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원조 쿠데타 브레인, 김종필의 말은 맞는 것 같습니다. 하긴 자기 처사촌동생이기도 한 박근혜에 대해 솔직히 작심이라도 한 듯 "박정희와 육영수의 가장 나쁜 점만 빼어닮았다. 5천만이 와서 시위해도 하야는 안할 것"이라는 평가가 결코 무색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검찰의 입건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는 차라리 법대로, 즉 '탄핵해줄 것'을 요구한 겁니다. 신문들에서는 이것이 내년 대선 정국을 앞두고 야당의 움직임이 어떻고 하는 분석들을 하지만, 저는 그냥 김종필의 말대로 원래 고집센 땡깡쟁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오히려 똥줄 탈 것은 새누리당의 비박들일 터입니다. 그들은 분열할것이고, 새누리당의 분당은 곧 현실이 될 겁니다. 말 그대로 혼전의 시대가 열리겠지만, 이로 인해 시대가 요구하는 온갖 담론들이 다 현실로 튀어나오게 될 겁니다. 그녀에게서 기대할 건 없습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옷 갈아입고 패션쇼 할 기회를 놓치는 게 아까울 뿐이겠지요. 그녀에게 권력이란 애초에 나라를 위한 고민의 힘이 아니었음은 이번 최순실 사태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이 아침 열 시 이전엔 사저에서 공관으로 출근을 안 하고, 저녁 여덟시면 관저로 들어가 드라마나 보고 계시고, 그 국난이라고 할 수 있는 세월호 재난이 일어났을 때는 일곱시간동안 행불이 됩니까? 이제 그게 어쩌면 그녀의 미용 성형시술이나 마약류 사용과 연관있을 거라는 온갖 루머들이 조금조금씩 실체로 나오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그녀의 주장을 사실로 믿어줄 하등의 이유나 있을까요? 버틸 때까지 버티라고, 그리 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미 국민의 마음 속에서는 탄핵당한 권력자입니다. 그녀가 스스로의 처지를 파악 못할 때, 아마 그녀에게 붙어 부역했던 자들은 지금쯤 속으로는 자기들의 죄를 어떻게 덮을 것인가를 갖고 머리들을 굴리고 있을 겁니다. 그녀의 비서실장이었던 유승민, 선대본부장이었던 김무성을 비롯, 이 박근혜 사달을 만들어 내는 데 있어서 그녀의 모자람을 옆에서 뻔히 봐 와 놓고서도 그 모자람을 이용해 사익을 채우려 했던 자들의 말로 역시 그녀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버티다 보면, 지금껏 나왔던 것들에 계속해서 국민의 분노의 불구덩이에 던져질 땔감들만 더 늘어나겠지요. 검찰이 박근혜를 피의자로 전환한 것은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그녀의 죄에다, 이제 현실로 다가오는 권력교체 바람 앞에서 그들이 살 길을 찾아야 하겠기에 모색한 것일테고, 그만큼 국민의 분노가 그들에게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 재미있는 건 조선일보의 운명입니다. 애초에는 박근혜에게 자기들의 충고를 들어야 한다고 압박하는 정도에서 그녀에게 압력을 가했겠지요. 그런데 이 전혀 컨트롤이 불가능한 땡깡쟁이 앞에서는 그들의 충고는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박근혜 세력으로부터 부패한 권력이라는 말까지 들어가며 거꾸로 되치기를 당해야 했습니다. 종편 재심사가 내년 3월에 있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지금껏 당하지 못했던 수모를 감내해야 했겠지요. 그러다가 지금 이 상황까지 온 겁니다. 세상에, 내가 조선일보 기사를 찾아보거나 TV 조선 뉴스를 찾아볼 줄이야. 조선이 살려면 박근혜가 죽어야 합니다. 그것도 종편 허가 재심사가 있는 내년 3월 전에. 그래서 이들의 기사는 가끔 스텝이 꼬입니다. 조선이 꼬이면 동아도 따라 꼬입니다. 언론사 밥을 꽤 오래 먹었고, 대학교때 이 분야를 공부했던 저에겐 제일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아무리 지금 박근혜 공격에 선봉에 서 있다 하더라도 결국 청산의 대상임은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자, 박근혜씨, 계속 버티시지요. 그래서 아예 지금 우리 사회를 옥죄고 있는 것들의 근간들을 아예 한꺼번에 바꿔 버리도록. 이 시민혁명이 단지 부패한 권력을 끌어내리는 4.19와 같은 시민혁명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남아있던 잘못된 역사의 찌꺼기들을 한 번에 청소할 수 있는 소중한, 말 그대로 새 시대를 여는 대혁명의 기회로 만드시는 데 일조하시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길 바랍니다. 낡고 부패한 박정희의 신화, 그 찌꺼기들과 함께.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