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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20447
    작성자 : 불가필
    추천 : 2
    조회수 : 287
    IP : 115.140.***.3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2/12/17 00:21:06
    http://todayhumor.com/?pony_20447 모바일
    [팬픽] 파수꾼

    모 희곡이랑 관련 없습니다.

    말미에 욕설이 한두 단어 나옵니다.

     

     

     

     

     

     

     

     

     

     

     몇 포니는 군주의 도읍 캔틀롯을 난공불락의 요새라 칭한다. 그것은 산과 언덕에서 솟아나듯 건설됨에서 비롯된 험준한 형세와, 그들의 영원불멸의 영도자가 지닌 강대한 마법의 덕만은 아니다. 병장기를 들고 마법이란 망루에 올라 해 지는 쪽을 감시하여 왕도(王都)를 파수하는 위병들이 있어 캔틀롯은 늘 안전했다.
      “우리의 갑옷은 우리의 몸을 지키는 것이 아니요 그렇다고 공주님을 지키는 것 역시 아니다. 나와 너희의 갑옷과 창과 방패가 모두 나라를 지켜 우리의 친지와 가족까지 지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늘 경계하는 마음을 일깨워 멀리 살피고 가까이 지켜야 한다. 알겠는가!”
      샤이닝 아머는 좌우로 오가며 사열한 서근위병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폈다. 근위대장의 근엄한 말이 성벽에 올라 그를 따라다닌다. “모르겠는데요.” 그의 눈썹이 움찔거린다. 그는 천천히 걸어 가장 앞 열의 괘씸한, 얼굴이 까무잡잡한 어스 포니에게 가 얼굴을 바짝 대었다. “방위대 서본부 4조 서탑파수병 클레임. 말이 지난(至難)하여 이해에 장애가 있는가?” 클레임은 그의 입김이 코에 닿자 고개를 뒤로 물렸다.
      “대장님. 정말 우리가 캔틀롯을 지킵니까?” 샤이닝 아머는 즉답했다. “물론이다.” 금방의 말은 쉬웠으나 클레임은 여전히 고개나 까닥이며 건들건들하게 말했다. “어, 대장님. 솔직히 우리가 없어도 캔틀롯은 잘만 굴러가지 않습니까? 허구한 날 허공이나 노려보고 창질해대서 뭘 합니까?” “자세히 말해보게.”
      클레임은 노려보는 눈을 피해 시선을 깔았다. 그는 애먼 땅만 가볍게 차고 긁었다. “마법만 있으면 다 되지 않습니까. 보호막도 치고 누가 쳐들어오면 공격마법도 쓰고. 사실, 전에 디스코든가 뭔가 하는 것도 마법으로 잡았고 그 체인질링들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마법사들이나 성벽에 세워두면 될 텐데요. 아니 애초에 이제 싸울 적이 남기는 했습니까.” 샤이닝 아머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렇게 방심하는 중에 외침이 있다면…….” “아뇨, 대장님! 만약 어느 정신 나간 놈들이 온다고 해도 마법으로 다 쓸어버릴 수 있지 않습니까? 바위만한 불덩이에 물바다에. 들어다 내칠 수도 있고.” 상관의 말허리를 자른 클레임은 감히 대장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너는.” 그는 말을 끊었다. 엄한 상관의 얼굴은 이날따라 무시무시하기까지 했다. 샤이닝 아머는 무거운 기합을 주려다가 그만두었다. 가장 오래 근무한 병사의 지위를 고려해서도 아니고 그가 지나치게 선량해서도 아니다. “조만간 알 날이 있을 것이다.” 근위대장은 모인 근위병들을 해산시켜 각자의 근무지로 귀환케 하고 그도 그가 필요한 것으로 걸어 사라졌다.

