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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콜이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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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콜이님의 댓글입니다.
    번호 제목 댓글날짜 추천/비공감 삭제
    734 책 읽고 시간이 지나면 잘 기억이 안나요ㅠ저만 그런가요? [새창] 2017-08-28 02:55:13 1 삭제
    또 재밌게 읽을 수 있으니 이득 아닐까요!
    733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잠이 안와요.' [새창] 2017-08-28 00:26:32 2 삭제
    열차는 멈춰 서 있었다. 비가 무섭게도 열차의 창문을 때렸다. 태풍이라고 했다. 홍수라고도 했다. 그 재난의 이름이 무엇이던 간에, 열차는 섬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멈춰서있었다.

    심야시간이었다. 열차 안은 잠든 승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어두웠다가, 정차와 동시에 비상조명이 들어왔다. 사람들은 협소한 조명 속에서 저마다 담요를 꺼내 덮고 서로서로를 외면하고 있었다.

    흔한 일이다. 중학생, 고등학생 정도만 되도 요즘 사람들은 이어폰을 귀에 꼽고 서로를 외면한다. 다른 사람이랑 시선이 마주치고 싶지 않다. 이 대중교통 속에서 불필요한 감정공유를 하고싶지 않다. 이런 재난 속에서라면, 더더욱 그랬다.

    2012년의 재난 영화에서 뻔질나게 나오던 불안함을 떨치기 위해 애써 밝은 목소리로 떠들던 사람들은 겨우 다섯 해 만에 다 멸종해버린 것인지, 2017년의 열차 속에서는 모두가 열차장의 운행재개 안내만을 기다리며 서로서로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불안감을 나눠주고 싶지도 않았고, 나눠받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그때였다.

    "엄마.. 잠이 안와요.."

    아이가 칭얼거렸다. 살벌한 빗소리를 피해 열차안에 빽빽하게 들어쌓인 정적 속에서 그 작은 소리가 열차칸의 구석까지 흘렀다. 사람들은 그 칭얼거림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시했다. 어린아이니 만큼, 그런식으로 말해도 허용받는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한번만으로 멈추지 않았다.

    아이의 엄마가 애써 담요를 덮어주고 달래서 재우려고 할때마다, 아이는 불안하게 창문 바깥을 바라보며 칭얼거림을 되풀이했다.

    "잠이 안와요.."

    그것은 어쩌면, 순수함에서 나온 말이었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열차 안의 수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어른이 되며 쌓아 온 어떠한 '불순' 때문에 그 말을 피하고 외면하고 있었다. 모두의 의견을 대변했다 말할 수 있는 아이의 말은 뜻 그대로 순수했다. 하지만 긴 세월동안 절망적인 재난 속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어린아이의 순수함이란 것이 지금만큼은 극독과도 같았다.

    잠이 안온다. 그 말이 사람들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그리고 비가 대체 얼마나 내리는 거지? 물이 넘친건가? 기차가 물에 남기고 있나? 내일 새벽까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 아니, 이 섬을 빠져나갈 수는 있는 걸까?

    어른들이 구태여 외면하던 그 불순한 걱정들이 순수의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치직치직. 열차장의 마이크가 켜지는 소음이 들렸다.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모든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다.

    [승객 여러분. 본 열차는 앞선 방송에서 안내드린 태풍과 호우에 의해 임시정차 하였으며, 야간 운행이 더이상 불가능 하다고 판단되는 바, 최대 새벽 5시까지 운행을 중지하고………]

    안내방송은 운행 재개시 재차 안내 방송을 드린다는 말씀과, 간략하게 환불 및 보상절차에 대해 설명한 후 끝났다. 하지만 열차 내는 조용해지지 않았다. 열차 안을 가득 메웠던 정적은 안내방송과 함께 사라진 모양이었다. 강물처럼 부풀어 오른 걱정들이 말한마디도 없이 웅성거렸다. 저 빽빽한 빗소리가 그 자신들의 웅성거림 같았다.

    "잠이 안와요.."

    또 다시 아이가 칭얼걸렸다. 그 아이의 말끝에, 걱정과 빗소리가 사람의 말처럼 들러붙어 이어졌다.

