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결핵 요양소</b></div> <div><br></div> <div>몇 년 전 여름 방학 때, 외국에 사는 친구 A가 있는 곳에 놀러 갔을 때 일이다.</div> <div>이야기가 시작된 계기는 "일본의 유령의 집"이었던 것 같다.</div> <div>A는 제이슨이나 드라큘라 같은 '패닉 호러' 계열을 좋아하는 녀석인데</div> <div>일본의 유령의 집은 조용해서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해서</div> <div>일본에서는 폐허 같은 곳이나 심령 스폿에 가서</div> <div>그런 곳의 분위기를 즐긴다고 내가 말했다.</div> <div><br></div> <div>그럼 심령 스폿에 우리도 가보자며 A의 친구 B의 차를 타고</div> <div>왕복으로 4시간 정도 걸리는 산 속 "요양소"에 갔다.</div> <div>이 땅은 근처에서 목장을 경영하는 B의 친척이 관리하는 곳인데</div> <div>늑대나 코요테가 출몰한다는 이야기를 하길래</div> <div>아니야! 일본의 폐허는 사람도 동물도 없는 적막함 속의 공포가 있다고! 이 바보!</div> <div>라는 생각을 했던 게 기억 난다.</div> <div><br></div> <div>가는 길에 사슴? 같은 그런 것의 사체가 보였고,</div> <div>목적지에 다가가면 갈 수록 잡아먹힌 흔적이 역력한 사체가 늘어갔다.</div> <div>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니, 정말 고요한 것이</div> <div>여기서 요양 생활을 보낼 수 있다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하지만 반쯤 썩은 나무 문에 영어로 "(지명) 정신 병원"이라고 쓰여있었기 때문에</div> <div>·사람 사는 마을과 떨어진 산속에 격리되어 있는 이유</div> <div>·소리에 민감한 환자도 있을 테니 조용한 이유</div> <div>를 알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A는 문 앞에서 "좋지? 이건 미션이야"라며 뒤에서 수제 소음 장치 같은 걸 달았다.</div> <div>총을 꺼내들고 자물쇠를 향해 당겼다.</div> <div><br></div> <div>녹도 슬어 있어서인지 자물쇠는 빙그르 돌아갔고</div> <div>A와 B가 몸으로 부딪히며 문을 열었다.</div> <div>A가 앞장서서 스파이인양 총구를 겨누며 안으로 들어갔다.</div> <div>아직 낮이어서 약간 어두울 뿐 잘 보였는데,</div> <div>입구 홀은 거의 원래 형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div> <div>게시판에 붙인 알림 사항이나 카운터의 종이 컵과 주전자도 그대로 놓여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게시판에서 가장 앞에 붙은 종이 한 장을 읽어보았다.</div> <div>"새 병원으로 이동 알림"이었는데</div> <div>시설이 노화되어서 일부가 무너지고 있으니 이동하겠다고 쓰여 있었고</div> <div>날짜는 1988년 8월 21일자였다.</div> <div>그 다음은 "병동 C의 15호실 환자 ○○씨 사망 소식"이었고 날짜는 1988년 8월 18일.</div> <div><br></div> <div>그리고 5장은 다 사망 소식이었고, 그 다음의 두 장은 "강사 변경 소식",</div> <div>나머지 두 장은 C동에서 2명의 사망자 소식 날짜는 1988년 8월 6일이었다.</div> <div>다 읽다가 깨달았다.</div> <div>여기는 정신 병원인데 이렇게 연달아서 사람이 죽어 나갈리가 없다.</div> <div>바로 카운터에서 놀던 A와 B에게 그 사실을 알렸지만</div> <div>"그거 좋구만! 할 맘도 생기고!"라는 답만 할 뿐이었다.</div> <div><br></div> <div>1층의 병실과 진찰실을 둘러볼 때도 이것저것 많이 남아 있었지만</div> <div>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고</div> <div>찢겨진 인형이나 너덜너덜한 침대는 있었지만</div> <div>먼지 투성이인 게 당시에 있던 환자가 그렇게 한 것 같았다.</div> <div>A는 지하에 내려가는 방법을 찾아다녔지만,</div> <div>계단이 하나 무너져서 통행이 불가능했고</div> <div>다른 하나는 내려갈 순 있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2층으로 향했다.</div> <div><br></div> <div>2층은 놀이방과 도서관이었는지 병실은 없었다.</div> <div>하지만 [C동→]이라는 표식을 발견하고 다들 화살표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div> <div>아무래도 격리 병동인 것 같았다.</div> <div>철로 만든 방화문 같은 것에 빗장이 끼워져 있었고, 자물쇠까지 채워져 있었다.</div> <div>A는 자물쇠에 연발 총을 쏴댔다.</div> <div><br></div> <div>꽤나 단단했지만 결국에는 자물쇠가 망가졌다.</div> <div>그 안에는 네 개의 작은 방문이 있었고, 각각 자물쇠와 빗장이 끼워져 있었다.</div> <div>제일 왼쪽 문을 열어보니 한쪽 벽이 검은 방에, 간결한 의자와 침대가 있었다.</div> <div>잘 보니 의자 아래와 침대 뒷편은 흰색이었다.</div> <div>두 세 번째 방도 매한가지였다.</div> <div>첫번째와 세 번째 문에 빗장을 걸고 네 번째 문을 열었다.</div> <div><br></div> <div>네 번째 또한 이상한 방이었다.</div> <div>바닥에는 침대 천 같은 게 흐트러져 있었고,</div> <div>벽 사방에는 매트를 붙였는데, 그 매트를 파내어 콘크리트가 군데 군데 보였다.</div> <div><br></div> <div>쾅 하는 소리가 나는 바람에 셋 다 펄쩍 뛰었다.</div> <div>나와 B의 시선은 침대 위에 고정되었다.</div> <div>쾅! 삐걱! 쾅! 삐걱! 하고</div> <div>무언가가 침대 위에서 물고기처럼 튀어오르고 있었다.</div> <div>나는 소리를 내서는 안 될 거란 생각에 입을 막았지만</div> <div>B가 "히익.."하고 소리를 냈다.</div> <div>그 순간 그것이 벌떡 일어났다.</div> <div><br></div> <div>양손이 떨어져나간 사람처럼 보이던 그것은</div> <div>민둥머리에 눈이 있어야 할 곳에 어플리케가 덧대어 꼬매져 있었다.</div> <div>나는 A와 B의 손을 잡고 방에서 뛰쳐나왔다.</div> <div>그것이 타박타박 이쪽으로 걸어왔지만 나는 쾅!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div> <div>쾅! 쾅! 쾅! 하고 무언가가 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div> <div><br></div> <div>B는 울려고 하는 것 같았다.</div> <div>나는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B와 A를 끌어내어 다시 빗장을 걸었다.</div> <div>그리고 차까지 가는 동안 우리는 침묵했다.</div> <div>A는 샐쭉했고, B는 울고 있었다.</div> <div>차에 돌아갔더니 A가</div> <div>"겁쟁이냐. B 정말 한심하다. 지하로 가는 계단도 발견했는데</div> <div> 그 문이 움직인 것 가지고 쫄기는"</div> <div><br></div> <div>나와 B는 그 방에 문과 계단 그 어느 것도 없었다고 말하지 못 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