     


      성벽으로 오가는 문이 있고 밖으로 난 창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공간이 막혀 있어 위를 보아도 하늘이 보이지 않는 성탑은 막막하고 답답하다. 수말은 허리를 뒤로 꺾어 바깥 대신 천장을 살폈다. 늘 그렇듯 아무 일도 없었다. 바깥 역시 마찬가지이다. 창틀에 달린 하나 있는 망원경으로 어딜 보아도 이상이 없어 평화롭다. 산과 들을 백일 동안 감시해도 아무 일이 없었다.
      클레임은 근무가 지루하여 동료에게 공연히 말을 걸었다. “야. 너도 그러지 않냐?” 그의 충실한 동료 오베이는 비록 의자에 걸터앉아 창을 가볍게 쥐는, 늘 취하는 경계태세를 풀지는 않았지만 고개를 돌려 그를 봄으로 응답했다.
      “아니, 솔직히 진짜.” 별다른 말은 없고 그저 투정이다. 오베이는 다시 고개를 복구시켜 완전한 경계태세의 모범을 보였다. 클레임은 모범을 따를 생각이 없는지 따르는 흉내도 내지 않았다. 그는 벽에다 대고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넌 뭐가 무서워서 맨날 그러냐? 대충 퍼질러 있다가 조장이나 대장 순시 뜰 때나 그럼 되지.” 가는 말은 한없어도 오는 말은 없다. “생각 좀 해 봐라. 우리 같은 거 백만이 덤벼서 용을 잡겠냐? 쥐나 잡지.” 묵묵부답. 그는 잇따른 침묵에 곧 질려버렸다. “넌 피곤하게 그러고 살아라.” 오베이는 그렇게 살았다.

     


      해가 지어도 성벽도 성탑도 무료하기는 낮과 다름이 없다. 다름이 있다면 경계하는 포니가 교체된다는 것이다.
      클레임은 퇴근할 때가 왔음을 알았다. 심심할 때마다 돌리며 살짝 치는 망원경을 통하지 않아도 해가 어느 정도 떨어졌는지는 눈에 훤하다. 오늘도 지루한 억겁의 시간을 무사히 보냈으니 이제 수고는 그만하고 쉴 시간이다. 그는 생기 도는 눈으로 한쪽 벽에 걸린 시계를 살폈다. 시침이 퇴근할 시각을 가리켰다. “난 먼저 간다, 친구.” 그는 벽에 세워둔 창을 집어 들고 성탑을 나가려 했다. 사실 반쯤 나갔다. 하지만 그는 곧 다시 들어왔다. 창이 거칠게 바닥을 뒹군다. “아, 오늘 야근이잖아!” 그는 짜증을 내며 벽을 찼다.
      오베이는 옆에서 그가 무얼 하든 눈만 끔벅이며 가만히 있었다. 클레임은 그가 대체 뭘 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멍하니 있는 것인가, 아니면 뭐라도 생각하는 것인가. “야. 뭐하냐?”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동료는 금세 답했다. “근무한다. 경비한다.” “아, 네. 그러세요.” 그는 눈알을 돌리며 무료해했다.
      그는 무료한 파트너가 좋지는 않았다. 묵묵하고 뚝심 있어 같이 지내기에 나쁜 친구는 아니지만, 너무 심심한 포니다. “넌 안 가냐?” 포니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나 역시도 야간근무 당번이다.” 오베이는 말을 할 때만 그를 보다가 말이 끝나자 다시 산과 들을 넘어 허공을 감시했다.
      클레임은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는 쉬어서 감을 보충하기로 했다. “좀 잔다. 열심히 해.” 오베이는 눈썹 하나 안 움직였다.

     