    잠이 안온다. 비가 끝도 없이 내린다. 물이 넘치고 기차가 잠긴다. 더 이상 목적지를 향해 출발할 수 없고, 결국 섬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732 어제 허은실 작가 <나는 잠깐 설웁다> 강정 시인 해설에 대한 의견입니다 [새창] 2017-08-27 23:38:43 1 삭제
    저번 글 사진으로 올려주신 부분도 찬찬히 읽어보긴 했었는데, 의견을 나눠보자시는 작성자님의 의견에 댓글을 달 순 없었어요.

    책을 읽어보지도 갖고있지도 않았어서, 추측 할 수 있는게 허은실 작가님이 어떤 여성적이고 허무한 인생상을 그려내는 시인인가?
    강정 시인은 어쩌면 그 속에서 여성을 '약자', '불쌍한 사람'으로 그려내는 데 대한 불편한 해석을 한 것 이거나
    아니면 오히려 여성의 낮은 입장을 대변함으로써 시 전체를 그렇게 그려내고 있다고 치부해버리는 해석을 한건가?

    이런저런 추측밖에 할 수 없었어서 어떤 의견을 낼 수 없었어요. 아쉽지만 이번 글도 마찬가지인것 같아요.

    중략중략으로 첨부하신 강정 시인의 해설 단편들은 어째서 작성자분이 이렇게 불쾌해하고 화내고 계신지 알기가 힘들어요
    교만, 말초적 짐승 같은 단어를 사용하신 이유도 잘 모르겠어요. 혹시 위에 서술된 해설속에 남성과 엮여 나오는 표현이나 단어들이 남성을 말초적 짐승으로 그려내고 있나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언젠가 육식주의자와 채식주의자의 차이점은, 채식주의자들이 지나치게 우쭐거린다는 점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어떤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감정을 우리 모두가 나서서, 사회가 나서서 보듬어줘야 한다.
    해결에 도달하는 형태로 갈무리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무책임하다.

    이런 식의 의견은 옳아요. 보편적으로 옳다고 인정받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작성자분께 조금 무례한 말이 될지 모르겠지만, 혹시 지금 내고 계시는 화가 그 보편적 옳음에서오는 우쭐거림은 아닐까요.

    해석에 있어서는 그것이 '산고'라는 어찌됐던 간에 남자는 평생 직접 느껴보지는 못할, 어떤 공감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고통에 빗대어서 자신의 감정을 풀어버린 시집에 대한 강정 시인의 시선 정도가 아닌가 저는 생각돼요. 어떤 불쾌하거나 화를 끌어내는 어그로라고는, 본문에 써주신 내용만으로는 생각되지 않아요.

    강정 시인의 해석에 대한 의견이 아니라, 작성자분의 감상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된 점은 죄송해요.

    다만 이전 글이 조회수가 100이 넘었는데도 어떤 댓글도 달리지 않은 이유가
    물론 시집을 읽어보지 못해서 조심스러웠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저는 그 만큼이나 제목의 '아니,…'에서 시작되는 어떤 차분하지 못한 분위기가 의견을 나누기에 적합한 분위기는 아니었던게 아닐까 싶어요.

    어떤 협동 게임 채팅에서도 흔히 그렇듯이요.
    731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웃어야 한다.' [새창] 2017-08-24 19:07:37 0 삭제
    문이 열렸다/닫혔다 때 처럼, 1~3번 처럼 복수의 선택지를 가지고 선택해서 쓰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730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웃어야 한다.' [새창] 2017-08-24 19:01:11 1 삭제
    웃어야 해 웃어야 해
    걱정하지 마 걱정하지 마

    분명 좋은 말일 거야.
    부모님이 항상 해주신 말 이니까.

    괴로울 때에 항상 떠오른 말이었어.
    나 실수하고, 길을 잘못 들고, 인생이 무섭고, 도저히 그럴 수 없을 때에만 떠올랐지
    웃어야 해, 걱정하지 마. 그 정말 좋은 말들이 내 속을 떠돌았어.

