이게 대금이야. 얼마나 중요한 건진 너도 알겠지? 안망가지게 잘 보관해."

    재상이 아연해진 시선으로 그 유품을 받고, 프람프씨를 마주봤다. 프람프씨는 한번도 자신의 고집을 꺾은 적이 없었고, 아내의 것을 남한테 넘겨주는 일이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노인을 설득하고 그가 건넨 아내의 유품을 못받겠다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부랑아들을 데리고 떠나는 재상을 뒤로하고 술병을 챙긴 노인은 젊은 난민들이 모인곳으로 나갔다.

    그들은 이미 죽은 사람들 마냥 넋을 빼놓고 앉아있었다. 노인이 빽하고 역정을 냈다.

    "얼빠진 자식들이! 불피웠으면 술이라도 마셔야 할 것 아니야! 술도 없냐?"

    하며 자신이 가져온 술보따리를 냅다 집어 던졌다. 난민들은 무기력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노인을 따라 술나발을 불었다.

    얼쭈 흥겨워졌다. 술판 분위기가 났다. 젊은 것들은 이래야지. 노인은 썩 마음에 들었다.

    "술 충분히 마셨으면 준비해 이 빌어먹을 것들아!"

    노인이 그와 친한척구는 젊은놈 하나에게 빽 소리를 지르며 보따리를 챙기라고 발로 찼다. 그때였다. 대성벽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크게 프람프 노인이 욕지거리를 했다.

    "뭐하고 있어 이 자식들아! 달려!"

    깜짝 놀라 서로 시선을 교환하던 젊은이들이, 냅다 보따리를 들쳐매고 대성벽을 향해 달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적당히 높은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앉은 프람프 노인은 남은 술을 꼴꼴거리며 그 꼬라지를 구경했다.

    저런 치열함 속을 비집고 들어가기엔 그는 이미 너무 인생에 만족했다. 그는 더 이상 미래니 내일이니 하는 것들과 친구먹을 생각이 없었다. 대신 죽어라 달리는 어린 것들에게 신선처럼 앉아 속으로 욕이나 했다.

    '파하하하, 그래 달려야지. 죽어라 달려야지. 니넨 고생 좀 더 해야지. 어린 것들, 피도 안마른 것들.'

    기분좋았다. 근 10년간, 이렇게 기분좋은 날이 있나 싶었다.
    736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새창] 2017-08-29 00:07:51 0 삭제
    마치 우연히 이어지는 것 같지만 개연성으로 꽉 찬 전개네요! 넘 좋아요! 바라는 대로만 되는데도 불행해지는게 굉장히 요즈음의 심리가 녹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 고전적 악마의 장난 같기도 해요. 소년도 천사처럼 그려졌지만 말 그대로 악마같기도 한, 거짓말 한마디 없이 동전의 앞뒷면처럼 구성되어 있는게 너무 좋아요! 지옥의 문이 열렸으니 소년의 정체는 역시 천사가 아닌거거나, 아니면 사실 천국이나 지옥이나 한통속인 거겠죠? 깨끗하게 떡밥회수가 되는 이야기들 특유의 고양감이 있었어요. 멋진 글이에요!
    735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잠이 안와요.' [새창] 2017-08-28 06:04:06 0 삭제
    휴식은 중요한 일이죠! 여태 개근 하신 것두 대단해요! 전 글 안써질 때 편의점 가서 초코우유 사먹는데 맨날 스누피 초코우유 할인해서 그거 사먹었거든요. 그거 먹으면 생각이 잘나길래 역시 당분인가! 했는데 얼마전에 스누피 초코우유에는 카페인이 엄청 많이 있다는 소릴 듣고 역시 카페인인가! 했엇조.. 여튼간에 글이 잘 안써질땐 초코랑 카페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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