      어려 작은 클레임은 폴짝 뛰었다. 밟는 풀이 싱그럽다. 무언가가 날아가는 게 신기해 그는 무엇에게 총총걸음으로 갔다. 그것은 불씨였다. “넌 불씨니?” “난 불씨야.” 불씨는 바람에 쓸리면서 누워 쉬었다. 그는 땅에 엎드려 말을 물었다. “어딜 그리 바쁘게 가니?” 불씨가 집을 가리킨다. “저 집에 간단다.” 클레임이 고개를 기울인다. “저긴 우리 집인데?” “그럼 너네 집에 간단다. 불씨가 문득 벌떡 일어나 달린다. 불길한 기분에 그도 따라 달린다. 불씨가 한 걸음을 가자 클레임의 집에 닿았다. 불을 만나 집은 활활 탄다.
      클레임은 머리가 아파 터졌다. “클레임! 거기서 뭐하니?” 아빠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머리가 다시 돋아난다. 그는 부모님을 보고 들었다. 그의 부모는 집 따라 활활 잘도 타고 있다. 그는 말했다. “뭐하세요?” 부모도 말한다. “타고 있단다.” 네 동생도 여기 있어. 그들은 암망아지를 사이에 두고 부둥켜안았다. 불꽃이 그들을 보듬는다.
      그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불에게 가 호통했다. “야! 가!” 불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클레임은 불을 끄려고 별 노력을 다 쏟았다. 흙을 뿌리기도 하고 입으로 바람을 불기도 하고 침까지 뱉었으나 불길은 계속 집을 태웠다.
      클레임이 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한다. 그는 앞발에 힘을 주었다. “야! 너 나랑 팔씨름하자. 싸워서 내가 이기면 그만 타고 꺼져라.” 불은 깔깔 웃으며 좋다고 했다. 그것은 하반신으로는 계속 집을 태우면서 몸통만 내밀어 팔을 내밀었다. 앞발과 팔이 만난다.
      “준비. 시작. 끝!” 승부는 너무나 허무했다. 시작하기도 전에 클레임의 발굽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시작하자 넘겨져 끝났다. 불길은 일없다는 듯 그에게는 조금의 신경도 할애하지 않고 집을 신이 나게 태웠다. 신이 나 집 안에서 엄마도 아빠도 동생도 발이 바닥에 닿지 않도록 춤을 춘다. “잘 있으렴, 아들아. 네가 뭘 해도 안 되는구나.” 아버지는 함빡 웃었다. 기둥이 다 타 지붕이 무너진다. 지붕까지 타들어가니 아무것도 남지 않고 오직 재만 남았다.
      재만 남아도 불은 활활 탄다. 재가 눈에 들어가 따끔해서 클레임은 엉엉 울었다. 눈물이 땅을 적신다.
      땅은 곧 적셔졌다. 난데없이 뿌려진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땅도 불도 재도 덮어서 어느 것도 남지 않았다. “호호호, 꼬마야. 뭘 하고 있니?” 다 자란 유니콘이 어느 틈에 와 재를 쓸어다 흩어뜨리고 클레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집이 탔어요.” 유니콘은 계속 머리를 쓰다듬다가 머리를 뽑아서 등에다 지고 날아갔다. 몸은 쓰러져 재가 되고 머리만 눈을 끔벅인다.

     