    아마 행복한 사람에게 필요한 말이 아닌 것 같아. 라고도
    부모님은 나에게 그 말이 필요하다는 걸 아셨던 것 같네. 라고도
    생각했어.

    열살에 들은 이 말이, 스무살에도, 서른 살이 되어서도 떠오르는 걸 보면
    아셨던 거야.
    나는 그런 말들이 필요한 인생을 살거라는 걸.
    내 인생이 이러하리란 걸.

    내 인생의 보증과도 같은 좋은 말.
    힘들 때 일수록 웃어보렴.
    걱정하지 말고 웃어야 한단다.

    그럴수록 세상이..
    ..
    .
    으음.
    729 그림을 좋아하는 그림쟁이가 그림 좀 그려보았습니다.,. [새창] 2017-08-24 18:10:22 4 삭제
    노래를 한다~
    728 안나카레리나 단어들.. 사교계의 호프가 뭐지요?ㅠㅠ [새창] 2017-08-24 02:47:29 3 삭제
    앗 번역상의 표현이 아니라 원래 있는거였군요 ㄷㄷ;
    726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잘못했어요.' [새창] 2017-08-23 00:26:17 2 삭제
    작은 키, 더러운 털모자 밑으로 자라나온 단발, 꾀죄죄하지만 앳된 얼굴. 스텔라는 언제나 경관이 오면 그 앞에 세워지기에 편리한 외모였다.

    "정말 잘못했어요."

    그녀가 항상하던 입발린 사죄를 하는 사이, 잭이 돌을 가져와 경관의 뒤통수를 찍었다. 죽진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 트럭에 실어다 옆동네에 내려놓고 응급차를 불렀다고 했다. 그 후는 아무도 몰랐다.

    그날도 스텔라는 누구의 소유인지도 모르는 빈집에서 묵었다. 이제 이 나라의 노숙자 비율은 40퍼에 도달했다. 정말이지 정신나간 수치였다. 그리고 나머지 60퍼의 자택 보유 숫자는 평균이 4.7채라고 했다. 더 말도 안되는 숫자였다.

    딱히 스스로의 윤리관에 따라 노숙자를 선택한 것이 아닌 그녀는, 다른 사람의 빈집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 자게 될때마다 진심으로 사죄의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아무리 잘못을 빌어보아도 집이 생기지는 않았으므로, 반성은 결국 의미를 잃었다.

    집없는 자들은 얼어 죽거나 잘못을 거듭해야했다.

    메뚜기떼처럼 빈집 가득한 동네에 쳐들어가고, 경관이 와도 될 수 있는 만큼은 시간을 벌다가, 군대가 올 것 같으면 다른 장소로 도망쳤다. 세상엔 지긋지긋하게 빈집이 많았고, 노숙자는 죄의식을 머릿수로 나누면 돌로 뒷통수를 찍는 것쯤 술한잔 안줏거리가 될 만큼 바글바글했다.

    그러다, 어쩌다, 스텔라는 익숙한 동네에 도착했다. 아주 어린시절 친척에게 얹혀 살던 동네였다. 옆집 노인네가 썩 기타를 잘 쳤던 기억이 났다. 그 노인은 진작에 죽었다. 역시나, 찾아가보니 유가족에게 상속된 노인의 집은 텅텅 비어있었다. 그날의 잠자리는 그곳이었다.

    간만에 잊고있던 죄의식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려고 했다. 당장이라도 이 추억섞인 불쾌한 공간에서 뛰쳐나가, 얼어 뒤지더라도 아스팔트 한복판에 드러누워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누군가 자살이 가장 큰 죄악이라고 했던가. 불법 주거 점거도 참 가벼운 죄는 아니겠지만, 그녀는 둘 사이에서 선택을 실수한 적은 없었다. 오늘도 실수하지 않기 위해 귀를 막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웅크린 등을 수염쟁이 짐이 툭툭 건드려 깨웠다.

    "그냥 자나? 술이나 한잔 하지."

    끔찍하게도 추운 이 북부대륙에서, 술기운 없이 잠 잘드는 놈들은 드물었다. 스텔라는 그 드문 사람들 중에 하나였지만 오늘은 아무래도 독한 술을 마셔야 할 것 같았다.

