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에 자꾸 맞춰서 시계를 보게 되는 것은, 오늘이 바로 민중총궐기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정권을 시민의 힘으로 끝장내는 것을 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제가 한국에서 1987년 6월의 현장을 두 눈으로 지켜본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이 청와대로의 행진을 허가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이제 사법부가 국민의 뜻을 이해하려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만 수십만개의 촛불과 사람들의 함성이 합법적으로 청와대 앞에서 펼쳐질 때, 그 '사람의 힘'이 곧 '하늘의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모래밭에 머리를 묻어버리고 적을 피했다고 믿는 바보같은 닭짓거리처럼 벙커에 들어가 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런데 뜻밖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경찰이 느닷없이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는 겁니다. 경찰들이 진압복을 입고 헬멧을 쓰고 선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 말을 듣자마자 생각난 것이 있었습니다. 정원식 총리 외대 방문 사건. 한번 검색해 보시지요. 당시 학생운동은 이 사건으로 인해 완전히 꺾였습니다. 공안 후폭풍이 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체포됐고 진보운동 전체가 커다란 타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당시 정원식은 오지 말아야 할 자리임이 분명한 자리에 나타나 스스로 학생들의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계란과 밀가루를 뒤집어 썼습니다. 언론은 이걸 엄청난 폭행인 양 떠들어댔고, 학생운동은 대중의 지지를 잃었었습니다. 백남기 어르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물대포도 다시 꺼내어 준비하겠다고 하고, 법원의 청와대 행진 보장 명령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강경책을 꺼내어 든 경찰, 뭔가 사건을 만들어 내겠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1980년 5월 17일, 느닷없는 비상계엄확대가 선포되고 광주에 공수부대가 투입되던 그때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경찰이 이런 강경책을 꺼내들어 불상사가 생기면, 무엇보다 '군이 개입할 여지'를 마련해 주는 것이 됩니다. 아직 박근혜는 계엄 카드를 꺼내들 수는 있으니. 그리고 박근혜가 미국의 개입 없이 직접 부릴 수 있는 부대들은 수도 방위를 담당한 부대들이니까요. 민중총궐기가 이 정권을 끝낼 수 있는 큰 힘이 되기를 바라지만, 아울러 아무런 사고 없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있을 저들의 치사하고 더러운 음모를 막기 위해서, 여러분은 늘 시위 현장, 진압 현장을 촬영해 주시고 이걸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데 공유해 주십시오. 그나마 우리가 과거에 시위하고 탄압받았던 때보다 나아진 건, 우리가 이상한 일이 생기면 그것이 음모임을 전세계에 알리고 남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당당히 행진해 소리치고 우리의 뜻을 보이고, 지금도 한시도 앉아 있어서는 안 되는 권좌에 앉아 있는 저 부도덕하고 무능력하고 부패한 권력을 우리의 손으로 바꿉시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