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화가 납니다.
한국의 국감장을 들여다봐도 화가 나고, 미국의 대선판을 들여다봐도 화가 납니다.
미국 민주당의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 ISIS에 무기를 판 혐의를 받고 있는, 거짓말장이라는 혐의가 농후하지요. 그리고 그녀의 권력욕에 대한 뒷말도 무성합니다. 그 상대방은 희대의 또라이라고까지 불리우는 트럼프입니다. 그는 인종차별과 여성비하로 이미 자폭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이 상태라면 아마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겠지요. 그러면 그녀는 처음에 약속했던, 버니 샌더스의 진보적 정책들의 실천을 하게 될까요?
최근 공화당에서조차, 그리고 공화당을 지지해오던 미국의 보수 언론들조차 힐러리를 지지하는 모습은 그녀가 미국에 변화를 가져올리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미국은 아마 현상유지 정도로 가게 될 겁니다. 버니 샌더스가 약속했던 그런 공약이 그녀의 손에서 실천될 리 없습니다. 그나마 흉내 정도는 내겠지요. 그리고 무서운 것은, 버니로 인해 일어났던 젊은이들의 정치 참여 열기가 이 말도 안 되는 정치 상황 속에서 사라져버리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게 내 한 표를 던져야 하는 이 상황이 싫습니다. 그것은 내가 속해 있는 정당이 가진 관료주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혁신의 기운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 경직된 문화는 당료들의 보수성을 자극했고, 그것은 버니 샌더스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혁신의 기운을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이 점에 있어선 공화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나마 공화당 지지자들은 그들의 반란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트럼프는 아웃사이더이며 '더러운' 인물이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은 그가 그나마 기존의 공화당 내 정치인들보다는 신선하며 그들의 열망을 대변한다고 믿었습니다.
지금 공화당에선 차라리 다른 인물 누구를 내세워도 힐러리를 누를 수 있을 거란 반성이 지배적인 듯 합니다. 저들이 대놓고 대선 패배를 인정하며 심지어는 다른 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이면엔 이런 반성이 있을 겁니다. 아울러 힐러리가 자기들이 두려워하는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걸 알면서도, 힐러리에게 표를 던져야만 하는 이 상황이 참 더럽습니다.
그런 면에서라면 한국은 희망이 있습니다. 지금 야당에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까. 변혁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인물들, 충분히 서민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들이 선명 노선을 내세우고 경쟁할 수 있으며, 충분히 그들 중의 하나가 대통령 후보가 될 것임을 믿을 수 있습니다. 여당이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이 누가 있습니까? 반기문? 김무성? 아니면 안철수? 저들이 말하는 제 3지대론 안엔 저들의 두려움이 섞여 있지요.
그러나 야당은 그때까지는 더 야당다운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게 지금 국정감사가 아닐까요? 조금 더 거세게, 야당답게 밀어부치고, 정세균 국회의장이 보여줬던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습니까? 아무튼 미국에서 내가 싫어하는, 그리고 그 앞으로의 시나리오가 뻔하게 보이는 사람을 내 표로 차악으로서 선택해야 하는 저는 오히려 지금은 선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한국의 유권자들이 부럽게까지 느껴집니다.
여러분의 투표권, 정치 참여의 권리와 의무, 꼭 지켜내시길 바랍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