      클레임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식은땀이 흘러 목 쪽의 털들이 흠뻑 젖었다. “아오.” 이제 화도 안 나고 짜증만 난다. 찝찝한 꿈자리다. 그는 놀랐는데 꿈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의 동료가 ‘자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조는 것도 아니다, 오베이는 바닥에 쓰러져 네 다리를 죽 뻗고 있었다. “야이야이야. 살다 보니까 이런 것도 보네.” 클레임은 그것이 진정으로 신기했다. 짬도 안 되는 게. 그는 창을 거꾸로 들어 뭉툭한 부분으로 동료를 건들었다.
      “야. 자냐?” 머리맡에 창을 벤 오베이는 반응이 없었다. 일어나서 미동 없던 전사는 누워도 미동이 없었다. 아니, 누워서 미동이 없었다. 클레임은 불길한 생각이 일어 창을 내던지고 황급히 무릎을 꿇어 동료를 흔들었다. “야, 일어나 봐. 일어나라고!” 미친 듯 흔들어대니 누운 이의 고개가 반대편으로 돌아간다. 그래도 일어나진 않았다. 그는 동료의 목에 발굽을 가져다 대어 더듬었다. 맥박이 뛰질 않는다.
      그는 뒤통수가 서늘했다. 벗어둔 투구도 갖춰 쓰고 창도 힘껏 쥐고 문도 없이 뚫린 곳으로 나가 성탑에서 나갔다. 나가니 성벽이다. 성곽의 벽은 보초 서는 이 하나 없이 조용하다. 아니, 하나 있다. “샤이닝 아머 대장님!” 대장은 어느새 닥쳐온 밤하늘만 보고 있었다.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힘껏 뛰어 그는 숨쉬기가 고달팠다. “긴급 상황입니다.” 놀라 다리에 힘이 풀리려는 병사를, 대장은 보지도 않았다. “무엇이 긴급이더냐?” 클레임은 그의 아득히 높은 상관이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다. 평소에도 그러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특히 더하다.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방위대 서본부 4조 서탑파수병 클레임입니다. 같은 소속의 병사 오베이가 근무 중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성벽에 너랑 나 빼고 아무도 없습니다. 클레임은 그것은 따로 말하지 않고 대신 고개를 돌려 성벽 위를 살폈다. 샤이닝 아머는 이상하게 덤덤했다.
      “아, 그런가? 그것보다 긴급한 일이 하나 있네만.” 클레임은 이해가 전혀 되지 않았다. 대체 무엇이 급습보다 긴급하기에 밤하늘만 보고 있나. “무엇입니까?” 근위대장은 드디어 눈길을 내려 근위병에게 주었다. 밤에도 미약한 빛을 받아 빛을 발하던 갑옷이 오늘따라 어둡다. 클레임은 샤이닝 아머와 눈을 마주하기가 힘들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힘들다. 그의 눈은 낮고 어두워 두려웠다.
      샤이닝 아머가 한 발 앞으로 나온다. “이거라네.” 그가 갑자기 몸을 뒤튼다. 쓰러져 온몸을 비튼다. “대, 대장님?” 영광스런 갑옷도 휘날리는 훈장도 음울한 검은빛으로 뒤바뀐다. 클레임은 쥔 창에 힘을 더욱 주었다. 힘이 과해 발굽에 금이 간다.
      지극히 미운 생명체는 곧 쏘아지듯 클레임을 덮쳤다. 그는 검고 작은 것을 간신히 피하고는 창을 내뻗었다. 창날은 너무나 허무하게 체인질링의 몸을 관통한다. 구멍이 하나 늘어날 뿐 어떤 상처도 내지 못했다. 완벽한 무소용. 그는 쓸모도 없는 창을 던져버렸다.
      그는 아주 빠르게 달렸다. 달리며 주변을 살핀다. 성벽 위에는 아무도 없다. 돌바닥에 뒹구는 횃불들만 타들어가며 불씨를 뿌렸다.
      내려가는 계단은 저쪽 성탑 하나 더 넘어서야 있다. 달리던 클레임은 뒤를 돌아봤다. 샤이닝 아머로 변신했던 체인질링은 쫓아오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 생길지, 생겼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는 부지런히 뛰었다. 길은 끝없었다. 더욱 뛰었다.
      그가 아주 조금 걸었던 기대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역시 성탑에는 아무도 없었다. 누가 앉기는 했는지 의심되는 의자만 고요하게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는 성탑을 지나쳐 폭이 좁은 계단을 타고 구르듯 내려갔다. 거의 다 내려왔을 때 그는 실수로 계단에서 구르고 말았다. 클레임은 금세 일어나 찌그러진 투구를 버리려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다시 썼다. 조금 안 맞는 것 같기야 하지만 그래도 든든하다.
      ‘대체 무슨 일인지.’ 체인질링들의 습격임은 맞으리라.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조용했다. 아무 비명도 없고 함성도 없다. 웃음도 욺도 없는 싸움을 그는 알지 못했다. 몇 시간 자는 새에 캔틀롯 전역은 불이 꺼져 있다. 그는 도시 외곽에서 헤매다가 유일하게 불이 켜진 곳을 찾아 갔다. 근위대 중에서도 성곽의 경비를 감당하는 방위대의 서본부이다.
      문은 부서지고 뜯겨 잔디밭 위에서 잔해를 흘린다. 칼날이 파고들듯 섬뜩한 느낌에 그는 발소리를 죽이고 현관에 들었다. ‘오, 이럴 수가.’ 노란 갑옷을 입은 포니들이 피를 흘리고 있다. 몇은 벽에 기대어 쓰러졌고 몇은 바닥에 쓰러졌다. 그들의 자세도 각각이었지만 그들은 모두 같았다. 피를 흘리고 숨을 쉬지 않고, 또 클레임의 동료들이라는 것이 다르지 않았다.