    털모자를 다시 눌러쓰고 부스럭 거리며 나가보니 여기저기 장작을 불태우며 벌써 독인지 술인지 모를 독한 액체를 목구멍에 쑤셔넣고 있었다. 어디선가 나무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 잭이었다.

    스텔라는 문득 그곳을 쳐다보았다가, 눈이 뒤집어졌다. 그리고 냅다 달려가 잭의 턱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잭은 그녀의 기억속에도 있는 기타를 땅에 내리치고 있었다. 노인의 것이었다.

    "무슨짓이야! 스텔라 이 망할년이!"

    우당탕 땅을 구른 잭이 턱을 감싸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스텔라는 한쪽이 볼썽사납게 부숴진 기타를 집어들며 말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내가 할 소리야! 장작만들고 있는데 왜 사람을 패? 드디어 정신이 나가버렸냐?"

    장작. 이건 장작이 아니다. 우리의 것도 아니다. 이건 노인의 것이었다. 그런 것이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었지만, 스텔라는 정말로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우리는 집이 없어서 집을 빌려쓰고 있을 뿐이야. 그 외의 것들을 건드리지 마!"

    스스로가 생각해도 눈살 찌푸려지는 위선적인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더러운 기분이었다. 그 때문인지 그녀의 눈빛은 더욱 위험한 빛을 띄며 번들거렸다. 잭은 어이없다는 듯이 욕을 좀 더 하다가, 침을 뱉고 다른 장작불 옆으로 가버렸다.

    기타를 가지고 구석으로 간 스텔라는 허망한 눈으로 그것을 내려다 보았다. 정말이지 장작이 되는 것 외에, 어떤 쓸모도 남아있지 않은 목재 쓰래기였다.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어릴적에 노인이 가르친 코드 몇 개를 고장난 머리통이 기억하고 있는가였다.

    그때였다. 지프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머리에 붕대를 칭칭감은 경관이 차 두대분량 정도의 인원을 더 끌고 다시 나타났다. 아무래도 이곳의 노숙자들은 규모가 작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군대를 부르지 않고 자기네들 끼리 진압하자고 결정한 모양이었다.

    표정으로 보건데 경관의 분노가 다분히 반영된 결정같았다. 술을 마시던 나이든 노숙자가 욕을 하며 장작더미를 엎었다.

    "야 다 엎어! 던질거 가져와!!"

    금새 뜯어낸 문짝이나 울타리등을 가져와서 차로 밀고 들어오지 못하게끔 바리케이트를 친 노숙자들은, 경관의 지프차에다가 돌덩어리 따위를 던져댔다. 가장 먼저 지프차의 앞유리에 적중한 바위가 세찬 소리를 내며 빽빽한 거미줄 문양을 만들었다.

    스텔라는 서툴게 F코드를 잡았다. 권총소리가 허공을 때려대고, 도수높은 불붙은 술병이 바닥에 깨지고, 고장난 기타소리가 울렸다.

    [오늘도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지
    신이시여 잘못 했어요
    나는 내일도 반성을 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런 사치스러운 일,
    나는 그 반짝이는 두 글자를 살 돈이 없어

    내가 살 수 있는 건 구질구질한 싸구려 뿐이야
    내 인생 같은 것.
    내일도 얼어죽지 않는다면 말이야.
    삶을 사는 건 참 값없는 일이야
    나도 살 수 있을 정도니까

    왜 세상 사람들 모두가
    이런 구질구질한 일을 매일매일 해나가는지
    나는 모르겠어 정말

    아 빌어먹게 대단한, 인생, 인생.]

