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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21651
    작성자 : 불가필
    추천 : 3
    조회수 : 487
    IP : 115.140.***.3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2/12/23 14:27:41
    http://todayhumor.com/?pony_21651 모바일
    [팬픽/연작] 방황하는 틈, 목매달이

      바다에 투신(投身)한 불그스름한 햇빛이 파도에 쓸려 해송(海松) 빽빽한 연안의 솔숲에 닿는다. 가는 솔잎들에 가로막혀 피곤한 석양이 유니콘을 보지 못하고. 다만 지는 볕은 그의 목을 키가 큰 나무에다 매단 검은 밧줄만 지져 태웠다.
      유니콘의 몸이 붕 떠 버둥거린다. 그러면 검고 큰 것이 나무에 흐릿하게 비춰져 그림자처럼 같이 흔들린다. 목을 감싼 억센 두 앞발은 그가 아무리 두드려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숨통이 막혀 목 매달린 유니콘은 혀를 길게 빼 늘어뜨렸다. 뿔은 빛을 잃은 지 오래고 눈앞이 막막하다. 입술이 푸들푸들 떨리더니, 문득 세게 조여오니 불쾌한 소리와 함께 멎었다.
      새카만 말굽 맞잡은 것이 풀리면 수말이던 것이 스르륵 내려가 땅에 발을 딛는다. 길게 뻗은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바람 오는 대로 흔들리던 검음은 뒷다리에 준 힘을 거두었다. 나무에서 떨어진 그는 앞발로 땅을 먼저 디뎠다, 뒤로 훌쩍 뛰어 뒷발로 딛고 띄었던 앞발로도 다시 디뎠다.
      무엇이 그리 원통한지 유니콘은 내려서도 눈을 감지 못했다. 다그닥거리는 딱딱한 발소리를 내며 다가간 검은 수말이 축 늘어진 그의 눈을 닫아주었다. 흑마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두루 살폈다. 유니콘이 하나가 아니다. 목이 기이한 각도로 꺾인 포니들은 숲에 널려 있다. 키 작은 소나무들이 뿌리와 낙엽으로 그들의 몸을 감싸주면, 그는 그들 사이로 저 멀리서 들리는 통곡을 보았다.
      감시자(監視者)의 임무는 여기서 끝이다. 반역자들에게 합당한 형을 내렸으니 귀환하여 보고하세요. 트와일라잇의 명령이 곡소리를 뚫고 이곳까지 들리는 듯하여 그는 빠르게 걸어 숲을 벗어났다, 해를 삼키는 바다가 나온다. 멀리까지 뻗은 바다는 자맥질해서 나가기가 쉽지 않다.
      붉은 눈은 깜빡이는 법이 없었다. 바람을 타고 날리는 울음에 그는 뒤돌아 살폈다. 울음기의 본을 찾아 시선을 옮기면 저만치에 뾰족하게 솟은 교수대가 있다. 섬에 하나 있는 소도시도 있는 곳이다. 배가 긴하다. 그는 꾸준히 걸어서 피 한 방울 튀지 않는 곳으로 갔다.

     


