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시끄러운 소리</b></div> <div><br></div> <div>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서 혼자 살게 되었던 참에 있었던 일이다.</div> <div>어느 날 밤 방에서 혼자 게임을 하고 있는데</div> <div>아래에서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나는 "아래 층에 손님이라도 왔나?"하고 생각했지만</div> <div>귀를 기울여서 잘 들어보니</div> <div>목소리가 한 두 사람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div> <div>한 가득 와 있는 느낌이었다.</div> <div>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마치 번화가의 역이 붐빌 떄 나는 그런 소리였다.</div> <div>그때는 "영화나 tv 프로그램 소린가?" 생각하면서 넘겼다.</div> <div>그런데 잘 시간이 되었는데도 그 시끄러운 소리가 멎을 생각을 안 했고</div> <div>그렇게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새벽 3시까지 들리는 바람에</div> <div>신경이 쓰여서 거의 자지도 못 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며칠 동안 매일은 아니었지만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div> <div>종종 그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서 제대로 잠도 못 자는 상태가 이어져서</div> <div>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한 소리 하려고 아래층에 가보기로 했다.</div> <div>초인종을 눌렀더니 사람이 나왔는데, 나보다 두 세 살 정도 많아 보였다.</div> <div>딱 보기에 학생인 것 같았다.</div> <div>내가 윗 층에 사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뭐라고 하려는 순간</div> <div>그 사람이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더니 </div> <div>"대체 당신 매일 밤 중에 뭐 하는 거야? 시끄러워서 못 살겠어"라고 오히려 저쪽에서 말했다.</div> <div><br></div> <div>(좀 귀찮으니까 아래층 사람을 여기서부터 사토 씨라고 하겠습니다)</div> <div><br></div> <div>대체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은 나는</div> <div>내가 내려온 이유를 처음부터 이야기해주고</div> <div>아래층에서 거의 매일같이 많은 사람이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고 했더니</div> <div>사토 씨는 그 시끌벅적한 소리가 밤만 되면 윗층에서 들려와서</div> <div>집주인이나 부동산에 한 마디 하려고 했다고 했다.</div> <div>나도 이유는 모르지만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div> <div>분명 사람 목소리였다, 몇 번이나 들어서 틀림 없다.</div> <div>게다가 사토 씨도 군중이 떠드는 소리가 틀림 없다고 했다.</div> <div>잠시 침묵이 이어진 후</div> <div>"...천장에 뭔가 있나?"하고 사토 씨가 말했다.</div> <div>"천장 한 번 살펴볼까?" 사토 씨가 그렇게 말하더니</div> <div>내가 답도 미처 하지 않았는데 손전등을 가지고 왔다.</div> <div>하지만 나는 멋대로 들어갔다가 천장 바닥이 빠지거나,</div> <div>뭔가 부수게 되면 여러가지 문제가 일어날지도 모르니</div> <div>관리하는 부동산에 연락해서 오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며</div> <div>살펴볼 마음으로 가득한 사토 씨를 설득했다.</div> <div>그리고 내가 "시끌벅적한 소리가 난다"고 하면 이상히 여길 수 있으니</div> <div>그냥 대충 "바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부동산에게 전화를 했다.</div> <div>그러자 부동산에서는 천장에 쥐 같은 게 산다고 생각했는지</div> <div>며칠 지나지 않아서 업다를 데리고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div> <div>나는 왠지 속인 것만 같아서 내심 미안했지만,</div> <div>그 이야기를 사토 씨에게 말했더니 "이상한 소리가 나는 건 사실이니까 일단 와달라고 하자"고 하며</div> <div>별 문제 되지 않는다고 했다.</div> <div><br></div> <div>당일 꽤 이른 시각에 사토 씨가 내 방으로 왔다.</div> <div>부동산과 약속한 시간은 아직 멀었다.</div> <div>사토 씨 말로는 급한 용건이 생겨서 같이 있을 수 없으니</div> <div>부동산이 오면 자기는 괜찮으니까 열쇠로 열고 들어가라고 했다.</div> <div>'그런 건 직접 전화하지...'