    정신없이 과격한 도로를 굴러다니던 투박한 돌덩이 하나가 스텔라의 머리에 날아와 부딛혔다. 피가 흘렀다. 통기타에 구멍 하나 쯤 뚫린다고, 누구의 인생도 멈추거나 하지는 않았듯이, 그녀의 머리에도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725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둘도 없는 친구야.' [새창] 2017-08-22 18:00:12 0 삭제
    앗 그러네요! 처음 읽을 때 빈 항아리가 있따는걸 분명 읽었을텐데 댓글을 달때는 까맣게 잊어버리구 달았네요. 부끄럽 ㅠㅠㅋㅋ 그래두 경우의 수 따져보면서 되게 재밌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고민의 결과는 성공적이시지 않나 싶어요! 실례가 안된다면 비슷한 형식의 문제를 저도 꼭 글에 써보고 싶어요!
    724 소설 소나기에서 소녀가 보라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죽음의 복선이라는 근거가 [새창] 2017-08-22 17:41:23 2 삭제
    문학작품의 감상은 그냥 본인이 느낀 그대로를 갖고 계시면 되구요
    학교에서 가르치는건 '이렇게 대답 하면 국어 점수를 준다' 정도로 이해하고 계시면 되지 않을까요
    723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둘도 없는 친구야.' [새창] 2017-08-22 16:52:33 1 삭제
    문제를 풀어보긴 했는데 해답을 보기 전까진 풀 수 없는 문제가 아닌가 싶어서 댓글은 안달앗엇어욘
    왜냐하면 문제만 보고는 독자 입장에서 기본 조건이

    1. 앞사람이 보물을 획득 할 경우 그 호리병이 치워지고 두개만 남는 경우
    2. 호리병이 빈 호리병으로 남는 경우
    3. 보물이 단순히 단품의 물건이 아니라서, 여전히 보물호리병 2개, 괴물 호리병 1개로 남는 경우.

    를 추측으로만 상정해야 하는데
    이후에 진실과 거짓 질문으로 이어지는 정황상 1번은 성립하기가 힘들고,
    2번이라고만 생각하기엔 보물을 1/2 1/4 1/8로 나눠가질 수 있다는 부분을 보면 3번도 고려해서 풀어야 하잖아욤?
    그래서 해답이 복수가 존재할 수 있는 넌센스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해답에서 [괴물에게 물린 사람]이 마치 자신이 손을 넣은 곳 외의 호리병에는
    보물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는 듯이 행동하기 때문에 2번의 '빈 호리병으로 남는 경우'인 확률이 굉장히 높아지는데.
    (보물이 남는 3번 케이스라면, 괴물 항아리를 알고 있으므로 나머지 두 항아리에 보물이 있다는걸 알게 되잖아요?)

    그러면 마지막 [보물을 얻은 사람]이 대답을 할 수 있다면 이미 자신이 보물을 챙긴 빈 항아리, 즉 보물이 없는 경우에
    괴물이 없음을 알고있으므로 거짓 대답인 '예'로 답하는 경우인데, 이부분은 좀 생각을 해봤는데 다른 경우의 수가 없어서 '보물이 있으면' 이라고 쓰신건 서술미스이신거 같아요.

    왜냐하면 보물이 실제로 있게 되는 3번의 경우에도 [보물이 있는 경우]에 그 사람이 '선택하지 않아서 알 수 없는', 그래서 대답할 수 없는 경우의 수가 있으므로 논리가 성립이 안되니까요

    그리고 2번의 케이스에 작중 서술대로 '대답을 못할 경우에 무료'라는 설정이 있다면, 한번에 대답을 들을 경우 남은 항아리가 보물이므로 3/4, 설령 질문에 대답을 못한다고 해도 추론적으로 마지막에 남는 항아리가 그 사람들이 '선택한' 항아리가 되므로 보물항아리를 알 수 있게 되고, 운이 좋아서 한번도 '대답'을 듣지 않고 추론 가능하게 될 가능성까지 합하면 최대 보물 손실 없이 추론이 가능하게 되는 경우의 수도 생겨요. 이 경우엔 완전히 넌센스가 되네요.

    예를들면 1번에 보물, 2번에 보물이 있었다가 비어있는 항아리, 3번에 괴물이고. 주인공이 순차적으로 질문을 해나간다면

    괴물에 손을 넣었던 사람은 1,2번 질문에서 대답을 못하므로 자동적으로 3번이 괴물,
    보물을 손에 넣은 사람은 1번에서 대답을 못하고 3번은 괴물임이 확정되어있으므로 2번이 빈항아리
    따라서 대답을 한번도 듣지 않고 1번에 보물이 남아있다는걸 알게돼요.