      리걸 총독이 그를 반갑게 맞았다. “수괴들에게 정법(正法)의 준엄함을 몸소 알려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원, 이제에 와서 뭘 하겠다고 그러는지.” 총독은 의자에 앉기를 권했으나 감시자는 사양하며 두리번거렸다. 한가한 이야기 위로 솟은 교수대들이 갤로스의 통치자만큼이나 높다.
      얼굴을 가린 처형수가 끊어지려는 밧줄을 간다. “저 포니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습니다.” 메말라 퍼석한 말이 교수대에 앉아 끝에 걸린 올가미를 더듬었다. 눈물과 사과가 스민 밧줄이 지극히 튼튼해 다음 포니의 목뼈를 부러뜨리는 데에 방해됨이 없다.
      감시자의 눈에 길게 줄을 선 포니들이 들어온다, 옆에서 행렬을 지키는 군졸들의 창날이 한 번 번쩍이면 깊게 남는다. 이퀘스트리아군이 점령하고 석 달이 지나지 않아 총독부가 불타고 장군 몇이 살해당했다. 죽은 디스코드의 뿔을 어찌어찌 얻은 사악한 역도들의 짓이다.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기가 미안해 거들어준 주민들에게 죄가 있는지 감시자는 알지 못했다. 그는 다만, 건물이 타오르는 것도 포니가 매달리는 것도 지켜보기만 하였다.
      한차례 떠들썩하더니 긴 줄이 흐트러진다. 먼지는 위로 번지고 어린 포니 하나가 다른 포니의 배 아래로 기어 줄을 벗어났다. 흰 갈기가 뒤로 퍼지며 달리다가 넘어지고 뒤를 보다가 넘어지고. 암망아지는 무른 발굽에 흙이 끼이도록 달렸으나 달아나지 못했다, 도망가다 말고 허공에 떠 곧바로 교수대 위로 오른다. 총독의 마법이었다. 유니콘이 마법을 발할 때 생긴 희미한 불빛이 목소리와 같이 튄다. “저 범법자를 즉시 처형하라.” 복면을 뒤집어 쓴 처형수는 머뭇거리었다. 다른 포니들뿐만 아니라 특히 어린 아이에게 그는 너무, 미안했다. 수말이 발굽으로 바닥만 긁으며 버벅거리자 무표정한 유니콘이 다시 말한다. “안타깝지만 형률로 정해진 일이다.” 어깨를 힘없이 내린 처형수는 꼼짝도 하지 못하는 망아지를 안아들었다. 희어서 예쁜 갈기가 때 묻어 탁해진다. 오들오들 떠는 아이를 안은 채, 한참의 시간이 흘러도 처형수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핑계를 댔다. “총독님. 하지만, 키가 너무 작은걸요.”
      대답이 들리지 않고 의자가 그의 앞에 오른다, 처형수는 한숨을 쉬었다.
      한숨이란 것은 감시자가 아는 말이다. 느낄 수도 있다. 헌데 내지는 못한다. 가까우나 동시에 멀어 아득한 말이 강화군마(强化軍馬)의 가슴팍을 콕콕 찌른다. 강철 같은 가슴은 그래도 아프지 않았다.

     


      밤이 늦어 빗물에 달빛 묻은 검은 구름이 씻겨서 내린다. 비가 교수대를 적셔 죽음을 닦았고 함께 닥친 바람결이 늘어진 밧줄을 흔든다. 끝에 기묘한 것이 달린 줄은 무겁고 느릿하게 움직였다. 마음 한쪽에 켕기는 구석이 있어 교외로 다시 걸음한 어스 포니는 밧줄의 느긋한 움직임을 보고 놀라, 들고 온 꽃다발을 떨어뜨렸다. “초, 총독님!” 어느 패역한 작자가 몰래 숨어들어 총독을 목매달았다. 자칫하면 또다시 오늘 낮에 있은 일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갈기가 눌리고 땀이 찬 수말은 도망치듯 뛰며 알렸다.

     