라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으니 알겠다고 하고</div> <div>부동산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div> <div><br></div> <div>점심 시간 조금 전에 부동산이 구제 업자와 함께 왔다.</div> <div>부동산 측에서 사토 씨와 연락이 안 되는데 뭐 들은 거 없냐고 하길래</div> <div>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전했더니</div> <div>약간 곤란하단 표정을 지었지만 일단 사토 씨 방에 가기로 했다.</div> <div>이야기를 듣자 하니 1층과 2층 사이를 조사해보려면</div> <div>사토 씨 방의 욕실 천장에서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한다.</div> <div>사토 씨 방에 가보니 가진 열쇠로 열라고 했지만, 왠일인지 열려 있었다.</div> <div>아무래도 내가 들어가는 건 문제될 것 같아서</div> <div>업자 분과 부동산 측에서 알아서 하라고 나는 밖에 있었는ㄷ[ㅔ</div> <div>갑자기 안에서 "으악! 괜찮으세요?!"하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무슨 일인가 하고 문을 열었더니, 부동산과 업자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오더니</div> <div>"경찰에 전화..."라고 했다.</div> <div><br></div> <div>그동안 여러 일이 있었지만 길어질 테니 결론부터 말하자면</div> <div>사토 씨가 욕실에서 죽어 있었다고 한다.</div> <div>그 후 한바탕 난리가 났다.</div> <div>경찰차와 구급차가 왔고, 나도 경찰에게 사정 청취를 당했다.</div> <div>아침에 사토 씨와 대화를 나눌 때 이상한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하고</div> <div>일단 천장 위의 건에 대해 경찰에 말했더니, 그것도 조사했던 것 같지만</div> <div>뭔가 발견했는지 어떤지 전혀 말해주지 않았다.</div> <div>결국 나는 천장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포함해서</div> <div>사토 씨가 죽은 이유도 알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그날 밤.</div> <div>너무 여러 일이 벌어져서 피곤해서 얼른 자려고 이불에 들어갔더니</div> <div>또 그 시끌벅적한 소리가 갑자기 들려오기 시작했다.</div> <div>하지만 뭔가 평상시랑 다른데 뭐가 다른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div> <div>한참 지나서야 그 다른 부분을 깨달았다.</div> <div>지금까지 아래 층에서 들리던 그 소리가, 이번엔 옆에서 들려왔다.</div> <div>게다가 지금까지는 바닥에서 들려왔기 때문에 조금 웅얼거리는 소리였지만</div> <div>이번에는 같은 방에서 들리는 것처럼 선명히 들렸다.</div> <div>그렇게 생각한 순간 갑자기 온 몸이 얼어 붙는 것 같았다.</div> <div>눈을 뜨고 소리가 나는 쪽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솔직히 무서웠다.</div> <div>하지만 소리가 왜 나는 지도 궁금했다.</div> <div>나는 굳게 결심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소리가 나는 방향을 봤다.</div> <div>그리고 터무니 없는 것을 목격했다.</div> <div><br></div> <div>정장 차림의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다.</div> <div>엄밀히'서 있다'고 하기에는 무너가가 달랐다.</div> <div>물에서 상반신만 밖으로 내민 것 같이 바닥에서 사람 상반신이 솟아난 듯했다.</div> <div>그것만으로도 상당히 이상한 상황이지만</div> <div>그 정장 차림의 남자는 눈을 위아래좌우로 움직이며 입 또한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div> <div>그리고 그 입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div> <div>나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광경에 꼼짝도 못 하고</div> <div>그 정장 차림의 남자를 보고 있었는데</div> <div>어둠에 점차 눈이 익으면서 또 다른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div> <div>사토 씨다.</div> <div>사토 씨가 바닥에서 얼굴만 드러낸 체로</div> <div>눈을 크게 뜨고 천장을 보며 물고기처럼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다.</div> <div>그걸 본 순간 직감적으로 "저건 위험해"라는 느낌이 들었다.</div> <div>나는 완전히 사고가 정지했고, 연유도 모른 채 잠옷 차림으로</div> <div>휴대전화와 지갑만 가지고 방에서 뛰쳐나왔다.</div> <div>그 날 밤은 만화 카페에서 밤을 새고, 부동산으로 달려갔다.</div> <div>그런 곳에선 더 이상 살 수 없으니 이사할 생각이었다.