    운이 좋아서 딱 이 경우면 공짜네요!

    그 외에 2번 케이스가 아니라 3번 케이스인 '여전히 보물 호리병이 2개]인 경우에는 괴물에게 물린 사람에게 '당신이 손을 넣은 호리병은 어느 것 인가요'하고 한번만 거짓말 질문을 해도 확정적으로 보물이 있는 두 호리병 중 하나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답은 7/8이구
    이 경우엔 괴물에게 물린 사람이 보물이 있는 항아리를 몰라서 대답을 못하는 경우의 수가 없어지니까
    아무리 운이 좋아도 보물 손실이 없는 경우의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따라서 본문의 문제는 7/8or3/4~무료의 복수 해답이 나오는 문제가 되지 않나 싶어요!
    722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둘도 없는 친구야.' [새창] 2017-08-21 20:53:54 2 삭제
    "둘도 없나? 참말로 친구없는 도련님이디 니."

    "너는 그럼 친구 많으냐"

    "낸 고향에 윽수로 많제."

    어린 종놈은 어린 도련님이던 나에게, 마음이라도 써주는 모냥새로 덧붙여 말했다.

    "하하, 그래도 걱정마라, 그 마들 다 통틀어도, 내도 니가 젤 좋다."

    그 시절, 그 녀석이 나를 남자로 오해해서 다행이었다. 여자란걸 알고 한 소리 같았으면 나도 도저히 부끄러움을 숨길 수 없었을테지.

    우리가 얹혀살던 가문은 대단한 집안이었다. 중요한 관리의 집안으로, 전국의 수많은 지역을 관리했다.
    아무래도 집안사람만으로 그 모든 땅을 관리할 수 는 없었던 탓에 항상 똑똑한 아이들이 있으면 관리를 대신보낼 양자로 들여 키웠다.

    똑똑하기만 하면 성별을 따지지 않았던 것은, 지금 생각하면 가주의 안일함이 아니었을까 싶지만, 딱히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하는 일만 다를 뿐이지 이 종놈이나 양자로 들어온 도련님인 나나 이 집안의 소일거리를 대신하는 입장이란 것에는 다름 없었다.
    그걸 잘도 눈치챈 모양인지 이놈은 무례하다 못해 친근하게 굴었다. 나는 그것이 좋았다. 성별따위 구태여 숨길만큼.

    둘 다 15세가 되던 해에, 종놈은 군에 차출되어 북쪽에, 나는 어느 변경 시골의 관리에 배정되어 서쪽으로 가게 되었다. 우리는 넓디 넓은 대륙에서 사실상 결코 다시 만날 일 없을 거리를 사이에 두게 된 것이었다.

    "뭐? 요비군? 거 완전 엎어지면 코닿을 데 아니가?"

    안타깝게도, 종놈은 지도를 눈앞에 펼쳐줘도 그 거리감을 못 느낄만큼 지성이 덜 갖춰진 놈이었다. 15살이나 먹은 나를 여전히 머리 길고 예쁘장한 남자애쯤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허세에 맞장구 쳐주길 바라는 꼴을 보면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마, 나도 전쟁 끝나고 여유되면 한번 보러 갈텐게, 두번째 친구나 만들어 노으라. 언제까지고 내 밖에 친구가 없어서 쓰것냐?"

    나는 종놈의 옳은 말에 솔찍히 좀 화가 났다. 그 탓으로, 우리는 별다른 작별인사도 없이 그렇게 헤어져버리고 말았다.

    수개월에 거쳐 도착한 변경 시골 요비군은 척박하기와 낙후되기가 이를데가 없었다. 다행이 양자로 거두어지고서 악착같이 쌓은 지식이 도움이 되어, 몇 해 지나지 않아 어디서 온건지도 알 수 없는 어린 여자애에서 썩 존경받는 관리로 그 평가를 잘 다져나갈 수 있었다.