      나룻배는 자그마해서 흐린 날 하늘을 가릴 것이 없다, 점잖게 앉아 그의 몸을 빗방울이 마음껏 두들기도록 그는 내버려두었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추위는 감히 감시자의 몸에 스미지 못했다. “갑자기 비는 왜 내려야지고.” 노 젓는 사공만 으슬으슬 떨며 재채기를 한다.
      총통 트와일라잇 스파클께. 점령지 갤로스의 소요사태에 대하여. 보고 올릴 내용을 생각하던 그는 목을 빳빳하게 힘주어 고정했다. 돌풍이 세어서 고개가 돌아간다, 심상치 않은 바람이 소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이물을 두들긴다. “조심하쇼. 물귀신 되면 승천도 못하오.” 비가 시끄럽게 굴어 사공은 그가 말을 제대로 했는지 알지 못했으나 감시자가 듣기에 그의 발음은 정확했다. 뱃전 밖으로 고개를 내민 감시자는 그의 말을 알 수 있었다. 물은 깊고 깊어 끝이 없었다. 수백 번을 감은 밧줄을 모조리 풀어내려도 닿지 못할 것 같은 해저에서 통곡이 올라온다. 그는 비바람 몰아치는 바닷속이 교수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빠져죽은 포니 많을 바다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머물 곳을 찾지 못해 헤매어 돌았다. “넋 없군.” 간만에 중얼거렸다.
      어둠을 닮아 시커먼 포니에게 넋이 있을지 없을지 사공은 알지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궁금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물으면 대답이 오겠으나 그냥 묻기가 꺼려진다. “좀 심한데.” 사공의 뇌까림에 승객은 동의했다. 그는 비록 평소의 날씨를 알지 못했지만 이날 특히 심하단 것은 알 수 있었다.
     바람은 점차로 세다, 먼젓번이 힘겨웠다면 다음번은 고단하다. 바람 불어 뺨 때리고 파도 넘쳐 발을 적셔 배는 사정없이 흔들렸다. 사나운 바다가 두려워 하마터면 노를 놓칠 뻔한 사공은 노를 단단히 잡고 몇 발자국 건너에 앉은 포니에게 주의를 주었다. “정말로 조심하쇼.” 돌아가지 않는 노를 간신히 저어 뱃머리를 돌린다. 넘실대는 파도를 배가 머리를 조아려 공손히 받으면 바닷물이 들어 수말들의 갈기를 적셨다.
      사공은 발굽에 침을 뱉었다. 물살이 옆구리를 들이받아 배를 뒤집는 일만은 피해야 했다. 기원이 누구에게 닿는지는 몰라도 그는 우선 빌면서 노를 저었다. “총통님 말씀대로구나. 신 같은 건 없나.” 노 부러지는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난 포니에게 한숨이 건네졌다. “노를 잃었소.” 나무가 토막 나는 소리는 목뼈 부러지는 소리와 비슷하긴 했으나 감시자가 듣기에 둘은 엄연히 달랐다. 그는 안도했다.
     뱃일을 아는 말이 듣기에 두 소리는 다르지 않았다. 두 소리 모두 포니가 죽는 소리다. “우린 죽었소.” 말하기가 무섭게 배가 뒤집혔다.
      물 위로 달랑 뜬 목에 짧은 갈기가 물 머금어 달라붙는다. 폐부를 채우는 바닷물을 감시자는 굳이 뱉지 않았다. 육지는 어디에 있나, 헤엄쳐서 갈 수 있나. 붉은 눈이 팔방을 노려봐도 물 빼고는 걸리는 것이 없다.
      파도가 몸을 때리니 애써 잡은 균형이 흔들린다. 발 디딜 곳이 없어 그는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도 이런 한심한 꼴인데 뱃사공은 상태가 더 심각할 것이다. 수면 위로 보이지 않으니 물 아래에 있다는 것인데. 검은 것이 물을 가르고 안쪽으로 들어가서, 물 위에는 이제 포니가 없다.
      물 아래에도 포니는 여전히 없었다. 소음이야 여전히 들리지만 바다는 텅 비어 물고기밖에 없다. 이 포니가 어디로 갔나. 감시자는 알지 못하여 그대로 다시 수면으로 올라갔다. 자맥질할 힘은 네 다리에 꽉 들어차 있다, 방향을 몰라 그는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 못했다. 그가 보는 방향이 틀어졌는지 가늠할 밧줄 하나만 달랑 떠 있다. ‘밧줄.’ 그가 즉시 밧줄을 잡는다. 끝에 무거운 것이 걸리자 밧줄은 금세 당겨졌는데, 당기는 힘이 물살보다 약해 속도가 느렸다. 느린 속도가 거슬려서 힘센 포니는 밧줄을 감으며 나아갔다.
      밧줄을 따라 뱃전에 올라 물을 뱉는다. 검은 포니의 입에서 바닷물이 지금 내리고 있는 빗물마냥 쏟아진다. 바닥에 고인 물을 낯선 발굽이 밟자 물방울이 튀었다. 엎드려 눈에 물이 들어가도 감시자는 화내지 않았다. “괜찮은가?” 그는 눈만 올려 늙은 포니에게 답했으나 늙은이는 듣지 못한 듯 그에게 다가오며 재차 물었다. “비가 심한데. 괜……” 아무렇게나 널린 그물에 발이 걸려 늙은 어스 포니는 몸을 휘청거렸다, 더욱 미끄러져 뱃전 밖으로 나가떨어진다.
      “고, 고마우이.” 엎드려 물을 뱉는 포니는 이제 없다. 감시자는 빗물 떨어지는 것보다 빠르게 가 넘어가는 포니의 다리를 잡았다. 어부는 나이치고는 덩치가 제법 되었지만 감시자는 한 발로 쉬이 그를 당겨 끌었다.
      바다를 아무리 살펴도 다른 포니는 보이지 않는다, 감시자는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일행이 있는가? 것 참 안되고 미안하군.” 허리를 곧게 하는 것이 어려운 포니는 누워서 몸을 떨었다.