      클레임은 심장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뇌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그는 몸을 옥죄는 공포를 간신히 무찌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본부 건물로 들어갈수록 시체는 점점 많아졌다. 벽 너머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모퉁이만 돌면 상황을 확인할 수 있으나 클레임은 용기가 좀체 나오지 않았다.
      “보고는, 없었는데.” 무거운 것이 쓰러지며 육중한 소리를 낸다. 그는 눈에 담지 않고선 버틸 수가 없어 고개를 슬쩍 내밀었다. 눈이 하늘마냥 크게 떠진다.
      샤이닝 아머, 영원토록 엄중하고 강인할 줄 알았던 그의 대장은 등에 작은 칼을 잔뜩 꽂고 쓰러졌다. 새는 피가 바닥에 고여 호수를 이루고 체인질링들은 그 위에서 춤을 추며 놀았다. 그들은 노느라 클레임을 보지 못했다. 그랬다. 그는 머리를 슬그머니 치웠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도록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온몸이 덜덜 떨리고 턱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가 정신 사납게 부딪쳐 딱딱거리는 소리가 행여나 들릴까 싶어 그는 눈을 굴려 눈치를 살폈다.
      이대로, 가면 된다. 몰래 빠져나가 상부에 보고하면 된다. 체인질링의 야습에 서본부가 궤멸당하고 근위대장 샤이닝 아머가 전사했습니다. 대장이 없는데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나. 공주에게 보고해야 하나. 그러면 뿔이 긴 공주가 마법을 쓰면. 강렬한 빛이 한 번 번쩍이기만 하면 체인질링이 쓸려나갈 것이다. 결국 다를 바가 없다. 산 그도 죽은 그들도 마법의 몸종이었다.
      나무로 된 바닥에서 클레임은 미끄러졌다. 피에 미끄러졌는지 아니면 긴장해 흐른 땀에 미끄러졌는지 아니면 단순하게 발이 꼬였는지는 알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넘어졌다는 것은 안다. 그는 그의 발을 욕하지 않았다. 그럴 시간도 없다. 바로 뛴다.
      나가는 문까지의 거리가 망원경으로 봐야 보일 듯이 멀다. 그는 힘껏 뛰면서도 뒤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전의 체인질링처럼 쫓아오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이번의 그 역겨운 것들은 그를 쫓았다. “익.” 그는 비명이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고개를 돌린 채 뛰니 목이 아프다. 그래도 언제 체인질링이 등에 칼을 꽂을지 몰라 그는 앞을 보지 못했다. 체인질링들과 마주보며, 그는 두려워 달렸다.
      그가 달려간 곳은 문이 아니었나. 클레임은 단단하고 부드러운 것과 부딪쳐 다시 넘어졌다. 그는 눈을 감았다. 이제는 가망이 없다. 그저 넘어진 멍청한 발을 욕할 뿐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도 아무 일이 없었다. 칼날도 없고 끽끽대는 이상한 소리도 없다. 생존자는 의아해 눈을 떴다. 문가 앞을 샤이닝 아머가 가로막아 버티고 있었다. 두 번째 만나는 체인질링이다. 혹시 금방의 그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힘이 풀린 팔을 겨우 다독여, 찌그러진 투구를 빌어먹을 체인질링에게 힘껏 던졌다. 어스 포니의 힘으로 아주 세게 날아간 투구는 얼굴에 명중했다. “이거나 먹어 씹새끼야.” 체인질링의 표정이 굳는다. 이내 괴상해진다. 찡그리고 구긴 얼굴이 괴상하다 못해 괴악하다. 코에서 피가 한 줄기 흘러나온다.
      클레임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망자의 너머로 노란 갑옷을 입은 포니들이 입을 막고 웃고 있었다. 등에 칼이 꽂혔던 포니는 언제 꽂혔냐는 듯 말끔했다. 그는 깔끔하게 말했다. “방위대 서본부 4조 서탑파수병 클레임.” “뭘 보냐, 더러운 새끼.” 웃음이 터져 나오고 박수 치는 소리도 간간히 들린다. 클레임은 야릇한 기분이 들어 슬그머니 일어나 뒤를 보았다. 쫓아오는 체인질링도, 피를 흘리는 동료들도 없었다. 아늑하게 타는 벽난로와 방석 올려진 의자 따위만 있다.
      “어?”
      그가 생각하기에도 얼빠진 말이다. 웃음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숨이 넘어가려는 것도 있다. “방위대 서본부 4조 서탑파수병 클레임.” 클레임은 입을 벌리고 떨리는 발굽을 들었다. “어, 안 죽었어?” “내가 니 부하냐 새꺄?” 근엄한 상관에게 처음으로 폭언을 들은 졸병은 들었던 발굽을 그대로 이마에 붙여 경례했다. “예, 예!” 너무 세게 붙여 이마가 얼얼했지만 아픈지는 몰랐다.
      노해서 눈을 부릅뜨다 못해 터뜨리려 하는 샤이닝 아머의 뒤로 얼핏 보이는 바로, 근위대들은 쓰러져 죽으려 했다. 적의 침입도 아니고 그저 너무 웃어서이다. “다들, 근무지로 복귀하라.” 근위병들은 느릿하게 갈 곳으로 가면서도 웃느라 바빴다.
      “너는.” 샤이닝 아머는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눈치 빠른 병사는 이미 복귀하고 여기 없었다. “이 개…….” 근위대장은 욕을 삼키고 헛기침을 했다. 언제나, 품위 있게. 그는 근위대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늦었더라도 더 늦기 전에 말이다.

