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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8896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19
    조회수 : 1746
    IP : 46.101.***.175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6/06/30 20:54:49
    http://todayhumor.com/?panic_88896 모바일
    [오컬트학] 옥수수
    옥수수

    옥수수가 식탁에 올라오는 계절이면 어김 없이 우리 집에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은 이미 70세 가까이 되신 엄마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겪으신 일이다.

    외동딸인 엄마는 당시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증조모와 시골에서 살고 있었다.

    아주 작은 촌락이었는데,
    이웃끼리 누구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 정도였다.
    외조부모님은 그 마을에서 드물게 맞벌이를 하셨는데
    연합군 통역가, 교사셨다.
    증조모님은 당시 80세가 넘으셨는데도 밭도 갈고, 집을 보셨다.
    이웃집은 꽤 부농이었고, 그 집 아들딸도 수 명 있었다.
    그 중에서 선천적으로 다리가 좋지 않은 남자가 있었다.
    다리 때문에 농사일은 못 한다고는 해도,
    머리가 명석하여 친형제들을 어렵게 여기면서 남들 몰래 숨어 지내는 걸
    엄마 가족은 이웃이라 잘 알고 있었다.

    그 남자가 청년이 될 쯤 기차에서 자살했다.
    가업을 돕지도 못 하고, 보살핌만 받는 처지를 비관한 것 같았다.
    소문으로 듣자하니 그는 꽤나 혹독한 처지였던 것 같다.
    외갓집도 아는 바가 있었다.
    그가 오후에 망가진 채소를 가지고 와서는 아궁이를 빌리러 온 적이 있었다.
    (자기 점심 식사 분을 가지고 와서 조리해서 가는 것)
    외갓집에서도 "제대로 식사도 안 주는 거 아니야?"하고 걱정되어
    선뜻 아궁이를 빌려주고, 우리 집의 채소도 주곤 했다고 한다.

    사건이 있었던 날은 작은 마을에서 대사건이 일어난 셈이라 소동이 일었다.
    현장 대응, 장례식 절차... 어른들이 모두 돕게 되었다.
    외조부모님도 각자 퇴근하여 마을 일을 도왔다.
    처참한 현장에는 아무도 신원 확인하러 가지 못 하고 있어서
    외할아버지가 직접 나섰다.
    외할머니는 저녁 식사 늦어질 것 같다며 삶은 옥수수를 두고 갔다.
    초등학생이던 엄마는 외증조모와 둘이서
    오후부터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날 때까지 집에 있었다.

    그러던 사이에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외증조모님이 이상했던 것이다.
    외증조모님께서 큰 접시에 산더미처럼 쌓은 옥수수를 게걸스럽게 드셨다.
    이상해, 이상해하는 사이 혼자서 거의 다 먹어치웠다.
    평소의 외증조모님은 옥수수를 먹을 때 이가 안 좋다며 한 알씩 빼 드셨다.
    그리고 어차피 노인이 먹는 거라 소량만 드셨다.
    또한 주변을 신기하다는 듯 둘러보더니,
    본인의 손주인 엄마를 보며 엉뚱한 질문을 하셨다.
    외증조모님 자신이 고르고 골라서 표식을 해둔 가지 종자를
    "저건 뭐야? 왜 표식을 해뒀어?"라고 계속 물어보셨다.
    똑소리나던 평소 모습과 너무 달랐다.
    엄마는 어린 마음에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서 외증조모님께 왜 그러냐고 호소했지만
    정작 본인은 멀뚱멀뚱한 얼굴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외할아버지가 돌아오셔서 사정을 이야기하니, 외할아버지는 금방 눈치를 채셨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인 외증조모님께 한 마디.
    "어머니! 이상한 것에게 씌이시면 곤란합니다!!"

    한참지나 외증조모님은 제정신이 돌아왔지만
    옥수수나, 자신의 손녀에게 계속 질문했던 걸 기억하지 못 했다.
    또한 나중에 알게 된 일인데,
    외증조모님이 항상 목에 걸고 다니던 부적을
    우연히 이 날만 깜빡하고 걸지 않으셨다.

    외증조모님은 그 후에도 장수하시다가 92살에 타계하셨다.
    외증조모님의 이변이 이웃집 남자의 죽음과 관계있는지는 알 수 없다.
    "적어도 마지막에라도 배불리 먹고 싶었던 걸 지도 모르지"하고 우리 가족은 말한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61071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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