     


      남색. 자색. 남색. 자색. 남색. 두 색이 반복되는 식탁보를 말린 과일이 올려진 그릇이 가린다. “드시게.” 노주인은 입으로 푸근하게 웃었다, 융숭하진 않더라도 맛난 밤참이다.
      사과 말린 것을 앞에 두고 감시자는 한참을 가만히 있어 늙은 포니는 조바심이 났다. “어디 아픈가, 아니면 입에 안 맞는가?” 그런 것이 아니어서 감시자는 눈만 빠르게 깜박였다. 그는 이런 것을 먹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열흘을 굶어도 주리지 않는데 남의 양식을 빼앗아서 무엇 하나. 그래도 그는 과일 조각을 집어 들었다. 먹은 지가 한참인 혀는 음식물을 낯설어했다.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쩝쩝대는 모습을 천장에 붙은 등불이 약하게 비춘다. “어쩌다 이런 날에. 아니, 급한 일이라도 있나보구먼.” 방 하나로 된 집의 식탁 바깥은 초를 켜지 않아 어둡다. 노마(老馬)의 얼굴은 자신의 일로 어두웠다. “때마침 다행이지. 모자란 아들놈 때문에 큰 섬에 들어갔더니 그놈 대신에 포니 하나를 살리누나.” 모자란 아들놈이 누구인지, 왜 노쇠한 몸을 끌고 갤로스까지 갔는지 감시자는 묻지 않았다. 작은 섬이 말 푸는 소리와 턱 움직이는 소리로 가득하다.
      우물거리던 그의 눈은 은마(恩馬) 뒤의 창을 통해 밖까지 나갔다. 집이 벼랑 위에 지어졌는지 뒤편으로 바로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말뚝을 박고 줄을 달아 매어둔 배가 해변을 핥는 파도에 움찔거리면 뱃전에 걸쳐진 그물까지 홀딱 젖었다, 그는 그것이 의문이었다. “노옹(老翁). 저 그물은 무엇입니까?” 이 포니는 고기라도 먹나. 뜬금없이 트와일라잇이 직접 썼다며 보여주었던 소설이 생각난다. 외진 오두막에 혼자 살며 육식하는 포니의 이야기. 이렇게 비 오는 날, 여행객을 유인하여 재운 뒤 살해하여 잡아먹는. “배를 타고 서쪽으로 얼마를 가면 히쉬히쉬족이라는 어스 포니 부족이 있다오. 곰을 기르는 부족이지. 난 그들에게 물고기를 주고 이것저것을 얻어온다네만.” 애초에 기대하지 않아서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자네가 먹고 있는 사과도 그들에게 받은 거야.” 사과 조각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모습을 감춘다. 그것을 보던 어부는 한숨을 내쉬었다. “헌데, 요즘은 기력이 조금 달려서 그런지 잡이가 예전 같지 않네그려.” 그물에 쌓인 물때가 비를 맞아 짙어졌다.
      늙은이 중얼거리는 혼잣말도 그는 놓치지 않았다. “늙은이 하나라도 배부르라고 하늘은 손녀딸을 데려가셨나.”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어 늘어진 늙은이는 의자를 뒤로 기울였다. 주름으로 쭈글쭈글한 얼굴이 불빛 밖으로 나가 그는 목까지만 밝게 보인다. “아들놈이 드디어 살만 하다며 데려갔는데.” 고개가 뒤로 부러지듯 꺾여 창밖을 보다가 다시 돌아온다. 빗소리만이 시끄럽고 사위가 조용하다. 이런 침묵을 감시자는 좋아하기도 하고 할 말도 없어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먹을 것이 없고 말할 것도 없어 입이 심심하지만 그것은 익숙한 일이다.
      눈 둘 곳을 찾다가 바깥으로 샌다. 불을 담은 눈이 비를 노려본다. “꽤 거센 소나기야.” 절도 있게 고개를 한 번 끄덕임으로 그는 답했다. 두 수말은 서로를 보았다. 하나는 웃고 하나는 무덤덤하다. “자고 가겠나?” 물살도 바람도 빗물도 거리낄 것이 아니니 밤을 저어 바다를 건널 수 있다. 중대한 일이니 어서 보고해야 한다. 상황과 맞지 않게 문득 작게 들리는 쥐 소리에 그는 아래를 보았다. 그의 예상대로 쥐가 지난다.
      그것이 고개 끄덕인 것으로 보였는지 그의 예상과 다르게 늙은 포니는 기뻐했다. “묵고 가겠나. 잘됐어. 사실, 자네가 내 아들놈을 닮아서 하는 말일세.” 일반적인 포니와는 다른 그에게 자는 시간은 아깝기만 하다. 아마 작은 섬과 큰 섬의 거리는 크게 멀지 않을 것이다. 기껏 해야 수십 분 정도의 차이일 텐데 그러면 그가 육지까지 헤엄쳐 닿는 데에 얼마나 걸리나. 감시자는 그것을 가늠하다가 노주인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
      가벼운 입바람에도 다 녹아 짧은 초의 불은 버티질 못한다. 주인은 침대에서 객은 바닥에서, 배를 바닥에 붙이고 누워 소나기가 지나가기를 바랐다.