    그 쯔음이었다. 북쪽의 전쟁이 끝이났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4년. 기간에 비해 굉장히 치열했던 전쟁으로,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죽었다고 했다. 하지만 큰 희생이 부끄럽지 않을만큼 영토를 확장하는데 성공하였다는 승전보였으므로 나는 침울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 종놈이 죽었건 살았건, 명예로운 일이었을 거라 믿었다.

    나를 괴롭게 한 것은, 그저 이제 나는 친구가 정말로 단 하나도 없게 되었는가하는 지극히 사소한 외로움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해의 여름. 나의 그 외로움을 비웃듯이, 종놈이 나타났다.

    "하 뭐고, 부하놈이 멀다멀다 카길래 윽시로 먼줄 알았드만, 역시 코닿을데 아이가."

    종놈은 전과를 올려 장수가 되었다 했다. 그 장수놈을 수발들러 따라온 시종이 '코닿을 거리를 반년을 쉬지도 않고 달려서 왔다'며 넌덜머리를 냈다.

    20세. 이제 와서도 친근하게 굴면 그 무례함을 꾸짖지 않을 수 없었을 터인데, 떡하니 종놈에서 장수가 되어 찾아오니 나도 개의치 않고 친근하게 굴 수 밖에 없었다. 품에 파고들어 볼을 비볐다. 놈이 우느냐고 당황하며 놀렸지만 울지 않았다. 나는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연회자리에서 눈가가 붉어졌다며 나를 놀리는 그놈을, 눈가에 바르는 화장도 못 알아보느냐며 호되게 꾸짖어 주었다. 술한잔에 더 호탕해진 목소리로 놈이 말했다.

    "그래, 새 친구는 많이 사겼냐? 두번째놈 한테 친구 서열을 알려줘야 하는데 말이야."

    "두번째는 아직.. ...세상에 너 같은 놈이 또 있어야 말이지. 첫 친구를 너무 잘못 사귀었어."

    "하긴, 전쟁 끝나자 마자 여기까지 찾아와주는 친구가 또 있을수가 없긴 하제."

    나는 여전히 술잔처럼 가볍게 기울이는 그놈의 허세질에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면서 대꾸했다.

    "없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면서?"

    "엎어져서 그냥 코깨져 뒤져부리는 놈들이 천지빼까리니께 하는 말이지~"

    하여간 말싸움만큼은 빈틈이 없는 놈이었다.

    그 후로 2년 정도도, 내 친구는 둘도 없이 그놈 뿐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나는 친구를 몇 사귀게 되었지만, 그때에도 그놈은 나에게 있어 둘도 없는 위치를 유지했다. 친구 말고 다른 것으로.

    //)
    나는 어떻게든 그놈에게 말싸움을 이기고 싶었으므로, 스스로 꺼려하던 주제를 꺼내며 다가갔다.

    "어떤가, 그래도 서로 나이 썩 먹었으니. 이제 내가 여자란 것은 눈치 채었겠지?"

    "아, 그런가?"

    놈은 술기운이 바짝 올랐는지, 눈둘 데를 못찾으며 횡설수설 화제를 돌리고 싶어했다.

    "지금이 과장 없이 딱 그 거리지 않은가. 엎어지면, 코가 닿는. 거리."

    내 속삭임에 결국 놈의 얼굴은 빨개지다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말싸움의 승리를 위한 결단은 성공이었다. 이날의 성공이 너무 재밌어 과하게 놀려먹은 탓에, 후에 정말로 엎어지고 코닿는데는 여름을 통째로 써야하고 말았다.
    721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배고프다.' [새창] 2017-08-21 12:20:22 0 삭제
    앗, '그 날 토마토가' 시점을 이야기 하는 '그 날'의 토마토와 토마토 날 것을 이야기하는 그 '날' 토마토의 중의적 표현이 아니었꾼뇨 ㄷㄷ
    720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배고프다.' [새창] 2017-08-20 20:12:25 11 삭제
    인류는 놀랍게도, 식량문제보다 식욕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말았다.
    미국의 대단한 생명공학자가 탄생시켰다고하는 나노머신을 이용한 생체회로가
    인간을 식사와 식욕으로부터 독립시켜버린 것이다.

