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바위에 있는 문</b></div> <div><br></div> <div>고교 시절 특이한 체험을 했다.</div> <div>너무나 특이한 체험이라 주변 친구들이 믿어주질 않는다.</div> <div>하지만 정말 내가 체험한 100% 실화이다.</div> <div><br></div> <div>고2 가을.</div> <div>내가 다니는 학교는 문화제 같은 건 전혀 안 하면서</div> <div>체육대회(응원 대전에 가깝지만)만큼은 열을 올리며 개최했다.</div> <div>각 반이 취향에 따라서 응원했다.</div> <div>우리 반은 응원석 뒤에 커다란 간판을 만들기로 했는데 지지대가 될 나무가 필요했다.</div> <div>반 친구 A가 "목재는 아니겠지만, 대나무는 얻을 수 있어"라고 해서 대나무로 하기로 했다.</div> <div>A 네 집에서는 소유하고 있는 산이 있는데, 그 산에 대나무 숲이 있다는 것이다.</div> <div><br></div> <div>바로 그 주 토요일 오전에 대나무를 자르러 갔다.</div> <div>A와 나 말고도 셋이 더 함께 갔다.</div> <div>대나무숲은 마침 산 가장 아래쪽에 있었다.</div> <div>대나무숲 한가운데에 가느다란 길이 있었고, (포장은 안 되어 있었지만)</div> <div>100미터 될까한 야트막한 산으로 이어져 있었다.</div> <div><br></div> <div>대나무를 자르기 시작한 그 때, 산길 저 너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div> <div>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div> <div>사람 목소리도 아니었고, 동물이 포효하는 소리도 아니었다.</div> <div>마치 기계가 내는 듯한 소리였다.</div> <div>전동톱이 내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div> <div>A는 "오늘은 아무도 이 산에 안 왔을 텐데"라고 했다.</div> <div>무엇보다 전동톱의 엔진 소리가 아니라 다른 기계가 내는 소리였다.</div> <div>나무를 자르는 게 아닌 것 같고, 누군가가 어떤 기계를 산 속에서 내는 건 확실했다...</div> <div>다섯이서 얼굴을 마주보며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div> <div><br></div> <div>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div> <div>다시 소리가 들리던 때, 나는 도끼를 한 손에 쥐고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가보았다.</div> <div>너무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div> <div>나머지 넷도 내 뒤를 따라왔다. 아마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보다.</div> <div>이 산을 잘 아는 A가 앞장서서 산을 올라갔다.</div> <div><br></div> <div>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div> <div>또 들렸다.</div> <div>산길에서 벗어난 수풀 안에서 들려왔다.</div> <div>잠깐 걸어가다가 갑자기 앞장서던 A가 멈춰서더니,</div> <div>우리를 돌아보고 오른쪽 방향을 가리켰다.</div> <div>손가락의 방향으로 눈을 돌려보니 문이 있었다.</div> <div>특촬물에서나 나옴직한 비밀기지 같이, 바위에 문이 달려 있었다.</div> <div>금속제의 무거워보이는 문이었는데, 손잡이가 없었다.</div> <div>어떻게 여닫는 걸까.</div> <div>어쨌건 이상한 곳에 이상한 문이 달려 있었다.</div> <div>그 문은 열린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div> <div>안쪽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통로 같은 게 연결되어 있었다.</div> <div>그 안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다.</div> <div>확증은 없었지만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div> <div>"A, 이 문은 뭐야?"</div> <div>"몰라. 이런 거 처음 봐"</div> <div>A는 모른다고 했다.</div> <div>"이런 이상한 건 본 적도 없어"</div> <div>A는 안쪽을 엿보면서 계속 그런 소릴 투덜거리고 있었다.</div> <div>그리고 우리를 돌아보며 "일단 안쪽을 확인해보자"라고 했다.</div> <div><br></div> <div>문이 갑자기 닫혀서 안에 갇히면 큰일이니까</div> <div>열린 문 아래에 큰 돌을 끼워두고 갇히지 않도록 해두었다.</div> <div>그리고 무서우니까 들어가기 싫다는 B와 C를 남겨두고</div> <div>셋이서 안에 들어가기로 했다.</div> <div><br></div> <div>통로에 들어가보니 상당히 어두워서 거의 안 보였다.</div> <div>사실 우리는 몰래 담배를 피우던 애들이라 라이터를 꺼내서 촛불 대신 밝혔다.</div> <div>벽을 만져보니 단단하고 까칠한 바위 감촉이 느껴졌다.</div> <div>하지만 자연히 생긴 게 아닌 건 명확했다.</div> <div>기계로 파낸 것 같은 직선이 몇 군데 있었다.</div> <div>통로는 사람 하나가 지나갈 정도의 넓이였다.</div> <div><br></div> <div>10미터 정도 갔더니 "방"이라 부를 만한 넓은 장소가 나왔다.</div> <div>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아무 것도 없었다.</div> <div>누가 살던 흔적도 없었다.</div> <div>여기가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div> <div>"야!! 빨리 돌아와! 돌아와!"라고 입구에서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남은 두 사람이 부르는 것이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div> <div>보통 일이 아니다 싶어서 서둘러 가보니 문이 움직이고 있었다.</div> <div>돌 하나로는 못 견뎠는지 둘이서 필사적으로 문을 되돌리려고 하고 있었다.</div> <div>우리가 밖으로 나와서 다섯 다 문에서 떨어졌더니</div> <div>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div> <div>하는 소리가 크게 나더니 문이 닫혔다.</div> <div>막으려고 두었던 돌이 데구르르 굴러 떨어지는 게 보였다.</div> <div>그 이상한 소리는 이 문이 여닫히는 소리였던 것이다.</div> <div>B 말에 의하면 아무 이상 없었는데 갑자기 움직였다는 것이다.</div> <div>그래서 당황하면서도 막으려고 했는데, 문의 힘이 점점 세졌다고 했다.</div> <div>우리가 조금만 더 늦게 나왔더라면 갇혔을 지도 모른다.</div> <div>해가 지기도 했고 다음 날 다시 한 번 살펴보자고 하고 내려왔다.</div> <div><br></div> <div>이튿 날 다섯 명이 다시 그 곳으로 가봤다.</div> <div>하지만 왜인지 문이 보이지 않았다.</div> <div><br></div> <div>A는 아직도 사이 좋게 지내고 있는데, 그 후로는 그 문은 한 번도 보지 못 했다고 한다.</div> <div>바위도 이상한 점은 없고, 그 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