     


      소나기는 뱀처럼 긴 것이어서 지나가려면 한참이 필요하다. 그의 생각은 실없었다. 달이 물러나도 먹구름은 남아 여전히 추적추적 비를 뿌리는 새벽이었다. 비구름이 사라질 때까지, 그는 빗물이 돌을 두드리는 소리와 종종 울리는 천둥소리를 감상하기로 하였다. 그 소리들은 크게 나쁘지 않아 서로 어울린다.
      빗물 사이사이로 유별한 소리가 들린다, 궁금하여 귀를 기울인다. 푹 찍어 들어가는 소리와 긁는 소리, 흩뿌리는 소리가 어울리지 않아 시끄럽다. 기척 드물고 작은 섬을 달가워하며 찾아올 이는 육식 포니 말곤 없을 텐데. 그는 벌떡 일어났다. 침대에는 아무도 없고 베개가 식어 있다.
      미세하게 들리던 소리는 실낱같은 문틈으로 꾸역꾸역 밀려들어왔다, 포니가 벼랑 끄트머리에서 땅을 파며 내는 신음이다. 지척에 두꺼운 천을 두고 억센 비를 그대로 맞으며 포니는 흙을 퍼내느라 열심인데, 옆에 쌓인 흙들을 보면 수고가 가늠되었다. 충분히 파내었는지 늙은 포니는 구덩이에서 나와 옆의 천을 거두었다. 천은 별것 아니고 그 아래에 덮여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군데군데 흙먼지가 묻어 탁한 갈기가 비에 씻겨 눈 마냥 하얘진다, 희어서 귀여운 망아지는 천 아래에서 비를 피해 누워 있었다. 늙은이는 한참을 가만히 있다 낭떠러지로 가 천을 바다에 버렸다. 너풀너풀 뜨던 것이 눈물처럼 쏟아지는 비를 머금어 추락한다.
      할아비가 손녀딸을 구덩이에 밀어서 넣고, 파냈던 흙을 다시 덮고, 그 위를 밟아 땅을 다질 때까지 감시자는 그저 보고만 있었다. 그는 조금 어지러웠다. 저 망아지는 그가 본 적이 있는 망아지이다. 역도로 지목되어 처형당한 이의 시신이 왜 여기에 있나. 그것은 알아 마땅한 사항이다.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문이 크게 열리니 빗물이 집안에 든다. 나무 바닥이 적셔져 썩어드는 것이 그는 아무래도 괜찮았다.
      당황한 기색은 비에 씻기지 않았다. “자네?” 낡은 눈은 안쓰럽고 탁한 색이다. 묘비도 없는 무덤을 잠시 쳐다본 감시자는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역도의 시신은 뭇포니에게 보여 일벌백계하는 것이 나라의 옳은 법입니다만.” 그가 내밀어 전진하는 만큼 노마는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한다. 잘 보이지 않게 끌듯 뒤로 가 돌 튀는 소리가 빗소리보다 크다. “나, 난. 그냥, 자네 자는 새에 나가보니 물에 떠밀리어 와서…….” 그저 걷는 소리만 난다. “정말일세.” 늙은이의 눈에 그렁그렁한 것이 맺힌다. 감시자의 눈에도 비슷한 것이 고인다, 빗물이 눈에 떨어져 그는 왼눈을 깜박거렸다.
      구차하여 애달프다. “정말일세.” 말을 남기고 늙은 말은 더 없다. 있던 것이라곤 비명으로 절벽을 긁으며 떨어졌고 있는 것이라곤 벼랑 끝뿐이다.
      곱게 다진 땅 위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눈도 깜빡인다. 그뿐이다.