    [인간은 다른 살아있는 것을 먹어야만 하는 윤리적 한계를 정복하고, 극복했다.]

    생체회로의 도입을 적극 옹호하는 신인권단체의 캐치 프레이즈였다.

    먹는 것이야 말로 사는 것이었던 인류의 철학을 계승하는 측과,
    새로이 탄생한 윤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생물을 먹는 그 자체를 부도의로 치부하는 측은
    거의 인류를 양분하다시피 했다.

    살생을 극복하는 것이야 말로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도의가 아니냐는 논리와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육식동물, 초식동물, 아니면 식충식물 따위까지 다 사라져야 하냐는 등의 논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커뮤니티 사이트를 오르내리며 철학적 콜로세움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논쟁의 결말은, 그 생체회로의 오류로 좀비사태라는 B급 영화같은 생체테러 엔딩을 맞이하며
    막을 내렸다.

    나는 어릴적부터 게임을 하다가 밥먹으라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배 안고파'하고 대답했다가 뒤통수를 맞고 식탁머리에 앉혀지는 일이 많았다.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귀찮았기 때문에 생체회로를 시술받았다. 그 후로 한번도 배가 고픈 적은 없었다. 편리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뒷통수를 지키기위해 가족이 함께 하는 저녁자리에서 만큼은 순순히 함께 식사를 했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탓인지 이젠 가족도 뭣도 없지만 나는 식욕도 강박도 아닌 애매모호한 감정으로 그날도 저녁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쟁도 소모전도 없이 가볍게 멸망한 세상에는 인류가 남긴 식재료가 엄청나게 많았다.
    통조림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딱히 아무것도 먹고싶지 않았으므로 나는 편식을 하지 않았다.

    그때 문을 걷어 차며 그녀가 들어왔다.
    첫인상은 검은색 돌격소총의 총구였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방에 선 나를 쳐다보다가,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그녀는 옆도시의 유일한 생존자로, 함께 살아남기위해 함께 분투하던 사람들을 모두 잃은 후로
    처음으로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

    맛없는 토마토 통조림 스프를 배고파하는 그녀의 앞에 놓아주며 커피를 들고 앉았다.
    나는 그 스프를 먹는 모습을 쳐다보며 항상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맛있어요?"

    그녀는 살짝 눈알을 굴리다가, 씩 웃으면서 솔직하게 말했다.

    "그냥 통조림 스프 맛이네요."

    그리고 애써 나눠준 식량에 밋밋한 코멘트를 달아버린 것이 걸렸던 모양인지, 활달하게 말을 덧붙였다.

    "이런 말씀드리면 나눠주신 스프에게 죄송스럽지만, 저 요리 엄청 잘하거든요. 훨씬 맛있게 만들 수 있어요."

    그 대답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긴 미각의 변별성도 식욕도 없는 내가 통조림을 뜯어 끓인 것 보다야, 얼마든지 맛있게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따라서 요리 실력에 대한 의심이나 불신감은 아니었다.
    애초에 맛있게 먹는 다는 개념 자체가 없으니, 맛있게 만들어진 음식이란 게 대체 뭔가 싶은 감각에 가까웠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음식을 다 먹은 그녀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있던 도시에 엄청나게 커다란 개체가 나왔어요. 저희들은 그 괴물에게 전멸당했거든요. 아무래도 여기도 곧 위험해질거라고 생각해요. 저랑 같이 이 곳을 떠나요. 좀 더 안전한 장소가 있을거에요."

    나는 알수없는 고양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나의 동의를 구하고 내 집에서 보존형 식재료를 조금 챙긴 뒤, 마른 향신료를 끼워 넣으며 '나 이거 잘써요'하고 장난스런 코멘트를 덧붙였다. 기대되었다.

    아마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내가 생체회로를 이식받고 지금에 이르기까지는. 그 시간은 배고픔이란 감각 자체를 잊어버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므로 이것은, 어떤 착각이나 추억의 일종도 아닐 것이다.

    나는 분명히, 명백하게, 배가 고프다.

    "맛있는 네 요리가 얼른 먹고싶은데."

    그녀가 기대하라는 듯이 웃었다. 나는 이미 기대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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