     


      수탉이 없어 울음이 들리지 않아도 해는 꿋꿋하게 떠올랐다. 지난밤에 있은 일과는 관련 없다는 듯 클레임은 게으르게 입을 크게 벌려 하품했다. 그는 새어나온 눈물을 닦는 것도 귀찮아 그대로 두고 동료를 힐끔 쳐다보았다. “넌 어떻게 그렇게 있었냐?” 진짜 죽었다가 살아났나. 맥박을 멈추는 포니의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나는 어젯밤에 여기 없었다. 병기창으로 모이라는 명이 하달됐었다. 너 빼고. 그건 마법으로 만든 환상이었을 것이다.” 이제껏 그가 오베이에게 들은 말 중에서 가장 긴 말이다. 그는 이 과묵한 친구의 가장 긴 말이 그를 엿 먹인 것이라는 게 아쉬웠다.
      “하여간 샤이닝 아머 그놈 졸렬해야지고. 아니 그러다 뭔 일 있었으면 어쩌려고, 근무태만이지. 그거 짤리고 차라리 내가 대장 해먹어야 되는데.” 그는 늘 경계태세를 취하는 오베이가 벌떡 일어남을 수상하게 여겨 말을 멈췄다. 잘한 일이었다. “그러십니까, 클레임 대장?” 문간을 들어선 전 대장은 그가 한 말을 다 들은 듯하다.
      “근무 중 이상 무. 오셨습니까, 대장님.” 클레임은 뻔뻔하게 말했다. 샤이닝 아머는 그를 욕한 것을 힐난할 생각은 없는 듯 그 말을 더 꺼내지 않았다. “클레임. 이제 왜 경계하고 긴장해야 하는지 알겠나?” 클레임은 불만에 가득 차 얼굴을 펴지 않았다. “아니요, 대장님.” 샤이닝 아머는 눈을 살짝 감고 말을 하지 않았다. 눈치를 보던 졸병이 말을 계속한다.
      “결국 어제의 일도 다 마법 아닙니까?” 그는 창을 내찌른 것이 무의미했던 게 떠올라 괜히 분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마법은, 아주 강력하니까.” 샤이닝 아머는 감았던 눈을 뜨고 작게 웃었다. “하지만 자네가 미리 경계하며 보고했더라면 마법을 쓸 일도 없었겠지.” 마법에 능통한 근위대장은 오베이를 무시하고 클레임에게 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그리고, 이건 자네도 할 수 있는 일이지.” 샤이닝 아머는 인사도 받지 않고 그대로 뒤돌아 멀어졌다.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클레임은 고개를 흔들었다. 매끄러운 새 투구는 아무렇게나 던져지니 살짝 찌그러졌다. “어휴. 저거저거, 개폼만 더럽게 잡아요.” 그는 투덜거리며 망원경에 눈을 가져다 대었다. 산과 들을 보는 것이 지겨워 하품이 나온다. 그래도 눈을 떼지는 않았다.

     

     

     

     

     

     

     

     

     

     

    만 자를 조금 못 넘깁니다. 캔틀롯을 어떻게 묘사해야 하는지는 큰 숙제였습니다. 저는 하지 않는 것으로 숙제를 해결했죠.

    망원경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니고 그저 깨알같은 소재인데, 신경을 못 쓴 것 같아 아쉽습니다. 퇴고할 때에도 수정은 잘 안 해서 그냥 그대로 뒀습니다. 꿈도 마찬가지고요. 꿈이 문제네요. 여기서 잘 못 푼 것 같습니다.

    전설과 이 소설은 다르지만 둘 다 쓸 때에 재밌었고 봐도 즐겁네요. 원래 주로 쓰던 것이라 그런지 어줍잖은 장편보다 단편 쓰는 것이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불가필의 꼬릿말입니다
    一福一毒
    팬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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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17 00:39:50  115.41.***.28  RD.  318577
    [2] 2012/12/17 00:47:06  119.67.***.134  Sheltermaker  109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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