</div> <div><br></div> <div>부동산에 가서 담당자를 불러달라고 해서 바로 이사하겠다고 했지만</div> <div>아무리 갑작스런 일이지만 담당자가 어딘가 이상했다.</div> <div>왠지 이사나가는 걸 꺼리는 것 같았다.</div> <div>어딘가 수상해 끈질기게 추궁하니,</div> <div>아무래도 나는 사토 씨의 죽음에 관계가 있는게 아닌가 의심을 받는 것 같았다.</div> <div>그래서 쉬이 이사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div> <div>듣고 보니 그것도 그럴 듯 하다.</div> <div>사토 씨와 마지막으로 만난 것도 나고,</div> <div>무엇보다 소음 소동도 있었고,</div> <div>아침에 있었던 일도 내가 그리 말한 것 뿐이니 객곽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div> <div>그 무엇보다 사토 씨의 사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div> <div>내가 죽였다고 의심 받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div> <div>그런 상황에 갑자기 내가 이사하겠다고 하니</div> <div>부동산에서도 의심하는 게 당연한 일이고,</div> <div>물론 부동산 말고 경찰들도 의심하고 있을 것이다.</div> <div><br></div> <div>그렇다고 그 방에 돌아가기도 싫었다.</div> <div>그런 정체 모를 기분 나쁜 것이 나타나는 곳에서 지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div> <div>애당초 그 정장 차림의 남자가 사토 씨 죽음에 뭔가 관계 있는게 틀림 없다.</div> <div>어쩌면 다음 타겟은 나일 지도 모른다.</div> <div>그런 상황이라 절대로 그 방에 가고 싶지 않았다.</div> <div>그래서 믿어줄 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나</div> <div>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부동산 쪽에 이야기했다.</div> <div>그랬더니 부동산 사람이 믿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div> <div>어쨌든 자기 재량으로 판단할 수 없으니 경찰에 이야기하라고 했다.</div> <div>어쩔 수 없이 어제 경찰이 건네준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서</div> <div>경찰서에 가서 사정 설명을 하기로 했다.</div> <div>경찰서에 도착해서 담당자에게 부동산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이야기를 했지만</div> <div>당연히 믿어주지 않았다.</div> <div>오히려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라는 듯한 태도였고</div> <div>며칠 연달아 잠도 못 잔 나는 안절부절 못하고</div> <div>"그럼 네가 거기서 하루 자 보라고!"라고 큰 소리치며 담당 경찰관에게 내 방 열쇠를 집어 던졌다.</div> <div>나중에 생각해보니 비합리적인 요구를 한 건 내 쪽인데</div> <div>경찰은 날 진정 시키더니 이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가고</div> <div>이사간 곳의 주소를 보고한 후, 경찰 연락은 반드시 받으라고 하더니</div> <div>이사해도 된다고 했다.</div> <div><br></div> <div>그 후 나는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 있었고,</div> <div>사건은 사토 씨의 자살로 해결되어 나에 대한 의심도 풀렸다.</div> <div>자살이 판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 불려갔다.</div> <div>사토 씨의 컴퓨터에서 일기가 발견되었는데,</div> <div>쓰인 내용 일부 중 내가 경찰에 말한 그 정장 차림의 남자와 닮은 사람에 대해 쓰여 있다고</div> <div>다시 한 번 자세히 말해달라고 하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결국 그 정장 차림 남자 정체는 아직도 모르는 상태지만</div> <div>경찰이 해준 이야기로 알게 된 게 몇 가지 있다.</div> <div>일기 내용에, 아무래도 내가 먼저 사토 씨에게 불만을 표하러 가기 전에</div> <div>사토 씨는 정장 차림의 남자를 만났고,</div> <div>시끌벅적한 소리가 나는 근원이 그 남자인 것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div> <div>그리고 일기에 정장 차림의 남자가 악의에 차 있다는 게 수 차례 적혀 있었고</div> <div>사토 씨는 위험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div> <div>왜 그만큼 알면서도 아무 것도 모르는 척 했는지 경찰 쪽에선 말하지 않았지만</div> <div>어쩌면 천장 안쪽에 뭔가 있었던 게 아닐까.</div> <div>사토 씨는 그것까지 알아채고 어떤 이유가 있어 날 끌어들이려 한 게 아닐까.</div> <div>아직도 알 수 없다.</div> <div><br></div>