     


      멀리로 보이는 쪽배를 뒤지니 그물과 밧줄이 우중충한 날씨에 절어 있다. 먹구름을 닮은 포니는 그물은 고이 두고 밧줄만 어깨에 걸치고 배 매던 말뚝을 뽑아 벼랑 끝으로 갔다. 절벽 아래가 까마득하진 않아도 튀어나온 바위가 많아 간담이 서늘하다. 그는 먼 바다를 보았다. 간담이 있던가.
      벼랑의 끝의 끝에 말뚝이 단단히도 박힌다. 암석의 틈을 파고들어 뽑아도 빠지지 아니할 듯하다. 올가미처럼 묶어 지은 매듭도 지극히 단단하다, 당기어도 쉬이 풀리지 아니한다. 단단한 말뚝에 단단한 밧줄을 걸어 단단히 묶은 그는 천천히 밧줄을 잡고 뒷발로 돌 틈을 디디며 절벽을 조심히 내려갔다.
      밧줄 끝이 매듭 지어 동그랗다. 포니 머리 하나를 넣으면 딱 알맞다. “물귀신.” 늙은이의 넋이 바위에 걸렸는지 파도에 쓸렸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감시자의 머리가 밧줄을 스치고 목에는 축축한 삼줄이 짧은 갈기 눌어붙은 위에 착 달라붙는다. 뒷발이 돌 틈을 박차 멀어지면 숨길을 닫은 채 목매달려 대롱거린다. 절벽과 말뚝에 목을 맨 포니의 껌벅거리는 두 눈이 아련하게 붉다.
      해는 뜨자마자 목매단 이와 마주해 기겁했다. 산뜻한 햇살이 바람과 함께 퍼져 먹구름을 몰아낸다. 다 몰아내기도 전에 낡은 밧줄이 끊어져 감시자가 떨어진다, 바위에 부딪치고 암초를 들이받았다.
      “법.” 왼편의 늑골이 박살난 그는 아릿한 통증에 눈을 여러 번 깜박거렸다. 눈물이 몇 방울 새어나오면 얼마 있는 고통이 섞여 나온다. 뿜어져서 바다로 갔는데, 바다는 주인에게 끔찍한 감을 돌려주려 했지만 주인 되는 포니는 이미 멀리까지 헤엄쳐 떠나서 주지 못했다.

     

     

     

     

     

     

     

     

     

     

     

     

     

     

     

     

    공을 많이 들였어요. 씨리즈의 시작인 갈라짐보다 더 많이 들인 듯. 초반부와 후반부가 많이 막혔습니다. 그렇게 잘 풀리지는 않았네요 결국.

    플롯은 금세 짰습니다. 며칠 동안 학교에서 곰곰이 생각해서 그런지 그런대로 나오더군요. 또, 장면도 얼마 없구요. 대신에 쓰는 것에 시간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게 구천 자(15KB)가 조금 못 되는데 단순 쓰는 데에만 여섯 시간이 넘게 들었으며 퇴고한 두 시간을 합치면 여덟 시간 정도 되겠네요. 이는 만천 자(19KB)와 만 자(17KB) 정도의 다른 두 단편과 비교하면 세 배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몇 달 전부터 계획한 인물인 감시자가 포니로 탈바꿈한 후의 데뷔인지라 애썼어요. 무감각한 설정의 감시자 대신에 비와 바다로는 감정이 어느 만큼 나오는 것 같은데 초반 숲의 묘사가 생각과 다르고 늙은 말이 큰 활약을 못한 게 아쉽습니다.

    인물이 평면적이지 않다는 것에 의의를 두긴 하는데 그것이 주연 한정이라 좀 찜찜하네요.

    불가필의 꼬릿말입니다
    一福一毒
    팬픽션.
    監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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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23 14:37:56  115.41.***.28  RD.  318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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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2/12/23 16:02:54  211.234.***.31  투트나  28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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